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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임의제출의 임의성, 형사소송법 제218조 임의제출물압수>】《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 판단기준(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도15178 판결)(현행범체포시 압수수색영장이 아닌 임의제출..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0.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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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임의제출의 임의성, 형사소송법 제218조 임의제출물압수>】《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 판단기준(대법원 2022. 8. 31. 선고 201915178 판결)(현행범체포시 압수수색영장이 아닌 임의제출물압수가 허용되는지 여부, 전자정보가 저장매체와 독립하여 압수대상적격이 있는지 여부, 임의제출된 압수물의 관련성 판단, 참여권보장 및 전자정보압수목록 교부여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여부(소극)

 

[2]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실제로 임의제출된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 임의성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검사)

 

판결요지

 

1.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압수 가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 따라서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13726 판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13290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17142 판결 참조).

 

2. 이 사건 압수물 제출의 임의성 여부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실제로 임의제출된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라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해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7900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압수물 제출에 관하여 검사가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압수물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자인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절차와 임의제출할 경우 피압수물을 임의로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사정 등을 고지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20세의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 압수물을 임의제출할 경우 나중에 번의하더라도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후 경찰서로 연행되어 가방 안의 소지품 전부를 꺼내도록 요구받았고 일부 범행에 대하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이 사건 압수물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는지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 공소사실의 요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이라 한다)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영)

 

피고인은 2018. 11. 14.2018. 12. 1. 사이에 서울 지하철,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피고인의 몰래카메라 및 휴대전화로 성명불상 여성 피해자 9명을 상대로 총 25회에 걸쳐 허벅지 등을 몰래 촬영하였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피고인은 2018. 12. 13.2018. 12. 18. 사이에 보이스피싱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체크카드 총 14장을 받아 보관하였다.

 

. 1심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현행범 체포 시 임의제출 방식에 의한 압수가 허용되는지 여부, 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이 증명되었는지 여부, 전자정보가 저장매체와 독립하여 압수의 대상적격이 있는지 여부, 임의제출된 압수물의 관련성 판단, 압수된 전자정보의 탐색출력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었는지 여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이다.

여기서는 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 판단 기준을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1(= 유죄) : 피고인은 제1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재판부는 징역 10월을 선고하였다.

 

원심 (= 파기, 일부 무죄)

 

원심은 체크카드, 휴대전화기, 몰래카메라에 대한 압수절차가 위법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 쟁점 공소사실 중 현장에서 발각된 마지막 체크카드 부분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제외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무죄 이유는 아래와 같다.

현행범 체포 시 긴급압수가 아닌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현행범 체포된 후 경찰서로 연행되어 가방 안에 있는 소지품 전부를 꺼내라고 요구받았기 때문에 위축된 심리였다고 보이므로 임의제출의 임의성이 증명되지 않았다.

휴대전화기와 몰래카메라 자체를 긴급압수 하더라도 그 안의 저장정보는 긴급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 허용된다.

경찰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사실과 객관적인적 관련성이 없는 성폭법 위반 증거를 발견하였음에도 별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

임의제출된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탐색출력과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위법수집증거를 바탕으로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고,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다.

 

대법원의 판단 (= 상고기각)

 

3. 현행범 체포 시 압수수색 영장이 아닌 임의제출물 압수가 허용되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 이준민 P.420-436 참조]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근거하여 현행범 체포 시 체포현장이나 범죄장소에서 소지자 등이 임의제출하는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 이 경우 사후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13726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시는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13290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17142 판결 등에서 이어지고 있다.

 

위 법리에 의하면, 원심판단 중 현행범 체포 시 임의제출 방식의 압수를 허용할 수 없다는 부분은 잘못된 판단이다. 게다가 이 사건은 현행범 체포현장(청량리역)이 아닌 7.2떨어진 구리경찰서에서 임의제출받은 사안으로서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임의제출의 임의성이 증명되었는지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 이준민 P.420-436 참조]

 

. 형사소송법 제218조 임의제출물 압수 일반론

 

의의 및 취지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의제출물 압수에 영장을 요하지 않는 것은 위 압수로 인해 수사기관이 수사 및 기소에 필요한 증거를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실체적 진실발견에 기여한다는 공익적 관점이 그 주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다만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에도 적법절차의 원칙(헌법 제12조 제1), 비례의 원칙(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이 지켜져야 함은 물론이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348 전원합의체 판결).

