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항고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된 경우, 특히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에서 출제 또는 정답결정의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법령에서 정하는 시험에서 최초 발표된 정답과 다른 정답이 인정되어 응시생들에 대한 성적 정정이 있는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요건(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7다23306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법령에서 정하는 시험문제의 복수정답인정에 따른 국가배상을 구하는 사건]
【판시사항】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
[2]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판단 기준
【판결요지】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고,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응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결정 등의 결정을 위하여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으며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되었고 응시자들에게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그에 따른 적절한 구제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2. 사안의 요지 및 쟁점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003-2007 참조]
가. 사실관계
⑴ 원고 및 선정자들은 2014학년도 수능(‘이 사건 시험’)에 응시하면서 세계지리 과목을 선택하였는데, 피고 평가원이 8번 문제(‘이 사건 문제’)에서 ‘ㄷ’ 지문이 옳은 지문임을 전제로 정답을 발표하자 응시자들은 이의신청을 하였다.
⑵ 이 사건 문제를 출제할 당시 출제위원의 의견 중에 ‘ㄷ’ 지문의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이 없었고, 위 이의신청에 따라 열린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서 위원 17명 중 16명도, 피고 평가원이 자문을 요청한 관련 학회도 모두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⑶ 이에 피고 평가원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한 후, 이를 전제로 응시자들의 성적ㆍ등급을 결정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⑷ 그러자 응시자들은 이 사건 문제 정답결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관련소송을 제기하여, 그 항소심에서 시험문제의 기재 자체로는 ‘ㄷ’ 지문이 틀렸다는 이유로 승소판결을 받았다.
⑸ 이에 피고 평가원은 상고를 포기하고 곧바로 구제절차를 진행하여, 세계지리 성적을 다시 산정하여 결과를 발표하고 대학 입학전형 결과를 다시 산출한 후, 그에 따라 지원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게 된 지원자들은 선택에 따라 추가합격 또는 차년도 편입학(이전 학교 이수학점 인정)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⑹ 그 후 원고 및 선정자들은 피고 평가원과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 사건 문제 출제오류 및 구제조치 지연이라는 불법행위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자료 상당액의 국가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⑺ 원심은 청구를 인용하면서, 피고 평가원의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이의처리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에 기인하여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는 이 사건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⑻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피고 평가원의 이 사건 문제 출제, 이의신청 처리, 구제조치 등의 경위ㆍ과정ㆍ내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문제 정답결정처분 및 이 사건 처분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나.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법령에서 정하는 시험에서 최초 발표된 정답과 다른 정답이 인정되어 응시생들에 대한 성적 정정이 있는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요건이다.
⑵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고,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7다219218 판결 등 참조).
⑶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응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결정 등의 결정을 위하여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으며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되었고 응시자들에게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그에 따른 적절한 구제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 등 참조).
⑷ 2013. 11. 7. 실시된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세계지리 8번 문제에 대한 정답결정에 재량의 일탈·남용이 있었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복수정답이 인정된 사안에서 응시생들이 출제와 정답결정의 오류에 대한 위법성을 주장하며 국가배상을 구하였다.
⑸ 원심은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일부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문제출제, 이의처리, 복수정답 인정과 피해자 구제 과정을 종합하여 볼 때 국가배상을 인정할 정도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취소소송에서 처분 취소 사유로서의 ‘위법’과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서 ‘법령 위반’의 의미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003-2007 참조]
가. 법령위반
⑴ 항고소송의 일종인 취소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의 의미는, 위법성 일반을 의미하고, 구체적으로는 법령 위반, 법의 일반원칙(신뢰보호원칙, 비례원칙 등) 위반도 포함한다.
⑵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국가ㆍ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 취소소송에서 취소 사유로서의 ‘위법’과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법령 위반’의 차이점
⑴ 항고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판례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 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⑵ 위 판결에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의 구체적인 의미와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는, ① 취소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처분의 위법성은 확정되었으므로, 고의ㆍ과실의 문제로 보는 견해와, ② 항고소송에서의 처분의 위법과는 별개의 국가배상책임에서 독자적인 ‘위법성’의 요건으로 보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위 판결의 문언상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고려요소로 제시되고 있는 것들의 내용이 반드시 고의ㆍ과실의 문제에 국한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⑶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은 권리구제의 구조가 상이하다.
