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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운전자의 조치의무, 도주차량죄와 미조치죄의 관계, 신원확인조치】《도주차량죄에 있어서 운전자의 조치의무, 도로교통법 제106조 미조치죄에 있어서 운전자의 조치의무, 도주차..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8. 2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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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운전자의 조치의무, 도주차량죄와 미조치죄의 관계, 신원확인조치】《도주차량죄에 있어서 운전자의 조치의무, 도로교통법 제106조 미조치죄에 있어서 운전자의 조치의무, 도주차량죄의 성립이 제한되는 경미한 교통사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교통사고 운전자의 조치의무

 

. 관련 규정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그 밖의 승무원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기본적 구성요건요소로 하여 그 필요한 조치를 불이행하였을 경우 성립하는 범죄에 도로교통법 제106조의 미조치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고만 한다) 5조의3 1항의 도주차량죄가 있다.

 

 도로교통법 제54(사고발생 시의 조치)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 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148(벌칙)

54조 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의무 조항의 취지 및 사고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

 

 도로교통법 제148, 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물건을 손괴한 경우 운전자 등으로 하여금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게 함으로써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다.

 

 그리고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양상과 정도 등 사고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

 

2. 미조치한 경우의 지책

 

. 도주차량죄와 미조치죄의 관계

 

 사람을 사상한 경우

 

도주차량죄가 사고야기자의 업무상 과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반면,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사고야기자의 과실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사람을 사상한 교통사고에 있어서도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고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규정하는 구호의무 등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제106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 대법원도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 2항이 규정한 교통사고발생시의 구호조치의무 및 신고의무는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 운전자 등으로 하여금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게 하고, 또 속히 경찰관에게 교통사고의 발생을 알려서 피해자의 구호, 교통질서의 회복 등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과된 것이므로 교통사고의 결과가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 이상 그 의무는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당해 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사고발생에 있어서 고의, 과실 혹은 유책, 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부과된 의무라고 해석함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0.9.25. 선고 90978 판결 등). 그러나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상하고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경우에는 도주차량죄만이 성립하며, 이 경우 도주차량죄와 미조치죄는 법조경합(흡수관계)관계에 있다.

 

 사람을 사상하고 재물도 손괴한 경우

 

자동차 운전자가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재물을 손괴하고도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위하지 아니한 채 도주한 때는 도주차량죄와 재물손괴후 미조치죄가 성립하고 양죄는 상상적 경합범관계에 있다.

 

. 도로교통법 제106조 미조치죄에 있어서 운전자의 조치의무

 

 일반적인 의무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재물을 손상한 경우에는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교통사고 야기자는 사고 즉시 정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러한 정차의무는 필연적으로 부상자의 구호여부나 교통상의 안전과 위험물을 제거할 필요성이 있는지 확인을 위한 것이므로 정차한 후 이러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 부상자를 구호할 의무가 있고, 교통의 안전을 위하여 위험물을 제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신원확인조치의무가 있는지 여부

 

도로교통법 제106조의 미조치죄에 있어 사람을 사상한 경우와 재물만을 손괴한 경우 사고운전자에게 위와 같은 일반적인 구호조치의무 이외에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필요한 조치로써 신원확인조치의무가 있는지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제106조와 관련하여사람이 사상한 경우에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필요한 조치에 신원확인조치의무가 있는지 아직 판시한 바 없으나, 재물손괴후 미조치한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며, 이 경우 운전자가 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적절히 강구하야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대법원 2002.6.28. 선고 20022001 판결 등 다수 판례)고 밝히고 있어 손해배상청구권확보를 전제로 한 신원확인의무에 관하여 부정적인 태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조치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재물손괴를 중심으로)

 

교통사고로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작위의무인 필요한 조치란 위에서 살펴본 도로교통법의 목적과 동조항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거나 교통상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사고운전자는 차량을 갓길이나 교통의 소통에 장애가 없는 곳에 정차시키고,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는 견인조치토록 하여야 하며, 교통상의 장해를 유발할 수 있는 잔해물을 치우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러한 위험 등을 제거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의무는 면제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도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미조치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4959 판결

 

