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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인출, 타인명의로 예금과 인출 불법? 〔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3.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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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인출, 타인명의로 예금과 인출 불법?


 

종종 비상금이나 혼자서 쓰기 위한 금액 예치를 위해 타인의 은행 통장에 예금을 넣어서 쓰는 경우도 있고, 이와 관련하여 비상금 관련 용도로 타인명의로 예금을 하여 써도 되냐고 묻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오늘은 차명계좌에 대한 사례와 내용을 통해 금융실명거래를 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불이익과 이에 따른 분쟁사례를 알아보려 합니다.

 

 

 


[제가 따로 비상금이 필요해서 지인의 명의를 빌려 예금을 준비하려 합니다. 타인 명의로 예금 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불법적인 요소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일 것 같은데요]

 

 

 


통장과 은행거래는 실명으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통장 예금주는 실명확인이 필요하고 주민등록증 사업자등록증 등 실명확인증표와 그밖에 확인이 가능한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실제적으로 은행거래가 제한 되며 이를 위반한 은행이나 금융기관에는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금지되어 있습니다.

 

 

 


일단 타인명의로 금액이 예금 되면 원칙적으로 실명으로 등록된 명의자를 예금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예금계약 체결 당시 출연자가 따로 있는 것이 인지되면 출연자를 예금자로 봅니다.

 

 

 


[아무개는 a은행에 자신의 명의로 된 계좌가 몇 개 있었고 이 실 소유주인 아버지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계좌에서 큰 금액을 인출하자 아무개는 명의자가 본인인데 왜 아버지가 허락도 없이 돈을 인출해 가냐는 내용에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경우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돈을 입금하고 비밀번호나 통장관리를 해온 것은 아무개의 아버지로 실 소유주로 볼 수 있어 소송을 받아 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a은행에 아무개의 주민등록증 사본과 서류를 제출하여 아무개의 명의 통장계좌를 개설한 것도 아버지였고 판례에 따르면 금융실명제법에 의거하여 예금계약을 실명확인을 걸쳐 체결한 경우 예금 명의자를 계약당사자로 봐야 하지만 아무개의 아버지를 민법에서 규정한 채권 행사에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 소송에 따른 배상을 요구할 의무는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차명계좌 인출에 대한 문제는 가족이나 지인 등 이해관계가 깊은 사람들 간의 분쟁 문제로 법적 소송으로 분쟁이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에 따라 권리 행사와 악의적인 방법으로 차명계좌 사용과 인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대비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위와 관련하여 차명계좌나 금융관련 민사소송이 벌이지게 되면 권리의 해석과 이해관계도를 입증할 자료와 소송이 진행될 때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민사분쟁이나 차명계좌인출 관련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양한 지식과 민사분쟁 해결에 많은 경험이 있는 민사변호사 혹은 관련법조인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민사변호사 윤경과 차명계좌 인출관련 내용을 알아보았습니다.

 

 

계약당사자의 확정, 예금계약에서 예금주의 확정, 공동명의예금, 타인의 명의를 모용한 계약의 경우, 명의 차용의 경우, 착오송금, 차명대출에서 주채무자의 확정, 타인의 마이너스 통장 은행계좌로 송금한 금액이 착오송금임을 주장하며 그 수취은행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예금계약의 법적 성격, 차명대출에서 주채무자의 확정착오송금, 마이너스통장 은행계좌로 송금, 예금계약의 법적 성격, 착오송금과 권리남용, 마이너스대출방식의 구조】《타인의 마이너스통장 은행계좌로 송금한 금액이 착오송금임을 주장하며 그 수취은행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착오송금된 금원에 대한 수취인 명의의 예금채권의 성립 여부, 착오송금된 금원에 대한 변제충당의 효력 인정 여부, 착오송금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당사자, 자금이체, 계좌이체》〔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계약당사자의 확정의 판단 법리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56-171 참조]

 

