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사학분쟁해결 임시이사제도, 행정규칙의 법규성>】《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9362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학교법인에 관할청이 한 정식이사 선임 처분에 대하여 종전 정식이사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임기가 만료된 학교법인의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 긴급처리권에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에 따라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ㆍ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지 여부(소극) 및 처분이 행정규칙에 적합한지에 따라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에 따른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때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지 여부 및 그 한계
【판결요지】
[1] 학교법인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후임이사의 선임이 없어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한 다른 이사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법인의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691조를 유추하여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고, 긴급처리권은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도 포함한다.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3에 따라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ㆍ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이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3] 민법상 재단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학교법인은 스스로 구성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구현한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수단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유지ㆍ회복하기 어려운 때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보충ㆍ후견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다. 따라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가능한 한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그 권한행사 과정에서 설립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역시 법령상 인정된 제도로서, 이는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다소 후퇴시키더라도, 국가의 일정한 개입을 통하여 학교법인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므로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 사안의 요지와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처분의 경위
◯◯학원은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이다. ◯◯학원은 학내분규로 1993년경부터 임시이사체제가 계속되었다. 그 후 정식이사가 선임된 적도 있었지만, 정식이사만으로 이사회가 구성된 적은 없었다.
피고는 2011. 7.경 원고들을 비롯한 6인을 정식이사로 선임하면서 임시이사 1명을 선임하였다. 그 이후에도 이사들 사이의 분쟁이 계속되어 학교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피고는 기존 이사 전부에 대하여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고 7인의 임시이사를 선임하였다.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된 정식이사들 중 원고들 2인은 항고소송을 제기하며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원고들의 기존 정식이사 지위를 회복하였으나, 결국 임기만료로 정식이사직에서 퇴임하였다.
그 이후, 피고는 참가행정청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식이사 7인을 선임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정식이사 선임 과정에서 원고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⑵ 원고의 주장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① 정식이사는 임기를 마치더라도 긴급처리권을 행사하여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 종전 정식이사들인 원고들과 □□□, ◇◇◇ 등은 긴급처리권에 기하여 후임 정식이사 선임 결의를 할 수 있으므로 ◯◯학원은 피고의 정식이사 선임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이하 ‘제1주장’).
② 참가행정청이 정한 정상화 심의원칙 은 분쟁의 이해관계인들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지거나, 합의에 준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 종전 정식이사 측에 지배구조의 큰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 최소한(과반수)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식이사 선임을 미루는 사이 정상화 심의원칙이 폐지되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종전의 정상화 심의원칙 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종전 정식이사들인 원고들에게 과반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정상화 심의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이하 ‘제2주장’).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사립학교법상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 행사기준이다.
⑵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의3에 의하여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퇴임한 이사에게 인정되는 긴급처리권은 퇴임 이사의 직무수행을 곧바로 중단시키면 이사회 의결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됨을 전제로, 달리 그 퇴임 이사에게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691조의 유추로 인정되는 예외적․비상적 권한이다. 한편,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에 의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을 비롯한 민법상의 자율적 수단에 의해서는 학교법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경우에 인정되는 공적 개입 수단이다. 이러한 관계법령의 체계상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이 가능한 경우에는 애초에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이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되어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정식이사 선임권은 관할청으로 옮겨오고 그 선임권 행사를 통하여 학교법인 이사회가 정상화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퇴임한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이 무조건 보장될 필요는 없다.
㈏ 또한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회 기능이 마비된 경우, 임시의 위기관리자로서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되어 학교법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한 경우 퇴임 정식이사는 임시이사 선임의 효력이 부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긴급처리권을 상실하여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곧바로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예외적인 경우라 하여 그와 달리 볼 이유는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종전 정식이사가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보아 사립학교 분쟁해결 절차를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
다. 사립학교법이 규정한 정식이사 선임권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학교법인 활동의 장애를 초래한 분쟁의 다양한 양상에 알맞도록 관할청이 탄력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함이 바람직하다.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에 반영될 수 있고, 만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종전 정식이사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되어 정식이사 선임 처분은 행정쟁송절차에서 취소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⑶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이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등 참조).
3. 민법상 재단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학교법인은 스스로 구성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구현한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수단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유지․회복하기 어려운 때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보충․후견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다. 따라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가능한 한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그 권한행사 과정에서 설립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역시 법령상 인정된 제도로서, 이는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다소 후퇴시키더라도, 국가의 일정한 개입을 통하여 학교법인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므로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⑷ 원고들은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라 해도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원고들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처분으로 이사회 이사 정수 전원에 해당하는 정식이사를 선임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⑸ 원고들은 피고보조참가인의 종전 정식이사로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당시의 정상화 심의원칙에 따라 정식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식이사 선임을 미루는 사이에 정상화 심의원칙이 폐지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폐지 전 정상화 심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원고들에게 과반수 이사 추천권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처분은 이를 부인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상화 심의원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을 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정상화 심의원칙이 적용되는지, 나아가 이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로 가를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법이 관할청에게 부여한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가.
