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행정규칙으로서의 고시>】《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위임에 따른 운영규정안을 기초로 작성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운영규정작성 전의 업무수행에 대하여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828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금전소비대차계약의 효력에 관한 사건]
【판시사항】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4조 제3항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취지 및 같은 법 제15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3조 제2항의 붙임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작성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운영규정 작성 전의 업무 수행에 대하여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14조 제3항은 ‘추진위원회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토지 등 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경우에는 그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2008. 12. 17. 대통령령 제211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은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제1호)과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제2호)을 열거하면서 그 밖의 사항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취지는 토지 등 소유자의 권리ㆍ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토지 등 소유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그에게 절차적 보장을 하려는 데에 있다.
그런데 구 도시정비법 제15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건설교통부 고시 제165호)은 제3조 제2항에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은 붙임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다음 각호의 방법에 따라 작성한다.’고 하면서, 그 붙임으로 첨부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안’의 부칙은 ‘이 운영규정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으로부터 ○○주택재건축/주택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로 승인을 받은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붙임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작성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은 도시정비법령에 따라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이 있고 운영규정이 작성된 때부터 비로소 적용되는 것이어서 운영규정이 작성되기 전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시공사)는 2003. 8.경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와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원고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사업추진경비를 대여한다는 약정(‘이 사건 대여약정’)이 포함되어있다.
⑵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5. 8.경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았다.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8조 제1항 제2호 마.목은, 추진위원회의 ‘재원조달방법의 결정 및 변경’에는 토지등소유자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부칙에서는 ‘운영규정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날부터 시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⑶ 원고는 그 이후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4회에 걸쳐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들은 그에 따른 대여금 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⑷ 그러나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설립 등의 사업추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연대보증책임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⑸ 원심은 소비대차계약이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에 따른 운영규정 시행 이후 체결되었으므로 토지 소유자 등의 동의를 결한 소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고 이에 기초한 연대보증채무도 부종성 원칙에 따라 무효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⑹ 대법원은 재원조달방법에 관한 기본적인 결정은 이 사건 대여약정이 포함된 도급계약 체결 무렵에 이미 이루어졌고, 위 도급계약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 및 운영규정 시행 이전에 체결되었으므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가 시공사와 사이에 운영규정이 작성되기 이전에 대여약정의 내용이 포함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위 대여약정의 부속계약인 소비대차계약에 따라 현금을 조달할 때에 이르기까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없는 소비대차계약의 효력이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3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음을 이유로 무효인지 여부(소극)이다.
⑵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15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건설교통부 고시 제165호)에 붙임으로 첨부된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작성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은 도시정비법령에 따라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이 있고 운영규정이 작성된 때부터 비로소 적용되는 것이어서 운영규정이 작성되기 전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⑶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08. 12. 17. 대통령령 제211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 제8조 제1항 제2호 마.목은 그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 여부를 떠나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설립승인과 운영규정 시행일 이전에 체결된 이 사건 대여약정과 이를 기초로 한 이 사건 각 소비대차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⑷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선정하는 결의를 한 다음, 원고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여약정을 포함함. 위 추진위원회는 이후 원고와 사이에 그 대여약정의 부속계약인 소비대차계약을 여러 차례 체결하였다.
이후 재개발사업 추진이 무위로 되고, 추진위원회가 원고에게 대여금을 변제하지 않자 원고가 추진위원회 및 연대보증인인 피고들을 상대로 대여금 내지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이 위 소비대차계약이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인데도 이를 받지 않은 채 체결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데, 당시 도시정비법령의 체계상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이 작성되기 이전의 재원조달방법의 결정에 대해서는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3.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033-1035 참조]
가. 관련 규정
*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추진위원회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경우에는 그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2008. 12. 17. 대통령령 제211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법 제14조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추진위원회는 업무의 내용이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때에는 다음 각호의 기준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경우 다음 각호의 사항외의 사항에 대하여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1.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
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의 작성
나. 정비사업을 시행할 범위의 확대 또는 축소
2.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
가. 법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나.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건설교통부 고시 제165호) 제3조 제2항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은 붙임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다음 각호의 방법에 따라 작성한다.
