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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착오를 이유로 한 소취하합의의 취소>】《소취하합의가 민법상의 화해계약에 해당하는 경우 및 화해계약에 이르지 않은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8. 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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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착오를 이유로 한 소취하합의의 취소>】《소취하합의가 민법상의 화해계약에 해당하는 경우 및 화해계약에 이르지 않은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요건, 창설적 효력,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가부,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 해제가능여부, 화해를 통한 손해배상액의 합의와 후발손해(합의의 한정적 해석, 후발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 합의의 한정적 해석이 여의치 않은 경우)(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227523, 22753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착오를 이유로 소취하합의의 취소를 다투는 사건]

 

판시사항

 

[1] 화해계약의 창설적 효력 및 민법상 화해계약에 있어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의 의미

 

[2] 민법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소취하합의의 의사표시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의 의미 /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할 사항

 

[3]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채권의 포기 또는 채무의 면제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를 해석하는 방법

 

판결요지

 

[1] 화해계약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민법 제731),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민법 제732). ,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따라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733).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2] 소취하합의의 의사표시 역시 민법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한하여 의사표시의 내용의 착오가 되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며,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 함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는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일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3]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하나, 그와 같이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본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매수한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의 말소를 위해 피담보채무를 대위변제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에 대해 민법 제576조 제2항의 담보책임에 기한 상환청구 또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원고의 본소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원심 계속 중 이 사건 소취하합의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이 사건 본소를 취하하고, 더 이상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증거로 제출하고, 본소가 취하되면 반소도 취하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소취하합의에 대하여 민법 제109, 110조에 의한 법률행위 취소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소취하합의가 민법 제731조에 정해진 화해계약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후, 원고가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대해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소취하합의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착오에 의한 취소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소취하합의를 화해계약으로 보더라도 그 취소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소 취하합의의 의사표시는 민법 제109조에 따라 취소할 수 있으나, 착오 취소 요건에 대한 심리가 미진하다는 등의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 쟁점 : [소취하합의의 법적 성질과 착오 취소 가부]

 

이 사건의 쟁점은, 소취하합의가 민법상의 화해계약에 해당하는 경우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요건, 소취하합의가 민법상의 화해계약에 이르지 않은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요건이다.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청구하는 본소에 대해 피고가 본안전항변으로 이 사건 소취하합의를 한 사안에서, 원심은 이 사건 소취하합의가 민법상의 화해계약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후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소취하합의는 민법상의 화해계약에 이르지 않은 법률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의 요건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원심이 이 사건 소취하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사정, 사실관계 등을 심리하여, 민법상 화해계약에 해당하는지, 민법상 화해계약에는 이르지 못한 소취하합의인지 등을 판단한 후, 원고가 주장하는 착오가 이 사건 소취하합의의 취소사유가 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3. 화해계약의 의의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731).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는 부분은 서로 손실을 보는 것을 승인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의 급부에 대하여 대가관계에 서게 되므로 화해계약은 유상계약이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4362 판결).

 

4. 화해계약의 요건

 

. 의사의 합치

 

화해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분쟁이 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 묵시적 화해계약의 인정 요건

 

 화해계약이 성립한 이후에는 그 목적이 된 사항에 관하여 나중에 다시 이행을 구하는 등으로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사자가 한 행위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묵시적으로 그와 같은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64272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64552 판결의 취지 참조).

 

 따라서 당사자들이 분쟁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 당사자가 이행해야 할 채무액에 관하여 협의하였다거나 일방 당사자의 채무이행에 대해 상대방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6203933 판결 : 보험회사가 정비업자에게 동일한 수리내역에 관하여 수리비를 중복 지급한 후 그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수리중복 차량에 관하여 일부 수리비를 중복하여 지급한 원고가 묵시적으로 피고와 사이에 장차 중복 지급한 수리비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화해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구체적으로 이 사건 수리중복 차량에 관한 수리비 일부가 중복 청구된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관한 분쟁에 관하여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5. 화해계약의 효과

 

. 창설적 효력

 

화해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732). 즉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의하여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되고 계약당사자 간에는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느냐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220353 판결 등 참조).

 

. 취소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한다(733조 본문). 그러나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733조 단서).

여기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대법원 1997. 4. 11. 선고 9548414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49326 판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원고의 이 사건 치료행위와 전혀 무관한 심관상동맥류내의 혈전형성으로 인한 심장성 돌연사로 사망한 점과 아울러 최**의 사망경위,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측이 원고에게 이 사건 치료 행위상의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금 3 5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 합의의 경위와 원고가 피고 측에게 손해배상금으로 금 11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한 합의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최**의 사망이 자신의 치료행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이라고 내심 위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맥페란을 주사할 경우 주사쇼크, 기도폐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마침 충무병원 담당의사로부터 주사로 인한 기도폐쇄 때문에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데다가 최**이 원고로부터 진찰을 받은 지 불과 2시간 만에 사망하였던 점 때문에 **이 내가 주사한 맥페란의 부작용인 기도폐쇄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특히 원고는 맥페란을 주사하면서 최**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특이체질인지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거나, **의 어머니인 박**에게 그와 같은 부작용에 대비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최**의 사망으로 인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나아가 형사적인 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결과 합의에 이르렀고, 인간적 도의적 측면만으로 이 사건과 같은 거액의 돈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므로,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과실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의 존재 그 자체는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합의의 전제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따라서 그 점에 관하여 착오가 있었던 경우에는 제109조에 정한 요건에 따라 위 합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착오로 인한 화해계약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중략) 기록에 의하면, 당시 병원을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아니한 원고가 이 사건 분쟁이 지속될 경우 병원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최**의 사망 후 2일 만에 서둘러 이 사건 합의를 하게 된 동기중의 하나였고, 원고가 피고 측과 합의를 하기 이전 및 합의 과정에서 이 사건 치료행위에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하였으며, 합의 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의료상의 과실이 없었다고 진술한 점은 인정되지만, 책임을 부인하는 원고의 언사는 합의과정에서 합의금액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보여지고, 원고 스스로 책임을 인정한다면 이는 형사책임으로 이어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인 원고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내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과 전항에서 본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화해계약의 의사표시에 있어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의 존재 및 이것이 당사자의 자격이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관한 것이라는 점은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220353 판결 등 참조).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

 

화해계약은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지만, 화해계약이 사기로 인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에 관한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도 제110조에 따라 이를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15278 판결).

