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어느 변호사의 죽음】《짧은 한잠 자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난다, 그러면 죽음은 더 이상 없다; 죽음이여, 네가 죽으리라.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And death shall be no more; Death, thou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5. 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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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변호사의 죽음】《짧은 한잠 자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난다, 그러면 죽음은 더 이상 없다; 죽음이여, 네가 죽으리라.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And death shall be no more; Death, thou shalt die.》〔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주말 오전에 모바일 부고장을 받았다.

본인상이다.

 

예전에는 주로 지인들의 부모님상이나 장인·장모상을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본인상 부고장이 날라온다.

 

본인상 부고장는 나에겐 아직 큰 충격으로 다가 온다.

내가 아는 지인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생을 마감한 분은 내가 오래 전 춘천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좌배석 판사로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었다.

1971년 생인데, 2년 전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서 인사차 찾아온 적이 있다.

 

지난 주 사무실에서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쳐 입원을 했다고 하는데, 뇌수술에서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하루 종일 마음이 심란하고 우울하다.

정말 허망하고, 가슴이 먹먹함과 슬픔으로 가득 차 올라온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노년은 내 문제가 아니었다.

늙음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건 먼 미래의 나중에였다.

 

그러나 앞으로 올 날의 어느 때로 한껏 유예해 둔 늙음의 시간은 그리 멀리 있는 추상적인 미래가 아니었다.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새겨진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글귀처럼 어느 순간 우리 나이 또래에게 다가와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영국 시인 존 (John Donne, 1572 ~ 1631. 3. 31)의 시를 읽었다.

엠마 톰슨 주연의 영화 위트(Wit, 2001)”에서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시다.

https://youtu.be/DsLwat7Ft-U

 

죽음이여, 뽐내지 말라, 어떤 이들은 너를

힘세고 무섭다 일컫지만, 넌 그렇지 않나니.

네 생각에 네가 해치운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죽는 게 아니다.

불쌍한 죽음아, 넌 나도 죽일 수 없다.

 

너의 그림에 지나지 않는, 휴식과 잠에서

큰 기쁨 나오나니; 너로부터는 더 큰 기쁨 나온다.

또한 유골의 안식과 영혼의 해방 찾아,

훌륭한 사람들은 되도록 빨리 너와 함께 간다.

 

너는 운명, 우연, 왕들과 절망한 자들의 노예이며,

그리고 독약과 전쟁과 질병과 함께 산다.

그리고 아편이나 마법도 너의 일격만큼 또는 더 잘

우릴 잠들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너 왜 뽐내느냐?

 

짧은 한잠 자고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난다,

그러면 죽음은 더 이상 없을 것; 죽음이여, 네가 죽으리라.

 

Death, be not proud, though some have called thee

Mighty and dreadful, for thou art not so;

For those whom thou think'st thou dost overthrow

Die not, poor Death, nor yet canst thou kill me.

 

From rest and sleep, which but thy pictures be,

Much pleasure; then from thee much more must flow

And soonest our best men with thee do go,

Rest of their bones, and soul's delivery.

 

Thou art slave to fate, chance, kings and desperate men,

And dost with poison, war and sickness dwell,

And poppy or charms can make us sleep as well

And better than thy stroke; why swell'st thou then?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And death shall be no more; Death, thou shalt die.

 

그 영화를 보고, 위 시를 읽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은 적이 있다.

 

요즘은 인생의 어떤 시점보다도 더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렇다고 내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거나, 젊은이의 체력을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래도 마지막 발악을 한다.

 

무언가에 몰입을 하면서 열심히 일할 때는 내가 아직 젊은 청춘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이미 지는 태양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마음의 변덕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 간다.

 

노화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주관적인 감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몸이 먼저 그 순간을 알아차린다.

젊을 때는 철이 없지만, 늙어서는 힘이 없다.

 

이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경험하고 그 풍경들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그 추억의 단편들이 몸으로 배어 나와 사계가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감성적이고 가슴 뛰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긴 세월을 살아온 고목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듯, 자라나는 세대가 힘들 때 마음 놓고 푸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삶의 고통과 역경, 세상의 불합리와 부조리도 웃어 넘기는 여유와 포용력을 가진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

 

지금 이 순간, 매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