. 의의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에 해당한다.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내용, 그러한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92487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69804 판결,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6238212 판결 :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가맹본부인  주식회사(피고)  주식회사와,  회사가 직접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회사가 선정한  주식회사 등 식자재 제조·생산업체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아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에 운송하며, 물품대금을  회사가 자신의 책임으로 직접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으로부터 회수한 후 판매이익의 일정 비율을  회사에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회사(원고)  회사의 이행보조자인  회사를 통해  회사의 지사 또는 가맹점에 식자재를 납품하였다며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물품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계약의 내용 및 취지,  회사,  회사,  회사 사이에 실제 이루어진 거래 형태 등을 종합하면,  회사는 단순히  회사의 배송 및 수금업무를 대행한 자가 아니라 가맹본부인  회사의 중간 공급업체로서  회사가 선정한 식자재 제조·생산업체인  회사와 직접 납품계약을 체결한다는 의사로 식자재를 납품받아 그 명의로 대금을 결제하여 왔고,  회사 역시 납품계약의 상대방을  회사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도,  회사와 식자재 납품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를  회사로 보아,  회사가  회사에 미지급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당사자 확정 또는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256999 판결 : 방송사와 작성된 직접적 처분문서(출연계약서)가 부존재하는 이 사건에서 방송 프로그램 출연료 채권자가 연예인인 원고들(유재석, 김용만)인지 전속기획사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원고들과 같이 인지도가 상당히 높고 그 재능이나 인지도에 비추어 타인이 대신 출연하는 것으로는 계약 체결 당시 의도하였던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연예인인 경우 원고들이 부담하는 출연의무는 부대체적 작위채무라 할 것인 점, 출연계약 체결 당시 연예인으로서 원고들이 갖고 있었던 영향력과 인지도, 연예기획사와의 전속의 정도 등 방송사 역시 원고들이 방송프로그램 출연계약 체결 여부 및 그 계약 내용을 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의 경우 방송 3사와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연예인 본인인 원고들이라고 판단한 사례].

 

. 타인의 명의를 사용한 법률행위

 

 계약당사자 확정의 기준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누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가를 먼저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서,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 자연적 해석)이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경위 및 계약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 규범적 해석)하고, 이에 터 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32003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627407 판결 등 참조).

 

 이는 그 타인이 허무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12842 판결 : 원고는 허무인인 소외인 명의의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인장을 위조한 후 피고의 창원지점에 위조한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인장을 이용하여 계좌개설 신청서를 작성하여 소외인 명의의 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원고가 제시한 소외인 명의의 자동차운전면허증에 의해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2011. 7. 14. 법률 제10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조 제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조 제1호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진행하여 소외인 명의로 된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여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로서는 원고가 소외인인 줄 알고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행위자인 원고를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의사의 일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금융기관인 피고로서는 위 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위와 같이 원고가 소외인 명의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실명확인 절차에 응하면서 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이에 피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실명확인절차를 진행하여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의 체결에 이르렀으며, 달리 피고가 위 법에 따라 실명확인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위 법 위반 및 그에 따른 제재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고를 계약당사자로 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기록상 찾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비록 소외인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가 허무인에 대한 것으로서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외인이 허무인임을 알지 못한 피고로서는 명의자인 소외인을 계약당사자로 인식하여 그와 사이에서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계약체결 당시 피고의 계약 당사자에 대한 인식은 사후에 소외인이 허무인임이 확인되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계좌 개설계약의 상대방에 관한 의사가 위와 같은 이상 원고를 계약당사자로 한 계좌 개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수 없고, 다만 계약당사자인 소외인이 허무인인 이상 피고와 소외인 사이에서도 유효한 계좌 개설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계좌에 입고된 주식은 이해관계인들 사이에서 부당이득반환 등의 법리에 따라 청산될 수 있을 뿐이다.

 

 명의자가 당사자로 확정되는 경우

 

 신용, 자격 등 때문에 계약당사자의 명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래(예컨대 보험계약자, 수분양자격에 제한이 있는 분양계약에서 수분양자, 부동산 매매의 매도인 등)에서는 통상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명의자가 당사자로 확정된다. 이는 상대방이 그 법률행위의 실질적, 경제적 효과가 행위자에게 미친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32120 판결: “어떤 사람이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및 등기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 그 타인을 매매 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이치는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갑이 을로부터 농지를 매수하려고 하는데 농지 취득 자격이 없어서 그 자격이 있는 병과의 합의하에 병의 이름으로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을 또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안에서 매수인 측 당사자를 명의자인 병이라고 판단. 이 경우 을과 병 사이의 매매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여 무효가 된다. 을이 계약 당시 악의였다면 이미 그때 을이 병에게 위 농지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수 없음이 분명하여(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 참조) 을과 병 사이의 매매는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행위자의 행위는 그의 내심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리행위로 평가되는데, 행위자가 명의자로부터 명의 사용에 관한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유권대리행위가, 행위자가 무단으로 명의자의 명의를 사용한 경우에는 무권대리행위가 된다.

