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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무효․취소의 소급효 제한, 근로관계에서의 부당이득】《승진발령이 무효인 경우 승진에 따른 임금인상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7. 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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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무효취소의 소급효 제한, 근로관계에서의 부당이득】《승진발령이 무효인 경우 승진에 따른 임금인상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29271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근로계약 무효취소의 소급효 제한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윤혜원 P.381-397 참조]

 

. 문제의 소재

 

 일반적인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는 경우에는 그 소급효에 따라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법상 근로계약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무효취소의 소급효를 제한하고 장래효만을 인정하는 특수한 법리가 존재한다.

 

 승진 무효의 경우에도 장래효만이 인정된다면, 피고들로서는 승진이 무효로 선언되기 전까지는 3급 또는 5급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한 상태에서 이 사건 급여상승분을 지급받은 것이어서 부당이득은 문제 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 근로계약이 무효취소인 경우 소급효 제한 법리

 

사법상 근로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는 경우, 판례는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원칙적으로 무효취소의 소급효를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25194, 25200 판결).

 

. 근로계약이 무효취소인 경우 소급효 제한 법리의 예외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제한적 소급효 부정설에 따라 사적 자치의 원칙과 공동체적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당해 법리의 적용 범위에 한계를 설정하여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이 있다. 이와 같은 견해에 따르면, 근로계약 취소의 소급효 제한은 현실적 노무가 제공된 근로계약 관계를 무효로 돌림으로써 발생하는 부당이득 청산의 어려움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노무제공자의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이나 신뢰상태를 보호할 가치가 적은 경우에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라는 민법의 기본원칙으로 돌아가 소급효를 제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근로자가 이력서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경력을 사칭하는 등으로 사용자를 기망하여 근로계약이 취소된 경우, 원칙적으로는 취소의 소급효가 제한된다고 보아야 하나, 근로자의 사기로 인한 기망의 정도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 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를 시에는 취소의 소급효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의 경우

 

 제한적 소급효 부정설에 가해질 수 있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경우 승진 무효에 따른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선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승진시험은 피고들의 승진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므로, 이와 관련된 피고들의 기망 방식이나 정도는 승진의 목적을 달성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 된 승진시험에 의한 3급 고시승진의 경우 시험합격자를 대상으로 승진후보자 서열명부상의 평정점수의 5, 시험성적 5할을 합산한 성적의 고득점 순위에 따라 그 승진이 이루어지는 구조로, 승진시험의 합격 여부 및 그 득점의 고저는 승진 여부와 직결된다. 승진후보자 서열명부상의 평정점수와 인사위원회 평정점수를 이용한 일반적인 승진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위와 같은 고시승진 절차를 별도로 둔 것은, 일정 체류기간이나 나이에 도달하지 않아도 승진시험 점수가 해당 응시자의 능력을 보장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비리를 통해 승진시험에 합격하고 고득점을 받은 것은 일반적인 입사 절차에서 단순히 일부 경력만을 사칭한 것보다 그 기망의 정도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피고들의 기망의 정도가 승진의 목적을 달성불가능하게 할 정도에 이른 이상, 피고들로서도 승진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기본적 근로관계의 유지를 전제로 하면서도 승진 무효에 따른 이 사건 급여상승분만의 반환이 문제 되는바, 승진 무효에 따른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피고들의 지위가 크게 불안정해진다고 보기 어렵다. 근로에 대한 대가와 직위 자체에 대한 대가가 비교적 분명히 구분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부당이득 청산의 어려움으로 인해 소급효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

 

2. 근로계약의 소급적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3호 윤혜원 P.381-397 참조]

 

. 문제의 소재

 

