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통증과 상실감】《당신은 잘 지내나요. 난 괜찮지 않아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9. 12.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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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 상실감】《당신은 잘 지내나요. 난 괜찮지 않아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3일 전부터 고개를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뒷목 부분과 어깨 부위가 무척 아프다.

자다가도 목을 돌리다 보면, 아파서 깬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재활의학과에 들려 근육이 뭉친 부위에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역시 주사가 효과가 빠르긴 하다.

 

연식이 오래되어 부식되고 기름때가 찌든 차량이 되어 버렸다.

슬슬 잔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흰머리에 흰콧털, 삐져나온 눈썹도 모자라 이제는 오십견까지 생겼다.

 

이젠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즉시 수리를 한다.

나사가 풀린 상태를 방치하면, 언제 엔진이 멈출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몸이 고장 난 후의 육체적 통증을 잘 견디지 못한다.

통증이 오는 순간 참기 어려운 고통 때문에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숨이 다할 때 고통 없이 죽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지금은 실감한다.

 

늙어갈수록 사람들은 삶의 절정을 넘긴 존재의 쓸쓸함을 느낀다.

예전 같지 않은 건강, 퇴색 되어가는 얼굴, 깊이 패인 주름과 늘어진 뱃살, 사라진 낭만, 소외감, 노후에 대한 걱정 등이 뒤범벅이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건강을 잃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능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과정이다.

 

움켜쥐었던 강물은 손가락 사이로 힘 없이 빠져 나가고 그 동안의 노력과 정성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은 바람에 야위어 갈 것이다.

그게 나이든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세상은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버려진 의자처럼 방치된 채 천천히 낡아가는 시간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몸이 힘들면, 외롭고 슬프다.

위로를 받고 싶다.

 

우선 자리에 힘 없이 누워야 한다.

약간의 소품도 필요하다.

치울 힘도 없었다는듯 벗은 옷을 침대 옆에 던져 놓고, 이름 모를 알약을 머리 옆 사방으로 흐트러뜨려 놓아야 한다.

 

나를 아낀다고 주장하는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받아야만, 자리를 털고 일어설 힘을 얻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