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티노스 카바피(C. P. Cavafy)의 '이타카(Ithaka)’(2)】《네가 걸어온 길이 너의 삶이 될지니》〔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너의 정신이 고결하고
너의 영혼과 육체에 숭고한 감정이 깃들면
그들은 너의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
네가 그들을 영혼 안에 들이지 않고
너의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만 않으면
라이스트리고네스와 키클롬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으리』
카바피는 시에서 말한다.
진짜 위험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면에서 만들어진다고.
나는 20대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늘 신발엔 빗물이 들이쳤고,
세상도, 사람도, 심지어 나 자신도
늘 뿌옇고 흐릿하게 느껴질 정도로 초라했다.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시작된 내 청춘은
남루했고, 고단했고, 낯설었다.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무엇 하나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좌절은 끊임없이 밀려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삶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정작 나를 버린 건
나 스스로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고,
내 안에 키클롭스를 들였으며,
포세이돈의 분노 앞에서
스스로 방향을 잃었다.
하지만 길은 늘 내 앞에 있었다.
문제는 내가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 눈이 너무 흐려져 있었고,
내 영혼이 너무 무거웠다.
카바피는 말한다.
“장애물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정신이 고결하지 않을 때,
내 감정이 숭고하지 않을 때,
나는 어떤 파도에도 휩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반대일 때
정신이 바로 서고,
내가 나를 믿기 시작할 때 —
라이스트리고네스도, 키클롭스도,
포세이돈도 그저 한 조각의 파도일 뿐이다.
젊음은 실패해도 괜찮은 시간이다.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그 실패를 내 안에 고정된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나는 너무 오래
내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이 현실이 되도록 방치했다.
이제는 안다.
그 시절의 나도, 길 위에 있었다는 걸.
비록 방향을 몰랐고,
무릎 꿇기도 했지만,
그 역시 나의 항해였다는 것을.
그러니 다시 말하고 싶다.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이미 이타카로 가는 길 위에 있다.
비가 새는 신발로 걷고 있다 해도
그 길은 분명 우리를 이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