 하자 있는 근로계약에 기하여 지급된 임금 및 퇴직금의 부당이득 반환 문제와 관련하여, 선례는 대개 임용결격 공무원에 집중하여 논의를 진행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임용결격 공무원의 경우에는 사법상 근로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는 경우와는 달리 처음부터 공무원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므로, 이 경우 임용결격 공무원이 제공한 근로와 국가가 지급한 임금 및 퇴직금과 관련하여 부당이득 반환이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엄밀히는 사법상 근로계약이 문제 되었기는 하나, 이 사건과 임용결격 공무원의 사안 모두 부당이득 일반 법리가 문제 되는 점,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된 임금이라는 점에서는 임용결격 공무원의 임용 관계든 사법상 근로계약 관계든 큰 차이가 없다는 점, 이 사건의 원심 역시 임용결격 공무원과 관련된 선례를 참조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임용결격 공무원과 관련된 논의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 판례의 태도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10350 판결은 부당이득 법리에 의하여 임용결격 공무원의 임금 문제를 해결한 최초의 선례이다. 위 판결에서는 임용행위가 구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어 당연무효인 경우가 문제 되었는데, 법원은 임용 시부터 퇴직 시까지의 근로는 법률상 원인 없이 제공된 부당이득이므로 이를 반환하여야 할 것인바,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금전적 가치는 피고 소속 공무원이 같은 업무에 같은 기간 동안 근무할 경우 지급받게 될 근로의 대가 상당액으로서, 여기에는 퇴직급여 중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에 상당하는 금액 또한 포함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임용행위가 당연무효인 경우에 퇴직금의 귀속 문제와 관련하여, 임용결격 공무원에게  공무원연금법상 퇴직금이 전부 귀속되어야 한다는 견해,  적어도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은 귀속되어야 한다는 견해,  본인의 기여금 부분을 제외하고는 퇴직금이 귀속될 수 없다는 견해가 대립한다.

판례는 의 견해를 채택하여, ‘공무원연금법상 퇴직급여 중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에 해당하는 부분은 재직 중 근무의 대가로서 지급하였어야 할 임금에 해당하는 반면 그 나머지 부분은 재직 중의 성실한 복무에 대한 공로보상 또는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것이므로, 각 부분을 구분하여 원고에의 귀속 여부를 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 보인다.

 

 위 판결이 선고된 이후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2200486 판결의 경우에는 위 판결 법리의 연장선상에서, 임용행위가 당연무효임에 따라 퇴직급여와 관련하여 임용결격 공무원이 입은 손해는 임용기간 중 근로의 대가로서의 손해액에 해당하는 공무원연금법상 기여금 관련 금액 및 퇴직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근로의 대가로서의 손해액에 해당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상당액의 합계이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득은 공무원연금법상 퇴직급여 상당액임을 명시하였다.

 

 결국 임용결격 공무원의 경우든 하자 있는 사법상 근로계약의 경우든, 당해 공무원 내지 근로자가 재직기간 중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임금은 당해 공무원 내지 근로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선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때 대개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액수 산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같은 업무에 같은 기간 동안 근무할 경우 지급받게 되는 급여 전액을 당해 공무원 내지 근로자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로에 대한 대가 공무원 지위 자체나 근로자로서의 일정한 지위 자체에 대한 대가를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 경우에는 근로에 대한 대가를 따로 계산하여 그 부분만을 당해 공무원 내지 근로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따라서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살펴본다면, 이 사건 급여상승분을 승진 그 자체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3. 근로관계에서 부당이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김영진 P.2492-2495 참조]

 

. 부당이득이 문제된 국면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중간퇴직처리를 하면서 퇴직금을 지급하였으나, 퇴직처리가 무효인 경우  착오로 인하여 변제기에 있지 않은 채무를 변제한 경우가 아님(알았거나 중과실)  기지급 퇴직금에 대한 지급일 다음날부터 최종퇴직시까지 기간 동안의 법정이자 상당액은 부당이득이 아님(대법원 200434790 판결, 대법원 9138075 판결, 대법원 916856 판결 등)

 

다만, 최종 퇴직시 산정된 퇴직금에서 중간퇴직처리 과정에서 기지급된 퇴직금을 공제해야 함(대법원 200434790 판결, 대법원 9140276 판결 등)

 

 무효인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해 지급된 퇴직금  부당이득에 해당함  사용자가 이러한 부당이득금 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가 최종 퇴직시 받을 퇴직금채권과 상계는 가능하나, 퇴직금채권의 1/2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만 상계허용(대법원 200790760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해 퇴직금 분할 약정 형식만 취한 경우  분할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돈은 실질적으로 임금에 해당  부당이득 불성립(대법원 2017290613, 290620 판결, 대법원 201277006 판결, 대법원 201095147 판결 등)