피고인이 판시 승용차를 운전하여 우회전하다가 거의 정차상태나 다름없이 서행하던 피해자 승용차의 좌측 앞범퍼 부분을 스치듯 들이받아 수리비 156,000원 상당을 요하도록 약간의 손괴하였으나 피해정도가 매우 경미하여 충돌로 인한 파편물이 도로에 비산된 바는 없었기에 도로를 통행하는 데 있어서 위험이나 장해는 없었고,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후 차에서 내려 약 30분간 피해자와 사이에 들이받은 부분 및 피해금액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피해자가 피해금액을 과다하게 요구한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고 시비하다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현장을 떠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승용차를 약 2km 정도 추격하여 정지하게 한 사안에서, 사고시각, 피해차량의 위치 및 상태, 손괴 정도, 피고인이 차에서 내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피해자와 대화를 나눈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시 승차하여 도주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승용차를 약 2km 정도 추격하여 정지하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이 사고현장을 떠날 당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취지로 대법원 1993.11.26. 선고 932346 판결이 있다. 즉 피고인이 앞서 진행하던 피해자 운전의 택시가 급제동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조치를 취하였으나 피하지 못하고 위 택시의 뒷범버를 들이받는 사고를 발생시켰는데, 위 사고로 위 택시가 입은 피해는 뒷범버에 약간의 흠집이 난 정도이며(수리비 금 70,000원 상당), 피고인은 위 사고 후 차량에서 내려 피해의 정도를 살핀 후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금 10,000원을 피해자에게 주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면서 인근 파출소에 동행할 것을 요구하자, 피고인은 당시 음주운전을 하고 있어서 그 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한 나머지 피해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도 알려 주지 아니한 채 다시 승차하여 그대로 도주한 사안에서피고인이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전혀 알려 주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시 승차하여 도주하였다면, 피고인이 도주시 급히 자동차를 운전하는 등으로 새로운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고, 또한 피해자가 이를 제지하거나 뒤쫓아 갈 것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에도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으로서 위 제50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3.3.11. 선고 20026914 판결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자신의 승합차를 교차로 건너편 갓길에 안전하게 주차하고 [ 312 ] 차에서 내린 다음, 역시 상대 승합차에서 내려 피고인에게 다가온 피해자와 10분 정도 피해 변상 방법 등을 협의하였는데, 쌍방의 물적 피해는 피고인의 승합차는 뒷부분이 긁히고 피해자의 승합차는 앞범퍼가 떨어진 정도에 불과하였고, 또한 위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가 협의를 하는 사이에 피해자의 신고에 따라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량과 경찰이 피해 상황을 확인하면서 조치를 취하였는데, 그 직후 피고인이 자신의 음주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자기의 승합차를 그대로 둔 채 사고 현장을 떠난 사안에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을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3.2.28. 선고 20026957 판결

 

피고인이 후진 중 주택가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던 피해차량을 충격하여 피해차량의 뒷범퍼와 왼쪽 뒷깜빡이가 깨지고 범퍼에 일자로 흠집이 났을 뿐 도로상에 차량의 비산물이 흩어지지 않은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사고 이후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취지 판례로 대법원 2001.5.8. 선고 2001815 판결이 있다, “이 사건 사고장소는 아파트에 연접되고 중앙선이나 차도, 인도의 구분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폭 8m의 소방도로이고 피고인은 자신의 승용차를 그 도로의 입구 모퉁이에 있는 피해자 운영의 동백수퍼 앞에 주차하기 위하여 후진하려다가 그 길의 가장자리로서 그 동백수퍼 출입문에 맞닿은 곳에 세워두었던 피해자 소유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수리비 410,000원 상당의 손괴가 되게 하면서 그 오토바이는 원래 서있던 장소에서 그 동백 수퍼쪽으로 넘어진 결과 그로 인한 도로 통행상 장해가 생기지 아니하였는데 피고인은 그 사고 후 연락처를 알리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는 이 사건에서, 원심이 그 사고 경위와 피해정도에 비추어 교통상 위험이나 장해가 발생치 아니한 이상 피고인이 그 법 제50조 제1항에서 규정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제106조와 관련하여 신원확인조치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규정하는필요한 조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규정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주요한 판단자료로 자동차 파편물 등이 도로에 비산되어 교통상의 장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들고 있다. 물론 파편물들이 비산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교통상의 장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교통사고 잔해물의 크기와 비산된 정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 파편물 등의 비산물이 없어 교통상의 위험, 장해를 제거할 필요성이 없는 경미한 교통사고에 있어 사고운전자의 현장에서의 이탈로 상대방운전자가 추격함에 따라 교통상의 위험을 유발하였다는 사정이 사고운전자가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대법원 1993.11.26. 선고 932346 판결은 현장에서의 이탈로 인한 상대방운전자의 추격가능성을 조치의무불이행의 중요한 판단 근거로 든 반면, 대법원 2003.12.26. 선고 20034959 판결은 그러한 사정만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상대방운전자가 추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결국 도주행위를 처벌하는 것인데, 미조치죄는 도주차량죄와 달리 도주를 구성요건요소로 하지 않고 있고, 상대방운전자의 추격가능성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결국 사고운전자에게 신원확인조치의무 부담시키는 것인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의무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대법원판례의 일관성 측면에서 본다면 경미한 교통사고에 있어 사고운전자의 현장에서의 이탈로 인한 상대방운전자의 추격가능성은 미조치죄의 판단에서 고려요소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 도주차량죄에 있어서 운전자의 조치의무

