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고, 춥고 배고픈 날】《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전날 밤은 늦게까지 아이들과 심심풀이 포커를 쳤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중이란다.
망했다.
브런치를 먹으러 “홍천 신토불이”라는 음식점으로 향했다.
허영만의 식객에 나온 곳으로 ‘고등어 두부구이’가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도착하고 보니, 추석 당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헛걸음했다.
비는 내리고, 날씨는 춥고, 배는 고프다.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다.
다시 검색을 해서 닭갈비집으로 향했지만, 영 땡기지 않는 메뉴다.
작은 아이가 갑자기 “온정 오골계 숯불구이”로 방향을 틀자고 제안한다.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음식점이 넓고 깨끗한데다가, 맛까지 좋다.
고기를 구워주는 주인장의 입담도 좋고, 매우 친절하다.
‘오골계 숯불구이’ 맛도 정말 좋았지만, 함께 시킨 ‘들깨탕 메밀만두 칼국수’와 ‘곤드레 전병’도 매우 맛있다.
고등어 두부구이 대신 더 맛있는 것을 먹었다.
식사 후 “아나파우오”라는 한옥 카페에서 갓구은 빵과 함께 드립커피를 마셨다.
비가 오니 더 운치가 있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모든 삶에는 거꾸로 된 거울 뒤 같은 세상이 있다.
불행이 행복이 되고, 행복이 불행이 되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변화가 바로 인생이다.
인생은 표지판도 없는 낮선 길을 걷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할 일은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목표와 방향만 분명하다면, 힘들 때 잠시 멈춰 쉬었다 가도 좋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기 때문이다.
계획표대로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여행은 재미없다.
한때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불안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이 인생을 ‘흥미로운 여정’으로 이끈다고 확신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을 불안해 하기보다 즐기는 사람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큰 기회를 잡는다.
‘불확실성을 즐긴다’는 말은 Risk에 대비하고, Risk를 감내할 능력을 키운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앞날을 모른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어보자.
극한의 상황이라도 그저 지금의 상태에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고 최선을 다한다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그토록 바라던 희망의 끈을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