 

 사용자가 30일 전 해고예고 절차를 위반하여 해고예고수당(근로기준법 제26조 본문)을 지급하였으나, 해고가 무효인 경우  근로자가 수령한 해고예고수당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음(대법원 201716778 판결)

 

 임용행위가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된 공무원  해당 공무원은 공무원연급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정한 퇴직급여를 청구할 수 없음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공무원의 근로제공으로 부당이득을 얻게 됨  부당이득 성립 범위는 임용결격공무원이 입은 손해(임용기간 중 근로의 대가로서의 손해액에 해당하는 공무원연금법상 기여금 관련 금액 및 퇴직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근로의 대가로서의 손해액에 해당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금 상당액의 합계)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득액(공무원연금법상 퇴직급여 상당액)을 넘는 경우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반환하여야 할 부당이득액은 공무원연금법상 퇴직급여 상당액으로 제한됨(대법원 2012200486 판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취한 권고사직 조치가 부당해고로 확정되어, 사용자가 근로자를 복직시킨 후 다시 적법하게 퇴직시킨 경우  종전 권고사직시 근로자에게 지급된 퇴직금(위로금 포함)  기수령 퇴직금 중 정당한 퇴직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부당이득에 해당(대법원 200018127 판결)

 

 근로자가 사용자를 기망하여 병가를 얻고 근무하지 않은 경우  해당 기간 동안 근로자가 수령한 급여는 부당이득(대법원 200060890, 60906 판결)

 

. 근로계약 무효, 취소의 소급효 제한(대법원 201325194, 25200 판결)

 

 근로계약도 의사표시의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으면, 당사자는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그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됨  취소 이전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함  따라서 부당해고 후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취소한 경우 해고 통지 후 취소 의사표시 이전의 부당해고 기간 동안에는 현실적 노무제공이 없었더라도 근로자는 임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 승진발령이 무효인 경우 승진에 따른 임금인상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 

 

 승진발령이 무효인 경우

 

채용 자체가 무효인 사안은 아님  곧바로 소급효가 제한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움

 

 무효인 승진 전후 직급에 따른 업무수행이 달라진 경우

 

근로자는 승진된 직급에 상응하는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자신이 지급받은 임금은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임  실질적인 초과이득이 없음  부당이득 불성립

 

 무효인 승진 전후 직급에 따른 업무수행이 달라지지 않은 경우

 

근로자는 종전과 같은 근로를 제공하면서도 직급 상승에 따른 임금 상승의 이득만 얻은 것임  무효인 승진으로 인하여 얻은 초과이득이 존재  부당이득 성립

 

승진이 무효인 근로자가 승진 후 유효하게 승진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같은 직급의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부당이득이 인정됨  직급에 따른 급여 차이를 긍정하는 이상(,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라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이상) 승진이 무효인 근로자의 임금 중에는 승진으로 인하여 초과 지급된 부분이 있기 때문임

 

 승진을 전후한 업무수행의 변화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새로운 법리

 

 여러 사정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로 판단한다.

 제공된 근로의 형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원심은 승진 후 임금도 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었으므로 근로자들의 부당이득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승진을 전후하여 근로자들의 업무수행의 변화를 심리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이 사건 급여상승분은 적어도 그 명목상으로는 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3급 또는 5급으로 승진한 그 자체에 대한 대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는 부당이득 부정설과 부당이득 긍정설이 대립한다.

 

판결(대법원 2022. 8. 19. 선고 2017다292718 판결)은 부당이득 긍정설을 택하여 원심판결과 다른 결론을 취했다.

 

 

 

【근로계약의 취소, 근로계약 취소권 행사의 제한 및 하자의 치유, 근로계약 취소의 효과로서 소급효, 진실고지의무】《근로자의 경력사칭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근로계약취소의 가능 여부 및 그 취소의 소급효 인정 여부(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근로계약 취소의 허용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3, 박정대 P.377-392 참조]

 

가. 근로계약의 법적 성질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한편 민법상 고용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민법 제655조)을 말한다.