 

 행위자가 무단으로 명의자의 명의를 사용한 경우(즉 무권대리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표현대리의 법리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례는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혹은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49814 판결)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위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여 명의자의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많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52436 판결, 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273 판결).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란,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을 의미한다.

 

 행위자가 당사자로 확정되는 경우

 

 계약당사자의 명의보다는 행위자의 개성이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래(예컨대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에서는 자연적 해석 또는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통상 행위자가 당사자로 확정된다. 행위자가 명의자를 대리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74. 6. 11. 선고 74165 판결).

대리 문제는 명의자가 계약당사자로 확정될 때 비로소 문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차계약이라고 하여 항상 행위자 내지 실제 점유·사용자가 임차인이 되는 것은 아니고, 임대료가 다액이어서 임차인의 자력이나 신용이 중요하고 명의자도 계약의 체결에 관여한 사정 등이 있어서 임대인의 관점에서 명의자를 임차인으로 이해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명의자가 임차인으로 확정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37691 판결).

 

 주식인수계약의 경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265351 판결은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 등을 구하는 사건에서 누가 주주인지 결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상법 제332조 제1항은 가설인(假設人)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거나 타인의 승낙 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자는 주식인수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2항은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자는 그 타인과 연대하여 납입할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이처럼 상법은 가설인(이는 현실로는 존재하지 않고 외형만 꾸며낸 사람을 가리킨다)이나 타인의 이름으로 주식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납입책임을 부과하고 있지만, 누가 주주인지에 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한 경우에 누가 주주인지는 결국 주식인수를 한 당사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발기설립의 경우에는 발기인 사이에, 자본의 증가를 위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에는 주식인수의 청약자와 회사 사이에 신주를 인수하는 계약이 성립한다. 이때 누가 주식인수인이고 주주인지는 결국 신주인수계약의 당사자 확정 문제이므로, 원칙적으로 계약당사자를 확정하는 법리를 따르되, 주식인수계약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발기인은 서면으로 주식을 인수하여야 한다(상법 제293). 주식인수의 청약을 하고자 하는 자는 주식청약서 2통에 인수할 주식의 종류·수와 주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하여야 한다(상법 제302조 제1, 425). 이와 같이 상법에서 주식인수의 방식을 정하고 있는 이유는 회사가 다수의 주주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형식적이고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이와 관련된 사무처리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할 때에도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여야 한다.

 

타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에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 확정 문제는 다음과 같이 두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가설인 명의로 또는 타인의 승낙 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약정을 한 경우이다. 가설인은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한편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면서 그 승낙을 받지 않은 경우 명의자와 실제로 출자를 한 자 중에서 누가 주식인수인인지 문제 되는데, 명의자는 원칙적으로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자신의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는 데 승낙하지 않은 자는 주식을 인수하려는 의사도 없고 이를 표시한 사실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출자자가 가설인 명의나 타인의 승낙없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고 출자를 이행하였다면, 주식인수계약의 상대방(발기설립의 경우에는 다른 발기인, 그 밖의 경우에는 회사)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타인의 승낙을 얻어 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기로 약정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는 계약 내용에 따라 명의자 또는 실제 출자자가 주식인수인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명의자를 주식인수인으로 보아야 한다. 명의자와 실제 출자자가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으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도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출자자를 주식인수인으로 하기로 한 사실을 주식인수계약의 상대방인 회사 등이 알고 이를 승낙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상대방은 명의자를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실제 출자자가 주식인수계약의 당사자로 인정된 경우의 주주권 행사에 관하여 종전의 판례 법리는 다음과 같았다.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주주명부의 면책적 효력에 의해 그 의결권행사는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다(상법 제353조 참조). 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645818 판결 등).

 

하지만 대법원 2017. 3. 23. 선고 2015248342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음과 같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되어 있는 자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하였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으며,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아니한 자의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않고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주주명부에의 기재 또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 이른바 허수아비행위

 

예컨대 갑이 을로부터 농지를 매수하려고 하는데 농지취득자격이 없어서 그 자격이 있는 병(허수아비)을 내세워 병이 을과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말한다. 갑이 직접 병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내세워 병이 스스로 계약을 체결하는 점에서 앞서 본 타인의 명의를 사용한 법률행위와 형식상 구별된다.

