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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제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심에서 비로소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윤경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7.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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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심에서 비로소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심에서 비로소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것이 신의칙에 반하거나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 사실관계

 

원고는 2002. 8. 12. 중개업자의 소개로 피고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는 계쟁토지를 매매대금 108,000만 원, 계약금 1억 원, 잔금 98,000만 원(잔금 지급기일 2002. 9. 15.)에 매수하고, 그날 피고에게 계약금 1억 원을 지급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토지거래허가가 난 후 중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지만, 그 액수를 정하지는 아니하였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각 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해제권의 유보조항을 두었다.

 

2002. 9. 9. 계쟁토지에 관한 토지거래허가가 나자 중개업자는 원고와 피고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통지하였고, 피고가 중도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중개업자와 원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중도금 3억 원을 2002. 9. 16.까지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지만, 피고와 별도의 협의를 하지는 않았다.

 

원고가 2002. 9. 16. 피고에게 중도금 3억 원을 지급하려고 하자, 피고는 중도금 3억 원은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고, 더구나 잔금지급기일인 2002. 9. 15.이 지났음에도 잔금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중도금의 수령을 거절하였다.

. 피고는 2002. 9. 17. 중개업자에게 원고가 2002. 9. 19.까지 잔금을 지급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하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원고는 그날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피고가 다시 2002. 9. 19. 중개업자에게 원고가 2002. 9. 23.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 사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지만, 원고는 그날까지도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2002. 9. 23.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당사자들의 주장 :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피고는 원고로부터 잔금을 지급받음과 상환으로 원고에게 계쟁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청구를 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의 잔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피고의 2002. 9. 23.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항변하였다.

 

1심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의 2002. 9. 23.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항소심에서의 주장과 판단

주장의 변경 : 피고는 항소심 재판이 계속 중이던 2004. 6. 18.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계약금의 2배인 2억 원을 공탁한 후 약정해제권의 행사를 주장함으로써 그 주장을 변경하였고, 원고는 피고가 약정해제권의 행사를 주장하는 것은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 항소심 법원은 매도인이 약정해제권을 행사하기 위하여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여야 하는 점에 비추어 약정해제권의 행사는 상계항변, 건물매수청구권의 행사 등과 같이 조기에 그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바, 비록 피고가 제1심 판결이 선고되고 항소심의 막바지에 이르러 이 사건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였지만, 피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약정해제권을 뒤늦게 행사하여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약정해제권의 행사가 [ 363 ]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1심 판결을 취소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 쟁점

 

피고는 제1심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다가 법정해제권의 행사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다는 제1심의 판단이 있자,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무렵 비로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면서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였다. 실무례에 비추어 위 약정해제권의 행사가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상판결의 태도에 특별한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태도가 하급심 재판, 특히 제1심 재판의 강화라는 정책목표와 조화를 이룰지에 관하여는 검토가 필요하다.

 

3.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범위(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344387, 44394 판결)

 

. 판결의 내용

 

 피고는 환송 후 원심에서, 독립당사자참가인은 이 사건 토지의 인접 지상에 건축중인 관광호텔과 관련한 계약상의 지위도 인수하여 1996. 4. 10. 피고로부터 위 호텔 부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대금 일부만 지급한 상태에서 먼저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아 채권자 A 앞으로 채권최고액 1,148,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는데, 독립당사자참가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피고가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면서 독립당사자참가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A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각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독립당사자참가인에 대하여는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A에 대하여는 위 해제의 효력을 대항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아, 결국 피고는 위 근저당권설정으로 인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 손해배상채권과 독립당사자참가인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법원은 A의 위 근저당권이 행사되어 그에 따른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근저당권 말소소송의 항소심판결은 1999. 8. 17. 이 사건 환송 전 원심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인 1999. 1. 8. 선고되었으므로, 이 사건 환송 전 원심 소송절차에서 위 와 같은 상계항변을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 933 ] 2002. 2. 5. 이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후에야 비로소 하기에 이른 점,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수가 얼마인지,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토지의 가액이 얼마인지, A가 근저당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새롭게 조사할 경우 현저하게 소송이 지연될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위 상계항변은 실기한 공격 · 방어방법에 해당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피고는 스스로 환송 전 원심에서 상계항변을 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부제소합의의 주장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여 상계항변을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그 항변을 하지 아니한 것이 의도적이거나 또는 속단에 인한 것임을 자인하고 있는바, 이는 그 자체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평가될 수 있는 점, 부당하게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짐으로써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는 그 채권최고액이 아니라 피담보채무 상당액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위 상계항변과는 모순되는 내용으로 A의 근저당권은 원인무효이어서 그 피담보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입증만 계속하였을 뿐, 그 피담보채무의 존재와 액수에 대한 주장과 입증은 거의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상계적상에 있는 자동채권의 존재 자체도 의심스럽고, 위 상계항변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새로운 증거조사가 필요하므로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게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점, 실기한 공격 · 방어방법의 각하는 상대방의 신청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하다고 하였다.