 

. 해제

 

 화해계약이 성립하면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당사자들이 양보한 권리는 화해계약의 효력이 발생한 시점에 소멸하고 당사자들은 그에 갈음하여 화해계약에 따른 새로운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므로(732조 참조), 화해계약 자체의 이행의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약정해제권을 유보하면서 해제권이 행사되면 화해계약 이전의 법률관계로 복귀한다는 취지의 특별한 합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해제권이 행사되는 경우(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23659 판결)를 제외하고는 화해계약에 따라 새롭게 발생한 의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법정해제권을 근거로 화해계약을 해제하여 화해계약 이전의 법률관계로 복귀시킬 수는 없다(경개계약에 관한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62333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23659 판결 : ·피고는 이 사건 제2합의서의 5-4항에서 양 당사자 중 일방이 본 약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본 약정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여 약정해제권 유보 조항을 두었는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위 약정해제권 유보 조항을 두는 등으로 이 사건 제2합의가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적법하게 해제될 경우에는 이 사건 제2합의 이전 법률관계인 이 사건 제1합의에 의한 법률관계로 복귀하여 그에 따른 권리·의무를 가지거나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제2합의가 위와 같은 취지의 약정해제권 유보 조항에 의하여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된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제1합의에 기한 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6. 화해를 통한 손해배상액의 합의와 후발손해

 

. 문제점

 

예를 들어 보자. A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B가 운전하는 승용차(B는 동시에 소유자이다)에 치어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A는 치료 경과가 호전되고 또 담당 의사가 3주 정도만 더 치료하면 완치될 것이라고 하여, B의 요구에 따라 치료비 외에 손해배상액으로 200만 원을 더 받고서 앞으로 그 이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날인하였다. 그런데 그 후 후유증이 생겨 치료를 15개월 이상 더 받아야 했고, 오랜 치료에도 불구하고 불구자가 되었다. 이 경우 A B에 대하여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 합의의 한정적 해석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 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9496 판결 : 소외 이호는 피고와 사이에 경북 15363호 승용차의 운행 중 발생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이호가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전보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보험기간 중인 1992. 3. 12. 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그 당시 35 1월 남짓 된 원고에게 중증(重症)의 뇌좌상 등을 입게 한 이 사건 사고를 낸 사실, 원고는 그 소송대리인을 통하여 1993. 2. 11. 호를 상대로 대구지방법원 93가합2647호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전소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는데, 그 소송에서의 신체감정 결과, 원고는 중증의 뇌손상 후유증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 이후 약 1 2개월이 지난 감정시점에 이르기까지 식물인간 및 사지마비 상태가 지속 중이고(기관절개술 후 도관급식 시행) 향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없어 노동능력을 100% 상실하였고, 외국의 통계자료 등에 비추어 그 후유증의 영향으로 여명이 크게 단축되어 감정일부터 약 5(이 사건 사고시로부터는 약 6 2개월)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며, 여명기간동안 폐염, 요로감염의 합병증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치료 등과 1 8시간 개호인의 조력이 계속 필요하다는 요지의 감정결과가 나온 사실, 이에 따라 원고의 소송대리인은 위와 같은 여명단축을 주장하면서 원고가 1998. 4. 30.까지만 생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일실수입 손해, 위 여명기간 동안의 향후 치료비와 개호비 손해, 위자료 등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라고 보아 이를 일시금으로 청구한 사실, 위 법원은 1993. 9. 9. 위 감정결과를 채용하여 원고의 위 후유증상은 개선불가능한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원고의 여명이 1998. 4. 30.까지로 단축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일실수입, 향후치료비 및 개호비 손해 등을 산정하는 한편, 호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다음, 호로 하여금 원고에게 248,320,194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선고한 사실, 이에 대하여 당사자 쌍방이 각자의 패소 부분 중 일부에 대하여 항소하였다가 1993. 10. 27. 원고의 소송대리인은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로부터 위 판결의 인용금액 원리금 중 일부를 감액한 250,000,000원을 수령하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으며, 그 직후 위 각 항소는 취하된 사실, 그런데 원고는 위 여명기간이 지나서도 계속 생존하게 되자 1999. 4. 15. 그로 인하여 추가로 발생한 향후치료비, 보조구비 및 개호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사실, 이 사건 제1심법원에서 다시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을 촉탁하여 본 결과 그 감정일인 1999. 7. 13. 현재 원고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 거동불가능한 중증장애의 상태로 그 증상이 호전되어 있고 이로써 원고의 생존능력이 향상되어 원고의 여명은 위 감정일을 기준으로 하여 일반 건강인의 평균여명의 25% 정도 즉 약 7.15(전소 감정에서 예측된 여명기간 이후로 약 8 3개월)일 것으로 예상되며, 생존하는 동안 여전히 폐염, 요로감염의 합병증 예방을 위한 치료 등과 성인 남자 1인의 개호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감정결과가 나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고가 식물인간 및 사지마비 상태로 지속하다가 이 사건 사고 후 약 6 2개월이 경과될 무렵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 전소의 감정결과와는 달리 오히려 증상이 호전되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고 이로써 원고의 여명이 종전의 예측에 비하여 무려 약 8 3개월이나 더 연장되어 그에 상응한 향후치료, 보조구 및 개호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 중대한 손해가 새로이 발생하리라고는 전소의 소송과정이나 그 판결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위 합의 당시에도 예상할 수 없었고 이를 예상하였더라면 위 합의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같이 예상할 수 없었던 위 손해(이하 이 사건 후발손해라고 한다)에 대하여는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은 전체적으로 보아 위와 같은 취지에서 소멸시효 및 권리포기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한 다음, 원심 변론종결 이전까지 발생한 개호비 손해 합계액의 일시금 지급을 명하는 한편, 그 후 위 생존여명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는 매월 발생할 개호비와 치료비에 관하여 원고의 생존을 조건으로 월 일정액의 정기금 지급을 명한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화해계약의 효력 및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나 경험칙에 반하는 사실인정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후발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여기에서 손해를 안다는 것은 현실로 손해가 발생한 것을 안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을 예견할 수 있을 때를 포함한다(대법원 1977. 3. 8. 선고 761356 판결 참조).

