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사는 두 남자 이야기]【윤경변호사】
한 남자가 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모범생이다.
서울법대에 들어갔다.
우등졸업을 했고, 법관으로 임관 받았다.
똑똑하고 유능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책 2권을 집필했고, 최초의 연구법관이 되었다.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쓴 논문은 80여 편이 넘는다.
법원실무제요, 주석서 등의 집필위원이고, 부동산경매와 저적권법 등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법원 내에서 학구파로 유명하다.
22년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대형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로 새 출발을 했다.
뛰어난 달변가로 모임을 주도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따르는 사람이 많다.
적극적이고 과감하며,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현재 승소율 높고 꽤나 실력 있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속칭 ‘잘 나가는 변호사’다.
또 한 남자가 있다.
대전 시골의 가난한 짜장면집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시골집 천장에서 빗물이 새고, 쥐가 뛰어다니는 소리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전형적인 A형으로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남 앞에 서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긴장하면 침을 꼴깍 삼키는 버릇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 흔한 회장, 반장은커녕 분단장도 해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별거를 하셨다.
재판하기 싫어하고, 혼자서 사무실 구석에 처박혀 연구하면서 책이나 논문 쓰는 것을 좋아한다.
전형적인 덕후 기질이 있다.
승진과는 거리가 멀고, 윗 사람에게 잘 보일 줄도 모른다.
인기 있고 매력적인 인물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이런 사람이 사표를 내고 그 험한 세상으로 나가 변호사로 활동한다.
시골 촌놈이라 아직도 멋 부릴 줄도 모르고, 고급 음식보다 김치찌개, 비빔냉면 등을 더 좋아한다.
‘B형 남자’를 부러워한다.
가끔은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나쁜 남자가 되고 싶은데, 소심한 성격상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여전히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다.
지금 이 두 남자가 한 집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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