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행정소송

【행정규칙】《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두2001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5. 18. 15:57
728x90

【행정규칙】《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2001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1, 홍득관 P.638-668 참조]

 

. 행정규칙의 효력

 

 행정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에서의 행정의 사무처리기준으로서 제정된 일반적추상적 규범을 말한다.

실무에서의 훈령통첩예규 등이 행정규칙에 해당한다.

 

 행정규칙은 통상 법적 근거 없이 제정되고 법규가 아닌 점에서 법규명령과 구별된다.

행정규칙은 원칙적으로 직접 대외적인 구속력(행정행위의 상대방인 국민 또는 법 원에 대한 구속력)은 없지만 행정조직 내부에서는 구속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행정의 실제에서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적용되고 있다.

 

. 상위법령에 위반된 행정규칙의 효력 유무

 

 행정규칙의 내용이 상위법령에 반하는 것이라면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모순금지 원칙에 따라 그것은 법질서상 당연무효이고, 행정 내부적 효력도 인정될 수 없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16328 판결,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072076 판결).

 

 법령의 규정이 특정 행정기관에게 그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그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임 행정기관은 일반행정규칙이나 규정의 형식으로 그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 우의 행정규칙 등은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 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되지만, 이는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으로서가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하여 예 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행정규칙이나 규정이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대법원 1987. 9. 29. 선고 86484 판결,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713474 판결 등 참조).

 

다. 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두20011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 또는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상위법령에 위반되는 행정규칙의 효력,  원고들에 대한 퇴직조치의 근거가 된 국가정보원의 내부 규정을 행정내부 준칙으로 삼아 재계약 당시 계약기간 또는 계약기간 만료 이후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세부적인 업무처리절차나 법령의 해석적용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이 있지 않는 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다만 행정규칙이 이를 정한 행정기관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그 규정 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행정규칙의 내용이 상위법령에 반하는 것이라면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모순금지 원칙에 따라 그것은 법질서상 당연무효이고, 행정내부적 효력도 인정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해당 행정규칙이 법질서상 부존재하는 것으로 취급하여 행정기관이 한 조치의 당부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목적 등에 따라서 판단하여야 한다.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 20조 제2호 및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등 개정 관련 후속처리지침에서는 원고들이 근무한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정하거나 만 45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하였는데, 원고들이 위 각 규정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성별 차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공무원지위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정보원의 위 각 규정을 행정내부 준칙으로 삼아 재계약 당시 계약기간 또는 계약기간 만료 이후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에 따라 이루어진 국가정보원장의 퇴직조치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이다.

 

2. 행정규칙으로서의 고시

 

. 행정규칙으로서의 고시

 

 고시는 근거법령규정과 결합하여 법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뿐이고, 고시 자체는 법령이 아님

 

 법령이란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시행규칙(부령)을 합하여 부르는 말이다. 시행령, 시행규칙은 대통령과 각 부에서 하는 행정입법이다.

 

 장관이 만드는 행정규칙인 고시는 원칙적으로는 법령이 아니다. 전국의 공무원들에게 통일적인 기준을 주는 의미의 고시이다.

그런데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자세한 내용은 고시로 정한다고 규정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위와 같은 고시는 위임한 행정입법(대상판결에서는 시행령)과 결합하여 법령의 일부가 된다.

일반적으로 행정 각부의 장이 정하는 고시라도 그것이 특히 법령의 규정에서 특정 행정기관에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령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질 경우에는 형식과 상관없이 근거 법령 규정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551132 판결).

 

 특정 고시가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더라도,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을 벗어난 것이라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음

 

이는 어디까지나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 규정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는 점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더라도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대법원 201551132 판결).

 

고시가 행정입법이면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헌법에 근거하여 무효선언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고시가 상위 법령인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서 무효라는 게 아니라, 위임받지 않은 내용을 정한 것이면 의미도 없고, 효력도 없다는 게 판례의 입장이다.