 

 이때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부터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9496 판결 등 참조).

 

 전문적인 감정 등을 통해서 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여명에 관한 예측을 토대로 손해배상의 범위가 결정되어 소송 또는 합의 등을 통하여 정기금 지급방식이 아닌 일시금 지급방식으로 배상이 이루어졌는데, 이후 예측된 여명기간을 지나 피해자가 계속 생존하게 되면 종전에 배상이 이루어질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예측된 여명기간 내에 그 기간을 지나 생존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생겼다면 그때, 그러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고 예측된 여명기간이 지나면 그때 장래에 발생 가능한 손해를 예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종전에 손해배상 범위 결정의 전제가 된 여명기간을 지나 피해자가 생존하게 되어 발생하는 손해로 인한 배상청구권은 늦어도 종전에 예측된 여명기간이 지난 때부터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11257 판결 : 종전에 예측된 여명기간을 지나 생존하게 되어 그 이후 추가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그 발생한 날부터 날마다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함을 전제로 그중 이 사건 소 제기일부터 역산하여 3년 전에 발생한 부분은 소제기 당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지만 그 이후에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부분은 아직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 합의의 한정적 해석이 여의치 않은 경우

 

예컨대 피해 부위가 악화되어 평생 불구가 되거나 설사 사망에 이른다 하더라도 민, 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아니 한다.”라고 용의주도하게 약정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한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후발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다. 결국 이 경우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 착오에 의한 취소 등의 법리에 의하여 합의의 효력 유무를 검토해 보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일반조항인 신의칙에 의하여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7.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 의의

 

 109조는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여 표의자를 보호하면서도, 그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이 아니거나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그 취소권 행사를 제한하는 한편,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경우에도 그 취소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여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아울러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제109조의 법리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취지의 별도의 규정이 있거나 당사자의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모든 사법(私法)상의 의사표시에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49794 판결.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래소가 개설한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증권이나 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그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거래소의 업무규정에서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거래에 대하여 민법 제109조가 적용되고,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신뢰에 대한 보호도 민법 제109조의 적용을 통해 도모되어야 한다).

 

 소취하합의의 의사표시 역시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227523, 227530 판결).

 

. 착오

 

 착오의 개념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의사표시자의 인식과 그러한 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한다. 의사표시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을 예측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의사표시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사실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 없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94841 판결 :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매수한 임야가 도시관리계획상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게 된 사안에서,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위 임야가 장차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공장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99798 판결 : 갑 택시운송사업조합이 전임자 을에 대한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으로 된 직에 병을 임명하였는데 이후 갑 조합의 을에 대한 면직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무효임이 확정된 사안에서, 병에 대한 임명행위 당시 을의 면직으로 인하여 공석이 발생하였다는 객관적 상황에 대한 갑 조합의 인식 자체에는 오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며, 갑 조합의 을에 대한 면직처분이 유효한 것으로서 면직된 상태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65317 판결 : 갑 주식회사가 퇴직근로자 을에게 체불임금의 50% 정도를 포기하면 회사 정상화 이후 재고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고, 을은 재고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체불임금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안에서, 을이 갑 회사의 정상화 이후에도 재고용되지 않았더라도, 이는 을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재고용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여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202922 판결 : 갑 주식회사가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택지개발예정지구의 대상 면적을 축소하는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변경이 고시된 사안에서, 갑 회사가 개발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였더라도 이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이므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장래에 발생할 막연한 사정을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예측이나 기대와 다른 사정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법률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감수하여야 하고 상대방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므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를 구할 수 없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12175 판결).

 

 판례는, 온라인연합복권 운영기관인 A은행이 향후 7년 동안의 총 예상매출액에 관한 회계법인의 검토보고에 따라 온라인연합복권의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용역을 제공하는 B회사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7, 수수료를 매회 매출액의 9.523%로 정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온라인연합복권이 발행된 이후 그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어 처음 1년 동안의 누적매출액이 당초 예상한 매출액의 11배가 넘는 금액에 이르렀고 그 결과 B회사에 과다한 수수료가 지급되자, A은행이 착오를 이유로 계약의 일부취소(수수료 감축)를 주장한 사안에서, “비록 A은행이 회계법인의 검토에 따른 예상매출액을 토대로 수수료율 등 이 사건 계약 내용을 정하였고 실제 매출액이 위 예상매출액보다 현저하게 많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장래의 미필적 사실의 발생에 대한 기대나 예상이 빗나간 것에 불과하고, 또한 A은행이 위 예상매출액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A은행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장래의 매출액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켰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위 착오 취소 주장을 배척하였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44368 판결. 이 판결은 또한, “이른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하였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다.”는 법리를 선언한 다음, 이 사건 온라인연합복권 판매액이 예상매출액을 훨씬 초과하게 되어 그 판매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받는 원고가 결과적으로 예상액을 훨씬 초과하는 수수료를 지급받게 되었다는 점만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A은행 측의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 주장도 배척하였다.

