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도망을 꿈꾸는 사람들】《지금 마주한 현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도망치고 싶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원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건지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5. 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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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을 꿈꾸는 사람들】《지금 마주한 현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도망치고 싶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원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건지 말이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그저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다면, 당신은 도망쳐서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더 옭아맬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을 만날 수도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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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중해(Mediterraneo, 1991)”>

 

사람들은 가끔 도망을 꿈꾼다.

자신의 일과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가끔 스스로를 옥죄는 현실로부터의 도망을 갈망한다.

 

영화 지중해(Mediterraneo, 1991)”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살아 남아서 꿈을 꿀 수 있는 길은 도피뿐이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전쟁으로 피비린내 나는 세상에서 지친 남자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린 영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여덟 명의 이탈리아 군인은 그리스의 작은 섬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미기스티섬으로 간다.

그러나 그 섬에 도착한 후 무전기가 고장나면서 그들은 섬에 고립되고 어느새 사람들로부터 잊혀진다.

 

남자들은 다 전쟁터로 나가고 여자들과 노인들만 남은 그 섬에 정착하기로 한 그들은 이후 꿈같은 세월을 보낸다.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였던 중위는 교회 벽화를 그리고, 사사건건 규칙을 고집하던 완고한 상사는 어린 아이들과 놀고 춤춘다.

책을 좋아하는 내성적 성격의 병사는 책을 마음껏 읽으며 지내다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평화로운 작은 섬은 그들에게 곧 낙원이었다.

 

3년 후 고장난 비행기가 우연히 그 섬에 착륙하게 되고, 그들은 전쟁이 끝났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영국군에 의해 구조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이미 낙원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구태여 본국인 이탈리아로 돌아가려 할까?

 

영화는 우리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결혼한 병사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이 모두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그들은 왜 낙원을 버리고 현실로 돌아 갔을까?>

 

미기스티 섬은 누구나 염원하는, 세속적인 잣대나 편견 따위가 없는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게 살 수 있는 낙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본국으로 돌아간 걸까?

 

그들의 정체성은 꿈 속의 세상이 아닌 현실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실현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기스티섬 같은 낙원에서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게다가 그들이 3년간 머무르면서 미기스티섬은 이제 그들에게 또 하나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당신이 사는 곳은 곧 당신의 현실이다.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규칙과 질서가 있고, 그곳에 살려면 그 규칙들을 따를 수밖에 없다.

즉 또 다른 구속과 억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은 항상 우리에게 구속감을 불러 일으키고, 도망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한다.

 

<지금 마주한 현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도망치고 싶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원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건지 말이다.

뚜렷한 목적지 없이 그저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다면, 당신은 도망쳐서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더 옭아맬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망친 낯선 미지의 땅에서 해답을 찾기보다는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