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사용설명서】《누군가와 잔을 나누기에도 버거운 현실에 지친 외로운 풍경 대신 신바람에 흥겨워하면서 스스로를 응원하는 그런 혼술이 되어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당신은 혼자서 술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혼자서 술 마신다는 사람을 보면, 전에는 알콜중독자가 아니고서야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내가 집에서 혼술을 한다.
꼬냑이나 위스키 스트레이트(Straight) 한 잔을 털어 넣었을 때 입 안에 퍼지는 향과 그 짜릿함이 너무 좋다.
꼬냑이나 위스키를 온더락(On the Rocks)으로 마시지 않는다.
물이나 얼음을 넣으면, 맛과 향이 닫혀 그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위스키를 마시기 전 먼저 향을 느껴야 한다.
위스키나 꼬냑은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이기 때문에 바로 코에 갖다 대면 후각이 마비된다.
잔을 코에서 40cm 정도 아래에서 똑바로 들고 가볍게 돌려서 아로마가 올라오게 한다.
잠시 기다린다.
그리고 천천히 코를 숙이다가 처음 향이 느껴지는 곳에서 멈춘다.
이 향은 한 번밖에 느낄 수 없는 향이므로 충분히 음미한다.
이제 코를 잔 속에 넣고 잔 입구 위쪽에서 휘발성이 강한 과일향이나 꽃향을 맡는다.
아래 쪽에서는 나무(woody)향 또는 스파이시(spicy)향을 느낄 수 있다.
향을 맡으면 입안에 침이 돌고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진다.
다음으로는 맛을 느낄 차례다.
먼저 위스키를 조금 입안에 머금고 혀에 골고루 묻혀 입안을 쓸며 입안 전체에 위스키를 묻힌다.
이때 입안의 향이 비강을 통해 코에서 느껴지는 현상이 생긴다.
직접 코를 통해 느끼는 아로마와 다른 향이 느껴진다.
이제 피니시(Finish)에 집중할 때다.
피니시는 위스키를 목 안으로 넘긴 후 입안에 남아 있는 향을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이 귀찮다면, 그냥 입에 털어 넣어도 좋다.
술맛의 90%는 술 자체의 맛과 향이다.
나머지는 기분과 분위기다.
술은 기분 좋을 때 마셔야 하고, 기분 좋게 마셔야 한다.
드라마 ‘혼술남녀’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내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힘든 일상을 꿋굿이 버티기 위해서다. 누군가와 잔을 나누기에도 버거운 하루. 쉽게 인정하기 힘든 현실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주문과도 같은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혼술을 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하는 이유는 어쩌면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누군가와 잔을 나누기에도 버거운 현실에 지쳐서 혼술을 하는 외로운 풍경 대신 자신의 꿈을 쫒는 신바람에 흥겨워하면서 스스로를 응원하는 그런 건강하고 활력있는 에너지가 세상 구석구석 퍼져 나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