 

. 법률행위 해석과 착오의 관계

 

 자연적 해석과 착오

 

자연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는 진의와 해석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일치하기 때문에 착오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규범적 해석과 착오

 

규범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는 진의와 해석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착오의 문제가 발생한다.

 

 보충적 해석과 착오

 

보충적 해석이 행해진 경우에도 표의자가 실제 원하던 바와 보충된 법률행위의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보충된 법률행위의 내용은 법원이 당사자의 가상적 의사라고 인정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표의자가 착오를 주장할 수는 없다(다수설).

 

.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

 

 표시상의 착오 : 표시행위의 의미는 옳게 이해하고 있으나 표시행위 자체를 잘못한 경우 () 컴퓨터의 가격을 100만 원이라고 표시할 것을 실수로 10만 원이라고 표시한 경우

 

 내용(의미)의 착오 : 표시행위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표시행위를 한 경우 () 홍콩 사람이 홍콩 달러 100달러에 매수할 생각으로 100달러라고 표시하였는데 그곳

이 미국 달러가 통용되는 지역이어서 그 표시행위의 의미가 미국 달러 100달러에 사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 보증인이 신원보증 서류로 알고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실제로는 연대보증 서류이었던 경우(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43824 판결), 물상보증인이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채무자의 동일성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킨 경우(대법원 1995. 12. 22. 선고 9537087 판결 : 피고 회사 광주지점 직원인 소외 정호일과 법무사 사무소 직원인 소외 정권진이 1993. 2. 24. 소외 김해성 경영의 우신전기 사무실 옆에 있는 신광전기 사무실에서 원고에게 채무자란이 백지로 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및 연대보증계약서를 각 제시하면서 근저당권 설정자란과 연대보증인란에 원고의 서명날인을 요구하였을 당시 원고는 그 채무자가 위 김해성인 것으로 알고 근저당권설정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그 후 판시와 같은 경위로 채무자가 소외 서낙철로 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상의 채무자를 소외 서낙철이 아닌 위 김해성으로 오인한 나머지 근저당설정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이와 같은 채무자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

 

 동기의 착오

 

. 동기의 착오

 

 의의

 

동기란 효과의사를 형성하게 된 사정 또는 법률행위로 도모하려는 경제적·사회적 목적을 말하는데, 동기의 착오란 이러한 동기가 잘못된 상황 판단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동기의 착오는 당사자 일방의 동기의 착오와 쌍방의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양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자를 나누어 검토해 보아야 한다.

 

 당사자 일방의 동기의 착오

 

109조 제1항은 법률행위 내용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만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듯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동기의 착오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 민법의 해석상 법률행위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도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판례를 분석하여 보면 동기의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임을 전제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표의자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졌는데 계약의 수정이 어려운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인정하고 있다.

 

착오의 대부분은 동기의 착오이기 때문에 동기의 착오를 제109조의 적용대상에서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에 반한다. 반면에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를 넓게 인정하면 상대방의 법적 지위가 너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표의자의 이익과 상대방의 이익을 조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상행위의 경우에는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 다만 증여계약과 같은 무상행위의 경우에는 표의자의 의사표시에 관한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적으므로 착오가 표의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 다른 제한 없이 취소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항에 관한 판례로는,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 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319342 판결 등)

 

항에 관한 판례로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카27440 판결 :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시가 위와 같은 개발사업을 실시함에 있어 그 사업계획에는 개발제한구역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하여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하지 아니한 토지를 사업지구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피고시는 일부가 그 사업대상토지에 편입된 토지는 무조건 잔여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를 협의 매수하기로 하고, 지주들에 대하여는 잔여지가 발생한 사실 및 잔여지에 대하여는 지주의 수용 청구가 있어야만 사업시행자가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알리지 아니하고 지주들로부터 잔여지수용청구도 받지 아니한 채, 잔여지를 포함한 전체 토지에 대한 보상가액을 사정하여 미리 책정한 다음 지주들에게 이에 따른 손실보상협의요청서를 발송하고 매수 협의를 진행하였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들은 피고시의 담당 직원들이 원고들 소유 토지의 정확한 편입 상황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토지 전부가 사업대상토지에 편입된 것처럼 보상가액을 책정하고 매수요청을 함에 따라, 원고들 소유 토지 전부가 사업대상에 편입된 것이거나 가사 일부가 편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토지 전부를 매도하여야만 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피고시의 협의매수에 응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원심이 원고들이 이 사건 잔여지에 관하여 피고시의 협의매수요청에 응한 것은 그 잔여지를 포함한 토지 전부가 피고시의 사업대상에 편입된 것으로 잘못 알았거나 또는 일부 토지가 사업대상에 편입되면 그 전부를 수용당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응한 것으로서 이는 일종의 동기의 착오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동기를 제공한 것이 피고산하의 관계공무원이었고, 이 사건 전체 토지 중 편입대상 토지의 면적은 잔여지에 비하여 현저히 작은 부분이므로, 원고들은 나머지(잔여지)를 종래의 용도인 농토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 원고들은 피고시에 의한 그러한 동기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 잔여지에 대한 협의매수 요청에 선뜻 응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동기는 이 사건 협의매매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을 이룬다는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 사건에서 협의매수로부터 취소에까지 이른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소론과 같은 기간이 지나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6063 판결 : 원심은 원고가 1992. 7. 30.경 피고에게 지급한 금 3,000,000원은 원고의 기존 주택이 피고 소유 토지의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그 경계선을 일부 침범하는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이를 주장하는 피고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착오로 증여한 금원이므로 피고는 그 착오에 의한 증여 의사표시를 취소한 원고에게 위 금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제하고, 나아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 소유 토지와 피고 소유 토지 사이의 경계선이 원심판결문 첨부 별지 도면 표시 3 4를 연결하는 선이라고 생각하여 원고의 기존 주택이 그 경계선을 침범하였고 신축 주택도 이를 침범하려고 한다면서 동작구청과 서울특별시청에 진정을 하고, 감사원에도 새로운 진정을 하려고 하자 원고는 두 토지의 경계선이 피고가 주장하는 선이라고 생각하고 그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금 3,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금원은 경계선에 관한 피고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경계선을 잘못 인식한 원고가 착오로 피고에게 그간의 경계 침범에 대한 보상금 내지 위로금 명목으로 증여한 금원으로, 원고가 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뜻이 담긴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 그 의사표시는 적법하게 취소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진정한 경계선에 관한 착오는 원고가 위 금원 지급 약정을 하게 된 동기의 착오라 할 것임은 상고이유에서 논하는 바와 같으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그와 같은 동기의 착오는 피고측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이 사건 약정의 체결에 있어서 원고는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표시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원고로서는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원고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위 금원 지급 의사표시는 그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이 되어 원고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당사자 쌍방에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