 

임의제출물 압수의 법적성격에 대해 임의제출물 압수는 이른바 수사기관이 제출된 물건을 계속 보관하는 영치로서의 의미를 지닌 것에 불과하여 임의수사라고 보는 견해가 있으나, 통설 및 판례는 임의제출물의 압수는 압수물에 대한 수사기관의 점유 취득이 제출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영장 압수와 차이가 있을 뿐 범죄혐의를 전제로 한 수사 목적이나 압수의 효력은 영장에 의한 경우와 동일하다는 이유로 수사상 강제처분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348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절차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후에는 영장에 의한 압수와 동일하게 임의제출물에 대한 압수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49, 범죄수사규칙 제123조 제3,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6조 제1). 다만 수사기관이 피고인신문, 참고인조사, 검증을 할 때에 피고인, 참고인 등이 물건을 임의제출한 경우 그 조서에 압수의 취지를 기재하여 압수조서에 갈음할 수 있다(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40).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후에는 제출자 또는 이에 준할 자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9, 129, 범죄수사규칙 제123조 제3,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6조 제2). 압수목록의 작성교부 시점은 압수 직후이며 이는 제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그 기재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교부 시점이 지체될 경우 그 효력이나 압수된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 될 수 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763 판결).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후 경찰관은 제출자에게 압수증명서를 교부하여야 하고(범죄수사규칙 제123조 제3), 소유자가 포기의사를 표명하였을 때에는 소유권포기서를 받아 압수조서 말미에 첨부하거나 임의제출서에 그 취지를 기재한다(범죄수사규칙 제123조 제4).

 

경찰관은 임의제출물 제출자의 인적사항, 제출물건의 내용을 기재하고 제출자의 서명날인을 받아 임의제출서를 받아야 한다.3) 경찰 내부적으로는 제출의사의 임의성 증명수단으로 임의제출서를 활용, 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의제출서가 징구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제출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며, 수사기관의 회유 내지 협박의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11233 판결은 압수물에 대한 임의제출승낙서가 제출되었으나, 당시 제출인이 구속되어 재판받고 있었던 점, 세무공무원들이 검사실에서 임의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업에 대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위협한 점 등에 비추어 제출의 임의성을 부정하였다).

 

. 임의제출의 임의성에 관한 판단 기준

 

임의성의 의미

 

임의제출물을 영장 없이 압수하려면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어야 한다. ‘제출의 임의성이란 대상물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제출로 인한 법적 효과를 알고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대상물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임의성은 압수의 경우뿐만 아니라 피의자신문, 수색, 검증, 임의동행 등의 경우에도 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공통적인 과제라고 할 것이다[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1720 판결, 임의동행에서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6717 판결, 운전자의 혈액 채취에 대한 동의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16051 판결 참조].

 

임의제출의 임의성에 관한 대법원 선례 검토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13726 판결(임의성 인정)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이 필로폰을 임의제출 압수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효과 등에 관하여 고지하였던 점, 피고인도 동종 범행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피압수물인 필로폰을 임의제출할 경우 압수되어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정 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체포될 당시 필로폰 관련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고, 검찰수사관이 필로폰을 임의로 제출받기 위하여 피고인을 기망하거나 협박하였다고 볼 아무런 사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필로폰의 소지인으로서 이를 임의로 제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그 필로폰의 압수도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임의제출 거부권의 사전 고지 필요 여부

 

위 판시와 관련하여 임의제출 거부권의 사전 고지 필요 여부에 관한 학설상 논의가 있다.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압수물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그 의사결정의 동기 여하를 불문하고 제출의 적법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소극설)자백의 임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의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임의제출 거부권을 고지해야 한다는 견해(적극설)가 나뉘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없으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승낙수색과 압수에서 승낙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피압수자의 인식이 결정적이지는 않고, 수사기관이 승낙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할 필요도 없으며, 단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임의성을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7)

 

살피건대, 물적증거의 경우 임의성이 부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물적증거가 조작되었다거나 성질이 변경되는 것이 아님에 반하여, 진술증거의 경우 임의성이 부정될 경우 허위진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물적증거보다 임의성 판단이 엄격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물적증거의 제출과 관련된 임의제출 거부권의 고지를 진술증거에 있어 진술거부권과 동일한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임의제출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임의제출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제출자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이상 적법한 임의제출물의 압수로 인정됨이 타당하다.