 

 근로계약 자체는 고용계약과의 구별을 부정하든 긍정하든 고용계약의 일부로서 그 법적 성질은 사법상 계약으로 볼 수밖에 없고 다만, 민법상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근로기준법의 입법목적(헌법에 근거한 근로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률)에 반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 경우에는 민법의 법리를 수정 내지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

 

나. 결함 있는 근로계약의 종료를 위해 해고 외에 근로계약의 취소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근로계약이 착오 또는 사기ㆍ강박으로 성립되었다면 민법의 취소 법리를 근로계약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① 해고설과 ② 취소설이 대립한다.

취소설(그중 계속적 채권관계론을 바탕으로 한 계약설)에 따라 경력사칭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의 취소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1985. 4. 9. 선고 83다카2202 판결에서 최초로 경력사칭은 징계해고사유가 된다고 판시하여 왔다. 이력서에 허위의 경력을 기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그 근로자의 정직성에 대한 중요한 부정적 요소가 됨은 물론 기업이 고용하려고 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전인격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므로 채용 여부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경력을 은폐하고 허위의 경력을 기재하는 것은 사용자와 피용자 사이에 요구되는 신의칙상 의무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기업 질서문란의 현실적 결과의 발생이 없었다 하더라도 징계사유가 된다고 하여 긍정설 중 추상적 위험설을 취하였다(94다14650, 89다카30846 판결 등).

 

 따라서 근로자가 채용될 때 제출한 이력서에 허위의 경력 등을 기재한 행위를 징계해고사유의 하나로 삼고 있는 취업규칙은 그와 같은 허위사항의 기재가 작성자의 착오로 인한 것이라거나, 그 내용이 극히 사소하여 그것을 징계해고사유로 삼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하지 않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까지 이를 적용하지 않는 한, 정당한 해고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경력사칭의 경우 징계해고사유 외에 동시에 근로계약의 취소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된 적은 없다. 한편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을 사법상 고용계약으로 보고 계약의 취소사유가 있다면 그 취소를 주장하여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15479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1689 판결).

 

2. 근로계약 취소권 행사의 제한 및 하자의 치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3, 박정대 P.377-392 참조]

 

가. 취소권 행사 제한의 필요성

 

근로계약의 취소를 인정하더라도 근로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사용자의 취소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 이는 곧 취소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고 하자의 치유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나. 취소요건 해석에 있어서의 진실고지의무 등

 

 근로 계약체결 시 신의칙을 근거로 근로자의 진실고지의무가 인정된다.

 

 다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침해 혹은 근로자보호법의 규정에 반하는 근로자의 인격권 관련 사항 등에 대하여는 사용자의 질문권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체로 진실고지의무는 위와 같이 허용된 질문에 한해 인정되는데, 남녀고용평등 관련 사항, 사생활의 자유ㆍ인격권 관련 사항, 사상ㆍ신조 관련 사항 등은 허용되지 않는 질문이며, 노동력의 평가에 관한 사항(학력, 직력, 면허, 경력 등)은 진실고지의무의 범위에 포함되나 전인격적 판단에 관한 사항(사상, 신조)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대법원은 일응 이 또한 포함된다는 입장으로 보이나(대법원 1985. 4. 9. 선고 83다카2202 판결,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5누851 판결 사건 등) 구체적 사실관계의 문제로서 사안마다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백화점 매장의 판매 매니저는 노동력의 평가에 관한 사항으로 진실고지의무의 범위에 포함되고 그에 관한 경력을 사칭한 원고에 대한 취소권 행사는 그 요건을 갖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취소권 행사요건에 문제는 없다.

백화점 매장 판매 매니저의 매장관리 경력은 이 사건 근로계약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그에 대한 착오, 기망 등이 사소한 부분에 관한 것으로 취급되어 취소권 행사의 제한사유가 될 수는 없다.

 

다. 근로계약상 하자의 치유

 

 경력사칭이라는 근로계약의 하자가 사후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판례는 대체로 쉽게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다. 이는 주로 해고의 정당성 판단의 고려요소로 작용한다.

