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판결(1) - 降將(항장)은 不殺(불살)]
<12․12, 5․18 사건 항소심 판결문 중에서 발췌>
1. 피고인 전두환에 대하여
피고인 전두환은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하여 하극상의 패역(悖逆)으로 군의 기강을 파괴하였고, 5․17 내란을 일으켜 힘으로 권력을 탈취하면서 많은 사람을 살상하고 군사통치의 종식을 기대하는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었으며, 불법으로 조성한 막대한 자금으로 사람을 움직여 타락한 행태를 정치의 본령으로 만들었다.
그 죄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중 6․29 선언을 수용하여 민주회복과 평화적 정권교체의 단서를 연 것은 늦게나마 국민의 뜻에 순종한 것이다. 권력의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정치문화로부터 탈피하여, 권력을 내놓아도 죽는 일은 없다는 원칙을 확립하는 일은, 쿠데타를 응징하는 것에 못지않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 자고로 降將은 不殺이라 하였으니 共和를 위하여 減一等하지 않을 수 없다.
2. 피고인 노태우에 대하여
피고인 노태우는 피고인 전두환의 참월(僭越)하는 뜻을 시종 追隨하여 영화를 나누고 그 업을 이었다.
그러나 首唱한 자와 追隨한 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 전두환의 책임에서 다시 減一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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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결론의 당부를 떠나,
문장만으로 보면 위 문장은 선택뿐만 아니라 배열과 확장의 면에서도 절묘한 표현방법을 보여준다.
한자어를 적절히 선택하고 “자고로 降將은 不殺이라 하였으니”와 “首唱한 자와 追隨한 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으므로”의 통념을 적절하게 선택하여 원용함으로써 쉽지 않은 양향판단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통상의 판결서에서 보기 어려운 전통적인 과거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판결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판사의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역사관의 한 단면을 과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판사와 판결에 대한 신뢰를 극적으로 끌어올렸으며 아울러 읽는 재미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친숙한 판결로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 신문을 보고 느낀 소회.
天網恢恢 疎而不漏(천망회회 소이불루)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서
성기기는 하나 새지 않는다.
- 노자(老子)의 도덕경 칠십삼장(七十三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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