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관심과 애정이 담긴 기대를 받으면, 그에 부응하는 노력을 하게 되고 정말 그렇게 된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0. 1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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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애정이 담긴 기대를 받으면, 그에 부응하는 노력을 하게 되고 정말 그렇게 된다.]【윤경변호사】

 

<어린 천사의 죽음>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에 나온 일화이다.

 

어느 중학교 교사가 얼어붙을 듯 추운 2월의 어느 날 아침 차를 몰고 학교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할 무렵 앞서 가던 버스가 갑자기 길가에 있는 약국 앞에 멈춰 섰다.

 

그때 한 소년이 비틀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더니 무너지듯 눈길 위에 쓰러졌다.

버스 운전사와 그 교사는 거의 같은 순간에 소년에게로 달려갔다.

학교 학생이었다.

소년의 창백하고 텅 빈 얼굴은 주위에 쌓인 눈보다도 더 하얗게 보였다.

 

운전사가 속삭였다.

"죽었어요."

 

교사는 충격에 휩싸여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버스 안에서는 겁먹은 표정의 학교 학생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사가 말했다.

"의사를 불러야겠어요! 빨리! 전화를 하겠소."

 

"소용없습니다. 이 애는 죽었습니다."

운전사는 소년의 차가운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애는 자신이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냥 내 어깨를 건드리더니 아주 작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저 미안하지만 전 약국 앞에서 내려야겠어요.' 그것이 전부였어요. 공손하고 미안해 하는 표정이었지요."

 

학교에 도착하자 소문이 복도를 타고 물결처럼 전해졌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속삭이며 물었다.

“누가 죽었다구? 버스에서 내려서 죽은 애가 누구야?”

 

다른 학생이 대답했다.

"그 애 이름을 다들 잘 몰라. 산 동네 쪽에서 사는 애래."

 

교무실과 교장실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교장이 교사에게 말했다.

"선생께서 그 학생의 부모에게 소식을 전해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소. 어쨌든 학교 측에서 누군가 아이의 집을 방문해야겠지요."

 

“왜 제가 가야만 하죠?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가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교장이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그 학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지난 2학년 때의 생활기록부를 들쳐 보니 그 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교사로 선생이 지목되어 있더군요."

 

그 애가 가장 좋아한 교사였다니! 왜였을까?

그 애는 지난2년 동안 교사에게 단 두 마디도 하지 않았다.

교사는 그 애를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다.

소년은 교사가 가르치는 오후의 문학 수업 시간에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언제나 혼자서 교실에 들어와 혼자서 교실을 나갔다.

“결코 웃지 않는 아이였어. 그 애가 웃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지.”

 

교사는 방과 후에 교무실에 혼자 앉아 소년에 대한 각종 생활기록부를 살펴 보았다.

소년은 어떤 동아리나 운동부에 가입한 적이 없었다.

한 번도 교무실에 불려 온 적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놀이와 행동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한 소년을 그토록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을까?

 

생활기록부의 기록들이 그 대답을 말해 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때의 담임 교사가 적어 놓은 것은 이랬다.

“착하고 부끄럼을 타는 아이. 수줍어하지만 열성적임.”

 

그러다가 3학년이 되면서 ‘공격’과 ‘비난’이 시작되었다.

어떤 교사는 단호하게 이렇게 적었다.

“말이 없음. 비협조적이고, 학습 속도가 느림."

다른 교사는 이렇게 적었다.

“둔하고, 재치가 없음. IQ 낮음.”

 

결국 그들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소년의 IQ는 83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아이큐는 106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소년의 IQ는 10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수줍고 부끄럼 타는 아이라고 해도 쾌활한 면을 갖고 있다.

단지 그것을 깨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교사는 타자기 앞에 앉아, “교육이 소년에게 어떤 짓을 했는가”를 지적하는 분노에 찬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교사는 생활기록부를 집어 던진 다음 교무실 문을 꽝 닫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조금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한 어린 소년이 계속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조그만 얼굴에, 낡은 청바지를 입은 마른 소년이, 오랫동안 의지할 곳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떠나가 버린 큼지막한 눈의 슬픈 소년이 교사를 따라왔다.

 

교사는 상상할 수 있었다.

그 애가 얼마나 자주 운동부와 동아리에서 제외됐는가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귓속 말이 그를 따돌렸는가를.

 

끝없이 그 아이의 귀에 대고 말하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넌 벙어리야. 멍청이 바보야. 넌 아무 존재도 아냐."

 

어린 소년은 의심 없이 그 말들을 믿은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분명했다.

 

마침내 소년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을 때 그 아이는 눈 쌓인 길 위에 무너져 세상을 떠나 버린 것이다.

의사는 아마도 죽음의 원인을 심장마비로 적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교사의 생각을 바꿔 놓지는 못했다.

 

<‘기대’와 ‘격려’가 “좋은 결과”를 낳는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한다.

 

피그말리온(Pygmalion)이라는 명칭은 그리스 신화 속의 피그말리온이라는 왕에서 유래되었다.

 

고대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작품 속 여인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상아로 만든 조각상에 ‘갈라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사람을 대하듯 옷을 입히고 장신구를 걸어주며 꽃을 선물하고 침대에 뉘어 재우기까지 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 여신(女神)에게 조각상 여인이 아내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의 간절한 기도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그는 살아있는 여인이 된 ‘갈라데아’와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다.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명언에 대한 예로 출발하였지만, 로젠탈(Robert Rosenthal)에 의하여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여 그렇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교육적으로 증명한 것을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 자성적 예언, 자기충족적 예언)라고 한다.

 

1964년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과 미국에서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레노어 제이콥슨(Lenore Jacobson)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았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하였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다.

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후 군인, 사관생도, 기술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를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라고 부르며, 긍정적 믿음이 성과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현상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교사가 학생에게 거는 기대가 실제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관심과 애정이 담긴 기대를 받으면서 ‘할 수 있다.’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면,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것이 좋은 결과로 귀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