 

 도주차량죄의 신원확인조치의무의 인정여부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소정의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판시(대법원 1999.12.7. 선고 992869 판결 등)하여 명확하게 사고운전자에게 신원확인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지는 아니하나 이를 전제로 사고운전자가 신원확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도주차량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아래에서 살펴 보는 바와 같이 신원확인의무가 없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사례도 있다.

 

 도주에 해당된다고 한 사례

 

 병원에 후송조치를 취하였으나 신원확인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교통사고 야기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준 다음 피해자나 병원 측에 아무런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가 경찰이 피해자가 적어 놓은 차량번호를 조회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연락을 취하자 2시간쯤 후에 파출소에 출석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소정의도주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9.12.7. 선고 992869 판결 등 다수의 판례).

 

 병원에 후송하지 아니한 채 신원확인조치만 취한 경우

 

사고 운전자가 그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부근의 택시 기사에게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경찰관이 온 후 병원으로 가겠다는 피해자의 거부로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아니한 사이에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사고현장에 도착하였고, 피해자의 병원이송 및 경찰관의 사고현장 도착 이전에 사고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비록 그 후 피해자가 택시를 타고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전자는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설령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의 동승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4.3.12. 선고 2004250 판결, 대법원 2002.1.11. 선고 20015369 판결 등. 대법원 1992.4.10. 선고 911831 판결은교통사고 당시 그 장소에는 이미 여러 건의 연쇄충돌사고가 발생하여 피고인의 사고신고 없이도 경찰관이 출동하여 조사하고 있었고, 피고인은 사고 발생 후 피고인 스스로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한 바는 없지만 피해자의 일행이 지나가던 차량을 세워 피해자를 병원에 보내는 것을 보고 그에게 피고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사실대로 적어 주고 사고현장을 떠났다면 이러한 현장이탈은 도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어 위 대법원 판결과 반대취지인 듯 보이나, 이 사안은 이미 운전자의 구호의무이행 이전에 경찰관, 피해자등에 의해 적극적인 구호조치가 취해지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에 의한 별도의 구호조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따라서 피고인이 고의로 구호의무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도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사고운전자가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된 후 신원확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사고운전자인 피고인 자신이 부상을 입고 경찰관이나 조치에 따라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경찰에 신고나 연락을 취하지 아니한 채 집으로 가버렸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에 이미 경찰이나 구급차량 등에 의하여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이루어진 후였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에 규정된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11.26. 선고 20024986 판결, 2001.11.13. 선고 20014486 판결, 대법원 1999.4.13. 선고 983315 판결 등).

