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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국제물품매매계약의 준거법, 직권조사사항>】《네덜란드 법인과 대한민국 법인 사이의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에 적용될 준거법에 관하여 법원에 직권으로 심리, 조사할 의무가 인..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8. 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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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국제물품매매계약의 준거법, 직권조사사항>】《네덜란드 법인과 대한민국 법인 사이의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에 적용될 준거법에 관하여 법원에 직권으로 심리, 조사할 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269388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의 심리조사의무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의 경우,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2] 네덜란드 법인과 대한민국 법인 사이의 물품매매계약에 관하여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위 협약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3]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이라면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

 

[2]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은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Vienna, 1980)(CISG), 이하 매매협약이라 한다]에 가입하였으므로, 네덜란드 법인과 대한민국 법인 사이의 물품매매계약에 관하여는 매매협약 제1조 제1항에 의하여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매매협약은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성립, 매도인과 매수인의 의무, 위험의 이전 및 손해배상 범위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으나 제조물책임에 관하여는 그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며, 계약의 유효성이나 물품의 소유권에 관하여 계약이 미치는 효력 또는 소멸시효 등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네덜란드와 대한민국 두 나라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시효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imitation Period i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New York, 1974)]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매매협약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3]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같은 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법인인 양도인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 계약의 준거법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 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합의를 인정할 수도 있으나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네덜란드 소재 법인)는 피고(대한민국 법인)에게 2007년 무렵부터 2014년 무렵까지 손목시계 등의 물품을 공급하고 미지급 물품대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미지급 물품대금의 50%를 감면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원고는 위 미지급 물품대금의 50%2014년 말까지 지급할 것 등을 조건으로 위 미지급 물품대금의 감액 제의를 하여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5. 1.부터 2016. 5.까지 위 미지급 물품대금의 50%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 미지급 물품대금 잔액(50%)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위 감액 합의에 따라 대금채권이 모두 소멸하였다(1), 원고의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원심)고 항변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일부 변제, 채무 승인으로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다고 재항변하였다.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대한민국 민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네덜란드 법인과 대한민국 법인 사이의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시효에 적용될 준거법에 관하여 법원에 직권으로 심리, 조사할 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이다.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한다(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22271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이라면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가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에게 공급한 물품의 대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사안이다.

 

대법원은, 당사자들이 물품매매계약에 관해 명시적으로 준거법을 선택하거나 준거법에 관하여 합의하지 않아서, 원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네덜란드 법이 준거법으로 될 여지가 있는데도, 이 사건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하거나 직권으로 조사하지 않은 채 만연히 대한민국 민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을 직권으로 파기하였다.

 

3. 준거법에 관한 법원의 심리, 조사 의무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560-1562 참조]

 

.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서의 준거법

 

원칙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은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ㆍ적용되고 있는 의미와 내용에 따라야 한다.

 

예외

 

다만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우리 민법 제1조에 따라 외국 관습법, 조리의 순에 의하여 재판하여야 한다.

 

판례

 

대법원 2000. 6. 9. 선고 9835037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70064 판결 :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고,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조리의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적용되어야 할 외국법에 의한 해결과 가장 가까운 해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그 외국법의 전체계적인 질서에 의해 보충 유추되어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그 외국법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법이 조리의 내용으로 유추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준거법에 관한 사항은 직권조사사항

 

준거법과 관련한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법률관계에 적용될 국제협약 또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 조사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222712 판결 :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되는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은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고, 그러한 직권조사에도 불구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조리 등을 적용해야 한다.

 

. ‘국제조약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81514 판결).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은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매매협약’)에 가입하였다.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와 대한민국 법인인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에 관하여는 위 협약이 우선 적용된다(매매협약 제1조 제1).

그러나 매매협약은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편 네덜란드와 대한민국 두 나라 모두 국제물품매매계약의 시효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

 

매매협약이 적용을 배제하거나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사항은 법정지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법정지인 우리나라의 국제사법에 따라 결정된 준거법이 적용된다.

 

.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의 결정

 

관련 규정

 

국제사법 제25(당사자 자치)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 다만, 묵시적인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26(준거법 결정시의 객관적 연결)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

당사자가 계약에 따라 다음 각 호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이행을 행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계약체결 당시 그의 상거소가 있는 국가의 법(당사자가 법인 또는 단체인 경우에는 주된 사무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계약이 당사자의 직업 또는 영업활동으로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영업소가 있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1. 양도계약의 경우에는 양도인의 이행

 

위 규정의 취지

 

국제사법은 당사자의 명ㆍ묵시적 선택(국제사법 제25)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국제사법 제26)’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제사법은 당사자의 선택에 의한 준거법 결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묵시적 선택에 의한 준거법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단서)

 

. 대상판결(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의 경우

 

대상판결(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은 소송절차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 외국법의 증명과 해석

 

외국법의 증명

 

대법원 판례는 외국법의 증명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에 어떠한 제한도 없으므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41897 판결).

국제사법 제5조에 의하면, 법원은 외국법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적용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당사자에게 협력을 요구할 수 있다.

 

외국법의 해석

 

외국법의 해석은 우리 법원으로서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당해 외국법원의 입장에서 당해 외국법관이 해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54587 판결).

 

4.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1560-1562 참조]

 

매매협약은 소멸시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원고와 피고가 준거법에 관하여 다투지 않았다고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국제사법 제25조 제1)’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물품대금채권에 적용될 소멸시효에 대하여는 매도인인 원고의 주된 사무소가 있는 네덜란드 법이 준거법으로 될 여지가 있다(국제사법 제26조 제2).

 

그런데 원심은 당연히 대한민국 민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원고의 물품대금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을 뿐, 이 사건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ㆍ조사하지 아니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직권조사사항인 준거법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