이렇게 허수아비를 내세워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는 주로 당사자의 명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거래일 것이므로(예컨대 허수아비를 내세워 대출을 받거나 예금을 하는 경우 등),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행위자이자 명의자가 당사자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법률행위의 실질적, 경제적 효과를 받는 배후자를 당사자로 하는 데 명시적,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경우라면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배후자가 당사자로 확정되고 허수아비의 행위는 대리행위로 평가될 것이다.

 

. 예금계약에서 예금주의 확정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45828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내용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남편인 김*수가 2006. 2. 13. 원고를 대리하여 주식회사 좋은상호저축은행(이하 소외 저축은행이라 한다)에서 원고 명의로 신규 정기예금 계좌(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하고 4,200만 원을 예치하였는데, 이 사건 예금계좌 개설 당시 작성된 예금거래신청서의 신청인란에는 원고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원고의 주민등록증 사본이 붙어 있으며, 위 예금거래신청서의 실명확인란에는 담당자와 책임자의 확인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예금계좌의 통장 등은 원고 명의로 발급되었고, 소외 저축은행의 거래내역 현황에는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좌의 권리자로 기재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수는 원고를 대리하여 소외 저축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원고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서를 작성·제출함과 아울러 실명확인 절차에 필요한 증표로서 원고의 주민등록증을 제출하여 원고를 예금명의자로 하는 예금계좌의 개설을 신청하였고, 소외 저축은행의 담당직원은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그 취지를 위 예금거래신청서에 기재하는 등으로 원고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그 당시 소외 저축은행과 김*수 사이에서 원고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원고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김*수와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김*수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분석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금융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그 예금계약의 당사자, 즉 예금주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처분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와 아울러 투명한 금융거래를 추구하는 금융실명제 관련 법령의 규정과 입법취지, 예금계약 관련 기본약관, 금융실무의 관행, 예금거래의 특수성,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의 의사 및 신뢰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5386 판결은, 이 금융기관에 피고인 명의로 예금을 하면서 자신만이 이를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여 금융기관 직원이 예금관련 전산시스템에 이 예금, 인출 예정이라고 입력하였고 피고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 후 피고인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금융기관의 변제공탁으로 패소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금융기관과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피고인 명의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인 피고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에게 이를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어 예금주는 여전히 피고인이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예금주가 이라는 전제하에 피고인에게 사기미수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47169 판결 : 원심은, 피고가 5년이 넘게 하나은행과 예금갱신 등 예금거래를 하면서 이 사건 예금계좌를 관리하는 동안 망인(예금 명의인)이 하나은행에 방문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를 확인하거나 그에 관한 권리주장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 자신이 이 사건 예금계좌의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이 사건 예금계좌의 통장도 보관하였으며, 하나은행은 피고의 요청에 의하여 피고의 입회 또는 동의하에서만 이 사건 예금계좌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하나은행은 망인의 사망 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주가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인지 아니면 피고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 불확지 변제공탁을 하였던 사정 등을 참작하여, 하나은행과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하여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망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피고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위와 같이 최초 예금계좌의 개설 당시 하나은행이 명확하게 알기 어렵거나 하나은행과의 예금계약과는 별개인 망인과 피고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비밀번호의 등록·관리 및 통장의 관리, 예금갱신 등의 사정과, 하나은행이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한 망인의 해지권을 일부 제한하고, 원고들 혹은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변제공탁을 하였던 사정만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망인이 아닌 피고를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데에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계약당사자의 해석 및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 금융실명법에 의한 실명확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한편,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예금거래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금융기관이 스스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본인인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취급하여 놓고도 이와 달리 대리인으로 온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다른 합의를 한 것이라고 해석하려면, 금융기관및 그 담당직원이 금융실명법 위반에 따른 행정상 제재와 향후 예금주 확정을 둘러싼 분쟁 발생의 위험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와 같은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금융기관이 굳이 위와 같은 불이익과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그와 같은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예금계약 체결 당시, 실명확인 절차와 마찬가지로 출연자 등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출연자 등이 예금계약서 작성 등에 의하여 표시된 예금명의자의 의사를 배제하고 예금반환청구권을 출연자 등에게 귀속시키는 예금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알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금융기관이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대리인의 자격으로 예금계약서 등을 작성함에 불과한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쉽게 인정할 수 없다. 이는 금융기관이 이러한 사정을 명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본인이 아닌 대리인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전적으로 귀속시키는 예금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는 것이어서 경험법칙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금계약의 체결 후에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에게 예금통장 및 거래 인감도장 등을 교부하지 않고 이를 소지하며 예금의 이자나 원금 등을 인출하여 왔다는 사정은, 예금계약 체결 당시 금융기관으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사정이므로 이를 가지고 예금계약 체결 당시 금융기관이 그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뿐만 아니라, 설령 금융기관이 예금계약 체결 당시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알았다 하더라도, 출연자 등은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이 예금명의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면서도 예금명의자로부터 위임을 받아 그 대리인으로서 예금통장과 도장 등을 소지하여 예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예금의 반환을 수령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므로(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40074 판결 등 참조),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예금계약 체결 후의 예금통장과 도장 및 비밀번호의 관리와 예금의 인출 및 인출된 자금의 관리에 관한 사정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인 법률관계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을 예금계약당사자 해석에 관한 근거자료로 삼는 것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를 섣불리 그와 별개인 금융기관과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 관계에 반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금융실명법의 입법취지 및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객관적으로 표시된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의 의사에 반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를 정하려는 것이므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178256 판결,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173183 판결 등 참조).