국가배상청구소송의 경우,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같이 민사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고에게 일정한 액수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고, 원고는 그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종국적인 만족을 받는 방식이다.
반면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의 경우는 법원이 직접 처분청에 특정한 처분을 행할 의무를 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취소판결의 형성력과 기속력에 따른 처분청의 후속조치(재처분의무, 결과제거의무 등)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취소소송에서 취소 판결이 확정되고 재처분에 의하여 권리 구제가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불가피하게 처분시점과 권리구제시점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고, 이로 인하여 취소판결ㆍ재처분 등에 의한 구제로 회복되지 아니하는 손해가 존재할 수 있다. 취소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국가배상책임이 부정될 경우 권리 구제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⑷ 한편 위와 같은 ‘객관적 정당성 상실’ 법리가 선언된 이후, 행정처분의 위법이 인정되어 취소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객관적 정당성 상실’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은 부정하는 판결이 더 많다.
다.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본 판례
⑴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개간허가 취소처분이 후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에서 취소되었으나 담당공무원에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한 직무집행상의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한 사례
⑵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 : 사법시험 1차 시험의 출제 및 정답 결정의 잘못만으로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 사안
⑶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다12679 판결 : 사립대학이 공립대학으로 바뀜에 따라 교수ㆍ부교수의 임용권을 가지게 된 교육부장관 등이 지방자치단체장이 임용제청한 기존 사립대학의 교수ㆍ부교수를 모두 공립대학의 교수ㆍ부교수로 임용하였으나, 임용제청에 앞서 이루어진 지방자치단체장의 임용심사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여 기존 사립대학의 일부 교수ㆍ부교수들이 부당하게 임용제청대상에서 누락됨에 따라 결국 임용에서 제외되게 된 경우, 교육부장관 등의 임용제외처분이 국가가 손해의 전보책임을 부담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안
⑷ 그 외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206368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다215505 판결,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65515 판결,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201366 판결 등이 있다.
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본 판례
⑴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다6759 판결 : 재결에 의하여 토석채취허가를 하도록 하였음에도 처분청이 이를 지연한 사안
⑵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8다30703 판결 : 관련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갑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어 최초 재결 당시 그 판정의 근거가 되었던 주요 증거들이 모두 배척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이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에 기초하여 위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
⑶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 갑 주식회사가 고층 아파트 신축사업을 계획하고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고, 수개월에 걸쳐 을 지방자치단체의 보완 요청에 응하여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는데, 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 사업계획에 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후, 을 지방자치단체가 갑 회사에 주변 경관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안
⑷ 그 외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다8539 판결 등이 있고,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행정처분이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에 관하여는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이 있다.
4. 국가 자격 시험 등의 출제 및 정답 결정 관련 국가배상책임 성립 요건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2003-2007 참조]
가. 대상판결인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17다233061 판결의 판시내용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응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결정 등의 결정을 위하여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으며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되었고 응시자들에게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그에 따른 적절한 구제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나. 위 판결의 취지
항고소송에서 처분이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리딩케이스인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의 법리를 기초로 국가 시행 시험에 관한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5.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 판단기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390-394 참조]
가. 평균적 공무원을 기준
⑴ 국가배상에서 공무원의 과실 여부는 평균적 공무원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11297 판결).
◎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다11297 판결(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에 관한 사안) :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 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 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등 참조).
⑵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 판단기준 (=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함)
⑴ 실무상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의무에 초점을 맞추면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고,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무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한 배상책임이 없으므로(책임주의 원칙의 예외 내지 변용), 결국 피해자의 손해에 대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을 하는 것이다.
평균적 공무원의 주의의무보다는 정책적 측면과 형평의 점을 고려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피해를 구제하여 주는 것이 타당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판례 역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11559 판결).