 

 피해자를 병원에 인계하였으나, 병원에서 피해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여 신원확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피고인이 교통사고 야기 후 사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피해자들을 구급차에 나눠 싣고 자신도 구급차에 동승하여 피해자를 병원 응급실로 후송한 후 간호사가 혈압을 재는 것을 보고 응급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중 피고인 자신과 위 피해자가 타고 온 구급차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보고 응급실에 다시 가 본 결과 위 피해자가 보이지 않자 간호사에게 피해자의 행방을 문의하였으나 그녀가 다른 곳으로 후송하였다고만 이야기하여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 간 경우, 피고인이 비록 사고 현장에서나 그 직후 경찰관서 등에 사고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또는 타인에게 자신이 사고 야기자라고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도주차량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6.4.12. 선고 96358 판결).

 

 특가법상 도주차량죄의 입법경위가 도주차량 이른바뺑소니사고에 있어서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 불이행으로 생명, 신체의 위험이 초래될 뿐만 아니라 민사법적인 피해보상이 어렵게 되고 인명경시의 풍조가 만연시되는 등 그에 대한 강한 윤리적 비난이 가해지는 점을 감안하여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고, 이에 따라 범죄의 성립주체를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자로 제한하고 있고, 그 구성 요건요소로도주한 때라는 구성요건표지를 추가로 요구함으로써 미조치죄에 비하여 형벌을 가중하고 있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특가법상의 도주차량죄의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주차량죄에 있어서는 미조치죄와 달리 사고운전자에게 신원확인조치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고운전자가 부상을 입어 병원에 후송된 경우에는 신원확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주차량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나 특가법상 도주차량죄는 운전자의 구호의무를 기본적인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구호의무는 작위의무이므로 사고운전자가 부상으로 작위의무인 구호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를 특가법상 도주차량죄의 구호의무를 부담하는 운전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운전자가 사고를 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되었다면 그는 다른 교통사고 피해자들과 함께 구호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다. 대법원도 그러한 취지에서사고운전자가 피해자 일행으로부터의 구타폭행을 면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5.9.24. 선고 851616 판결)고 판시하여 구호의무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거나 긴급피난으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도주차량죄를 부정하고 있다.

 

 신원확인조치의 정도

 

 자동차등록원부 등의 교부의 경우

 

대법원은 자동차의 소유자가 누구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그칠 뿐 사고야기자의 신분을 확인하기에는 불충분한 자동차등록원부만을 피해자에게 교부한 경우(대법원 1996.8.20. 선고 961415 판결) 도주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 사례는 사고운전자가 구호조치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주차량죄를 인정하면서 그에 부수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고운전자가 구호조치를 모두 이행하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자동차등록원부를 교부하였다면 신원확인조치를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 2004.10.28. 선고 20045227 판결은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지나 가던 택시에 태워 병원으로 후송한 후 피해자가 치료를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하러 진료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병원접수창구로 가서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고 일시, 장소 및 피고인 자신이 소유로 되어 있는 차량번호를 담당 간호사에게 알려주면서 접수를 마친 다음에 병원을 떠났더라도 이로 인해 비교적 쉽게 피고인의 신원이 확인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도주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목격자로 행세하는 경우

 

사고현장에 남아 목격자로 행세하다가 경찰관에게 자기의 신분을 밝힌 후 귀가한 경우(대법원 1997.5.7. 선고 97770 판결), 피해자를 병원에 후송하기는 하였으나 조사 경찰관에게 사고사실을 부인하고 자신을 목격자라고 하면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귀가한 경우(대법원 2003.3.25. 선고 20025748 판결)는 모두 사고운전자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야기한 것이므로 도주차량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교통사고 후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여 치료를 받게 하고 병원에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었다면, 비록 경찰관서에 자신이 사고운전자임을 신고하지 아니하고 동료 운전기사로 하여금 그가 사고운전자인 것으로 신고하게 하였다 하더라도 도주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2.2.8. 선고 20014771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치료비 등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경우

 

대법원은 2004.6.25. 선고 20042418 판결에서피고인 1이 이 사건 교통사고 후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여 함께 있던 내연관계의 피고인 2(피고인 2는 자신이 사고운전자라고 진술하여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았음)를 통하여 피해자의 응급치료 및 입원치료가 행해질 수 있도록 조치를 하였고, 보험회사의 보험처리에 의하여 피해자를 계속 치료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2가 피해자의 가족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 주어 계속 연락이 되어 왔던 이상, 비록 위 피고인이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자신이 사고운전자임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위 대법원판례의 취지는 사고운전자측에서 피해자에 대해 응급 및 입원치료가 행해질 수 있도록 구호조치를 취하고, 치료비를 지급하는 등 민사적 부담까지 충분히 이행하였다면 손해배상청구권확보를 목적으로 한 신원확인 조치의무의 이행은 사실상 충족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 도주차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 도주차량죄의 성립이 제한되는 경미한 교통사고