 

. 분석

 

 구 민사소송법은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변론의 종결까지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수시제출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하여 당사자들은 공격 방어방법을 단편적으로 여러 차례에 나누어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이것이 심리가 지연되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개정 민사소송법은 심리의 기본원칙으로 적시제출주의를 채택함과 동시에( 146), 적시제출주의의 조문이 특별한 의의가 없는 훈시적인 성격을 갖는 데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실기한 공격 · 방어 방법의 각하에 관한 구 민사소송법 제138조를 적시제출주의에 위배된 경우의 실권효에 관한 조문으로 변경하여( 149), 두 조문이 유기적 관계를 갖도록 함으로써 적시제출주의의 규정이 실질적인 의의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조문구성을 통하여 실기한 공격 · 방어방법의 각하에 관한 규정이 종전의 예외적인 규정으로서가 아니라 소송상 적시제출주의의 원칙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날 수 있고, 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실기한 공격 · 방어방법의 각하제도를 활용하게 됨으로써 적시제출주의의 의의가 뚜렷이 구현되는 결과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본판결은 의도적이거나 속단에 의해 환송 후에 뒤늦게 제출되고, 자동채권의 존재에도 의문이 있는 상계항변을 실기한 공격 · 방어방법이라고 함으로써 위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타당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개정 민사소송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하급심이 충실한 심리를 통하여 객관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어 제149조에 따라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이전과 현격하게 달라진 대법원판례를 찾기 어렵다.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46363, 46370, 46387, 46394 판결은 항소심에 이르러 동일한 쟁점에 관한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자 그 판결의 취지를 토대로 한 새로운 주장을 제출한 것이 실기한 공격 · 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였고,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55808 판결은, 법원은 당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시기에 늦게 제출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이 그로 인하여 소송의 완결을 지연하게 하는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이를 각하할 수 있고, 이는 독립된 결정의 형식으로 뿐만 아니라, 판결이유 중에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할 수도 있으나, 실기한 공격 방어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기일의 속행을 필요로 하고 그 속행기일의 범위 내에서 공격 · 방어방법의 심리도 마칠 수 있거나 그 내용이 이미 심리를 마친 소송자료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는 때에는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각하할 수 없다고 하여 여전히 그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4. 실기(失機)하거나 석명에 불응하는 공격방어방법의 각하

 

 적시제출주의 원칙에 따라 공격방어방법은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여야 한다(민소 146).

당사자가 이를 어기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격방어방법을 뒤늦게 제출하는 경우, 또는 불분명한 공격방어방법에 대하여 필요한 석명이 이행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이러한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할 수 있다(민소 149).

이는 적시제출주의를 실효성 있게 하는 핵심적 제도이다.

 

 수시제출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던 종래의 실무에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변론의 종결까지 공격방어방법을 제출할 수 있었으므로 이 제도가 잘 활용되지 아니하였고, 그 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실기하였음을 이유로 그 공격방어방법 자체를 각하하기보다는 그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판결서에서 입증 없음을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하는 실무례가 많았다.

그러나 법원이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아니하고서 이를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위 법조를 둔 민사소송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은 수시제출주의에서 적시제출주의로 전환하고, 재정기간 제도를 채택함과 동시에 변론준비절차를 대폭 강화하였으므로, 앞으로는 소송의 부당한 지연을 피하기 위하여 이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판결이유에서 실기를 이유로 각하하는 취지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5.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해당요건

 

.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

 

 적시제출주의를 어기어 공격방어방법을 뒤늦게 제출할 것

 

공격방어방법을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였는지 여부는 개개의 소송의 내용과 진행상황에 따라 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뒤늦게 제출하였다는 것은 적시제출주의를 어겼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이해된다.

 

변론의 경과로 보아 과거에 제출을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항소심에서 새로운 공격방어방법이 제출된 경우에는 항소심 자체 뿐 아니라 제1심까지를 통틀어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62. 4. 4. 선고 4294민상1122 판결).

 

 당사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것

 

고의 또는 중과실은 당사자본인 또는 대리인 어느 한편에 있으면 된다. 고의중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법률지식의 정도를 고려하여야 하며, 따라서 본인소송은 변호사대리소송과는 달리 판단하여야 한다.

또 공격방어방법의 종류도 고려하여야 할 것으로, 상계의 항변 따위는 조기에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공격방어방법을 심리하면 소송의 완결이 지연될 것

 

그 공격방어방법을 심리하게 되면 기일을 속행할 필요가 있거나 다른 입증방법에 비하여 증거조사의 종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 등을 가리킨다.