중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직장에 중졸인 것처럼 사칭하고 증명서를 위조하여 입사한 자가 8년간 계속 근무한 경우에는 기업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8년간 근무만으로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본 반면(대법원 1989. 3. 14. 선고 87다카3196 판결 등), 과거 형사처벌을 받아 파면된 사실을 숨기고 입사하여 13년간 성실히 근무해온 경우 이를 이유로 한 징계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30921 판결 등) 그 하자의 치유를 인정한 예도 있다.

 

 대체로 하자 치유 인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될 수 있다.

① 근무기간 : 취소권의 제척기간이 3년, 10년으로 장기인 점에서 근로관계의 존속을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 기간이 경과하지 않아도 근로관계 진행 과정에 하자의 의의를 상실하였다면 치유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② 근무태도 : 근로자의 성실성과 능력인정, 포상이나 승진 등도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③ 하자의 정도 : 사용자가 필수적으로 정한 학위 등의 자격조건은 엄격히 해석(이를 사칭한 것은 반사회성이 큼)해야 한다.

 

라.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의 경우

 

 이 사건의 경우, 입사 후 3개월 정도 된 시점에서 경력사칭이 밝혀져 해고가 이루어졌고 그 소송 과정에서 근로계약의 취소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취소권의 제척기간에 비해 짧은 하자 치유기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정도만의 시간적 간격으로 피고가 경력사칭에 이의가 없었다거나 취소 주장이 시간적으로 너무 늦어 하자의 치유가 인정되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그 하자의 정도 역시 피고 회사는 백화점 판매점을 운영하는 것이 주된 업무로서 그에 관한 경력이 채용의 주요 조건이었던 점에서 이를 근로계약의 사소한 부분에 불과하여 하자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취소권 행사의 제한은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검토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앞서 보았듯이 이상의 취소의 제한 내지 하자의 치유에 관한 논의는 사실상 취소의 정당한 이유(해고에 있어서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판단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라. 근로계약 취소의 효과로서 소급효를 제한할 것인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3, 박정대 P.377-392 참조]

 

 근로계약 취소를 인정하는 입장에서 소급효 제한에 반대하는 견해는 찾기 어렵고 해고만이 적용된다는 해고설 역시 소급효를 제한하고 장래효만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소급효의 인정 범위에 관하여는 ① 소급효 긍정설(소급효 무제한설, 전면적 소급효)와 ② 소급효 부정설(소급효 제한설, 장래효만 인정. 근로계약의 해지)의 견해가 대립한다.

소급효 부정설(소급효 제한설)에 따라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를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 역시 부당해고임이 확정된 경우 부당해고 기간 동안은 근로관계가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면서, 다만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노무가 제공되지 못한 것이므로 임금 전부의 지급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39860 판결 등 다수).

 

마. 근로자의 경력사칭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근로계약취소의 가능 여부 및 그 취소의 소급효 인정 여부(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근로자의 경력사칭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근로계약 취소의 가능 여부 및 그 취소의 소급효 인정 여부이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그와 같이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 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

 

⑶ 원고가 허위 경력의 이력서를 제출하여 피고 회사의 백화점 매장 매니저로 채용되었다가 사실이 밝혀져 해고되었는데 부당해고 구제절차에서 해고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후 이 사건 소로써 그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소송계속 중 원고의 경력사칭이 기망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근로계약 자체를 취소한 사건에서, 근로계약이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점에서 일반 계약과 다른 특성이 있으나 그 본질은 사법상 계약이므로 의사표시에 취소 사유가 있다면 이를 이유로 한 취소가 허용되고, 다만 계속적 채권관계인 근로계약에 따라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취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하여 인정될 뿐이며, 따라서 취소 이전의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지급의무가 여전히 인정됨에도 단지 그 기간 중에 노무제공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기간까지 취소의 소급효가 인정되어 피고의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⑷ 위 판결은, 근로자의 경력사칭은 기존에 해고사유로 보아 주로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 다투어져 왔으나 경력사칭이라는 기망행위를 원인으로 한 근로계약의 취소를 최초로 인정하면서도 그 취소요건 등 취소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고 취소의 효력은 장래에 한하여 미치는 것으로 보아 소급효를 제한함으로써 취소권 행사의 남용으로 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해석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