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 쇼크】《우리가 조금만 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안다면,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언제나 젊은 시절의 흥분과 설레임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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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와 함께 있어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주말에는 항상 함께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창하고 눈이 부신 가을 하늘의 싱그러움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시원한 미풍이 내 빰을 간지럽히며 스쳐 지나간다.
푸르고 맑은 가을하늘의 황홀함에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또한 곧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전에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내 눈에 가득, 아니 내 추억의 연못 속에 퐁당 담가놓아야겠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모 탤런트가 만 7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왕성하게 활동하시던 분의 돌연사라는 점도 충격적이지만, 그 사인이 ‘고혈당 쇼크’라는 점도 뜻밖이다.
몇 달 동안 연속혈당측정계로 혈당스파이크를 관리해오던 터라 관심있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혈당수치가 그 정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만큼 나이가 들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변수가 정말 많이 생긴다.
지금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나 역시 ‘나이든다는 것이 바로 이럴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말은 헛소리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때 “주말에도 일했어야 하는데…”라거나 “휴가를 반납하고 일했더라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사회에 봉사하면서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는 것으로 족하다.
악착같이 독기를 품고 절대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은 “건강관리(운동, 건강한 식단, 충분한 휴식과 꿀잠)”뿐이다.
그래야 나이 들어 불행에 빠지지 않는다.
나이 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보람도 느끼고, 사는 재미가 생긴다.
인생 별거 없다.
난 지금도 여전히 지구 곳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겨울에 떠날 남미여행을 위한 체력관리도 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걷고 싶다.
우리는 지구별의 순례자이며, 삶을 누리고 놀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흔히들 잘못 생각하고 있지만, 놀이는 아이들만의 소일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생명력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항상 생산적 활동에 종사해야하고, 성공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만일 그것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평생 우리의 삶이 된다면, 그래서 밤에도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만 하게 된다면, 삶은 황폐하게 된다.
잘 논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주말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또르와 산책을 하고, 휘트니스센터에 가서 쇠질을 하고, 책을 읽고, ‘바흐’와 ‘모차르트’를 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나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주말에 산책을 하고, 근력운동을 하고, 음악을 듣느라 생산적인 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린 아이였을 때 세상은 마술 같은 일들로 가득했다.
그 오래된 느낌을 되살려 조금만 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안다면,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언제나 젊은 시절의 흥분과 설레임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