 

. 석명에 불응하는 공격방어방법의 각하

 

 당사자가 제출한 공격방어방법의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할 것

 

 당사자가 필요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거나 설명할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할 것

 

주로 재판장의 석명준비명령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6.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대한 각하절차

 

 공격방어방법의 각하는 직권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의 결정으로 한다.

이 신청은 서면이나 말로 할 수 있고, 서면도 반드시 독립된 신청서에 의하여서가 아니라 준비서면 등에 적어도 무방하다. 독립된 각하신청서에는 인지를 첩부하지 아니하며, 문건으로 전산입력한 후 기록에 가철한다(인지액편철방법예규).

 

 각하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고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해석되지만, 새로 도입된 적시제출주의의 원칙을 관철하고 변론준비절차가 본래의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각하를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여겼던 수시제출주의 하에서의 실무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각하를 함에는 독립된 결정으로 하여도 좋고 종국판결의 이유 속에서 판단하여도 된다(대법원 2000. 4. 7. 선고 9953742 판결).

법원이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그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증거조사까지 마친 경우에 있어서는 더 이상 소송의 완결을 지연할 염려는 없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판결이유에서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하는 판단은 할 수 없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47615 판결).

 

 각하 당한 당사자는 독립하여 항고할 수 없고, 종국판결에 대한 상소와 함께 불복하여야 한다(민소 392).

그러나 각하신청이 배척된 경우에는 법원의 소송지휘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불복신청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 각하되지 않은 경우라도 그에 의하여 소송을 지연시킨 당사자는 승소에 불구하고 증가된 소송비용부담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민소 100).

 

7.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 관한 법률의 변천

 

.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 관한 입법례

 

과거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 있어서 엄격한 순서를 정하여 원고의 청구, 피고의 항변, 원고의 재항변, 증거신청의 순서를 따라야 하고, 그 순서를 놓치면 뒤에 보충제출을 허용하지 않고 실권되게 하는 동시제출주의 또는 법정순서주의의 입법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심리의 경직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실권을 두려워한 당사자로 하여금 허겁지겁 가정주장과 가정항변을 하게 하고 이로써 무용한 소송자료가 쌓이게 되어 법원의 부담이 늘어나고 그 심리가 지연되는 폐해를 낳았다.

 

그리하여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에 있어 순서를 정한 굴레를 깨고 순서 없이 변론종결시까지 자유롭게 제출할 수 있는 수시제출주의가 근대 민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수시제출주의 아래에서는 당사자의 주의력을 산만하게 하여 소송자료의 제출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공격방어방법의 적시제출에 의한 변론의 집중을 어렵게 만들고, 또한 수시제출의 자유가 악의의 당사자에 의하여 소송지연의 도구로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공격과 방어의 방법을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도록 하는 적시제출주의가 도입되엇다.

 

.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나라는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된 민사소송법(이하 위 전부 개정된 민사소송법을 그 이전의 민사소송법과 구분하여 신민사소송법이라 한다)을 통하여 수시제출주의를 버리고, 적시제출주의를 채택하였다.

 

종전의 민사소송법 제136(수시제출주의)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변론의 종결까지 제출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신민사소송법 제146(적시제출주의)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은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여야 한다로 개정되었다.

 

8.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

 

. 실권효를 적용한 사례

 

피고가 제1심에서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원심 제3회 변론기일에 이르러 비로소 구두로 증인신문을 신청한 경우(대법원 1958. 4. 3. 선고 4290민상664 판결)

 

건물철거와 대지인도를 구하는 사건에서 피고가 제1심에서도 주장할 수 있었던 유치권 항변을 항소심 제4회 변론기일에 비로소 제출한 경우(대법원 1962. 4. 4. 선고 4294민상1122 판결)

 

항소심 제4회 변론기일에 피고 대리인이 신청한 증인이 채택되었는데, 신문기일인 제5회 변론기일에 피고 대리인의 불출석과 증인소환비용의 미납으로 증인 채택이 취소되고, 변론종결이 되었다가, 피고 대리인의 신청에 따라 재개된 제6회 변론기일에 피고 대리인이 다시 불출석하고, 7회 변론기일에 비로소 이미 취소된 증인을 다시 신청한 경우(대법원 1968. 1. 31. 선고 672628 판결)

 

피고가 제1심 제6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준비서면에서 착오에 기한 계약취소를 주장하였는데 원고는 이에 대하여 그 착오에 피고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위 착오에 기한 취소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한 후 항소심에서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도 역시 피고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을 하지 아니하다가 원심의 변론종결 이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피고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 및 그 입증을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대법원 1981. 11. 10. 선고 802475 판결, 원심은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대법원은 원심에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실권효의 적용을 부정한 사례

 

민사소송법 제138조에 규정하는 바와 같이 시기에 늦은 공격방어방법이라 할지라도 소송의 진행상태에 따라 그것을 각하하거나 아니 하거나는 오로지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대법원 1964. 4. 21. 선고 63586 판결).

