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블로그 방문객 1,000만 돌파】《시대에 뒤떨어진 허접한 블로그지만, 여전히 내가 가진 유익한 정보를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0.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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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방문객 1,000만 돌파】《시대에 뒤떨어진 허접한 블로그지만, 여전히 내가 가진 유익한 정보를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지금 보니 블로그 연 방문자수가 1,000만 명을 이미 돌파했다.
 
하지만 그다지 대단한 일도 아니고 자랑스러워 할 일도 아니다.
이미 유튜브 시대가 활짝 열렸고, 블로그는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난 유튜브를 할 생각도 없고, 할 자신도 없다.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은 젊은 인재들이 해야 할 몫이다.
강의할 때도 컴퓨터 화면에 프리젠테이션을 띄워 놓은 것이 아니라, 직접 보드에 써가면서 한다.
머리 희끗한 노인이 따뜻한 햇볕이 드는 거실의 흔들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코 끝에 걸쳐쓰고 독서하는 영화장면은 이제 영락없는 내 모습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이미 한물이 간 블로그지만 여전히 내가 가진 좋은 자료나 정보들을 올리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올릴 것이다.
 
나는 완벽한 정보공개주의자다.
자신이 가진 유익한 정보를 아낌없이 공개해 보라.
 
물론 나보다 더 완벽한 정보공개주의자가 있다.
강민구 법원장님이시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을 신조로 삼고 계신 이 분은 당신이 가진 유익한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세상에 그냥 나누어주고 싶어 안달나신 분이다.
10여 전 법복을 벗을 때 강 원장님이 재야에 나가면 아주 유용할 것이라면서 하드디스크에 방대한 양의 자료를 담아 주셨던 기억이 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 말고도 옷을 벗은 많은 법관들이 그 분에게서 그런 은혜를 입었을 것이다.
 
강민구 원장님의 고귀한 취지에 동참하여 나도 내가 가진 좋은 자료들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법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쓴 수십편의 법률논문을 모두 파일형태로 공개하고,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원도서관에 아래한글 파일 형태로 무료 제공했으며, 블로그 등에도 내가 가진 유용한 자료들을 계속 올리고 있다.
 
어떤 분들과 사업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대감만 잔뜩 올려 놓고 정작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물어 보면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이건 정말 너무 좋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걸 말씀드리면 누군가 제 아이디어를 훔쳐 갈 수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법률적 조언을 구한다.
“자기 아이디어를 남들 모르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뭡니까?”
솔직히 말해 난 이 질문의 요지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잘’ 그리고 ‘많이’ 퍼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지,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숨길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에 ‘부동산경매’와 ‘가압류가처분’ 전담판사를 하면서 1년간 열심히 연구하고 정리한 100여 쪽의 업무용 자료를 파일형태로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적이 있다.
후임 법관들이 내가 1년간 업무처리를 하면서 겪은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뜻밖에 결과가 발생했다.
그 업무자료를 읽은 전국의 법원직원과 법관들이 나에게 여러 가지 사안과 쟁점에 대한 문의를 해오기 시작했다.
전국 법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집행 관련 쟁점들이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바로 나에게 모든 정보와 아이디어가 독점적으로 몰려든 것이다.
그 결과 1년 후인 1999년에 500쪽 분량의 책 두 권을 집필하여 발간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졸지에 민사집행법의 최고전문가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를 계기로 ‘법원실무제요(강제집행)’, ‘주석 민사집행법’의 원고 집필을 맡게 되었고,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로 발령받았다.
 
난 지금도 내가 쓴 모든 글을 공개하고 누구든 공유할 수 있도록 해 둔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만 있다면 그저 행복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더 많이 얘기하고 토론할수록 점점 더 나아지고 구체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귀중한 연구기술을 도용하고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서 작은 씨앗을 호주머니에만 담아둔다면 영영 꽃을 피울 수 없다.
 
자기 머릿 속에서만 키우는 아이디어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곧 시든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해서 감추기만 하면 지금 상태에서 더 이상 도약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을 우물 안에 가둬버리는 셈이 된다.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유익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보며 자신도 한 걸음 더 성장한다.
내가 구닥다리가 된 블로그를 여전히 유지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