6.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
가. 요건 개관
국가배상법 제2조는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동조는 ① 공무원, ② 직무, ③ 집행하면서, ④ 고의 또는 과실, ⑤ 법령에 위반, ⑥ 타인, ⑦ 손해의 개념을 요소로 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건을 모두 구비하여야만 한다.
나.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모든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시적으로 사무를 위탁받은 사인도 포함한다.
다. 직무
㈎ 공법상 직무
모든 공법작용이 포함된다. 다만 국가배상법 제5조의 직무는 제외되지만, 제5조의 영조물의 설치·관리가 제2조의 직무와 경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법작용은 직무에서 제외된다(대판 1999. 6. 22. 99다7008).
㈏ 사익보호성
국가배상법 제2조의 직무는 오로지 공익을 위한 직무가 아니라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위한 직무이든지 아니면 사익을 위한 직무이어야 한다.
라. 집행하면서
판례(대판 1995. 4. 21, 93다14240)는 직무를 ‘집행하면서’를 직무집행행위뿐만 아니라 널리 외형상으로 직무집행과 관련 있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새긴다(외형설).
마. 고의 또는 과실
⑴ 고의란 어떠한 위법행위의 발생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인용하는 것을 말하고, 과실이란 부주의로 인해 어떠한 위법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는 것을 말한다.
⑵ 고의·과실의 유무는 당해 공무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바. 법령에 위반
⑴ 법령에는 널리 성문법 외에 불문법과 행정법의 일반원칙이 포함된다. 고시·훈령형식의 법규명령도 포함된다.
⑵ 위반이란 법령에 위배됨을 의미한다. 위반에는 적극적인 작위에 의한 위반(예: 불심검문시 경찰관이 검문당하는 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경우)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한 위반(예: 경찰관이 심야에 보호자로부터 이탈하여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를 보호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부작위의 경우에는 작위의무가 있어야 한다(예: 경찰관의 보호의무).
사. 타인
타인(타인)이란 위법한 행위를 한 자나 그 행위에 가담한 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를 말한다. 가해한 공무원과 동일한 행위를 위해 그 행위의 현장에 있다가 피해를 받은 공무원도 타인에 해당한다.
아. 손해
⑴ 손해란 가해행위로부터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말한다. 손해는 법익침해로서의 불이익을 의미한다. 반사적 이익의 침해는 여기의 손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적극적 손해인가 또는 소극적 손해인가, 재산상의 손해인가 또는 생명·신체·정신상의 손해인가를 가리지 않는다.
⑵ 가해행위인 직무집행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인과관계유무의 판단은 관련법령의 내용, 가해행위의 태양, 피해의 상황 등 제반사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 판례의 태도 요약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해석상 직무상 의무의 불이행과 피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어야 한다는 점 등을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사항은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7.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관련 판례
가.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 : 교통할아버지사건(대판 2001. 1. 5, 98다39060)
서울특별시 강서구의 ‘교통할아버지 봉사활동 계획’에 따라 ‘교통할아버지’로 선정된 노인이 위탁받은 업무 범위를 넘어 교차로 중앙에서 교통정리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발생시키자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이 피고(서울특별시 강서구)가 「교통할아버지 봉사활동」 계획을 수립한 다음 관할 동장으로 하여금 「교통할아버지」 봉사원을 선정하게 하여 그들에게 활동시간과 장소까지 지정해 주면서 그 활동시간에 비례한 수당을 지급하고 그 활동에 필요한 모자, 완장 등 물품을 공급함으로써, 피고의 복지행정업무에 해당하는 어린이 보호, 교통안내, 거리질서 확립 등의 공무를 위탁하여 이를 집행하게 하였다고 보아, 소외 김○○은 「교통할아버지」 활동을 하는 범위 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 없다.