⑹ 종전 정식이사들의 의견대립으로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피고보조참가인의 정상화 과정에서 종전 정식이사들 중 일방에 불과한 원고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분의 목적과 처분의 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3. 사학분쟁해결제도로서의 임시이사제도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호, 임재남 P.49-71 참조]
가. 임시이사제도
사립학교법상의 학교법인은 기본적으로 민법상 재단법인이다. 다만 민법과는 달리 이사회의 설치가 의무적이다(사립학교법 제15조 참조). 이사회는 학교법인의 주요의사를 심의․의결한다(같은 법 제16조 참조).
만일 이사가 직무상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사들 사이의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은 마비된다. 특히 이사의 결원이 생겨도 후임이사를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학교법인에 대한 공적 개입이 필요하게 된다.
다음의 각 경우 등에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사립학교법 제25조 참조).
① 학교법인이 이사들 사이의 분쟁 등으로 이사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경우
②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이 취소되어 이사회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게 된 때
그런데 임시이사는 본질적으로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법인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사적자치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취지에서 아래 대법원판결은 임시이사에게 후임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7115 판결).
나. 임시이사 체제의 해소 : 사립학교의 정상화(= 정식이사의 선임)
⑴ 문제점
임시이사는 임시의 위기관리자이다.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되면 정식이사가 선임되어 정상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런데 임시이사는 정식이사 선임권이 없다. 즉 임시이사가 포함된 이사회결의로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식이사를 어떻게 선임할 것인지 문제 된다.
⑵ 사립학교법 규정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의2(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및 기능)
① 제25조에 따른 임시이사의 선임과 제25조의2에 따른 임시이사의 해임 및 제25조의3에 따른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④ 관할청은 제3항에 따른 심의결과에 따라야 한다. 다만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고, 그 재심 결과를 수용하여야 한다.
제25조의3(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① 관할청은 제20조에도 불구하고 제25조에 따라 선임된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되었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체 없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이사를 선임하여야 한다.
⑶ 위 규정의 취지
위 법률에 의하면,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는 관할청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참가행정청)의 심의를 거쳐 선임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관할청을 기속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을 보자면,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조인, 교육자, 교육행정가, 회계사 등으로 구성되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 3인을, 대법원장이 5인을 추천한다. 대법원장이 상대적 다수 위원을 추천하고,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호선하여 결정하는 점에서 중립적․사법적 성격이 강화된 행정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4. 관할청은 정식이사 임명권의 행사함에 있어 기존 운영자 측 인사 과반수를 정식이사로 선임하여야 하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호, 임재남 P.49-71 참조]
가. 문제점
관할청이 정식이사를 임명하게 되면, 학교법인의 기존 경영자는 학교법인에 대한 지배․운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것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정식이사 선임 과정에서 기존 설립자 측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논란이 있다. 정식이사 임명에서 기존 운영자 측 인사가 과반수를 점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에 관한 역사적 경위
① 예전의 사립학교법에는 임시이사가 선임된 사립학교의 정상화 방안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이 없었다. 대법원 1970. 10. 30. 선고 70누116 판결은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권을 인정하였고, 이에 따라 사립학교 정상화는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러한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은 학교법인에 보장된 기본권으로서의 교육의 자주성 등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② 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임시이사의 정식이사 선임권을 부정한 판례이다. 사학의 자유에는 종전 정식이사가 국가 간섭 없이 후임 정식이사를 자유롭게 선임할 권리가 포함되고, 이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③ 2007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위헌주장이 제기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11헌바136 전원재판부 결정 등 위헌소원 사건). 다수의견은 ‘정관에 화체된 설립목적을 유지․계승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사학 자유의 본질이라고 본 반면, 소수의견은 ‘정식이사의 후임이사 선출권을 통한 인적 연속성의 보장’이 그 핵심 가치라고 보았다.
④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과 헌법재판소 결정 다수의견의 같은 점은 양자 모두 종전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고, 사립학교 기능을 회복하여야 하는 공적 필요의 한도에서 일정 부분 사학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기본권인 사학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본 반면,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사학의 자유의 요체는 설립목적의 유지․계승 보장이므로, 기존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반드시 보장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면 좋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호, 임재남 P.49-71 참조]
① 기존 이사들 전원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후 이사회가 전원 임시이사로 구성되고,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된 때, 관할청이 정식이사 전원을 새로 선임하는 형태가 학교법인 정상화의 가장 단순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5두56540 판결은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정식이사 전원에 대하여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재량권 일탈․남용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위 판결은 원고들이 제기한 사건으로서 위 판결로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취소되어 원고들의 정식이사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② 이 사건과 같이 임기만료한 기존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에 기하여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을 때,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의 범위에 관하여는 ① 제1설(관할청 정식이사 선임권은 기존 정식이사의 후임 정식이사 선출관여권을 배제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 가능하다는 견해, ② 제2설(관할청은 정식이사 전원에 대하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③ 제2설이 타당하다. 관할청은 분쟁의 경위, 설립자의 뜻, 기존 설립․운영자 측의 기득권 등을 종합하여 재량권을 행사한 뒤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사립학교 분쟁 해결의 원칙이다.
