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깜비'의 음덕(陰德)을 받고 있는 '또르(Thor)']【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9. 13. 21:34
728x90

['깜비'의 음덕(陰德)을 받고 있는 '또르(Thor)']【윤경변호사】

 

또르가 지난 주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아직 어리고 건강해서인지 1주일 만에 완전하게 회복되었다.

마취의 여파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새 옷을 사다가 입혔다.

처음 입어보는 옷이 어색한지 이리 물고 저리 물고 난리다.

 

사실 또르는 깜비 덕분에 깜비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깜비와 지내던 시절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너무 바빴다.

어느 해인가는 7-8개월이 넘도록 산책 한 번 못할 정도로 다들 여유 없이 지낸 적도 있다.

나도 항상 밤 11-12시까지 일만 하던 시절이었고, 아이들도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였던 지라 깜비에게 애정을 쏟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 시절 어쩌다 힘들고 괴로울 때는 깜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잔디밭에 앉아 신록이 우거진 숲과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떠오른다.

그때는 그게 기쁨인지 몰랐다.

 

건강하던 깜비가 쓰러진 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힘 없이 누워 있다가도 안아주면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얼굴을 핥았다.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면서 물 한모금 삼키지 못할 때 강아지가 건강하게 뛰놀던 그 시절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더불어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한 것인데 그때는 몰랐다.

깜비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생각해보면 깜비에게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깜비’가 떠난 공백이 너무 크고 허전해서 ‘또르’를 들였다.

다시는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 ‘또르’에게는 깊은 애정을 주고 있다.

 

또르도 그런 마음을 아는지, 하는 짓마다 너무 귀엽다.

어린 강아지의 활달한 기를 받아서인지 나도 덩달아 활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