 

 예금명의자가 예금주로 확정되는 경우 출연자와 예금명의자 사이의 법률관계

 

이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나, 만약 예금계약에 관한 명의신탁관계가 있는 경우라면 그 명의신탁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명의신탁자인 실제 출연자는 명의수탁자인 예금명의자를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예금반환채권의 양도 및 그 양도통지를 청구할 수 있고, 나아가 이를 피보전권리로 하여 예금반환채권의 추심·처분금지가처분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비법인 단체인 경우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37691 판결 참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 한다)는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이다(2조 제4).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3조 제1). 누구든지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 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3조 제3). 실명거래의 확인 방법과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3조 제7).

그 위임에 따라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개인, 법인 그리고 비법인 단체 등으로 구분하여 실명과 그 확인 방법을 정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실명으로 하고, 주민등록증 등의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3조 제1, 4조의2 1항 제1). 비법인 단체의 경우 단체를 대표하는 자의 실명을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대표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등과 같은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하며, 다만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단체의 경우 그 문서에 기재된 단체명과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문서나 그 사본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3조 제3, 4조의2 1항 제3).

이러한 규정의 문언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경우 그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자인 자신의 실명으로 예금계약 등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인 것과 그의 실명을 확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할 수 있어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 단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267204 판결).

 

. 이른바 차명대출(借名대출)’에서 주채무자의 확정

 

 문제 제기

 

예를 들어 갑이 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대출에 제한이 있어(신용불량자 또는 동일인대출액한도 초과) 병의 승낙을 얻어 병의 이름으로(타인 명의의 법률행위) 또는 병을 내세워(허수아비행위) 대출을 받은 경우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는 명의대여자인 병인가 아니면 명의차용자인 갑인지가 문제된다.

 

 명의대여자가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로 확정되는 경우

 

 은행과의 외부관계

 

명의대여자와 은행이 일치하여 명의대여자가 법률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명의대여자는 법률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은행은 명의대여자에게 법률적인 책임을 지울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에 의하여 각 명의대여자가 대출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에는 명의대여자의 진의와 표시행위의 객관적 의미가 일치하기 때문에 비진의표시 또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고, 후자의 경우에는 명의대여자는 비진의표시로서 무효라는 항변을 하게 될 텐데, 은행이 명의대여자의 내심의 의사 즉 단순히 명의만을 빌려주고 법률적인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8403 판결).

 

 명의차용자, 연대보증인, 물상보증인과의 내부관계

 