이 사건과 같이 기존 정식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경우, 그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은 정식이사로서의 통상적 권한이 아니라, 긴급한 상태에서 인정되는 예외적 권한이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을 통하여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마당에 임기만료된 기존 이사의 예외적 권한에 구속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임기만료된 기존 정식이사에 대하여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에는 긴급처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통상의 경우, 임시이사가 선임되므로 임기만료된 기존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와 같이 예외적이고 우연한 사정에 기초하여 분쟁해결 방법을 달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관할청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관할청은 합리적인 재량행사를 통하여 분쟁의 다양한 양상에 알맞게 학교재단의 기능을 회복하는 한도에서 기존 정식이사 지위나 그 의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관할청이 재량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하여 이를 통제할 수 있으므로 종전 정식이사의 지위가 위태로워진다는 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6. 종전 정식이사들인 원고들에게 과반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정상화 심의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한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호, 임재남 P.49-71 참조]
가. 문제의 소재
원고는 종전 정식이사에게 과반수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였던 폐지 전 정상화 심의원칙 이 이 사건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래 처분 당시의 법령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행정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처분을 늦추던 사이 당사자에게 유리한 법령이 폐지된 경우, 예외적으로 폐지된 법령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정상화 심의원칙은 법령의 위임 없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정한 행정규칙이다. 이러한 행정규칙이 재판규범 내지 재판자료가 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나. 행정규칙의 사실상 법규성
행정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규범으로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즉 법규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원은 행정규칙을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법규에 의하여만 심리하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 행정 현실에서 공무원들은 행정규칙에 따라서 처분한다. 법률보다 더 강한 사실상 규범력을 사실상 가지고 있고, 또 행정규칙은 각 부 장관 등이 많은 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제정한 것일 때도 있어, 법규성 여부를 떠나 행정기관의 전문성에서 우러나온 권위를 쉽게 부인할 수도 없다.
당해 사건만 바라보고 재판하는 법원 입장에서 행정규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법규에 의존하여 심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다. 판례의 태도
⑴ 원칙(= 행정규칙에 대한 무시)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은 행정규칙의 준수 여부로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선언하였다.
⑵ 행정규칙의 규범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경우
①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법규성을 가지는 경우 : 상위법령이 행정규칙에 법규사항의 규정을 위임한 경우, 그 행정규칙은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행정규칙은 실질상 법규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두38171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두7967 판결).
② 신뢰보호원칙과 평등원칙을 매개로 규범력을 갖는 경우 : 재량권 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위반하는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두7967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다88828, 88835 판결 참조).
③ 재량권 존중의 정신에서 행정규칙이 일정한 규범력을 갖는 경우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두60776 판결은 행정규칙의 법규성을 부인하면서도 재량에 관한 사항의 경우 행정규칙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그 허가기준을 정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이 법령에 반하거나 객관적 합리성이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법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④ 제재처분의 양정기준 : 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두48406 판결은 제재처분의 양정기준을 행정규칙으로 정한 경우, 행정규칙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존중하라는 취지이다.
⑤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 :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은 산업재해 인정 기준을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법규성이 없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용노동부 고시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⑥ 본건의 경우 : 이 사건은 신뢰보호원칙, 평등권, 재량존중 등과 무관한 영역이다. 원칙에 따라 행정규칙을 재판규범 내지 재판자료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라.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정식이사 선임권 행사 과정에서 ‘종전 정식이사들에게 과반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여야 하는지 여부는 개별․구체적 사안에서의 비교형량 문제이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에게 과반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7.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0호, 임재남 P.49-71 참조]
⑴ 사립학교 정상화 방법에 관한 오랜 사회적 논의 끝에 기존 운영자의 사립학교에 대한 지배권 인정 여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관할청의 재량행사로 결정되는 문제가 되었다. 대상판결은 그 재량행사의 적법성을 심사한 판결이다. 기존 설립자의 지배권 존중이 더 우위이냐, 아니면 사립학교의 공공성이 더 우위이냐는 추상적 차원의 논의에서 벗어나, 개별․구체적 사안에서 무엇이 가장 적합한가를 제시한 판결이다.
⑵ 대상판결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관할청의 재량행사 의무를 강조하였는데, 이 사건에서 행정규칙을 재판규범이나 재판자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관할청은 행정규칙을 준수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 처분이 적법하다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개별․구체적 사안에서 무엇이 가장 적합한 정상화 방안인지가 핵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