 

 문제점

 

예를 들어 매매계약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매도인이 4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것으로 생각하여, 매수인이 4억 원의 양도소득세 상당액을 매매대금에 추가하여 매도인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실제로 매도인에게 부과된 세액이 8억 원인 경우와 같이,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진 경우는 일방의 동기의 착오와는 달리 취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당사자 쌍방의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의 경우에는 일방의 동기의 착오에서와는 달리 계약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만일 당사자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당사자들은 다른 내용으로 합의를 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어느 일방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것보다는 쌍방이 공통하는 동기의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합의했을 내용으로 계약을 수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판례

 

 대법원은 앞서 제시한 사례(이른바 양도소득세 사건)에서, “원고(매도인)와 피고(매수인)가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세금의 액수가 위 금액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가 위 초과세액까지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으리라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수 있을 때에는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위 초과세액 상당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이 인정될 때에는 원고가 피고에게 위 초과세액의 지급을 청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에게 위와 같은 세액에 관한 착오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 매매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 1994. 6. 10. 선고 9324810 판결), 이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에 의하는 입장과 같다.

 

 그리고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같은 내용으로 착오를 하고 이로 인하여 그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에 약정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할 수도 있으나, 여기서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란 당사자의 실제 의사 내지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관행, 적용법규, 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보충적 해석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13288 판결).

 

. ‘중요부분의 착오

 

 법률행위 중요부분의 착오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주관적 표준),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객관적 표준)(대법원 1996. 3. 26. 선고 9355487 판결, 대법원 2009. 3. 16. 선고 20081842 판결 등 참조).

 

가령 토지의 현황과 경계에 착오가 있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인정된다(대법원 1968. 3. 26. 선고 672160 판결, 대법원 1974. 4. 23. 선고 7454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288232 판결 등 참조).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있다고 하려면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고, 만일 그 착오로 인하여 표의자가 무슨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은 것이 아니라면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41457 판결 : 주채무자의 차용금반환채무를 보증할 의사로 공정증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였으나 그 공정증서가 주채무자의 기존의 구상금채무 등에 관한 준소비대차계약의 공정증서이었던 경우, 소비대차계약과 준소비대차계약의 법률효과는 동일하므로 공정증서가 연대보증인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이라고 할 수 없어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차용금반환채무를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었던 이상 착오로 인하여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었거나 장차 불이익을 당할 염려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착오는 연대보증계약의 중요 부분의 착오가 아니다).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는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일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239345 판결,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227523, 227530 판결).

 

. 표의자에게 ʻ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ʼ

 

 중대한 과실의 의미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11. 24. 선고 9225830, 25847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70884 판결 등 참조).

 대법원 1993. 6. 29. 선고 9238881 판결 : 원고는 부천시 소재 100평 정도의 건물을 임차하여 공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매출액 및 종업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그 공장이 협소하게 되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먼저 위 토지 상에 원고가 설립하고자 하는 공장을 건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관할 관청에 알아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또 이와 같이 알아보았다면 위 토지 상에 원고가 의도한 공장의 건축이 불가능함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고가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32772 판결 : 거래 당사자 사이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의 알선을 업으로 삼고 있어 고도의 직업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지위나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받게 할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부동산중개업법 제19조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중개를 의뢰하여 매매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일반인으로서는 부동산중개업자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것으로 신뢰하고 그의 개입에 의한 거래 조건의 지시, 설명에 과오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거래하는 것이라는 점, 매수인이 중개업자의 말을 믿어 착오에 빠지게 되었지만 중개업자가 착오에 빠지게 된 과정에 명확하게 당해 점포를 지적하지 아니하였던 매도인의 잘못도 개입되어 있는 점, 중개인을 통하여 하는 부동산 매매 거래에 있어 언제나 매수인 측에서 매매 목적물을 현장에서 확인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매 당사자에게 중개업자가 매매 목적물을 혼동한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까지 미리 확인하거나 주의를 촉구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할 것인 점 등 매매 중개와 계약 체결의 경위 및 부동산 매매 중개업의 제반 성질에 비추어 볼 때, 매수인이 다른 점포를 매매계약의 목적물이라고 오인한 과실이 중대한 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매수인과 매도인 쌍방을 위하여 중개행위를 한 중개업자 스스로 매매계약의 목적물을 다른 점포로 오인한 채 매수인에게 알려 준 과실을 바로 매수인 자신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토지매매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측량을 하거나 지적도와 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매목적물이 지적도상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344 판결,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288232 판결(갑이 을로부터 토지 약 325평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토지에 인접한 매실나무 밭 바로 앞부분 약 80평이 포함되고 인접한 도로 부분 약 40평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을도 갑과 같이 토지의 경계를 잘못 인식하고 있어 매매계약 당시 갑에게 토지의 경계에 대하여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안에서, 갑이 잘못 인식한 부분의 면적이 위 토지면적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갑은 매매계약의 목적물의 경계에 대하여 착오를 하였고, 그 착오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며, 을 측의 잘못된 설명으로

갑의 착오가 유발되었으므로 갑의 착오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참조].

