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난 내가 어두운 관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9. 11.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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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어두운 관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세금고지서나 과태료고지서가 날라오는 순간 느끼는 생각의 차이>

 

주차하다가 벤츠 뒷범퍼를 박았다.

주차하려던 장소가 주차장 맨끝의 격벽이 있는 곳이라서 자동주차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곳이다.

 

예전 같으면 재수가 없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겠지만, 지금은 가벼이 넘긴다.

이미 벌어진 일에 신경 써서 무엇하겠는가?

 

속도위반으로 과태료 고지서가 날라오거나 말도 안되는 금액의 세금고지서가 오면, 전에는 기분이 불쾌했다.

지금은 기꺼이 과태료를 납부한다.

세금도 편한 마음으로 낸다.

 

속도위반한 내 잘못을 뒤집을 수도 없는 것이고, 내 힘으로 세금제도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마음의 평화를 위해 심리적으로 자신의 뇌를 속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난 내가 납부한 돈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이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아름다운 조국를 위해 쓰인다고 상상한다.

 

기분 잡치고 불쾌한 시간을 갖는 대신 기분좋고 상쾌한 마음으로 내 일에 집중하면서 그 만큼 생산적인 일로 보충하면 되지 않겠는가?

 

커피값이 1-2천 원 싸든 비싸든 신경쓰지 않는다.

주차요금이 다른 곳보다 몇천 원 차이가 나든 말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런 사소한 일이 내 인생을 좌우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일에 내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

이런 태도를 견지하면서 살아도 별로 잃는 것이 전혀 없고, 오히려 절대로 마음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다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에 괜히 우울한 날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닥쳐와 힘들고 답답한 날도 있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손에 잡힐 것 같았던 희망이 간혹 우수수 떨어져 버려 절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영원한 승리', '영속적인 권력'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좌절감이 느껴지거나, 화가 날 때마다 난 내가 어두운 관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쓸데없는 걱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는 순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내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죽음에 도달하는 순간 모두 제로가 된다.

삶의 끝에서 아무도 당신이 얼마나 많은 학위를 가졌으며, 얼마나 큰 집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좋은 고급차를 굴리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삶이 더욱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죽음이 강으로 내몰린 그 순간이다.

죽음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인생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죽음이 나에게 가르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