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삐져나온 흰콧털】《이젠 나도 젊어 보이기 위해 ‘발악’을 한다. 늙은이는 일생의 끝자락에 흥분하고 소리쳐야 한다. 빛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라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0. 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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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져나온 흰콧털】《이젠 나도 젊어 보이기 위해 ‘발악’을 한다. 늙은이는 일생의 끝자락에 흥분하고 소리쳐야 한다. 빛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세수를 하려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반짝이는 섬광이 보인다.
작은 다이아몬드 보석처럼 말이다.

자세히 보니 삐져나온 흰콧털이다.
삐져나온 콧털처럼 보기 싫은 것은 없다.

털이 ‘삐져 나오는 것’은 젊은 남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대표적인 노화증상이다.
게다가 ‘흰털’은 역시 늙음의 징표다.
2중으로 충격이다.

흰머리가 점점 늘어난다.
머리염색을 시작한지는 오래된다.
늙어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어제는 하체의 근육을 모두 뽀개 부셔버리려는 마음으로 휘트니스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내 굳센 각오와 의지만 부셔져 내렸다.

흰머리를 가린다고 하여 신체의 노화까지 감출 수는 없나 보다.
그래도 날 헐크로 만들 자신감이 있다는 PT 선생님의 귀여운 거짓말을 위안삼아 본다.

몸과 마음이 무너지면 인상조차 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나이 들어 보이는 만큼 일찍 죽는다’는 사실이다.
덴마크의 심리학자 크리스텐센(Kristensen)은 같은 나이라도 늙어 보이는 사람이 일찍 죽는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늙어 보이고 그만큼 일찍 죽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임이 분명해 보인다.
‘지혜의 상징이겠지’라고 위안해 본다.
그래도 우울하다.
마음도 늙을까봐 겁난다.
이젠 나도 젊어 보이기 위해 ‘발악’을 한다.

순순히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마라,
늙은이는 일생의 끝자락에 흥분하고 소리쳐야 한다;
분노하라, 빛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하라.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https://youtu.be/4eRTkP7LQ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