나. 직무의 사익보호성
⑴ 미니컵 젤리사건(대판 2010. 9. 9, 2008다77795)
어린이가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질식하여 사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식품위생법상의 규제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구 식품위생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 등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으로 하여금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 등의 방법과 성분, 용기와 포장의 제조 방법과 그 원재료, 표시 등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와 같은 기준 및 규격 등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나 국민보건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수입신고시 식품 등을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구 식품위생법의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같은 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는 단순히 국민 전체의 보건을 증진한다고 하는 공공 일반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등의 개별적인 안전과 이익도 도모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⑵ 성폭력범죄 조사사건(대판 2008. 6. 12, 2007다64365)
성폭력범죄의 담당 경찰관이 원고의 구체적 피해사실 및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유출하여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생활의 비밀을 엄수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는 주로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성폭력범죄의 수사를 담당하거나 수사에 관여하는 경찰관이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에 반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 또는 누설하였다면 국가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⑶ 군산시 개복동 윤락가 화재사건(대판 2008. 4. 10, 2005다48994)
유흥주점에 감금된 채 윤락을 강요받으며 생활하던 여종업원들이 유흥주점에 화재가 났을 때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유독가스에 질식하여 사망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구 소방법은 화재를 예방·경계·진압하고 재난·재해 및 그 밖의 위급한 상황에서의 구조·구급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와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소방법의 규정들은 단순히 전체로서의 공공 일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에서 더 나아가 국민 개개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둔 것이다.
⑷ 연기군 부랑인 선도시설사건(대판 2006. 7. 28, 2004다759)
원고들이 부랑인 선도시설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불법 납치·감금을 묵인하거나 비호하는 등으로 원고들의 인권유린이 방치되어 피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부랑인선도시설 또는 정신질환자요양시설의 지도·감독사무에 관한 관계 법규의 규정에 의하여 장관의 지도·감독권한을 위임받은 시장·군수·구청장의 지도·감독의 권한 및 의무의 내용은 적어도 부수적으로는 사회구성원 개인의 신체, 건강 등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다.
⑸ 부산시 수돗물사건(대판 2001. 10. 23, 99다36280)
수돗물 공급자인 피고 부산광역시는 상수원수 2급에 미달하는 상수원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할 경우에는 고도의 정수처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낙동강 하천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공급하거나 하는 등으로 이를 마신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상수원수의 수질을 환경기준에 따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령(헌법 제10조, 제35조, 환경정책기본법, 수질환경보전법, 수도법과 그 시행령 등)의 취지·목적·내용과 그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국가 등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수원수의 수질을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령의 규정은 국민에게 양질의 수돗물이 공급되게 함으로써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여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다. 고의 또는 과실
⑴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고의·과실의 그 판단 기준
관련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A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이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그 재결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곧 당해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 2 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그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며, 이는 행정청이 재결의 형식으로 처분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판 2011. 1. 27, 2008다30703).
⑵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의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고의·과실)과 그 판단 기준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국립대학 교원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원소청심사특별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여 재임용거부처분취소결정을 받고 복직한 다음 재임용거부로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국·공립대학 교원에 대한 재임용거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평가되어 그것이 불법행위가 됨을 이유로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당해 재임용거부가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고의·과실이 인정되려면 국·공립대학 교원 임용권자가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임용거부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판 2011. 1. 27, 2009다30946).
⑶ 제40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사건(대판 2003. 11. 27,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1988. 2. 22. 시행된 제40회 사법시험 제 1 차시험에서 4개 문제의 복수정답처리로 인해 불합격 처분을 받은 응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령에 의하여 국가가 그 시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 있어 시험문항의 출제 및 정답결정에 오류가 있어 이로 인하여 합격자 결정이 위법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공무원 내지 시험출제에 관여한 시험위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해당 시험의 실시목적이 시험에 응시한 개인에게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개인적 이해관계 이외에 일정한 수준의 적정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특정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그 시험의 실시에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와도 관련되는 공익적 배려가 있는지 여부, 그와 같은 시험이 시험시행 당시의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국가기관 내지 소속 공무원이 구체적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 결정, 합격 여부의 결정을 위하여 해당 시험과목별로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문제를 출제함에 있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는지 및 같은 과목의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1차시험의 오류를 주장하는 응시자 본인에게 사후에 국가가 1차시험의 합격을 전제로 2차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하였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험관련 공무원 혹은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시험의 출제와 정답 및 합격자 결정 등의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⑷ 전국언노련사건(대판 1995. 10. 13, 95다32747)
노동부장관의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을 다툰 소송에서 승소하자 노동부장관의 위법한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에 의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서 관계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여 법규의 해석을 그르쳐 잘못된 행정처분을 하였다면 그가 법률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이라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법령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 판례 등도 귀일된 바 없어 의의가 없을 수 없는 경우에 관계 공무원이 그 나름대로 신중을 다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그 중 어느 한 견해를 따라 내린 해석이 후에 대법원이 내린 입장과 같지 않아 결과적으로 잘못된 해석에 돌아가고, 이에 따른 처리가 역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그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처리 방법 이상의 것을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는 없다.