 

 경미한 교통사고에 있어서의 도주차량죄의 제한

 

 종전 판례의 태도

 

기존의 실무례는 피해자가 2주 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와 같이 경미한 교통사고에 있어서 비록 그것이 환자의 진술에 의존한 진단서라도 그 상해사실을 배척할 다른 자료가 없는 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고운전자에게 도주차량죄를 인정해 왔었다. 대법원 2000.2.25. 선고 993910 판결은사고 결과 피해차량인 택시의 뒷범퍼가 미미하게 탈착된 데 그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교통사고는 매우 경미한 추돌사고라고 보여지고, 피해자는 사고 당시 신호대기를 위하여 택시를 정차하고 있다가 뒤에서 충격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고 후 어디를 다쳤는지는 모르고 정신만이 몽롱한 상태였을 뿐이며, 파출소에서는 진단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였다가 다시 경찰서에서는 아픈 데가 없어서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담당경찰관이 그 제출을 종용하므로 병원에서 이를 발급받아서 제출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인 정찬은 피해자가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여 다른 객관적인 자료 없이 진단서를 발급하였고, 통상적으로 통증을 이유로 진단서를 발급하는 경우 주사와 약물 및 물리치료를 하는데 피해자는 위 진단서를 발급받을 당시 주사 및 물리치료는 받지 않고 약만 받아간 이후 병원에서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었다는 요추부 통증은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고 보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피해자는 아무런 치료를 받은 일이 없으므로, 그와 같은 단순한 통증으로 인하여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왔다거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려워서 이를 형법상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음이 분명하고, 그 밖에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위 사고로 인하여 어떠한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비록 위 사고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위 도주운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같은 취지로 대법원 1997.12.12. 선고 972396 판결 등이 있다.

 

 최근의 판례의 태도

 

위와 같이 경미한 교통사고에 있어서 특가법상의 도주차량죄를 제한하자고 하는 움직임속에 대법원은 2002.1.11. 선고 20012869 판결로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의 규정은 자동차와 교통사고의 격증에 상응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그 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행위에는 강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경미한 교통사고에 있어 도주 차량죄의 성립을 제한하는 법해석을 하였다. 다음에서 이러한 일련의 판례를 검토하기로 한다.

 

 대법원 2002.1.11. 선고 20012869 판결

피고인은 제1심 판시와 같은 교통사고를 낸 후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을 도로변에 정차시키고 차에서 내려 피해자가 목을 주무르고 있는 것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운전하던 차량을 사고현장에 놓아둔 채 다른 사람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기 위하여 사고현장을 이탈하였으나, 위 사고로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목이 뻐근한 정도로서 그 다음날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촬영한 결과 이상이 없고 임상적 추정에 의하여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급성경추부염좌의 진단을 받았을 뿐이므로 구호조치 등의 필요성이 없다.

 

 대법원 2002.1.11. 선고 20012763 판결(피해자에게 외상이 없고, 사사고 후 멱살을 잡고 시비가 있었던 경우)

피고인이 제1심 판시와 같이 승용차를 후진하다가 뒤에 일시 정지 중이던 피해자000 운전의 오토바이 앞바퀴 부분을 위 승용차 뒷부분으로 충격하였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교통사고 후 피해자000에게 왜 비키지 않았느냐며 위 피해자와 시비를 하다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사고 현장을 이탈하였으나, 위 사고로 피해자000는 피고인과 서로 멱살을 잡고 다투었고 피해자들 모두 아무런 외상이 없었으며 다음날 병원에서 임상적 추정에 의하여 각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염좌의 진단을 받았을 뿐이므로 구호 조치의 필요성이 없다.

