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업무방해죄, 특정신문사들의 광고주에 대한 소비자불매운동이 형법 제314조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기준>】《특정신문들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에게 광고게재를 중단하도록 압박한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도410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 특정 신문들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에게 광고 게재를 중단하도록 압박한 경우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소비자불매운동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위력 행사의 상대방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및 그 판단 기준
[3] 인터넷카페의 운영진인 피고인들이 카페 회원들과 공모하여, 특정 신문들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에게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지속적·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항의글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광고중단을 압박함으로써 위력으로 광고주들 및 신문사들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광고주들에 대하여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만, 신문사들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위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본 사례
[4]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함으로 인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정보통신망의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할 것을 요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소비자가 구매력을 무기로 상품이나 용역에 대한 자신들의 선호를 시장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집단적 시도인 소비자불매운동은 본래 ‘공정한 가격으로 양질의 상품 또는 용역을 적절한 유통구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안전하게 구입하거나 사용할 소비자의 제반 권익을 증진할 목적’에서 행해지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일환으로서 헌법 제124조를 통하여 제도로서 보장되나, 그와는 다른 측면에서 일반 시민들이 특정한 사회, 경제적 또는 정치적 대의나 가치를 주장·옹호하거나 이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비자불매운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소비자불매운동 역시 반드시 헌법 제124조는 아니더라도 헌법 제21조에 따라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관점 등에서 보호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단순히 소비자불매운동이 헌법 제124조에 따라 보장되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하여 아무런 헌법적 보호도 주어지지 아니한다거나 소비자불매운동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집단행위로서의 성격과 대상 기업에 대한 불이익 또는 피해의 가능성만을 들어 곧바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그 소비자불매운동이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의 점에서도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고, 그러한 관점에서 어떠한 소비자불매운동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해당 소비자불매운동의 목적, 불매운동에 이르게 된 경위, 대상 기업의 선정이유 및 불매운동의 목적과의 연관성, 대상 기업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거기에 비교되는 불매운동의 규모 및 영향력, 불매운동 참여자의 자발성, 불매운동 실행과정에서 다른 폭력행위나 위법행위의 수반 여부, 불매운동의 기간 및 그로 인하여 대상 기업이 입은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그에 대한 대상 기업의 반응이나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행사되어야 하므로, 그 위력 행사의 상대방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이를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직접 제압될 가능성이 있는지는 위력 행사의 의도나 목적, 위력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와 피해자의 관계, 위력의 행사 장소나 방법 등 태양,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에 관한 피해자의 인식 여부,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로 피해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피해자에 의한 위력의 배제나 제3자에 대한 보호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인터넷카페의 운영진인 피고인들이 카페 회원들과 공모하여, 특정 신문들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에게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지속적·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광고주들의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광고중단을 압박함으로써 위력으로 광고주들 및 신문사들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이 피고인들이 벌인 불매운동의 목적, 그 조직과정, 대상 기업의 선정경위, 불매운동의 규모 및 영향력, 불매운동의 실행 형태, 불매운동의 기간, 대상 기업인 광고주들이 입은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나, 나아가 피고인들의 행위로 신문사들이 실제 입은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그로 인하여 신문사들의 영업활동이나 보도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될 만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살펴보지 아니한 채, 신문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의 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3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 내지 적정한 작동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이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는 등 정보통신망의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을 것을 요한다.
2. 사안의 개요
가. 사실관계
⑴ 2008. 5.경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가 잇따라 개최되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 등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현 정부에 대한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하였고, 3개 신문사가 기존과 달리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조치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보도만을 한다고 판단한 네티즌들은 2008. 5. 17.경부터 “○△▽을 폐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에 광고를 의뢰하는 광고주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조직하여 압박함으로써 ○△▽의 광고수입을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 및 이에 동조하는 내용의 글들을 게시하였는바, 2008. 5. 말경부터 위 주장에 동조하는 자들이 3개 신문에 광고를 한 광고주들에게 “○△▽에 광고하지 말라.”는 항의전화를 하거나, 광고주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게시하기 시작하였다.