라. 법령에 위반
⑴ 성폭력범죄 조사사건(대판 2008. 6. 12, 2007다64365)
성폭력범죄의 담당 경찰관이 원고의 구체적 피해사실 및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유출하여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등으로 원고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배상책임에 있어 공무원의 가해행위는 법령을 위반한 것이어야 하고, 법령을 위반하였다 함은 엄격한 의미의 법령 위반뿐 아니라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경찰관이 범죄수사를 함에 있어 경찰관으로서 의당 지켜야 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한계를 위반하였다면 이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⑵ 공동경비구역 K소대장 사망사건(대판 2006. 12. 7, 2004다14932)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근무자 K소대장이 A사병에 의하여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K소대장은 총상이 사망원인이었다. 이에 K소대장의 유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조사활동과 그에 따른 수사의 개시 여부에 관한 수사기관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평가되기 위하여는 수사기관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등의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수사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
마. 부작위에 의한 위법 : 연기군 부랑인 선도시설사건(대판 2006. 7. 28, 2004다759)
원고들이 부랑인 선도시설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불법 납치·감금을 묵인하거나 비호하는 등으로 원고들의 인권유린이 방치되어 피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부랑인선도시설 및 정신질환자요양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지도·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그 의무 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위법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시장·군수·구청장이 부랑인선도시설 및 정신질환자요양시설의 업무에 관하여 지도·감독을 하고, 필요한 경우 그 시설에 대하여 그 업무의 내용에 관하여 보고하게 하거나 관계 서류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공무원으로 하여금 시설에 출입하여 검사 또는 질문하게 할 수 있는 등 형식상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재량에 의한 직무수행권한을 부여한 것처럼 되어 있더라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바. 상당인과관계
⑴ 인천지방법원 위법경락허가사건(대판 2007. 12. 27, 2005다62747)
경매법원 공무원의 과실로 위법한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경락허가결정이 취소된 경우, 경락인이 경락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위하여 지출한 국민주택채권 할인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경매법원 공무원에게 부과된 공유자에 대한 통지의무가 직접적으로는 공유자의 우선매수권이나 이해관계인으로서의 절차상 이익과 관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공유자에 대한 통지가 적법하게 행해지지 않은 채로 경매절차가 진행되면 뒤늦게라도 그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경락허가결정이 취소될 수 있고 경매법원의 적법한 절차진행을 신뢰하고 경매에 참여하여 경락을 받고 법원의 지시에 따라 경락대금납부 및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락인으로서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 위와 같은 통지 기타 적법절차의 준수 여부는 경락인의 이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경매법원 스스로 그 하자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경락인이 불복절차 등을 통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위 결과 발생을 막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으며, 경락인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 이외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경매법원 공무원의 위 공유자통지 등에 관한 절차상의 과오는 경락인의 손해발생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⑵ 충무 유람선 극동호 화재사건(대판 1993. 2. 12, 91다43466)
유람선화재로 유람선에 타고 있던 승객 중 36명이 익사 또는 소사하자 피해자 유족들이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관할 충무시장은 유선 및 도선업법 제5조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유선의 수선, 사용 및 운항의 제한 또는 금지를 명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선박안전법이나 유선 및 도선업법의 각 규정은 공공의 안전 외에 일반인의 인명과 재화의 안전보장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의 선박검사관이나 피고 충무시 소속 공무원들이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시설이 불량한 이 사건 유람선에 대하여 선박중간검사에 합격하였다 하여 선박검사증서를 발급하고, 해당법규에 규정된 조치를 취함이 없이 계속 운항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위 유람선 화재사고와 피고들 소속 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피고들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사. 기타
⑴ 대판 1999. 6. 22, 99다7008(사법작용과 국가배상법의 관계 : 수원역 통일호 열차사건)
⑵ 대판 1995. 4. 21, 93다14240(집행하면서 : 전입신병 폭행사건)
⑶ 대판 2001. 12. 14, 2000다12679(고의 또는 과실 : 인천대학교 교원 재임용 거부사건)
8.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정작용에 대한 권리구제수단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취소소송 등의 항고소송 및 국가배상청구소송
⑴ 위법한 행정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자는 권리구제수단으로 ① 취소소송 등의 항고소송, ②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양자는 권리구제의 구조가 상이하다.