 

 대법원 2004.6.11. 20038092 판결(피고인이 음주운전이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도주하였으나 피해자의 상해나 손괴정도가 경미한 경우)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는 차에서 내려 그 때까지 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과속을 하지 않았느냐며 따지다가, 차안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 피고인은 음주운전을 한 것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이 차에서 내려 야구연습장 반대쪽으로 20~30m 가량 걸어가 사고 장소를 이탈한 사실, 피해자가 신고한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경찰관이 사고 장소에 도착하였고, 피해자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가해 운전자가 야구연습장 쪽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야구연습장 쪽으로 가 그 앞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휴대폰으로 보험회사 직원과 사고처리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피고인을 붙잡아 경찰관에게 데리고 온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발생보고서는 피해자가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작성되어 있고, 피해자는 전혀 외상이 없이 피고인 또는 경찰관 등에게 통증을 호소한 바 없으며, 다만 사고 당일 경찰에서 목만 조금 아픈 상태이고,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제출하겠다고 진술하였는데, 다음날 오전부터 목에 통증을 느껴 그 날 오후에 병원에 가서 경부 동통 및 운동제한 증상으로 수상일로부터 약 3주간의 안정 가료, 진찰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나, 특별히 어떠한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사실 등에 비추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다.

 

 대법원 2004.5.28. 선고 20041213 판결(자전거를 탄 11세의 어린이를 충격하였는데, 그 상해정도가 경미하고, 피해 어린이가 괜찮다며 현장을 이탈한 경우)

이 사건 사고는 골목길에서 편도 1차선의 도로로 나오기 위하여 서행하던 피고인 차량의 우측 앞 범퍼 부위에 피해자(11)가 운전하던 자전거의 앞바퀴가 가볍게 충격된 것인데, 피해자는 그 충격으로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다가 바로 일어났고, 피고인은 즉시 차에서 내려 피해자에게 다가가 상처를 입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사실, 피해자는 다친 데가 없느냐는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의 물음에 모두 괜찮다고 대답하였고, 외관상 어떠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며, 피해자는 자전거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면서 자전거를 그 곳에 버려둔 채 현장에서 뛰어 가버린 사실, 이에 피고인도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사고 현장을 떠났고 피해 자전거의 손괴 정도는 앞바퀴가 살짝 휘어진 정도로서 그 수리비도 금 31,000원 정도에 불과하며, 당시 차량 속도도 5 내지 10정도였고, 피해자는 사고 당일 저녁에도 아프지는 않았으나 골절상 등의 확인을 위하여 피해자의 어머니와 함께 영양병원에서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엑스레이촬영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아니하였고, 사고 후 4일이 지나 다시 안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으나, 좌측 무릎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있는 외에는 외관상 별다른 상처가 없어 주사나 약물치료 없이 C/T 촬영만 하고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며, 그 이후 다시 안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으나, 이때도 역시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아니한 사실 등에 비추어 구호조치등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아 도주차량죄와 미조치죄로 처벌할 수 없다.

대법원 1996.8.20. 선고 961461 판결은피고인이 그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우측 앞부분으로 11세 남짓의 국민학교 4학년 어린이인 피해자의 왼쪽 손부분 등을 들이받아 땅바닥에 넘어뜨려 약 1주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제5수지 관절염좌상 등을 가한 이 사건에 있어서, 전혀 사리분별을 할 수 없지는 않지만 아직 스스로 자기 몸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파악하기에는 나이 어린 피해자가 피고인 운전의 승용차에 부딪쳐 땅에 넘어진 이상, 의학에 전문지식이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의당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가서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상처 등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받게 하여야 할 것이며, 또 어린 피해자에게 집으로 혼자 돌아갈 수 있느냐고 질문하여라고 대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보호조치도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그냥 돌아가게 하였다면 사고의 야기자가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없도록 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와 같은 소위는 도주차량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4.10.15. 선고 20045304 판결 (피해자의 상해가 경미하고 피해자가 먼저 현장을 이탈한 경우)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피해자는 피고인과 잘잘못을 따지다가 약 10m 떨어진 가게로 가 경찰에 사고신고를 부탁하고는 피고인에게 경찰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 다음 10여분간 함께 경찰관을 기다린 사실, 그 동안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통증을 호소하지도 아니하였고, 외상(외상)도 없었던 사실, 그러다가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한 채 40m 정도 떨어진 횟집에 통닭배달을 하러 가 버린 사실, 이때 피해자는 걸어서 횟집으로 갔는데 특별히 걷기에 어려움이 없었던 사실, 피해자는 목에 통증을 느껴 사고 다음날 병원에 가서 경추부염좌, 다발성좌상으로 초진일로부터 약 2주간의 안정가료를 요한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나, 진단서 발급 받는 날 주사를 한번 맞고, 1일분 약을 받았으며, 2일간 물리치료를 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어떠한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통증도 3, 4일 정도 지나자 없어진 점 등에 비추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23주의 진단을 요하는 상해를 입었더라도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도주차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구호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특히 상해부위와 정도, 사고의 내용과 사고 후의 정황을 중요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가 사고 후 별다른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외상이 없었던 경우, 피해자가 자신의 개인적 일을 위해 먼저 현장을 이탈한 경우, 사고 후 사고원인에 대하여 사고운전자와 멱살을 잡고 시비를 한 경우 등과 같이 교통 사고로 인해 타인의 구호를 요할 정도의 신체활동에 장애가 없었던 경우에는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부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 도주차량죄의 성립이 제한되는 경우 미조치죄의 성립여부

