변호사 윤경/수필

【무서운 치과의사(dentist), 흰 가운을 입은 신(神)적인 존재】《내 두 다리는 여전히 공중에서 ‘미세하게’ 떨고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 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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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치과의사(dentist), 흰 가운을 입은 신()적인 존재】《내 두 다리는 여전히 공중에서 미세하게떨고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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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치과가 일요일에도 영업을 한다.

정기검진 받으러 치과에 갔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미식축구용 헬멧의 시초가 된 치열교정기가 나오기 전이어서, 뻐드렁니가 있고 치열도 고르지 않다.

그 때문에 충치와 잇몸 치료의 단계를 넘어 점차 이가 마모되거나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금이 가는 등 수시로 수선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치과는 피할 수 없다.

무덤이 갈 날이 멀지 않은 무렵부터 치아는 투정을 부리고 우리 몸에서 가출(家出)하도록 자연(自然)이 배려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마모되고 금이 간 이빨이 말한다.

나 이제 떠나요. 당신과는 더이상 살 수 없어요.”

 

무서운 치과의사를 기쁘게 해주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맨날 입 속만 들여다 보고 있는데 어떻게 우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료대 위에 눕는 순간부터 공포가 엄습한다.

이럴 때면 이를 악물고 싶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안된다.

흰 가운을 입은 신()적인 존재가 엄중한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 입을 크게 벌리세요. 다치면 책임지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그 지시를 감히 거역할 수 있는가.

진료의자에 눕는 순간 두 발로 멀쩡하게 걸어 들어 온 사람은 공포와 긴장으로 온몸이 시체처럼 경직되어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치아의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늘 집 근처 치과에 갔다.

이빨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곳이 있단다.

인레이(inlay)를 하기 위해 본을 떴다.

임시 충전을 하기 전 이빨을 갈아내는 드릴의 소리는 정말 소름끼친다.

기술이 이처럼 발달하는데, 왜 소리나지 않는 드릴을 개발하지 못하는 걸까?

 

눈을 꼭 감은 채 최대한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애써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아주 잠깐은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두 다리는 여전히 공중에서 미세하게떨고 있다.

 

본을 뜨기 전에 스케일링을 먼저 해야 한단다.

필요한 치료만 하면 좋은데, 치과의사는 온갖 도구를 이용하여 어딘가 잇몸의 벌어진 틈을 찾아내고는 사과 조각, 구운 아몬드 파편, 고춧가루 등을 꺼내 의기양양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는 호주머니에서 카드를 연달아 꺼내 보이는 마술사처럼 말한다.

뭐가 이렇게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지.”

 

뭐라 변명할 말도 찾기 어렵다.

그게 내 입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정도다.

 

아무리 친절해도 치과의사는 여전히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다.

다음 진료 때는 착하고 순하게 생긴 여자 치과의사가 내 입을 들여다 보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