 

나.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위임에 따른 운영규정안을 기초로 작성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운영규정작성 전의 업무수행에 대하여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0828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가 시공사와 사이에 운영규정이 작성되기 이전에 대여약정의 내용이 포함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위 대여약정의 부속계약인 소비대차계약에 따라 현금을 조달할 때에 이르기까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없는 소비대차계약의 효력이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4조 제3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음을 이유로 무효인지 여부(소극)이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15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건설교통부 고시 제165호)에 붙임으로 첨부된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작성된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은 도시정비법령에 따라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이 있고 운영규정이 작성된 때부터 비로소 적용되는 것이어서 운영규정이 작성되기 전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08. 12. 17. 대통령령 제211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 제8조 제1항 제2호 마.목은 그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 여부를 떠나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설립승인과 운영규정 시행일 이전에 체결된 이 사건 대여약정과 이를 기초로 한 이 사건 각 소비대차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선정하는 결의를 한 다음, 원고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여약정을 포함함. 위 추진위원회는 이후 원고와 사이에 그 대여약정의 부속계약인 소비대차계약을 여러 차례 체결하였다.

이후 재개발사업 추진이 무위로 되고, 추진위원회가 원고에게 대여금을 변제하지 않자 원고가 추진위원회 및 연대보증인인 피고들을 상대로 대여금 내지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이 위 소비대차계약이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5. 3. 18. 법률 제73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 14조 제3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인데도 이를 받지 않은 채 체결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는데, 당시 도시정비법령의 체계상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이 작성되기 이전의 재원조달방법의 결정에 대해서는 구 도시정비법 제14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이 사건 운영규정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금전소비대차계약의 효력에 관한 사건이다.

이 사건 운영규정은 건설교통부 고시인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한 붙임 운영규정안을 기본으로 하여 작성된 것이다.

 

 위와 같은 고시는 위임한 행정입법(법률, 시행령 등)과 결합하여 법령의 일부가 되고, 대외적인 효력을 갖는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551132 판결 : 일반적으로 행정 각부의 장이 정하는 고시라도 그것이 특히 법령의 규정에서 특정 행정기관에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령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질 경우에는 형식과 상관없이 근거 법령 규정과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령의 위임에 따라 법령 규정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는 점에 근거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효력이므로 특정 고시가 비록 법령에 근거를 둔 것이더라도 규정 내용이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경우에는 법규명령으로서의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할 여지는 없다).

 

 결국 이 사건 운영규정 제8조 제1항 제2호 마.목에 따라, 재원조달방법을 결정, 변경함에 있어서는 토지소유자 등의 1/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사건 운영규정의 효력발생 시점 (=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날부터)

 

 이 사건 운영규정은 그 부칙 규정에 따라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을 받은 날부터 효력이 있는데, 소비대차계약의 근거가 된 대여약정은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 이전에 체결된 것이므로, 여기에 이 사건 운영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소비대차계약은 도급계약에 포함된 이 사건 대여약정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자금대여라는 재원조달방법의 결정은 이미 이 사건 대여약정이 포함된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있었던 것이므로, 도급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효력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구 도시정비법 및 동 시행령 자체에는 자금 대여에 관하여 토지소유자 등의 동의를 요한다고 하는 규정이 없고, 위 내용은 이 사건 운영규정에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도급계약 체결 시점이 구 도시정비법 시행 이후라 하더라도, 아직 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이 되지 않아 이 사건 운영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인 이상, 자금 대여에 관하여 토지소유자 등의 동의를 요한다고 볼 근거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토지 소유자 등의 동의를 받지 못해 자금 대여 계약 등이 무효가 되는 경우도 많다.

자금 대여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경우, 자금을 대여한 시공사 등은 부당이득반환을 예비적으로 청구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

, 이 경우  소비대차계약 자체가 무효인 것은 변하지 않으므로 연대보증인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될 것이고,  추진위원회가 선의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존이익의 범위 내에서만 반환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3. 행정규칙의 사실상 법규성

 

가. 행정규칙의 사실상 법규성

 

행정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규범으로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즉 법규가 아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원은 행정규칙을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법규에 의하여만 심리하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 행정 현실에서 공무원들은 행정규칙에 따라서 처분한다. 법률보다 더 강한 사실상 규범력을 사실상 가지고 있고, 또 행정규칙은 각 부 장관 등이 많은 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제정한 것일 때도 있어, 법규성 여부를 떠나 행정기관의 전문성에서 우러나온 권위를 쉽게 부인할 수도 없다.

당해 사건만 바라보고 재판하는 법원 입장에서 행정규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법규에 의존하여 심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 판례의 태도

 

 원칙(= 행정규칙에 대한 무시)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38874 판결은 행정규칙의 준수 여부로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선언하였다.

 

 행정규칙의 규범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경우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법규성을 가지는 경우 : 상위법령이 행정규칙에 법규사항의 규정을 위임한 경우, 그 행정규칙은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행정규칙은 실질상 법규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38171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7967 판결).

