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걷는 즐거움 - 서촌마을]【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0. 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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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즐거움 - 서촌마을]【윤경변호사】

 

<낙엽은 더 이상 내 곁에 머물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과 닮았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벼운 세수만 한 채 경복궁 옆 ‘세종마을(서촌마을)’로 향했다.

트레드밀(treadmill) 위를 걷는 것은 지겹고 단조로운데 반해 골목길을 걷는 것은 오랜 시간을 걸어도 재미있다.

발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골목길이 한가해서 좋다.

3시간 가량 걸으니 허기진다.

눈에 띄는 가게로 들어가 브런치를 먹었다.

 

브런치 카페의 분위기가 아늑하고 여유롭다.

서래마을, 경리단길, 홍대 앞, 이태원 등 지금까지 다녀 본 브런치 카페 중 가장 맛있는 곳은 사실 가로수길의 ‘에이블(ABLE)’이다.

 

낙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떨어진 낙엽을 밟고 걷노라면 가슴 속에 허허로운 바람이 분다.

낙엽이 되어 떨어지기 전에는 관심도 없던 나뭇잎이 색깔이 다 바랜 상태에서 생명력을 잃고 나면, 내 마음에도 싸한 외로움이 몰려온다.

그것은 어쩌면 상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낙엽처럼 하나씩 떨어져 내리기 때문이지 모른다.

 

어린 시절 단풍이 곱게 든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두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 순간 간직한 것은 단지 아름다운 빛깔을 띠고 있는 낙엽이 아니라, 당시의 소중한 추억 한 조각을 담아두려 한 것일 게다.

그때 그 마음은 더 이상 곁에 머물지 않는 아름다운 순간을 아쉬워하는 애틋한 심정을 닮아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삶의 나뭇가지에서 많은 추억의 낙엽을 떨어뜨린다.

어쩔 수 없이 우리 곁을 떠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느끼는 안타까운 마음을 낙엽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