 

 증명책임 상대방이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예외 :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면서 이용한 경우

 

예컨대 A 컴퓨터회사가 그 홈페이지 쇼핑몰에 실수로 200만 원이 넘는 노트북 컴퓨터를 10만 원대로 표시하자 B는 그것이 착오에 의한 것임을 알면서도 이 기회에 노트북을 싸게 구입할 생각으로 재빨리 결제해 버린 경우, A는 위 매매계약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여 노트북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이러한 착오는 표시상의 착오로서 법률행위 내용의 착오에 해당하고 또한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단 착오 취소의 요건은 충족된다. 그렇지만 B가 위 착오가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면 원칙적으로 A는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이 경우 A B가 자신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유로 B의 위 중과실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1955. 11. 10. 선고 4288민상321 판결은 비록 구민법이 적용되던 때의 사안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나온 것이므로 당초에 그 상대방이 악의여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한 경우에는 동 규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A B가 자신의 착오를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였다는 사실을 주장, 증명하여 결국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판례도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위와 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49794 판결 :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직원 소외 1이 이 사건 거래 당일 개장 전인 08:50경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15,000계약의 매수주문을 입력하면서 주문가격란에 0.80원을 입력하여야 함에도 ‘.’을 찍지 않아 80원을 입력한 사실, 이 사건 거래는 복수가격에 의한 개별경쟁거래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장중 매매거래 시 최우선매수호가부터 5개의 매수호가와 그 호가수량이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공표되고, 이 사건 거래 당시에도 호가를 한 당사자는 공표되지 않았으나, 1계약당 80원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15,000계약을 매수하겠다는 원고 미래에셋증권의 주문(이하 이 사건 매수주문이라고 한다) 내역은 거래참가자들 모두에게 공개된 사실,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는 불과 1개월의 차이를 두고 있는 2개 통화선물 종목의 차액으로서 시장가격의 변동성이 적어 평소에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0.1원 내지 0.3원의 변동이 있는데, 이 사건 거래 전날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의 종가는 0.9원이었던 사실, 피고의 직원 소외 2는 이 사건 거래 당일 개장 전인 08:54 1.1원에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 332계약을 매도하겠다는 주문을 입력해두었다가 09:00:03:60 위 주문이 80원에 체결되자, 거래화면에 나온 매수호가 80원을 클릭하여 주문가격을 80원으로, 주문수량을 300계약으로 하여 09:00:08:46 매도주문을 하고, 이후 주문가격과 주문수량을 고정하여 09:00:11:88부터 09:00:15:73까지 불과 몇 초 만에 추가로 28회의 매도주문을 한 사실, 소외 2는 이 사건 거래가 있기 전까지 이 사건 선물스프레드에 대하여 하루 1,000계약 이상의 주문은 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 거래 당일에는 10,000계약의 주문을 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로서는 최초에 매매계약이 80원에 체결된 후에는 이 사건 매수주문의 주문가격이 80원인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그것이 주문자의 착오로 인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다른 매도자들보다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시가와의 차액을 얻을 목적으로 단시간 내에 여러 차례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이 사건 거래를 성립시켰으므로, 원고 미래에셋증권이 이 사건 매수주문을 함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 상대방의 예견가능성 여부

 

표의자가 취소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이는 특히 표시의 착오 또는 의미의 착오의 경우에 의미가 있는데(동기의 착오의 경우에는, 동기의 착오를 고려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착오로 인한 취소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상대방이 입은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민법의 입법상 불비를 보충하기 위하여 이를 요구하는 소수설도 있으나, 통설과 판례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법의 근거가 없고,  이를 요구하면 착오에 의한 취소를 사실상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신뢰이익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에 상대방이 예견가능한 경우에만 착오에 의한 취소를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결과가 되므로, 상대방의 예견가능성은 필요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 착오에 특유한 취소권 배제 사유

 

 투기적, 모험적인 행위

 

예를 들어 가까운 장래에 대규모 개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몇년이 지나도 개발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경우에는 가사 매수인이 매매계약 당시 매도인에게 그러한 동기를 표시하였더라도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표의자가 그의 의사표시에 따르는 위험(가까운 장래에 대규모 개발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의식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착오로 인한 불이익이 소멸한 경우

 

착오로 인한 불이익이 그 후에라도 소멸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상 취소권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44620 판결).

385).

 

8. 착오로 인한 취소의 효과

 

. 소급적 무효 : 이미 이루어진 급부의 청산

 

.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표의자)의 신뢰이익배상책임

 

 문제점

 

민법은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으로서는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일정한 생활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이른바 신뢰투자), 그러한 경우에는 표의자가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함에 따라 손해를 입게 된다. 예컨대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중개 수수료 및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는데 나중에 매도인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해 버리면 매수인은 위 중개 수수료 및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는 그 때문에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 된다. 여기서는 표의자가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후 그 의사표시를 취소한 경우에 한정해서 검토하기로 한다.

 

 판례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13023 판결은, 상대방이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취소한 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이외에 행위의 위법성이 요구된다 할 것인바, 피고가 계약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소외 회사가 수급할 공사의 실제 도급금액을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109조에서 중과실이 없는 착오자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피고가 과실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계약보증서를 발급한 것이나 그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여 표의자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바 있다.