 

 신뢰보호원칙과 평등원칙을 매개로 규범력을 갖는 경우 : 재량권 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위반하는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7967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88828, 88835 판결 참조).

 

 재량권 존중의 정신에서 행정규칙이 일정한 규범력을 갖는 경우 :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60776 판결은 행정규칙의 법규성을 부인하면서도 재량에 관한 사항의 경우 행정규칙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그 허가기준을 정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이 법령에 반하거나 객관적 합리성이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법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제재처분의 양정기준 : 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48406 판결은 제재처분의 양정기준을 행정규칙으로 정한 경우, 행정규칙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존중하라는 취지이다.

 

 산업재해 인정 여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 :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39297 판결은 산업재해 인정 기준을 정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법규성이 없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용노동부 고시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9362 판결의 경우 :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신뢰보호원칙, 평등권, 재량존중 등과 무관한 영역이다. 원칙에 따라 행정규칙을 재판규범 내지 재판자료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다.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ㆍ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지 여부(소극) 및 처분이 행정규칙에 적합한지에 따라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이 사건의 쟁점은, 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사립학교법상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 행사기준이다.

 

 관할청이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의3에 의하여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에는 퇴임한 정식이사들의 긴급처리권에 구애받지 않고 공석이 있는 이사 정수 전원에 대하여 정식이사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퇴임한 이사에게 인정되는 긴급처리권은 퇴임 이사의 직무수행을 곧바로 중단시키면 이사회 의결을 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게 됨을 전제로, 달리 그 퇴임 이사에게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691조의 유추로 인정되는 예외적․비상적 권한이다. 한편,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의3에 의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을 비롯한 민법상의 자율적 수단에 의해서는 학교법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운 경우에 인정되는 공적 개입 수단이다. 이러한 관계법령의 체계상 퇴임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이 가능한 경우에는 애초에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이미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되어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정식이사 선임권은 관할청으로 옮겨오고 그 선임권 행사를 통하여 학교법인 이사회가 정상화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퇴임한 정식이사의 긴급처리권이 무조건 보장될 필요는 없다.

 

 또한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 이사회 기능이 마비된 경우, 임시의 위기관리자로서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임시이사 선임 사유가 해소되어 학교법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한 경우 퇴임 정식이사는 임시이사 선임의 효력이 부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긴급처리권을 상실하여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곧바로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예외적인 경우라 하여 그와 달리 볼 이유는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종전 정식이사가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고 보아 사립학교 분쟁해결 절차를 달리 취급할 수는 없다.
다. 사립학교법이 규정한 정식이사 선임권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학교법인 활동의 장애를 초래한 분쟁의 다양한 양상에 알맞도록 관할청이 탄력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함이 바람직하다.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에 반영될 수 있고, 만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합리적 이유 없이 종전 정식이사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되어 정식이사 선임 처분은 행정쟁송절차에서 취소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석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처분이 행정규칙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이 행정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처분이 적법한지는 행정규칙에 적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등 참조).
3. 민법상 재단법인의 성격을 가지는 학교법인은 스스로 구성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구현한다.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학교법인의 자율적 수단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유지․회복하기 어려운 때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을 보충․후견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다. 따라서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은 가능한 한 설립자의 설립목적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그 권한행사 과정에서 설립자로부터 순차적으로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승계하였다고 볼 수 있는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권 역시 법령상 인정된 제도로서, 이는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다소 후퇴시키더라도, 국가의 일정한 개입을 통하여 학교법인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한이므로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종전 정식이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원고들은 관할청이 정식이사 선임권을 갖는 경우라 해도 종전 정식이사가 긴급처리권으로 후임 정식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원고들의 긴급처리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처분으로 이사회 이사 정수 전원에 해당하는 정식이사를 선임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고들은 피고보조참가인의 종전 정식이사로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당시의 정상화 심의원칙에 따라 정식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식이사 선임을 미루는 사이에 정상화 심의원칙이 폐지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폐지 전 정상화 심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 원고들에게 과반수 이사 추천권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처분은 이를 부인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상화 심의원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을 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정상화 심의원칙이 적용되는지, 나아가 이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로 가를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법이 관할청에게 부여한 정식이사 선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가.

 

 종전 정식이사들의 의견대립으로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피고보조참가인의 정상화 과정에서 종전 정식이사들 중 일방에 불과한 원고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처분의 목적과 처분의 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관할청의 정식이사 선임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