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상황이 불리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리한 것이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0. 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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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불리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리한 것이다.]【윤경변호사】

 

<포커판에 끼어든지 30분이 지나도록 누가 봉인지 모른다면, 그 때는 당신이 봉이다.>

 

‘금융시장에서의 투자’는 ‘도박판’과 비슷하다.

‘금융거래’나 ‘투자’를 노름판에서의 ‘도박’과 비교하는 것은 불경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의 거래건 도박이건 모두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되었고, 치밀한 두뇌싸움에서 다른 사람을 이겨야 성공할 수 있으며,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쾌감을 동반한다는 등의 공통점도 있으니, 전혀 다르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도박이 인류의 시작과 함께 존재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도박이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이해한 오락이라는 뜻일 것이다.

 

가치투자자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나 ‘피터 린치(Peter Lynch)’, ‘워렌 버핏(Warren Buffett)’ 등 위대한 투자자들은 곧잘 “포커판에 끼어든지 30분이 지나도록 누가 봉인지 모른다면, 그 때는 당신이 봉이다.”라는 말을 잘 인용한다.

금융시장에 아무런 지식도 없이 허황된 꿈만 가지고 잘못 발을 들여 놓으면 그대로 ‘봉’이 되고 만다는 강력한 경고이다.

 

어린 시절 명절때는 집에서 친척들과 ‘고스톱’을, 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또는 MT를 가면 포커(Poker), 마이티, 하이로, 바둑이 등을 했고, 사회 초년시절에는 마작(麻雀)을 접했다.

그 후 일이 바빠지면서 도박은 자연스레 내 인생에서 멀어지게 되었지만,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금융시장’이란 도박판은 합법적으로 활개를 친다.

 

<상대의 인내심 무너뜨리기 - 막부시대 검술 신음류(新陰流)>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이 쓴 “전쟁의 기술(The 33 Strategies Of War)”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6세기 일본에 신음류(新陰流)라는 독특한 검술이 등장했다.

이 방법을 쓰는 사무라이는 발걸음부터 눈의 깜박임까지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해 적을 곤혹스럽게 했다.

인내심을 잃은 적이 공격에 나서 허점을 보이는 순간 치명적인 반격을 가한다.

이 검술의 핵심은 상대방이 초조하고 불안해 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침착성을 잃지 않는 데 있다.

일본의 어느 사무라이는 일부러 대결장소에 늦게 나타나 화가나 갈갈이 뛰는 상대방의 목을 단칼에 베기도 했다.

뛰어난 사무라이는 ‘칼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평정한 사람’이다.

 

상대방과 겨루어야 하는 포커판이나 금융투자시장에도 이 원리는 강력하게 적용된다.

 

<흔들리는 것은 깃발이 아니라 마음이다.>

 

혼마 무네히사(本間宗久, 1717~1803)는 일본 에도시대에 쌀 거래로 일본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거상이다.

“사케다5법”의 창시자로서 전설적인 투자 명인 중 한사람이다.

 

현재 주식차트의 기술적 분석에 쓰이는 “캔들차트”의 고안자인 혼마 무네히사가 거래 초기, 거듭된 실패로 빈털터리가 되자 고향에 있는 산사로 들어간다.

어느 날 주지스님은 담 너머 펄럭이는 깃발을 가리키며 “자네는 저 깃발이 왜 흔들린다고 생각하나”라고 묻는다.

답을 알 길이 없던 혼마가 “바람이 불어대니 흔들리는 거죠”라고 건성으로 대답하자,

스님은 “저 깃발이 흔들리는 건 자네 맘이 흔들리기 때문이네”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결국 흔들리는 마음이 문제였다.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은 혼마는 이후 투자에서 백전백승하며 ‘거래의 신’, ‘앉아서 천하를 움직이는 사람’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평정심을 잃지 않은 자가 게임에서 승리한다.

“흔들리는 것은 깃발이 아니라 마음이다.”

도박판이나 투자의 금융시장에서 패한 자는 상황이 불리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불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