 

다만 수사기관이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절차와 임의제출할 경우 피압수물을 임의로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사정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부정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임의제출 거부권을 고지하였음에도 제출자가 임의로 제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확인서나 진술서가 있을 경우 임의성을 입증할 유력한 자료가 될 것이다.

 

임의제출의 동기가 수사기관의 제출 요청에 따른 것일 때 임의성의 존부 해석

 

임의제출의 동기가 수사기관의 제출 요청에 따른 것일 경우에는 강압적이지 않더라도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2항의 제출 명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영장 없이 소유자 등에게 제출을 요구하여 물건을 받아 압수한 경우에는 위법한 압수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법문상 제출의 동기를 자발적인 것으로 제한하지 않는 점,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한다는 면에서 임의제출물의 압수를 영장주의의 예외로 인정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수사기관이 제출을 요구한 사실만으로 임의성을 부정하기보다는 개별 사건의 임의제출 상황에 따라 임의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방향으로 접근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11233 판결(임의성 부정)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별개의 증거를 피압수자 등에게 환부하고 후에 임의제출받아 다시 압수하였다면 증거를 압수한 최초의 절차 위반 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916255 판결

 

대법원은 원심에서 임의성 판단과 관련한 재판장의 석명준비명령 등 아무런 심리가 없이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부정한 사안에서 원심으로서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던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 전에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거나 그와 같은 임의성에 대하여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게 증명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심리하여 본 후 임의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 판단 기준 제시

 

일반적 기준

 

임의성 판단의 일반적 기준으로 임의제출 당시의 상황, 제출자의 나이, 지능 정도, 경력, 교육 정도, 심리 상태, 진술 내용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임의제출 당시 피고인이 위축된 심리 상태였는지 여부, 피고인이 휴대전화기의 잠금장치를 자발적으로 풀어 주었는지 여부, 변호인 등의 조력을 받는 상태였는지 여부, 피고인이 피의자신문 당시 임의제출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지 여부, 피고인이 수사, 공판과정에서 자백하였거나, 임의제출 과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였는지 여부가 고려될 수 있다.

 

구체적 기준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자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절차 및 임의제출할 경우 피압수물을 임의로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사정 등을 고지하였는지 여부: 임의제출 거부권의 사전 고지의무는 부정함이 타당하나, 만일 임의제출 거부권을 사전에 고지하였다면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입증한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피고인이 임의제출할 경우 압수되어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정을 인식하였는지 여부: 피고인의 범죄전력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체포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임의제출의 형식으로 대상물을 압수하는 경우에는 임의성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특히 체포구속된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적으로 밝히려는 목적으로 제출하지 않는 한 임의성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자를 회유기망하거나 협박 등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였다고 볼 정황이 있는지 또는 임의제출자가 당시 의사가 억압된 상태였는지 여부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사실과 무관한 증거가 제출되었는지 여부, 수사기관이 무관증거를 보관한 기간: 피고인의 전자정보의 범위를 한정하여 임의제출한 경우 그 범위 내의 제출은 임의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

 

임의제출물 압수에 필요한 서류의 누락 여부: 임의제출서, 압수조서, 압수목록, 압수증명서, 소유권포기서 등의 누락 여부, 압수조서의 참여인란에 피고인의 서명무인이 있는지 여부가 고려될 수 있다.

 

5.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4, 이준민 P.420-436 참조]

 

. 이 사건에서 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을 부정함이 타당함

 

압수물 제출이 임의로 이루어졌는가, 그렇지 않고 강제로 이루어졌는가는, 당시에 제출자가 가진 자발적인 의사 유무에 달려 있는 문제이고, 이는 제출자의 주관적 의사를 탐구하는 작업이라는 어려움이 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아무런 범죄전력 없는 20세에 불과한 피고인을 현행범 체포, 수사과 사무실에 인치한 후 가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임의제출받았는바, 피고인에게 자발적인 임의제출 의사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피고인이 휴대전화기의 잠금상태를 직접 해제하여 경찰관으로 하여금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이 자포자기한 심정의 발현으로 한 행동이지 자발성의 발로에서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원심은 임의제출의 임의성 등 증거능력에 관한 석명준비명령을 내렸고, 경찰관 4명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함으로써 임의성 존부에 관한 나름의 심리를 하였다.