 

표의자가 자신의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하였다가 나중에 그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함으로써 상대방이 손해를 입게 된 경우, 그에 대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대방에게 그 손해를 귀속시키는 것은 불공평하다. 따라서 그로 인한 상대방의 신뢰이익은 배상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법적 근거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535조가 정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은 그 자체가 실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제535조를 유추적용 하는 것보다는 곧바로 제750조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례는 민법이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자에게도 취소권을 준 이상 그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나,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자가 그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하여 그 자가 그러한 하자 있는 법률행위에 상대방을 끌어들인 것까지 적법해 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착오에 빠진 데 경과실이 있는 표의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이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과실상계의 사유로 참작하면 된다는 견해와 아예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하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리고 손해배상액은 신뢰이익 상당액을 원칙으로 하되, 이행이익 상당액을 넘지 못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과잉배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상대방은 취소로 인한 신뢰이익배상을 통해 표의자가 의사표시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않았을 경우의 재산 상태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갑이 을에게 그 소유의 건물을 차임 월 금 40만 원, 임대차기간 2003. 2. 1.부터 2003. 2. 28.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다. 그 직후 병이 갑에게 위 건물을 차임 월 금 50만 원에 2003. 2. 1.부터 2003. 2. 28.까지 임대해 줄 것을 청약하였는데 갑은 을에게 위 건물을 이미 임대하였음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그런데 그 후 을이 위 임대차계약을 착오(경과실)를 이유로 적법하게 취소하였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가? 위 사례에서 갑의 이행이익은 금 40만 원, 신뢰이익은 금 50만 원이다. 그런데 갑으로서는 을이 위 임대차계약을 취소하지 않았을 경우의 재산 상태보다 더 유리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을에게 신뢰이익의 배상으로서 금 40만 원( 50만 원이 아니라)만을 청구할 수 있다].

 

9. 관련문제

 

. 담보책임과의 경합

 

 매수인이 착오에 빠진 경우

 

 문제점

 

예컨대 을이 갑으로부터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토지를 매수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토지 위에는 관계 법령상 공장을 지을 수 없었던 경우, 을은 착오에 의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또한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 이 경우 담보책임에 관한 제580조 제1항만 적용되는가 아니면 제580조 제1항과 착오에 관한 제109조 제1항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만일 법률행위 해석의 결과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단순히 '토지'였다면, 다시 말하면 당사자 사이에 그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 합의되지 않았다면, 설령 관계 법령에 의하여 그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없다 하더라도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토지 위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토지가 통상 갖추어야 할 성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오로지 착오에 의한 취소 문제만 생기고 하자담보책임의 문제는 생기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 착오와 담보책임의 경합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판례

 

판례는 서화의 매수인이 매매 후 6년 만에 목적물인 서화가 위작된 사실을 알게 되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한 사안에서, “착오로 인한 취소 제도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그 취지가 서로 다르고, 그 요건과 효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그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매수인의 착오 취소 주장을 받아들였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78703 판결). 이는 양 제도의 전면적인 경합을 인정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매수인의 착오가 매매 목적물의 성질에 관한 것인 경우 제580조가 제109조의 특별규정이라고 해석하지 않으면 제580조가 매수인으로 하여금 보다 엄격한 요건(무과실) 하에 그리고 단기의 제척기간(6) 내에 담보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착오 취소권을 함부로 배제하여 매수인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므로 판례의 태도가 타당하다.

 

 매도인이 착오에 빠진 경우

 

 문제점

 

예컨대 갑이 병이 무권리자인 사실을 모르고 병으로부터 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던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을에게 다시 위 부동산을 대금 1억 원에 매도하고 을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는데, 그후에 위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가 을을 상대로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확정 당시 위 부동산의 시가는 2억 원)을 받자, 을이 갑에게 제570조에 따라 위 매매를 해제하지 않고 손해배상(전보배상)으로서 2억 원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 경우 갑은 위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만일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위 부동산을 을에게 매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제109조 제1항에 의하여 을과의 위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항변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만일 갑이 위 매매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면 갑은 을에게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으로서 매매대금으로 지급 받은 1억 원만 반환하면 되고 매매계약의 소급적 무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의무를 면하게 되기 때문에 갑에게 훨씬 유리하게 된다.

 

 판결

 

민법상 타인의 권리의 매매로 인한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민법 총칙의 착오에 관한 규정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매도인인 피고는 착오에 기한 취소를 주장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1980. 10. 31. 선고 802589 판결).

위와 같은 사례에 대비하여 제571조는 매도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있는바,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례에서제570, 571조는제109조의 특별규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갑의 위 착오에 의한 취소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 해제와 취소

 

매도인이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라도 매수인으로서는 상대방이 한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을 행사하여 매매계약 전체를 무효로 돌리게 할 수 있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524982 판결).

 

. 화해계약과 착오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733).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의 관계

 

 기망행위에 의하여 동기의 착오에 빠진 경우 : 경합

 

 기망행위에 의하여 표시·의미의 착오에 빠진 경우 : 판례는 이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자체에 해당하지 않고 이 경우에는 오직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만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와 경합한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10. 화해계약 일반론

 

. 화해의 의의

 

화해라 함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다. 유사한 제도로는 재판상 화해, 제소전화해가 있는데 이는 법원의 관여하에 이루어지고 화해조서가 작성되며,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집행력을 가지는 점에서 민법상 화해와 다르다. 화해의 법적 성격을 유상, 쌍무계약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98199 판결).

 

화해계약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227523, 227530 판결). 민법상 화해계약은 전형계약으로서 채권의 발생 원인이 된다.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227523, 227530 판결 : 화해계약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민법 제731),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민법 제732). ,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따라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 민법상의 화해계약을 체결한 경우 당사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733).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라 함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서, 쌍방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한다.