⑵ 카페의 운영진 또는 게시판지기인 피고인들은 ‘광고 전체리스트’, ‘광고주제보하기’ 등 게시판 등을 관리하면서 매일 3개 신문사 광고주 명단을 작성하여 게시하고, 카페 회원들이 직접 항의전화를 한 사례나 광고주의 반응, 광고주들의 사과문 등을 게시하게 하거나 직접 게시글이나 댓글을 작성하고, 특히 특정 광고주에 집중하여 항의를 하자는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광고주 명단을 게시하면서 ‘오늘의 기업’이라며 집중 항의전화 대상을 5개 이내로 설정하여 “모두 빠짐없이 압박을 가해주세요.”라고 공지하는 방법 등으로 집중적ㆍ지속적인 광고 중단 압박행위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한 사실(중략), 광고주로서는 광고 효과를 고려하여 3개 신문에 광고하는 것이지 3개 신문의 보도 태도에 동조하여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었던바, 광고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나 항의전화의 폭주로 인해 당장의 업무에 지장이 생길 뿐만 아니라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져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고, 이에 일부 광고주들은 3개 신문에 광고를 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는 3개 신문에 대해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과문 등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기까지 한 사실, 실제로 일부 광고주는 사과문을 게시하고 3개 신문이 아닌 다른 신문에 광고를 하였으나 광고 효과가 미약하여 영업부진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⑶ 항소심은 광고주들은 물론, 3개 신문사에 대해서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하여 1심의 유죄선고를 유지하자 피고인들은 이건 상고에 이르렀다.
나. 쟁점
⑴ L 씨 등은 특정 신문들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들을 상대로 집단적인 광고 중단 압박을 가하여 광고주들로 하여금 광고를 중단하게 하는 방법으로 신문사에 재정적 압박을 가하여 보도태도 변경을 이끌어 내거나 신문사를 폐간에 이르게 할 목적으로 개설된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의 운영진으로서, 광고주들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대규모의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한편 광고주들에게 지속적 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광고주들의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게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 중단을 압박하였다.
⑵ 이 사건의 쟁점은, 특정 신문들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에게 광고 게재를 중단하도록 압박한 경우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이다.
2. 이 사건의 핵심 및 결론
가. 핵심
특정 신문들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들에게 소비자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지속적 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광고주들의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광고게재를 중단하도록 압박하였다면, 위력으로 광고주들 및 신문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할까?
나. 대상판결의 판단
광고주들에 대하여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만, 신문사들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위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업무방해죄
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 범죄의 보호의 대상은 ‘업무’이지만 경제적인 업무에 한정되지 않고, 널리 사람이 그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일체의 사회적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라고 하면서, 그것이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 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78 판결).
종래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자유에 대한 범죄로서 업무활동의 자유나 사회적 활동의 자유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한편 1995. 12. 29. 형법에 신설된 컴퓨터등손괴등 업무방해죄(제314조제2항)는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등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도382 판결)도 정보처리장치를 관리 운영할 권한이 없는 자가 그 정보처리장치에 입력되어 있던 관리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하는 행위는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당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정보처리장치에 접속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대물적 가해행위에 의한 업무방해를 정면에서 인정한 것으로 관련 위 판례를 고려해 보면,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업무활동의 ‘자유’로부터 ‘업무의 원활한 수행’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호의 정도는 추상적 위험범이다.
다. 정당한 행위와 업무방해죄의 성부
어떤 행위의 결과 상대방의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었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가지는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행위의 내용이나 수단 등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종전 판례의 입장(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도16718 판결)이다.