 위의 경우, 명의차용자(실제로는 스스로 대출금을 받아 사용)가 연대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이 되는 때가 있는데, 그러한 지위에서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하더라도 주채무자인 명의대여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4. 6. 10. 선고 942701 판결 : 실제차주가 화물자동차를 지입회사 명의로 할부로 매수하면서 할부대금의 지급보증을 위하여 보험회사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실제차주를 위하여 보증보험계약상의 연대보증인이 된 실제차주의 장인이 할부대금을 대위지급한 보험회사에게 구상보증채무를 이행한 경우 보증보험계약상 구상채무의 주채무자인 지입회사에 구상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예를 들어 실질적인 채무자와 실질적인 물상보증인이 공동으로 담보를 제공하여 대출을 받으면서 실질적인 물상보증인이 저당권설정등기에 자신을 채무자로 등기하도록 한 경우, 실질적 물상보증인인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는지와 관계없이 내부관계에서는 실질적 채무자인 물상보증인이 변제를 하였더라도 그에 대하여 구상의무가 없으므로, 실질적 채무자인 물상보증인이 채권자를 대위하여 실질적 물상보증인인 채무자에 대한 담보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341097, 41103 판결 : 원고와 소외인이 공유하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자를 A농업협동조합, 채무자를 원고, 채권최고액을 2 6,000만 원으로 하여 설정된 이 사건 9번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실질적인 채무자는 원고와 소외인의 내부관계에서는 대출명의인인 원고가 아니라 소외인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인 지분에 대한 이 사건 9번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소외인이 그 소유권을 잃었더라도 대출명의인인 원고가 실질적인 채무자인 소외인에 대하여 구상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반대로 명의대여자가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한 경우에는 명의차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연대보증인 또는 물상보증인이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하였다면 형식상 주채무자인 명의대여자의 구상책임은 어떠한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음에 있어 제3자가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도록 한 경우에는 그가 채권자인 금융기관에 대하여 주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관계에서는 실질상의 주채무자가 아닌 한 연대보증책임을 이행한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채무자로서의 구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고, 그 연대보증인이 제3자가 실질적 주채무자라고 믿고 보증을 하였거나 보증책임을 이행하였고,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제3자에게 귀책사유가 있어 제3자에게 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구체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이는 경우 등에 한하여 제3자가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주채무자로서의 전액 구상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47631 판결. 물상보증 사안으로는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75648 판결,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380429, 80436 판결 참조).

 

 다만, 실질상의 주채무자(명의차용자), 연대보증인, 형식상의 주채무자(명의대여자) 3자간의 실질적인 법률관계에 비추어 형식상의 주채무자가 실질상의 주채무자를 연대보증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형식상의 주채무자는 공동보증인 간의 구상권 행사 법리에 따라 연대보증인에 대하여 구상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고, 한편 구상권 범위 산정의 기준이 되는 부담 부분은 그에 관한 특약이 없는 한 균등한 것으로 추정된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22451 판결 : 병과 친분관계에 있던 갑과 을이 병의 부탁으로 아무 대가없이 병의 자금조달을 위하여 갑은 금융기관과의 어음거래약정상 형식상의 주채무자가 되고 을은 그 연대보증인이 되었는데 갑, 을은 서로 그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경우, 갑과 을 사이의 내부관계에서는 병의 어음채무의 상환을 각각 연대보증한다는 취지의 양해가 묵시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갑은 을이 대위변제한 금액의 1/2에 대한 구상의무가 있다고 본 사례).

 

 명의차용자가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로 확정되는 경우

 

 은행과의 외부관계

 

명의대여자와 은행이 일치하여 명의대여자가 법률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명의차용자가 대출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판례는 이 경우를 명의대여자와 은행 사이의 대출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이론 구성하나, 이는 명의대여자가 그러한 취지의 항변을 했기 때문이고, 이론상으로는 명의대여자는 계약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 경우 은행과 명의차용자 사이의 대출계약이 대출을 제한하는 법규를 위반한 것이 되어 무효가 될 수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효력법규인 경우).

 

이처럼 명의차용자가 대출계약의 주채무자로 확정되는 경우에는 대출 문서에 나타난 주채무자와 실제 주채무자가 다르게 되어 제3자와의 관계에서 다소 어려운 법률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제3자가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채권을 양수한 후 명의대여자에게 양수금 청구를 할 때 명의대여자는 실제 대출금채무자는 명의차용자라고 항변할 수 있을까?

판례와 같이 명의대여자와 은행 사이의 대출계약을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이론 구성하게 되면 위 대출금채권의 양수인은 제108조 제2항이 정한 제3자에 해당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231537 판결 등), 계약당사자 확정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그 해결이 쉽지 않다.

