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샤워한다니?】《우연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면 우리는 늘 파괴자인 우연의 존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며칠 전 차량접촉사고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이제는 주의력 부족이나 신체능력의 저하가 심화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운전하는 것을 즐겼다.
그런데 지금은 운전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고속도로주행은 이따금 겁도 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완벽한 자율주행차량이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뉴스를 보다가, 재난과 참사로 누군가 우연히 희생당하면 우리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재난과 참사가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 해에 수천 명이 교통사고로 죽는 것을 당연하고 평범한 일로 여긴다.
가까운 누군가가 이런 불행을 당하거나 대형참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때에야 기가 막혀서 왜 하필이면 그 사람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물으며 충격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절망한 나머지 우연히 벌어진 사고로 결국 누군가는 그런 고통을 당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어떤 일을 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재난을 초래한다면 반드시 그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정보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은 어떤 상황에서도 오류와 실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입증했다.
오류 가능성을 완벽하게 테스트하려면 사용자는 애초부터 소프트웨어로 얻을 수 모든 지식을 소유한 상태여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연히 다가오는 대형참사나 불행으로부터 피해 가려면 오류와 실수에 대하여 예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오류 또는 실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사람은 고장이나 오류를 배제할 수 없음을 염두에 둔다.
책임보험을 들거나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오류와 실수에 범퍼를 두는 행동이다.
고양이가 키보드를 위를 뛰어다녀도 다운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나 높이 맨 밧줄 아래 그물망을 쳐놓은 서커스 단장도 마찬가지다.
그들 모두는 우연한 사고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연히 다가온 참사로 인한 달갑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넘어져 뼈가 부러지는 사고는 의외로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난 샤워실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다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점 고령화되는 내 나이탓도 무시할 수 없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라.
완벽한 안전은 없다.
우연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면 우리는 늘 파괴자인 우연의 존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예방을 강구할 때가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