대법원ᅠ2013.3.14.ᅠ선고ᅠ2010도410ᅠ판결 또한 집단적 시도인 소비자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제반 권익을 증진할 목적에서 행해지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일환으로서 헌법상 제도로서 보장되며, 집단행위로서의 성격과 대상기업에 대한 불이익 또는 피해의 가능성만을 들어 업무방해죄의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함으로써 이러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다만,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소비자불매운동 행위 그 자체가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위력’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고 있는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도16718 판결; 동 2005. 5. 27. 선고 2004도8447판결(대부업체 직원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소액의 지연이자를 문제 삼아 법적 조치를 거론하면서 소규모 간판업자인 채무자의 휴대전화로 수백 회에 이르는 전화공세를 한 행위로서 정당한 채권행사라도 사회상당성을 벗어난 채권추심행위의 경우 업무방해죄를 구성함)].
라. 제3자에 대한 위력행사와 업무방해죄 성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서, 그것이 직접 업무를 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건, 물건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든 묻지 않으며, 나아가 제3자에게 가한 경우이거나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 행위도 포함한다.
다만, 피해자가 없는 상태에서 물건을 손괴한 행위가 본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물적 상태를 통해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거나 혼란케 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한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그 결과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롭고 정상적인 업무수행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7943 판결).
제3자에 대한 위력의 경우 이를 통해,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 한다(대법원ᅠ2013.3.14.ᅠ선고ᅠ2010도410ᅠ판결).
4. 사안의 분석 및 대상판결의 판시내용
가. 형법 제314조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으로서 ‘위력’의 의미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유형력의 행사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므로 폭력 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위력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결과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될 정도의 세력에는 이르러야 한다.
⑵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이 범죄의 보호의 대상은 ‘업무’이지만 경제적인 업무에 한정되지 않고, 널리 사람이 그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일체의 사회적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라고 하면서, 그것이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행, 협박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78 판결).
종래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자유에 대한 범죄로서 업무활동의 자유나 사회적 활동의 자유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한편 1995. 12. 29. 형법에 신설된 컴퓨터등손괴등 업무방해죄(제314조제2항)는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등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도382 판결)도 정보처리장치를 관리 운영할 권한이 없는 자가 그 정보처리장치에 입력되어 있던 관리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하는 행위는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당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정보처리장치에 접속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대물적 가해행위에 의한 업무방해를 정면에서 인정한 것으로 관련 위 판례를 고려해 보면,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업무활동의 ‘자유’로부터 ‘업무의 원활한 수행’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호의 정도는 추상적 위험범이다.
⑶ 정당한 행위와 업무방해죄의 성부
어떤 행위의 결과 상대방의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었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가지는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행위의 내용이나 수단 등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도16718 판결).
대상판결 또한 집단적 시도인 소비자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제반 권익을 증진할 목적에서 행해지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일환으로서 헌법상 제도로서 보장되며, 집단행위로서의 성격과 대상기업에 대한 불이익 또는 피해의 가능성만을 들어 업무방해죄의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함으로써 이러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다만,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소비자불매운동 행위 그 자체가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위력’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 상당성을 갖춘 정당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하고 있으나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하는 행위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다.
⑷ 제3자에 대한 위력행사와 업무방해죄 성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서, 그것이 직접 업무를 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건, 물건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든 묻지 않으며, 나아가 제3자에게 가한 경우이거나 피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 행위도 포함한다고 해석된다.
다만, 피해자가 없는 상태에서 물건을 손괴한 행위가 본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물적 상태를 통해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거나 혼란케 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한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그 결과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롭고 정상적인 업무수행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7943 판결).
나아가, 대상판결과 같이 「제3자에 대한 위력의 경우 이를 통해,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 한다」고 하는 것도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나. 사안의 분석
⑴ 소비자불매운동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수 있다.
소비자가 구매력을 무기로 상품이나 용역에 대한 자신들의 선호를 시장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집단적 시도인 소비자불매운동은 본래 ‘공정한 가격으로 양질의 상품 또는 용역을 적절한 유통구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안전하게 구입하거나 사용할 소비자의 제반 권익을 증진할 목적’에서 행해지는 소비자보호운동의 일환으로 헌법 제124조에 따라 제도로서 보장된다.