 

. 화해의 성립요건 (= 분쟁의 존재, 당사자의 상호 양보, 분쟁의 종식에 대한 의사의 합치)

 

화해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분쟁이 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27210 판결).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27210 판결 : 민법상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끝낼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므로(민법 제731) 당연히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 화해의 해석

 

화해에서 양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는 것이므로 양보가 있었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정할 때는 당사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를 신중히 심리하여야 한다. 합의의 목적으로 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64272 판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19206 판결은 교통사고 후에 작성된 합의서의 내용 중 책임보험 부상 손해보상금 일체라고 수기로 기재한 부분이 일체의 보상금을 모두 지급받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강조하기 위한 것에 불과할 뿐 부상에 따른 후유장애로 인한 손해부분까지도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 화해의 효과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효력

 

당사자 사이에 다투어졌던 법률관계는 화해계약의 내용에 따라 확정되며, 당사자는 화해를 하기 전에 각자가 주장하던 법률관계를 더 이상 주장하지 못하고 화해계약으로 확정된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승인하여야 한다. 다만 당사자가 다툰 사실이 없었던 사항은 물론이고 화해의 전제로서 서로 양해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는 확정적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창설적 효력

 

화해계약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민법 제731),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민법 제732). ,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따라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227523, 227530 판결).

 

. 화해의 취소

 

착오 취소에 관하여 민법 제733조의 제한이 있는 이외에 화해계약에도 법률행위의 무효취소에 관한 규정은 적용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15278 판결 참조).

화해당사자의 자격이나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착오를 이유로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민법 제109조의 일반적인 착오 취소의 요건은 갖추어야 하므로,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이고,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220353 판결 참조). 또한 취소 가능한 착오의 대상은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32797 판결).

 

. 묵시적 화해계약의 의의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의사표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 묵시적 합의를 통해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지만, ‘당사자들이 취한 일련의 행위 또는 용태를 통해 묵시적 합의의 존재 여부를 추단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30765 판결 참조).

묵시적 화해계약을 인정한 판례로는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62810 판결이 있다.

 

권리의 포기를 인정하기 위한 채권자의 행위 또는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64552 판결).

화해계약이 성립한 후에는 그 목적이 된 사항에 관하여 나중에 다시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묵시적 화해계약의 성립은 엄격하게 인정해야 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64272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64272 판결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당사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나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 그 목적이 된 사항에 관하여는 나중에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합의나 화해 당시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64552 판결 : 특정금전신탁에 있어서 신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묵시적 포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탁자 또는 수익자(이하 수익자 등이라고 한다)가 거래 내용과 손실 발생 여부를 알고서도 신탁회사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선관주의의무 등을 위반하여 취득한 신탁자산의 운용수익을 일부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익자 등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운용수익을 일부 지급받은 동기나 경위 등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된 전후 사정뿐 아니라, 그와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서 수익자 등이 신탁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는지, 수익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계약의 묵시적 합의해제해지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되어야 한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11506 판결).

 

. 묵시적 화해계약의 성립요건 : ‘당사자들이 분쟁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인 경우 (= 성립 부정)

 

당사자들이 분쟁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 당사자가 이행해야 할 채무액에 관하여 협의하였다거나 일방 당사자의 채무이행에 대해 상대방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11. 소취하합의의 법적 성질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541-543 참조]

 

. 학설의 대립

 

사법계약설 : 소취하계약이 사법상 계약으로서 유효하다고 보는 견해

 

의무이행소구설 : 원고가 소취하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피고가 별소로서 소취하계약에 기한 의무의행 을 소구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항변권발생설(다수설) : 원고가 이에 위반하여 소송을 유지하는 때에는 피고가 당해 소송에서 소취하계약을 맺은 사실을 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고, 법원은 그 항변을 인용할 경우 권리보호의 이익을 잃거나 신의칙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소송계약설 : 소송상 주장 및 증명이 있으면 소송계속의 소급적 소멸이라는 소송법상 효과 가 직접 발생하고, 법원은 소취하합의에 의하여 소송이 종료되었다는 소송종료선언 또는 소각하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 판례의 태도 (= 사법계약설)

 

소취하합의가 있으면 그때는 권리보호이익을 상실하고 소가 각하된다는 것이 판례이다.

대상판결은 그 연장선에서 소취하합의에 관하여 취소 주장을 하면 민법상 취소에 관한 규정으로 취소 여부를 판단해줘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사법계약설을 보다 분명히 하였다(“따라서 소취하합의의 의사표시 역시 민법 제109조에 따라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 판례가 사법계약설 중 항변권발생설을 취하고 있는지 여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첫 번째로, 소송요건에 관한 일반원리에 어긋난다.

소송요건은 임의관할위반, 중재합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권조사사항다.

임의관할위반 : 민사소송법 제30(변론관할) 피고가 제1심 법원에서 관할위반이라고 항변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대하여 변론하거나 변론준비 기일에서 진술하면 그 법원은 관할권을 가진다.

중재합의 : 중재법 제9(중재합의와 법원에의 제소) 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에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였을 때에는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 다만, 중재합의가 없거나 무효이거나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피고는 제1항의 항변을 본안에 관한 최초의 변론을 할 때까지 하여야 한다.

 

두 번째로, 종래의 판례의 내용을 보더라도 항변권발생설을 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판례가 항변권발생설을 취하였다면, 피고가 소취하합의의 항변을 하지 않는 이상 소송요건을 흠결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판례는 피고가 소취하합의 사실을 장기간 주장하지 않는 경우에 소취하합의가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보거나(대법원 1994. 8. 26. 선고 9328836 판결), 소송당사자가 소송 외에서 그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하였다면 그 소송은 원고에게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볼 뿐(대법원 1965.4.13. 선고 6515 판결), 소취하합의가 항변사항임을 전제로 설시를 하고 있지 않다.

 

12.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원심은 민법상 화해계약으로 보았으나, 합의서의 내용은 소취하합의로 보일 뿐이다.

 

소취하합의는 사법상 계약이므로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소취하합의의 취소 주장을 하는 경우 민법상 의사표시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적용 하여 적법하게 취소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환송 후 항소심은 민법 제109조에 따라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주장에 대하여 다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