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사라진 지하 1층의 고양이들】《어디 있든 행복해라. 너희들이 다시 태어난다면, 모로코나 튀르키예의 고양이로 태어나거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3. 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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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지하 1층의 고양이들어디 있든 행복해라. 너희들이 다시 태어난다면, 모로코나 튀르키예의 고양이로 태어나거라.》〔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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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서 집 없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음식을 구할 쓰레기봉투나 쓰레기통이 전혀 없기 때문일까 싶다.

 

그런데 재작년 겨울 무렵부터 지하 1층 빈공간에 고양이 몇 마리가 보인다.

아마도 추위를 피해서 온 고양이들로 보였다.

강추위도 힘들겠지만, 엄동설한에 어디서 음식을 구할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운동하러 갈 때마다 마주치는 고양이들에게 또르의 간식 통조림을 가져다주곤 했다.

누군가 나에게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민폐라고요.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들고양이들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에요.”라고 손가락질을 받든다든가 잔소리를 들을 것을 각오하고 한 짓이었다.

그럼에도 당장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는 고양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인도여행을 하다 보면 길거리에 소가 정말 많이 보인다.

인도 길거리는 대부분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혀 있다.

그런데 삐쩍 마른 소들이 길거리의 웅덩이에 고인 더러운 똥물을 마시거나, 쓰레기를 뒤져 음식을 먹는다.

그들이 신성시하는 소들에게 좀 더 깨끗한 물을 먹였으면 하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반면 튀르키예나 모로코에 가면, 길거리나 상점 등에 개와 고양이가 너무 많이 보인다.

털도 매끈매끈 윤기가 흐르고, 건강해 보인다.

사람을 잘 따르며 겁을 내지도 않는다.

식사를 하고 있노라면, 고양이 몇 마리가 모여든다.

, 혹시 괜찮으시다면 남은 음식을 조금만 주세요. 조금이면 된답니다.”라는 분위기로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부르면 꼬리를 세우고 다가오고, 쓰다듬어주면 기분 좋은지 크릉거린다.

 

이곳에서 강아지의 경우 서 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따뜻한 곳에서 편한 자세로 누워 자고 있다.

너무 움직임이 없어서 처음에는 죽은 줄 알았다.

이곳은 고양이와 개들의 천국이다.

 

모로코나 튀르키예에서 고양이와 개들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나무나 새나 꽃처럼 그냥 그 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그들의 세계는 그런 식으로 매우 너그럽게 성립되어 있는데, 아마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세계관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 통조림을 준비해서 갔건만, 따뜻한 봄이 되어서인지 지하 1층에 있던 고양이들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

어디 있든 행복해라.

너희들이 다시 태어난다면, 모로코나 튀르키예의 고양이로 태어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