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9. 1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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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윤경변호사】

 

전에는 아무 일도 안하고 빈둥거리고 있으면 불안하고 죄책감이 느껴졌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감이 엄습했고, 아무 것도 안하는 시간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웬일인가.

가만히 의자에 기대 앉아 쉬고 있어도 편안하고 행복하다.

커피 한잔 마시며 창밖의 먼 산을 바라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1-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생체시계가 고장난 걸까.

고장난 거라면 그냥 두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 내 심장이 건강하게 쿵쿵 뛰고 있음에 새롭게 감사하고 기뻐한다.

하루 세끼 굶지 않고 먹을 수 있고, 소박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은혜에 감사한다.

오늘 하루 사랑하고 기억할 사람이 많다는 것과 일터를 향하며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새롭게 기뻐한다.

 

짬짬이 좋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전람회를 가고 산책도 할 수 있는 주말의 시간을 늘 처음인 듯 설레며 기뻐한다.

또르와의 만남과 그 변함 없는 애정에 감사한다.

예기치 않은 손님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어떤 숨은 뜻을 알아듣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며 기뻐한다.

 

오늘 제주지방법원 가는 비행기 안에서 푸른 바다를 보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아아!’하면서 마음 속으로 감탄하기만 할 뿐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어 안타까웠다.

 

제주도 가을하늘이 너무 맑고 밝고 투명하다.

하늘과 바다의 빛깔이 더욱 푸르다.

날마다 새롭게 감탄하면서 즐기고, 즐기면서 감탄한다.

적당히 숨기려 해도 자꾸만 감사한 마음과 기쁨이 웃음으로 삐져나온다.

 

인생의 먼 길을 즐겁게 가려면 이러한 작은 기쁨들과 친해져야 한다.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으련다.

산책길에 보이는 나무와 풀벌레에게도 인사해야지.

 

작은 기쁨들에 감사하다 보니 그것들이 모여 큰 빛으로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마음을 흥분으로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