명의대여자는 스스로 자기가 마치 대출계약의 주채무자인 것과 같은 허위의 외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10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명의차용자, 연대보증인, 물상보증인과의 내부관계

 

명의대여자는 적어도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대법원은 대출절차상의 편의를 위하여 명의만을 대여한 것으로 인정되어 채무자로 볼 수 없는 경우, 그 형식상 주채무자가 실질적인 주채무자를 위하여 보증인이 될 의사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형식상의 주채무자에게 실질적 주채무자에 대한 보증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한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468366 판결 등).

 

 판단 기준

 

요컨대 차명대출에서 대출계약의 주채무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의 핵심은 은행이 명의대여자에게 법률적인 책임을 지울 의사가 있었는가 여부에 있다고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은 대출할 때 채무자의 직업, 재산, 자력 등에 관한 기초적인 신용조사를 하게 되므로 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명의대여자에 대한 신용조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였는지가 이를 판단하는 데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8. 9. 4. 선고 9817909 판결 참조).

 

바. 비법인 단체와 그 대표자 이름이 예금통장에 기재된 경우 비법인단체인 원고가 예금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비법인단체인지 그 대표자 개인인지 여부(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67204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비법인 단체와 그 대표자 이름이 예금통장에 기재된 경우 비법인 단체인 원고가 예금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이다.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이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하였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237691 판결 참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 한다)은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 한다)는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이다(2조 제4).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3조 제1). 누구든지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 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3조 제3). 실명거래의 확인 방법과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3조 제7).

그 위임에 따라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개인, 법인 그리고 비법인 단체 등으로 구분하여 실명과 그 확인 방법을 정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실명으로 하고, 주민등록증 등의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3조 제1, 4조의2 1항 제1). 비법인 단체의 경우 단체를 대표하는 자의 실명을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대표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등과 같은 증표·서류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하며, 다만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단체의 경우 그 문서에 기재된 단체명과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단체의 실명으로 하고 고유번호 또는 납세번호를 부여받은 문서나 그 사본에 의하여 실명을 확인한다(3조 제3, 4조의2 1항 제3).

이러한 규정의 문언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고유번호나 소득세법에 따른 납세번호를 부여받지 않은 비법인 단체의 경우 그 대표자가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할 의사를 밝히면서 대표자인 자신의 실명으로 예금계약 등 금융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그 사람이 비법인 단체의 대표자인 것과 그의 실명을 확인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단체를 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가 일치되었다고 할 수 있어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는 비법인 단체라고 보아야 한다.

 

 비법인사단인 원고의 대표자는 신용협동조합에서 예금계좌를 개설하였는데, 피고가 대표자에 대한 채권에 기해 위 예금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예금주가 원고라고 주장하며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원고와 그 대표자, 신협 사이에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2. 공동명의예금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635-638 참조]

 

. 공동명의예금의 의의

 

 일반적으로 공동명의예금이란 2인 이상이 공동명의인으로 되어 있는 예금을 말한다.

따라서 공동명의예금이 아닌 통상의 예금계좌를 개설하면서 거래인감만을 2개로 하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예금청구서에 2개의 거래인감을 모두 날인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방이 단독으로 인출하기는 어려워 감시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금융실명제 하에서 예금주는 원칙적으로 명의인 단독으로 되기 때문에(대법원 1998. 6. 12. 선고 9718455 판결 등 참조) 금융기관이 명의인에 대한 채권(대출금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하는 경우에는 단지 거래인감만을 가지고 있는 명의인 아닌 자는 속수무책이 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방식은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예금주들이 예금의 인출을 청구할 때에는 공동으로 기명·날인한 예금청구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공동형식의 청구서와 통장의 제출이 있으면 어느 한 사람의 청구가 있어도 지급에 응하며, 예금주들은 예금의 분할 지급을 청구하거나 기타 단독으로 예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이 있는 상품만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특약만 공동반환특약이라 하고, 이러한 공동반환특약부 공동명의예금만을 다루기로 한다.