위 붙임 운영규정안 부칙 : 이 운영규정은 … 추진위원회로 승인을 받은 날부터 시행한다.
* 이 사건 운영규정 제8조 제1항 제2호 마.목
추진위원회의 ‘재원조달방법의 결정 및 변경’에는 토지등소유자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
부칙 : 운영규정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날부터 시행한다.
나. 행정규칙으로서의 고시
⑴ 고시는 근거법령규정과 ‘결합하여’ 법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뿐이고, 고시 자체는 법령이 아님
① 법령이란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시행규칙(부령)을 합하여 부르는 말이다. 시행령, 시행규칙은 대통령과 각 부에서 하는 행정입법이다.
② 장관이 만드는 행정규칙인 고시는 원칙적으로는 법령이 아니다. 전국의 공무원들에게 통일적인 기준을 주는 의미의 고시이다.
그런데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자세한 내용은 고시로 정한다고 규정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위와 같은 고시는 위임한 행정입법(대상판결에서는 시행령)과 결합하여 법령의 일부가 된다.
일반적으로 행정 각부의 장이 정하는 고시라도 그것이 특히 법령의 규정에서 특정 행정기관에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령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질 경우에는 형식과 상관없이 근거 법령 규정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5두51132 판결).
⑵ 특정 고시가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더라도,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을 벗어난 것이라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음
이는 어디까지나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 규정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는 점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더라도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대법원 2015두51132 판결).
고시가 행정입법이면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헌법에 근거하여 무효선언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고시가 상위 법령인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서 무효라는 게 아니라, 위임받지 않은 내용을 정한 것이면 의미도 없고, 효력도 없다는 게 판례의 입장이다.
다. 이 사건 운영규정
⑴ 이 사건 운영규정은 ‘건설교통부 고시’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한 ‘붙임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작성된 것이다.
⑵ 위와 같은 고시는 위임한 행정입법(법률, 시행령 등)과 결합하여 법령의 일부가 되고, 대외적인 효력을 갖는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5두51132 판결 : 일반적으로 행정 각부의 장이 정하는 고시라도 그것이 특히 법령의 규정에서 특정 행정기관에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령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질 경우에는 형식과 상관없이 근거 법령 규정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 규정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는 점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더라도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⑶ 결국 이 사건 운영규정 제8조 제1항 제2호 마.목에 따라, 재원조달방법을 결정, 변경함에 있어서는 토지소유자 등의 1/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라. 이 사건 운영규정의 효력발생 시점 (=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날’부터)
⑴ 이 사건 운영규정은 그 부칙 규정에 따라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날’부터 효력이 있는데, 소비대차계약의 근거가 된 대여약정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 이전에 체결된 것이므로, 여기에 이 사건 운영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⑵ 소비대차계약은 도급계약에 포함된 이 사건 대여약정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자금대여라는 ‘재원조달방법의 결정’은 이미 이 사건 대여약정이 포함된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있었던 것이므로, 도급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효력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구 도시정비법 및 동 시행령 자체에는 ‘자금 대여’에 관하여 토지소유자 등의 동의를 요한다고 하는 규정이 없고, 위 내용은 이 사건 운영규정에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도급계약 체결 시점이 구 도시정비법 시행 이후라 하더라도, 아직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이 되지 않아 이 사건 운영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인 이상, 자금 대여에 관하여 토지소유자 등의 동의를 요한다고 볼 근거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⑶ 토지 소유자 등의 동의를 받지 못해 자금 대여 계약 등이 무효가 되는 경우도 많다.
자금 대여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경우, 자금을 대여한 시공사 등은 ‘부당이득반환’을 예비적으로 청구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
단, 이 경우 ① 소비대차계약 자체가 무효인 것은 변하지 않으므로 연대보증인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될 것이고, ② 추진위원회가 선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존이익’의 범위 내에서만 반환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