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를 쓴 노숙자】《“쪽팔림은 순간이지만, 이익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기로 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오늘 선물 받은 에트로(ETRO) 비니(beanie)다.
전에는 모자를 쓰지 않았다.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도 말이다.
30대 젊은 시절 골프에 푹 빠졌을 때는 골프 모자를 썼다.
1996년과 1997년에 2번의 홀인원을 한 후 더 이상 골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후에는 골프 모자조차 써 본 일이 없다.
머리카락이 눌리는 것이 싫어서 한여름 햇볕 아래서도 모자를 잘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모자를 쓴다.
봄이나 가을에 야외를 걸을 때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볼캡(Ball cap)을 번갈아 가면서 쓰고,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비니(beanie)를 주로 쓴다.
헌팅캡(Hunnting Cap)과 페도라(Fedora), 버킷햇(bucket hat)이나 파나마 햇(Panama hat)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써본 적이 전혀 없다.
한국에서 쓰고 다니면 미친 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갔을 때 그곳에서만 쓴다.
낯선 해외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모자 때문에 머리카락이 눌리는 것에 대한 반감은 포기한지 이미 오래다.
오뉴월 소불알처럼 축 늘어지고 힘이 빠진 머리카락 때문이다.
젊은 시절 돼지털처럼 뻣뻣했던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고 힘없이 찰랑거린다.
샤워할 때마다 한움큼의 머리카락과 이별을 한다.
비니를 쓰면, 노숙자처럼 보인단다.
그래도 비니를 써야 하나?
명분이 중요할까, 아니면 실리가 중요할까.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도 바친다.
역사가 보여주는 명백한 진실이다.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로마의 박해”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위해 목숨도 내던진다.
밟을수록 더 꿈틀거린다.
이처럼 명분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이슬람교가 세계적 종교로 퍼져나간 이유는 기독교와 전혀 다르다.
강제로 타종교를 금지시키고 개종을 요구하면, 사람은 목숨을 걸고라도 자신의 신념과 종교를 지킨다.
일찍이 서구인들은 무슬림에 의한 정복사업을 소위 “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종교의 강압적 전파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무슬림들은 피정복민들에게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다.
피정복자들의 문화, 관습, 종교를 보호하였고, 그 대가로 무슬림보다 더 많은 세금만 요구하였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자 피정복민들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싫어서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의 대량 개종을 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종교박해나 강요 없이도 피정복지가 자연스럽게 무슬림화 되었다.
자신의 종교를 금지시키면 목숨을 걸고 반발하던 사람들이 그까짓 몇푼의 세금을 덜 내려고 순순히 개종하였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Irony)다.
명분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실리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쪽팔림은 순간이지만, 이익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나 역시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기로 했다.
이 나이에 비니를 쓴 노숙자처럼 보이면 어떠냔 말이다.
그저 등 따뜻하고 배부른 게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