 

피고가 원심에서 변론이 종결된 후 변론의 재개를 신청하면서 비로소 농지의 매매에 있어서 소재지관서의 증명이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농지의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에서는 적어도 사실심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반드시 소재지관서의 증명이 갖추어져야 되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이상,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이 시기에 늦어서 제출한 공격방어방법으로서 소송의 완결을 지연하게 하는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91. 8. 13. 선고 9110992 판결).

 

피고가 대법원 환송판결 후 원심에서 비로소 원고가 농지매매증명을 얻지 못하였다는 항변을 하였더라도 이는 법률상 주장으로서 별도의 증거조사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이로 말미암아 소송의 완결이 지연되는 것도 아니므로 실기한 방어방법이 아니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28921 판결).

 

법원이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하여 각하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그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증거조사까지 마친 경우에 있어서는 더 이상 소송의 완결을 지연할 염려는 없어졌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판결이유에서 당사자의 공격방어방법을 각하하는 판단은 할 수 없고, 또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 하더라도 따로 심리하거나 증거조사를 하여야 할 사항이 남아 있어 어차피 기일의 속행을 필요로 하고 그 속행기일의 범위 내에서 공격방어방법의 심리도 마칠 수 있거나 공격방어방법의 내용이 이미 심리를 마친 소송자료의 범위 안에 포함되어 있는 때에는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4. 5. 10. 선고 9347615 판결).

 

환송판결 후에 피고가 추가로 제출한 주장과 증거는 환송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위와 같은 주장·입증이 있은 후에 원심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고 원고도 증거를 제출하는 등 심리가 계속 진행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뒤늦게 주장·입증을 한 것이라거나, 그로 인하여 소송의 완결이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피고의 위 주장·입증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으로서 소송의 완결을 지연하게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반드시 각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519101 판결).

 

. 판례의 태도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증거신청을 각하한 대법원의 사례는 아주 오래된 판결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그 판단은 증거신청을 각하한 하급심의 견해를 과감하게 수용하는 태도로 나타나는데, 아마도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누구도 함부로 비난하거나 이의하지 못하던 권위주의 시절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대법원 1981. 11. 10. 선고 802475 판결 이후로 현재까지는 실권효를 인정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47615 판결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지 않는 경우에 관한 일응의 해석기준을 제시한 이래 재판의 실무는 대체로 위 대법원 판결의 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적용형태는 다양할지라도 현재 대법원의 태도는 대체로 다른 주장에 대한 심리 때문에 어차피 기일이 속행되는 경우라면 소송 지연이 아니다.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미 이에 관한 심리가 진행되었다면 뒤늦게 문제 삼을 수 없다.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 없는 법률상 주장 같은 것은 마지막 순간(변론기일)에도 할 수 있다.라는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기준에 따른다면 실제로 소송지연에 해당하여 증거신청이 각하되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어렵고,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각하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되기에 이른다.

 

. 실기한 공격방어방법 실권효의 근거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실권효를 인정하는 근거에 관하여 실권이 태만이나 소송의 지연을 기도하는 당사자에 대한 형벌이라는 견해, 실권을 소송촉진이나 지연방지를 위한 방책의 하나로 보는 견해, 실체법상 권리행사의 제한으로 보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데 두 번째 견해가 통설에 해당한다.

 

9.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 대상판결의 결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제1심 재판과정에서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법정해제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다가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소심에서 계약금의 2배인 2억 원을 공탁하면서 약정해제권을 행사하였고, 대상판결은 약정해제권의 행사가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의 태도는 결론에 있어서 옳다.

 

공격방어방법이 시기에 늦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제1심 변론종결일은 양보할 수 없는 데드라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대상판결의 태도는 수긍할 만하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제1심 변론종결일 이전에 약정해제권을 행사한 바가 없으므로, 1심 재판과정에서 약정해제권의 행사를 원인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주장을 할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약정해제권의 행사 여부는 실체법상의 권리이고, 소송상의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적절한 시기까지 이를 행사할 것을 강제할 수도 없다. 그러한 점에서 항소심에서의 사정변경을 반영하여 항소심에서 비로소 새로운 주장을 추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은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정당하다.

 

문제는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대상판결의 입장이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대상판결은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주장이 가능하였으므로, 그와 같은 주장의 추가는 부득이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새로운 주장이 소송의 완결을 지연한 것이 아니라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였는데, 우리나라 재판 실무상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