⑵ 항고소송(특히 취소소송)은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취소판결의 형성력과 기속력에 따라 ‘처분청의 후속조치(재처분의무, 결과제거의무 등)’에 의하여 권리구제가 이루어진다.
⑶ 반면 국가배상청구소송의 경우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같이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종국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
⑷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의 사안은 행정작용의 위법성이 ‘실체적 사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절차위반’에 있다.
항고소송의 측면에서는 위법한 행정처분 취소 이후 재처분 등의 과정에서 ‘절차위반’이 시정되더라도 결과적으로 기존과 동일한 행정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측면에서도, 동일한 행정처분이 다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고려하면 ‘손해’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나.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소송 등 “항고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⑴ 원고 적격
항고소송 제기를 위해서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요건으로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당한 경우이어야 하나, 원고적격은 처분을 다툴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고 침해의 우려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족하다.
◎ 대법원 2004. 8. 16. 선고 2003두2175 판결 :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할 것이나,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다만 공익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과 같이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며, 또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률상 이익이라 함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근거 법규가 다른 법규를 인용함으로 인하여 근거 법규가 된 경우까지를 아울러 포함한다.)의 명문 규정에 의하여 보호받는 법률상 이익,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지는 아니하나 당해 처분의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단계적인 관련 처분들의 근거 법규(이하 '관련 법규'라 한다)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보호받는 법률상 이익,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서 명시적으로 당해 이익을 보호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의 합리적 해석상 그 법규에서 행정청을 제약하는 이유가 순수한 공익의 보호만이 아닌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보호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되는 경우까지를 말한다.
◎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 :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 그 처분으로써 이루어지는 행위 등 사업으로 인하여 환경상 침해를 받으리라고 예상되는 영향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영향권 내의 주민들에 대하여는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직접적이고 중대한 환경피해를 입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고, 이와 같은 환경상의 이익은 주민 개개인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보호되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으로서 그들에 대하여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됨으로써 원고적격이 인정되며, 그 영향권 밖의 주민들은 당해 처분으로 인하여 그 처분 전과 비교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자신의 환경상 이익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 우려가 있음을 증명하여야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되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⑵ 처분의 위법성
항고소송의 소송물로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폐기물 매립장 입지결정 등에 대한 참여권이 침해된 경우, 인근 주민들로서는 ‘절차적 하자’를 처분의 위법사유로 구성하여 ‘입지결정ㆍ고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승인’ 등의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 또는 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항고소송에서 절차적 위법은 그러한 절차적 하자가 처분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독립된 취소 사유가 된다. 즉, 절차적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처분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절차적 위법 자체만을 이유로도 해당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
다.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국가ㆍ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국가배상법이 정한 ‘손해’의 개념도 민법상 손해의 개념과 다르지 아니하다고 해석되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의 침해’라고 볼 수 있다.