 

결국 피고인이 휴대전화기와 몰래카메라 등을 임의제출하였는지에 관한 의심을 거두지 않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유사한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1716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부정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바 있다.

 

. 전자정보가 저장매체와 독립하여 압수의 대상적격이 있는지 여부

 

전자정보가 저장매체와 독립하여 압수의 대상적격이 있는지 논의는 2011. 7. 18. 개정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에서 출력이나 복제할 대상이 기억된 정보임을 명시하여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보인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저장매체를 임의제출받은 경우 그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해 영장 없이 탐색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제출자의 구체적인 전자정보 제출범위에 관한 의사를 확인하는 입장이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임의제출된 압수물의 관련성 판단

 

대법원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하여 압수의 대상이 되고, 이러한 전자정보에는 범죄혐의사실 그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도 포함될 수 있으며 다만, 범죄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348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 임의제출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은 통상적으로 임의제출 압수조서의 압수경위란에 기재된 혐의사실로 특정하지만, 그 이전의 긴급체포서의 범죄사실 또는 최초 경찰신고사실로 특정하는 것이 합당한 경우도 있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69883 판결은 긴급체포서의 범죄사실을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로 특정한 사안이고,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7342 판결은 최초 경찰신고받은 혐의사실을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로 특정한 사안이다).

 

대상 사건에서도 현행범인 체포서에 기재된 마지막 체크카드 부분에 관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가 임의제출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이라고 봄이 타당하다(이 사건에서 경찰관이 피고인의 가방을 열게 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120조 제1항의 임의제출물 압수에 필요한 처분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실질적으로 임의제출물 압수집행 내지 수색이 시작되었다고 할 것인데, 경찰관들이 가방을 열어 보게 된 동기는 마지막 체크카드 부분에 관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라고 할 것이다).

 

이에 따르면, 나머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의 증거는 마지막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행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어 관련성이 인정되지만, 성폭법 위반 증거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사실과 죄명, 범행 동기, 방법, 범행 장소 등이 확연히 달라 서로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인다.

 

. 참여권 보장 및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 여부

 

대법원은 불법촬영 수단이 위장형 카메라(몰래카메라)인 경우 예외적으로 임의제출에 따른 통상의 압수절차 외에 피압수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전자정보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곧바로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7342 판결). 따라서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성폭법 위반 전자정보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참여권 보장 및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 여부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휴대전화로 촬영된 성폭법 위반 전자정보의 경우 경찰은 피고인의 실제 참여하에 전자정보를 탐색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선임된 변호인에게는 집행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았고, 변호인이 압수집행에 참여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10729 판결은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의 보호를 위하여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므로 피압수자가 수사기관에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호인에게는 형사소송법 제219, 122조에 따라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는 등으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기회를 별도로 보장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 여부에 관하여 보면, 수사기관이 피고인에게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상세목록 서류를 교부한 사실은 없지만,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의 추출 종료시점인 제3회 경찰피의자신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몰카 사진을 일일이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일시장소에 관한 진술을 받았고, 사진을 출력하여 기록에 편철한 후 피고인의 간인을 받았으므로, 실질적으로 경찰이 압수 직후 피고인에게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교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사한 사안인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9100 판결,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87994 판결,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4938 판결에서 실질적으로 전자정보 압수목록이 교부된 것으로 평가하여 적법성을 인정한 바 있다

 

결국 참여권 등 문제와 관련하여 대상 사건은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잘못만이 있는 경우인데, 당시 변호인은 사선변호인으로서 이전의 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으로 참여하였는데, 이후 탐색출력과정을 문의하거나 피의자신문에 참여를 요구하지 않은 점, 피고인도 피의자신문 과정에 변호인의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하면,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참여권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론적으로 참여권 등 위법 문제는 없다고 보인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10729 판결,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348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 참조).

 

.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대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된 2차적 증거의 경우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수집과 2차적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30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에 따르면 쟁점 공소사실에 대하여 참고인들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등은 증거수집의 위법성과 인과관계가 단절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이고, 달리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보인다.

 

. 대상판결의 요지

 

실무상 대부분의 경우 수사기관은 임의제출물 압수로 증거물을 취득하고, 영장 압수의 경우는 예외적인 실정이다. 이 경우 과연 임의제출 당시 임의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빈번하게 문제 되고 있는데, 대상판결은 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을 판단할 구체적 요소들에 대하여 판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