한편 그와는 다른 측면에서 일반 시민들이 특정한 사회, 경제적 또는 정치적 대의나 가치를 주장 옹호하거나 이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비자불매운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소비자불매운동 역시 반드시 헌법 제124조는 아니더라도 헌법 제21조에 따라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관점 등에서 보호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소비자불매운동이 헌법 제124조에 따라 보장되는 소비자 보호운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하여 아무런 헌법적 보호도 주어지지 아니한다거나 소비자불매운동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집단행위로서의 성격과 대상 기업에 대한 불이익 또는 피해의 가능성만을 들어 곧바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⑵ 다만 소비자불매운동이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의 점에서도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
다. 대법원의 판시
⑴ L 씨 등의 광고 중단 압박행위는 광고주들에 대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L 씨 등이 벌인 불매운동의 목적, 조직과정, 대상 기업의 선정경위, 불매 운동의 규모 및 영향력, 불매운동의 실행 형태, 불매운동의 기간, 대상 기업인 광고주들이 입은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L 씨 등이 공모하여 광고주들에게 지속적, 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항의글을 게시하고 그 밖의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중단을 압박한 행위는 피해자인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서 위력에 해당한다.
⑵ 위력 행사의 상대방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에도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행사되어야 하므로, 위력 행사의 상대방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이를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이때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직접 제압될 가능성이 있는지는 위력 행사의 의도나 목적, 위력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와 피해자의 관계, 위력의 행사 장소나 방법 등 태양,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에 관한 피해자의 인식 여부,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로 피해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피해자에 의한 위력의 배제나 제3자에 대한 보호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L 씨 등의 광고 중단 압박행위가 신문사에 대하여도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 사건의 원심은 위력의 상대방이 신문사들이 아니라 광고주들이었더라도 광고주들에 대한 위력 행사로 신문사들의 광고영업 업무가 방해되었다면 신문사들에 대한 업무방해가 인정된다고 하였다.
⑶ 그러나 대법원은 L 씨 등의 행위로 신문사들이 실제 입은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그로 인하여 신문사들의 영업활동이나 보도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될 만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 없이 단순히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피해자의 업무에 대한 방해의 결과나 위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만 하면 곧바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⑷ 대상판결은, 「소비자불매운동이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전체 법질서 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그 행위 자체가 위법한 세력의 행사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고 하면서, 위력의 상대방이 제3자인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업무방해죄가 구성된다고 함으로써, ‘위력’의 상대방이 피해자에 대한 경우와 피해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한 경우로 나누어 그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전자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고 있는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기존 판례(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도16718 판결,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도8447판결)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위력의 행사는 업무 처리자 본인에 대한 것이 원칙이지만 물건이나 제3자에 대한 위력의 경우에는 그로 인해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등 이를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한 것은 형법의 엄격성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하다.
⑸ 한편 소비자불매운동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강요죄나 공갈죄의 수단인 ‘협박’에 해당할 수도 있다.
A 씨 등이 K 회사가 특정 신문들에 광고를 편중했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열어 K 회사에 대하여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하면서 특정 신문들에 대한 광고를 중단할 것과 다른 신문들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광고를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K 회사 홈페이지에 그와 같은 내용의 팝업창을 띄우게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불매운동의 목적, 조직 과정 및 규모, 대상 기업으로 K 회사 하나만을 선정한 경위,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한 불매운동의 방법 및 대상 제품, K 회사 직원에게 고지한 요구사항의 구체적인 내용, 공표나 고지행위 당시의 상황, 그에 대한 K 회사 경영진의 반응, 요구사항에 응하지 않을 경우 K 회사에 예상되는 피해의 심각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A 씨 등의 행위는 K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로 하여금 요구를 수용하지 아니할 경우 불매운동이 지속되어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겁을 먹게 하여 의사결정 및 의사실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강요죄나 공갈 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77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