 

한편, 위와 같이 피해자에게 경미한 부상을 입힌 교통사고에 있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부정되어 도주차량죄가 성립되지 아니하는 경우 도로교통법 제106조의 미조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도주차량죄와 미조치죄의 입법목적이나 주된 보호법익에 차이가 있고, 그 법정형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여 도주차량죄의 사고운전자의 조치의무는 실질적으로 그러한 구호조치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죄에 있어서는 이와 달리 폭넓게 조치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도주차량죄의 적용을 제한하더라도 이를 도로교통법 제106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이 견해에 의하면, 경미한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구호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운전자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106조의 죄로 처벌할 수가 있고, 이때 도로교통법 제106조의 죄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대법원 1991.6.14. 선고 91253 판결).

 

사. 경미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사후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난 경우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로 처벌받는지 여부(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4936 판결)

 

 쟁점

 

 B 씨는 도로에 정차한 승용차를 운전하여 출발하다가 C 씨가 운전하는 승용차 오른쪽 옆 부분을 스치듯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직후 B 씨는 차에서 내려 피해 승용차의 상태를 확인하였고, C 씨도 차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가해 승용차의 차량번호 등을 촬영하였다.

B 씨와 C 씨는 사고 차량들을 도로 옆쪽으로 옮긴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는데, B 씨는 피해 승용차가 도로 옆으로 이동하는 틈을 타 C 씨에게 자신의 연락처 등을 알려주지 않은 채로 현장을 떠났다.

 

 B 씨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받을까?

 

 대법원의 판시

 

교통사고 현장에 사고로 인한 파편 등 장애물이 없고,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B 씨가 별다른 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 조치로 처벌할 수 없다.

 

 B 씨는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사고로 인한 피해 정도가 경미하여 충돌로 인한 파편물이 도로에 흩어져 떨어지지 않았고, 사고 직후 피해 승용차는 도로 옆쪽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C 씨가 가해 승용차의 차량번호를 촬영해 둔 데다가, 퇴근시간에 비까지 겹쳐 차량이 정체 중이고, 전방의 신호마저 바뀌어 B 씨에 대한 추격을 단념하고 곧바로 경찰에 사고신고를 하였다.

그렇다면 B 씨가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 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B 씨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도로교통법 제148조 위반죄,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할 수는 없다.

 

한편 경미한 사고를 냈더라도 미안하다는 손짓만 하고 피해 차량의 반대방향으로 도주한 것은 교통사고 발생 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농로에서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왕복 4차로의 도로로 진입하던 차량의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여 진행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입하다가 도로를 진행하던 차량을 들이받아 파손한 사안에서, 비록 사고로 인한 피해 차량의 물적 피해가 경미하고 파편이 도로 위에 떨어져 있지 않았더라도,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미안하다는 손짓만 하고 도로를 역주행하여 피해 차량의 진행 방향과 반대편으로 도주한 것은 교통사고 발생 시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78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