9.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의 관계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문제점 제기
항고소송과 국가배상청구소송은 앞서 본 것처럼 각각의 규범적 위치와 성격은 다르지만, 그 요건에 관하여 ‘법령 위반(위법성)’과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의 침해’를 요구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언제나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나.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요구되는 ‘처분의 객관적 정당성 상실’ 요건
⑴ 판례의 태도
판례는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는 것만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지는 않고,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 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⑵ 위 판례의 취지
위 판결에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의 구체적인 의미와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 ① 취소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처분의 위법성은 확정되었으므로 고의ㆍ과실의 문제로 보는 견해와, ② 항고소송에서의 처분의 위법과는 별개의 국가배상책임에서 독자적인 ‘위법성’의 요건으로 보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느 쪽인지가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판례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이 확정된 이후에도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 행정처분의 절차적 위반을 이유로 한 국가배상책임에 대한 판결례
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사안
① 대법원 1982. 6. 22. 선고 80다2801 판결 : 임의경매절차에서 담당법관이 이해관계인에 대한 공시송달명령을 한 바 없는데도 담당공무원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경매기일 통지를 하였음이 밝혀져서 이를 이유로 경락허가 결정이 취소확정되어 경락인의 경락에 의한 소유권취득의 효과가 상실되었다면 국가는 이로 인한 경락인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다23664 판결 : 이 사건 경매법원의 담당공무원이 구 민사소송법 제617조 제2항 소정의 이해관계인에 대한 경매기일 및 경락기일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적법한 경매절차 진행에 관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고, 그 결과 경락인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경락이 적법 유효한 것으로 믿고 경락대금 및 등기비용 등을 지출함에 따른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할 것인데, 그 일련의 과정에서 경매법원 스스로 그 하자를 시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경락인이 불복절차 등을 통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위 결과 발생을 막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으며, 경락인의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 이외의 방법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하면, 경매법원 공무원의 위 이해관계인 통지 등에 관한 절차상의 과오는 원고의 손해발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경매법원의 경락허가결정, 대금지급기일 지정 및 그 실시, 소유권이전등기의 촉탁 등의 재판행위가 개입되어 있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2. 6. 22. 선고 80다280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제3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상당인과관계 있는 범위 내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⑵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사안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0184 판결 : 교도소장이 아닌 일반교도관 또는 중간관리자에 의하여 징벌내용이 고지되었다는 사유에 의하여 당해 징벌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징벌처분이 있게 된 규율위반행위의 내용, 징벌혐의내용의 조사·징벌혐의자의 의견 진술 및 징벌위원회의 의결 등 징벌절차의 진행경과, 징벌의 내용 및 그 집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징벌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위 판결은 처분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정도로는 보기 어렵다는 취지임).
10. 항고소송과 관련한 국가배상청구책임의 성립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행정처분의 성립, 무효ㆍ취소 여부 고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은 우선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행정처분의 성립, 무효ㆍ취소 여부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책임에 있어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만을 따지는 것과는 구별된다.
이 점에 대하여 위 판결은 “법령에서 주민들의 행정절차 참여에 관하여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민들에게 자신의 의사와 이익을 반영할 기회를 보장하고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 그 자체가 사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행정절차는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기보다는 행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보장하는 공법적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므로, 관련 행정처분의 성립이나 무효·취소 여부 등을 따지지 않은 채 주민들이 일시적으로 행정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절차권 보장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 부정)
⑴ 판시내용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은 절차적 참여권의 ‘수단적 성격’에 주목하여, 해당 절차권 보장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잔존 손해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의 입증이 없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부정된다는 취지로도 판시하였다.
이 점과 관련하여 위 판결은 “이와 같은 행정절차상 권리의 성격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제출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① 그 후 이를 시정하여 절차를 다시 진행한 경우, ② 종국적으로 행정처분 단계까지 이르지 않거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철회한 경우, ③ 행정소송을 통하여 처분이 취소되거나 처분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등에는 주민들이 절차적 권리의 행사를 통하여 환경권이나 재산권 등 사적 이익을 보호하려던 목적이 실질적으로 달성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조치로도 주민들의 절차적 권리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이를 청구하는 주민들에게 있고, 특한 사정이 있는지는 주민들에게 행정절차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 행정절차 참여권이 침해된 경위와 정도, 해당 행정절차 대상사업의 시행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⑵ 문제된 절차적 위법이 시정된 경우
절차적 위법이 시정되었다면 당초의 법익 침해가 해소되어 실질적으로는 ‘절차의 지연’이 있을 뿐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정도로는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⑶ 종국적인 행정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거나 직권 취소, 철회된 경우
절차적 요건의 수단적 성격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절차적 하자가 있지만 그 절차를 통해 종국적으로 달성하고자 한 목적(예컨대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를 막는 것)이 달성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⑷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
위 행정소송으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한 후 다시 행정처분이 이루어지거나, 종국적으로 행정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위 ①, ②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볼 수는 있다.
