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할 수 없는 충동】《서울근교로 빠져나가 호젓한 곳에서 점심 식사와 차 한잔을 하고 싶은 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어제 PT를 받은 후 2시간 더 운동을 했다.
신체가 발동이 걸리면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싶어진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 무리를 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주말에 연속 3시간 이상 운동을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내 저질체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늘 하루는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푹 쉬어야겠다.
오늘 점심은 서울근교로 빠져나가 호젓한 곳에서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졌다.
운동에 치중할수록 입맛은 점점 더 고기에 구미가 당기기 시작한다.
서울 근교의 안양예술공원으로 가서 1-2시간 정도 걸은 다음 점심식사를 하고들어와 오후에는 책을 읽으며 쉬어야겠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즉흥적, 충동적으로 변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과 슬픔들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다.
그렇게 살면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그냥 그저 그렇게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만 하면서 무채색의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 충동이 점점 더 강해진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이젠 미루지 않고 저지른다.
대학시절 학교 정문 옆 관악산을 넘어 안양쪽으로 내려간 적이 있는데, 그 안양유원지 계곡이 지금은 안양예술공원으로 변해있다.
계곡 옆으로 데크와 휴식공간이 있고, 계곡 중간 곳곳에 각종 예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50여 점의 현대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주변에 전통사찰, 트레킹 코스 등과 함께 곳곳에 맛집과 예쁜 카페들이 많다.
멋진 계곡과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데, 그 안에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손길이 숨은 이색적인 건축물과 조각품, 조경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야외미술관이다.
걸으면서 호기심을 불어 일으키는 작품들을 숨은그림 찾기하듯 살금살금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안양전망대에 오르니 탁트인 전망에 기분이 너무 시원하고 상쾌해진다.
숲의 정기를 받아들이려 팔을 벌리고 깊은 심호흡을 여러번 했다.
높은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숲을 내려다 보니 기분이 후련하고 좋다.
사방으로 보이는 숲과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차분해지면서 마음의 허기가 채워진다.
숲의 푸른 나무들을 오래 쳐다보니, 내 눈도 풀물이 든 것처럼 온 산이 초록빛으로 눈부시다.
나뭇잎마다 제 빛깔에 겨워 넘실거렸고, 그 아래 자리 잡은 개울의 맑은 물은 넉넉해 보였다.
왜 나뭇잎의 이름이 보석의 이름처럼 소중히 지어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 그루의 의연한 나무처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축복받은 삶일 것이다.
걷고 나니 배가 고프다.
근처에 보이는 “식스브레드 자르뎅”으로 향했다.
남자 종업원은 매우 불친절하지만, 미디엄레어로 나온 스테이크는 너무 부드러워 살살 녹았다.
솔직히 말해 서울 근교 맛집은 대부분 분위기는 좋지만, 서울 강남의 맛집에 비해 맛이 형편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의 스테이크와 파스타 맛은 남자 종업원의 불친절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칭찬하고 싶다.
이 좋은 가을날씨도 곧 지나갈 것 같아 아쉽다.
인생은 두루마리 화장지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 빨리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