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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191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8. 9. 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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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191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1914 판결

 

[요지]

 

[1] 강간죄에 있어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피해자를 여관방으로 유인하여 방문을 걸어 잠근 후 성교할 것을 요구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

 

[3]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인바, 자동차운전면허가 없는 자에게 승용차를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무면허운전을 하게 하였다면 이는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범행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

 

제목 :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1. 형법상의 강간죄에 있어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

 

강간죄의 수단인 폭행(협박)의 정도에 관하여 학설상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강도죄와 같은 정도의 것)임을 요한다는 견해,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할 정도의 것은 물론,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공갈죄 보다 높고 강도죄 보다 낮은 정도의 것)도 포함한다는 견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것(공갈죄와 같은 정도)이면 족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통설 및 판례는 의 견해를 취하고 있다.

 

. 판례의 태도

 

판례는 강간죄에 있어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일반론으로 적시하고 있는바(대법원 1999. 9. 21. 선고 992608 판결, 2001. 2. 23. 선고 20005395 판결, 2001. 10. 30. 선고 20014462 판결 등 다수), 위와 같은 추상적인 기준만 가지고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고, 결국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내지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에는 강간죄의 수단으로서의 폭행(협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반드시 통설 및 판례와 같이 상대방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 이상의 것이어야 하고 단순히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박상기, “강간죄와 폭행,협박의 정도”, 형사판례연구[4], 189-191면 참조}.

 

과거 정조를 생명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유교적 관념이 강하였던 시절에는 다른 법익의 침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자신의 정조를 지키는 것은 부녀자의 당연한 의무로 여겨졌으므로 다소의 강제력이 수반되더라도 반항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가 아니었다면 강제로 성교한 행위를 강간으로 보지 않고 정조를 지키지 못한 부녀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었을지 모르나, 현재와 같이 성적 문제에 관한 한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사회에 있어서 부녀자에게 종래와 같은 정도로 다른 법익의 침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기 정조에 대한 방어의무를 부여하여, 현저히 방어가 곤란할 정도가 아니면 성적 자유의사가 침해되더라도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과연 현재의 사회의식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어느 정도의 강제력이 동원된 행위를 강간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은 시대를 초월하여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의식이 변천되면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관하여는 종래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거나 이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로서도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고(이러한 경우 유형력의 행사 정도에 따라 양형의 차이를 두거나 미수감경 또는 작량감경을 통하여 충분히 적절한 양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2. 판례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례

 

. 판례는, 유부녀인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만취된 상태에서 피고인에게 강간을 당한 바 있는데 피고인이 이를 빌미로 위와 같은 성교사실을 동네사람들과 남편에게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여 성교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그 외에 별다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고, 강간당한 사실이나 그 이후 다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의 경우 일반적으로 단지 그것만을 들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여 강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대법원 1998. 7. 28. 선고 981379 판결), 룸싸롱 호스티스인 피해자가 방 2칸의 아파트를 빌려서 조정환과 동거하여 오다가, 같은 룸싸롱 호스티스로 평소 피해자가 언니라고 부르던 윤동숙에게 위 아파트의 방 1칸을 빌려주어 그 동거인인 피고인과 함께 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서로 친숙하게 지내오다가 피고인이 그 방에서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사안에서, 성교 직전 피해자가 피고인의 방에 들어와 담배를 빌려 달라고 한 점, 성교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각자의 동거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질외사정을 한 점, 피해자가 성교 후 피고인의 담배를 피운 점,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상처가 피고인의 어떠한 폭행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이 없고, 그 상처는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교도중 격정에 못이겨 만든 상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판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하였고(대법원 1992. 4. 14. 선고 92259 판결),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화를 통하여 사귀어 오면서 서로 반말을 하고 음담패설을 주고받을 정도까지 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으로 가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방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들어가 치마를 벗기려고 하면서 간음을 시도하였는데, 그 방에는 피해자의 죽은 시어머니를 위한 제청이 설치되어 있어서 피해자가 여기는 제청방이니 이런 곳에서 이런 짓 하면 벌 받는다고 말하여 장소를 안방으로 옮기게 된 점, 피고인과 피해자가 제청방을 나온 후 피해자의 시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구원을 요청하지 아니한 점, 같은 일시에 행하여진 1, 2차 성관계 전에 발기되지 않고 있는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손으로 만져 발기시킨 점(피고인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이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고 진술함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강제로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음) 등을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고(대법원 1991. 5. 28. 선고 91546 판결), 피해자가 사건당일 동료공원인 피고인과 우연히 만나 별다른 강압이나 저항 없이 부근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40여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생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21:00경까지 그곳에서 머물다가 같이 나온 후, 피고인의 친구가 거주하는 기숙사 방에 들어가 피고인이 갑자기 피해자를 방바닥에 눕히고 몸으로 짖누르며 내의를 벗기어 간음하려 할 때 단지 몸부림을 치고 저항하는 정도로도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범행장소 또한 다수의 사람이 기숙하는 곳인데 피해자는 거부의 의사표시나 다투는 소리 이외에는 별다른 저항이나 고함을 지르지 아니한데다가, 그 후 피고인의 친구가 방에 들어와 옆방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는데도 피해자는 피고인이나 그들의 별다른 감시나 방해 없이 밤늦은 23:00경까지 약 2시간 가까이 그곳에서 머물다가, 기숙사방에서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그곳 사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다같이 그곳을 나왔고, 그곳에서 나온 이후에도 피해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아니한 채 뚜렷한 이유나 별다른 저항 없이 도보로 20~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피고인의 자취방으로 다시 따라 갔고, 안집과 1미터의 마루를 사이에 두고 있는 그 자취방에서 같이 밤을 보내면서 피고인이 여러 차례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으나 그때마다 피해자의 거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사안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려 한 때의 상황이나 전후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은 다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음에 불과하고, 그 유형력의 행사가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케 할 정도에까지 이른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0. 12. 11. 선고 902224 판결).