⑸ 항고소송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대해 1차적, 본원적 권리구제수단의 지위에 있음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은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수단 중 항고소송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대해 1차적, 본원적 권리구제수단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1. 항고소송의 1차적 권리구제수단성 인정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미치는 영향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민성철 P.1120-1127 참조]
가. 행정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기판력 인정 여부
⑴ 항고소송의 피고는 처분청이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의 피고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서로 다르지만, 이는 항고소송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일 뿐이므로 해당 사무에 관련된 권리의무의 주체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취소판결 등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⑵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례는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항고소송의 소송물인 ‘행정처분의 위법’과 구별되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수소법원은 취소판결에서 정한 행정처분의 위법성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는 없으나, 그러한 행정처분의 위법이 ‘객관적 정당성 상실’이라는 국가배상책임의 고유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나. 손해의 인정 여부
⑴ 침익적 행정처분의 경우
예컨대 위법한 과세처분에 의해 조세의 부과ㆍ징수가 이루어지거나, 위법한 해임처분이 있었던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위법한 해임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해임처분 이후 판결 확정시까지의 급여 자체에 더하여(이는 손해배상이 아니라 급여 그 자체의 지급임),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8990 판결 : 공무원에 대한 면직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취소된 경우 취소판결의 형성력으로 인하여 처음부터 면직처분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되므로 당해 공무원은 원래 면직되지 않았다면 보수를 받아야 하는 날에 그 보수를 지급받았어야 하는데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복귀일 또는 발령일에서야 이를 지급받게 되므로 그 사이의 지급지체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 등에 비추어 보면, 면직처분을 하였다가 그 면직처분이 취소됨에 따라 복귀일 또는 발령일에 면직처분으로 인하여 받지 못하였던 보수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경우 원래 보수를 지급받아야 할 때로부터 정산급여를 지급받은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침익적 행정처분의 취소판결이 확정되었다면 이와 별도로 절차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까지 추가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위 해임처분의 경우와 같이 ‘지연손해금’ 등의 추가적인 손해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을 주장ㆍ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취소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판례는 없다.
⑵ 수익적 행정처분을 거부한 경우
예컨대 연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하였으나 수급요건에 해당함에도 거부당한 경우 등이다.
취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기속력에 따라 연금 지급 신청을 인용하는 처분을 다시 해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신청인의 권리가 구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잔존 손해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12.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대한 판례의 태도
가.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의 판시내용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위법한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나.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의 취지
⑴ 위 판결은 ‘위법한 행정처분을 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설시한 것은 아니다.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한 구제는 ‘행정소송’을 통해야 하는 것이지, 곧바로 이를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를 하여서는 안된다. 처분의 취소 및 정당한 처분 등을 통해 손해가 회복되는 것이다
⑵ 위 99다70600 판결도 ‘나중에 행정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⑶ 대부분의 사건에서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이유로 한 국가배상청구가 기각되고 있다.
예컨대 수사, 사법권이 범인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행사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 검사는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염려 등이 있을 때에는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집·조사된 증거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볼 때, 피의자가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그 후 형사재판 과정에서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검사의 구속 및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그 구속 및 공소제기에 관한 검사의 판단이 그 당시의 자료에 비추어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⑷ 국가배상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정처분이 사후적으로 위법하다고 판정된 것에 더하여 그 당시의 기준으로도 현저히 객관성을 잃었다거나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추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역시 매우 예외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