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태어날 때부터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0. 24. 11:19
728x90

[태어날 때부터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윤경변호사】

 

<모든 일도 해석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리이위(李一宇)가 쓴 “세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옛날에 아주 영험한 도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점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는데, 어느 날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수재 세 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누가 과거에 합격될지 알고 싶어 도사에게 뜻을 밝힌 후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다.

 

도사는 눈을 지그시 감더니 그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도사는 먼지떨이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보세요, 그때 가면 자연히 알게 될 거요. 이것은 ‘천기’라서 누설할 수가 없습니다."

 

세 명의 수재는 궁금했으나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수재가 돌아간 후에 시종이 호기심이 차서 물으니, 도사는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시종이 다시 물었다.

"그럼, 스승님께서 손가락 하나를 내민 것은 무슨 뜻입니까? 한 명이 합격된단 말입니까?"

 

"그러니라."

 

"그들 가운데 둘이 합격된다면요?"

 

"그럼, 하나가 합격되지 못한다는 뜻이니라."

 

"그들 셋이 모두 합격되면 어떻게 하죠?"

 

"그때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합격된다는 뜻이니라."

 

시종은 그때서야 깨닫고 나서 말했다.

"이것이 바로 '천기'였군요."

 

모든 일도 해석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정해진 팔자(八字),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있는가.>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불신하는 시각은 조선시대 일화에도 드러난다.

 

명종(明宗) 때 소문난 점술가 홍계관(洪繼寬)은 당대의 명정승 상진 대감의 사주를 풀어 모년 모월 모일에 죽을 것이라 예언했다.

대감은 그날을 당해 죽을 준비를 하고 기다렸는데도 15년을 더 살았다.

이에 대감이 홍계관을 불러 죽지 않은 이유를 따지자, 그는 언제 어디에선가 죽을 목숨을 살려준 음덕이 있었을 것이며 그 음덕 때문에 수명이 연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상진 대감은 '사주란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구먼' 하고 비꼬았다.

 

다른 일화도 있다.

성종(成宗)은 자신과 사주가 똑같은 과부가 성 안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서 그 과부를 불려 들여 살아온 인생역정을 물어보았다.

과부의 삶은 다음과 같았다.

성종이 세자로 책봉되던 해에 이 여인은 어머니와 사별했고, 성종이 임금으로 등극하던 해에 이 여인은 남편과 사별하여 과부가 되었다.

성종은 자신에게 경사스러운 일이 있던 해마다 이 여인에게는 불행한 일이 겹쳐서 지금은 밥을 빌어먹고 있는 처지임을 확인하고는 '못 믿을 건 사주로다'하며 개탄하였다고 한다.

 

운명적으로 정해진 팔자는 없다.

팔자에 대한 집착이 팔자를 만든다.

자아상이 바꾸면 팔자가 바뀐다.

부정적인 자아상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설계하면 팔자도 바뀐다.

 

<운명(運命)을 개척한 알렉산더대왕>

 

알렉산더 대왕이 유럽을 평정한 후 아시아로 정복전쟁을 나서기 전이었다. 그는 많은 부하들과 함께 점성술사를 찾아가 자신의 큰 손을 펴서 점성술사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내 손금을 보고 말해주게. 내가 천하를 제패할 수 있겠는가?"

 

알렉산더 대왕의 갑작스런 방문과 그가 이끌고 온 장수들의 우람하고 용맹스러운 모습에 점성술사는 기가 죽었지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켜 가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알렉산더대왕의 손금을 살펴보았다.

이윽고 손금을 보고 난 점성술사가 말했다.

"아주 훌륭한 손금이옵니다."

 

"내가 물은 것은 천하의 제패에 관한 것이지 않은가?"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제 목숨이 위태롭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하하하. 내가 그렇게 속이 좁은 것 같소? 걱정 말고 있는 그대로 대답하시오."

 

점성술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운명선과 두뇌선이 1cm 만 더 길었다면 천하를 얻을텐데 지금의 손금으로는 힘들겠습니다."

 

"그래?"

점성술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알렉산더대왕은 서슴없이 자신의 칼을 빼들어 자신의 손바닥에 대고 쭉 그었다.

손금을 1cm 더 늘린 것이다.

 

"자, 이러면 되겠는가?"

 

점성술사가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대왕께서는 세계를 제패할 천운을 타고 나지는 못했지만, 반드시 천하를 호령할 것입니다.

‘운명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대왕의 운을 바꾸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