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마지막 승객】《생의 마지막 순간, 그 손을 잡아준 사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6. 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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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승객】《생의 마지막 순간, 그 손을 잡아준 사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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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뉴욕의 한 택시 운전사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호출을 받았다.

주소는 인적 없는 슬럼가 한복판.

대부분의 운전자라면 그저 무시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차에서 내려 문을 두드렸다.

한참 뒤 열린 문 너머, 작은 가방을 끌고 나오는 한 노부인.

모자를 눌러쓴 채 고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우아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시내를 돌아서 가주세요. 급할 건 없어요.”

그녀는 노인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삶의 마지막 장소로 향하는 길에,

그녀는 과거의 기억들을 한 장씩 넘기고 싶었던 것이다.

 

두 시간 동안 그들은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처녀 시절 엘리베이터 걸로 일하던 빌딩,

신혼살림을 차렸던 작은 집,

젊은 시절 춤을 추던 무도회장.

 

그녀는 차 안에 앉아, 조용히 그 시절을 바라보았다.

말없이 눈으로 작별을 고하는 노부인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깊은 사랑과 아픔이 담긴 침묵이었다.

 

마침내 요양원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조심스레 요금을 꺼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오늘은 제게도 뜻깊은 밤이었어요.”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내 인생 마지막 기쁜 시간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 말과 함께

삶의 마지막 문이 닫혔다.

문틈으로 새어나온 건 단지 바람소리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오랜 세월과 기억, 그리고 따뜻한 감정들이었다.

 

우리는 종종 모른다.

우리가 하는 한 마디 말,

내미는 한 번의 손길이

누군가에겐 생의 마지막 위안일 수 있다는 것을.

 

가장 보통의 밤,

한 택시 운전사가 보여준 따뜻한 배려는

어떤 고귀한 말보다 더 큰 사랑이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미소 짓게 한다면

한 가슴의 상처를 치유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