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콘스탄티노스 카바피(C. P. Cavafy)의 '이타카(Ithaka)’(2)】《네가 걸어온 길이 너의 삶이 될지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7. 5. 14:57
728x90

콘스탄티노스 카바피(C. P. Cavafy)'이타카(Ithaka)’(2)】《네가 걸어온 길이 너의 삶이 될지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너의 정신이 고결하고

너의 영혼과 육체에 숭고한 감정이 깃들면

그들은 너의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

네가 그들을 영혼 안에 들이지 않고

너의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만 않으면

라이스트리고네스와 키클롬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으리

 

카바피는 시에서 말한다.

진짜 위험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면에서 만들어진다고.

 

나는 20대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늘 신발엔 빗물이 들이쳤고,

세상도, 사람도, 심지어 나 자신도

늘 뿌옇고 흐릿하게 느껴질 정도로 초라했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시작된 내 청춘은

남루했고, 고단했고, 낯설었다.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무엇 하나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좌절은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삶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정작 나를 버린 건

나 스스로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고,

내 안에 키클롭스를 들였으며,

포세이돈의 분노 앞에서

스스로 방향을 잃었다.

 

하지만 길은 늘 내 앞에 있었다.

문제는 내가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 눈이 너무 흐려져 있었고,

내 영혼이 너무 무거웠다.

 

카바피는 말한다.

장애물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정신이 고결하지 않을 때,

내 감정이 숭고하지 않을 때,

나는 어떤 파도에도 휩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반대일 때

정신이 바로 서고,

내가 나를 믿기 시작할 때

라이스트리고네스도, 키클롭스도,

포세이돈도 그저 한 조각의 파도일 뿐이다.

 

젊음은 실패해도 괜찮은 시간이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를 내 안에 고정된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나는 너무 오래

내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이 현실이 되도록 방치했다.

 

이제는 안다.

그 시절의 나도, 길 위에 있었다는 걸.

비록 방향을 몰랐고,

무릎 꿇기도 했지만,

그 역시 나의 항해였다는 것을.

 

그러니 다시 말하고 싶다.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이미 이타카로 가는 길 위에 있다.

비가 새는 신발로 걷고 있다 해도

그 길은 분명 우리를 이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