 

. 한편 피고인이 나이 어린 피해자를 원심 판시 여관방으로 유인한 다음 방문을 걸어 잠근 후 피해자에게 성교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옆방에 내 친구들이 많이 있다. 소리 지르면 다 들을 것이다. 조용히 해라. 한 명하고 할 것이냐? 여러 명하고 할 것이냐?”라고 말하면서 성행위를 요구한 사안에서 강간죄를 인정하였고(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1914 판결 참조 ),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있다가 욕정을 일으켜 피고인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겁을 먹은 피해자에게 자신이 전과자라고 말하면서 캔맥주를 집어던지고 피해자의 뺨을 한번 때리면서 성행위를 요구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연령이 어린 점 및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없는 새벽에 건물 내실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단둘이 있는 상황인 점 등을 들어 강간죄를 인정하였으며(대법원 1999. 4. 9. 선고 99519 판결), 피고인이 처녀인 피해자 혼자 운영하는 약국에 자주 드나들며 호의를 베푸는 등 의도적으로 접근하다 밖에서 만나자고 하여 승용차로 유인, 야산 골목길로 데리고 가서 차를 담 벽에 바싹 붙여 주차하여 문을 열고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문을 잠근 후 협박하여 1차 성교행위를 하고, 그로부터 3일 후 피고인이 이를 빌미로 소문내서 약국을 못하게 하겠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를 협박하자 피해자가 피고인이 요구하는 데로 호텔로 따라가 스스로 옷을 벗고 성교에 응한 경우에도, 1, 2차 성교행위를 모두 강간으로 인정하였으며(대법원 1999. 7. 27. 선고 991966 판결), 더욱이 피고인이 술에 취해 내연관계에 있던 여인의 집에서 그 딸인 피해자(19)의 팔을 잡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한 다음 갑자기 입술을 빨고, 계속하여 저항하는 피해자에게 '재연이는 대학생이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유방과 엉덩이를 만지고 피해자의 팬티를 벗기려고 하여 피해자가 이를 뿌리치고 동생 방으로 건너간 사안에서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1253 판결).

 

3. 대상판결의 경우

 

대상판결인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5075 판결은 강간죄에 있어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여관방으로 유인하여 방문을 걸어 잠근 후 성교할 것을 요구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즉 피고인이 피해자를 원심 판시 여관방으로 유인한 다음 방문을 걸어잠근 후 피해자에게 성교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옆방에 내 친구들이 많이 있다. 소리지르면 다 들을 것이다. 조용히 해라. 한 명하고 할 것이나? 여러 명하고 할 것이냐?”라고 말하면서 성행위를 요구하였고, 피해자의 연령, 다른 사람의 출입이 곤란한 심야의 여관방에 피고인과 피해자 단둘이 있는 상황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이 된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