 

 참고로 공동명의매수에 관한 판례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수인이 부동산을 공동으로 매수한 경우, 매수인들 사이의 법률관계는 공유관계로서 단순한 공동매수인에 불과할 수도 있고, 그 수인을 조합원으로 하는 동업체에서 매수한 것일 수도 있는데(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030622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75635, 75642 판결 등 참조), 부동산의 공동매수인들이 전매차익을 얻으려는 공동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상호 협력한 것에 불과하고 이를 넘어 공동사업을 경영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들 사이의 법률관계는 공유관계에 불과할 뿐 민법상 조합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60778 판결,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79729 판결 등 참조). 공동매수의 목적이 전매차익의 획득에 있을 경우 그것이 공동사업을 위하여 동업체에서 매수한 것이 되려면, 적어도 공동매수인들 사이에서 그 매수한 토지를 공유가 아닌 동업체의 재산으로 귀속시키고 공동매수인 전원의 의사에 기초하여 전원의 계산으로 처분한 후 그 이익을 분배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만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공동매수 후 매수인별로 토지에 관하여 공유에 기한 지분권을 가지고 각자 자유롭게 그 지분권을 처분하여 대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 이를 동업체에서 매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5140 판결,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39918 판결 참조)

 

. 공동명의예금의 개설 유형

 

실무상 공동명의예금이 개설되는 사례들을 분석하여 보면, 크게  공동명의인들 사이에 조합관계가 존재하여 동업자금을 공동명의로 예금하는 경우와  동업 이외의 특정 목적을 위하여 공동명의로 예치해 둠으로써 그 목적이 달성되기 전에는 공동명의인 중 어느 1인이 단독으로 예금을 인출할 수 없도록 방지·감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동명의로 예금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법원도 공동명의예금에는 이러한 두 가지 유형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사안들은 모두 후자의 경우이었고(예컨대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72430 판결은, 주택분양사업의 시공사가 시행사에 대하여 갖는 기성 공사대금채권 등의 우선적 지급을 실효성 있게 확보하기 위하여 시공사와 시행사 공동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한 사안에서, 이들의 약정에 따라 일정 시점에서 각자에게 귀속되는 예금채권의 지분이 정해지고 시공사와 시행사 각자에게 분할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전자의 경우에 관한 판례는 아직 없다.

 

. 예금주 확정의 기준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45828 전원합의체 판결).

 

. 공동명의예금의 법률관계

 

공동명의예금과 관련된 법률적 쟁점은 크게 다음 세 가지이다.

 

 공동명의예금의 인출 방법과 관련하여 공동명의인들은 반드시 함께 예금의 지급을 청구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공동명의인 중 1인이 다른 공동명의인들의 동의를 얻어 단독으로 예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지. 만일 단독으로 예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하여 금융기관이 그의 내부적 지분비율을 들어 다툴 수 있는지 여부

 

 공동명의인 중 1인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예금채권에 대하여 강제집행(압류 및 추심·전부명령)이 가능한지. 만일 가능하다면 추심·전부채권자의 청구에 대하여 금융기관이 공동반환특약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

 

 금융기관이 공동명의인 중 1인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그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은행에 공동명의로 예금을 하고 은행에 대하여 그 권리를 함께 행사하기로 한 경우에 만일 동업자금을 공동명의로 예금한 경우라면 채권의 준합유관계에 있다고 볼 것이나,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 각자가 분담하여 출연한 돈을 동업 이외의 특정 목적을 위하여 공동명의로 예치해 둠으로써 그 목적이 달성되기 전에는 공동명의 예금채권자가 단독으로 예금을 인출할 수 없도록 방지·감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동명의로 예금을 개설한 경우라면, 하나의 예금채권이 분량적으로 분할되어 각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에게 공동으로 귀속되고, 각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이 예금채권에 대하여 갖는 각자의 지분에 대한 관리처분권은 각자에게 귀속되는 것이고, 다만 은행에 대한 지급 청구만을 공동반환의 특약에 의하여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 모두가 공동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후자의 경우 즉 공동반환특약부 분할채권이 성립하는 경우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전자의 경우 즉 예금채권의 준합유가 성립하는 경우에 관한 판례는 아직 없다).

 

 공동명의예금의 인출방법은 공동명의예금계약의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데, 현재 이용되고 있는 공동반환특약에 의하면, 공동명의인 중 1인은 다른 공동명의인들의 동의를 얻어 단독으로 예금 전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명의예금의 반환청구소송은 필수적 공동소송이 아니다.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070989 판결 : 공동명의예금의 인출방법은 공동명의자와 금융기관 사이의 공동명의예금계약의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데,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공동명의예금계약의 내용은 공동명의자 전원의 인감증명이 날인된 예금청구서에 의하는 한 공동명의자 중 1인이 단독으로 예금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공동명의자 중 1인은 다른 공동명의자의 동의를 받아 단독으로 예금을 청구할 수 있고, 다른 공동명의자와 금융기관을 공동 피고로 하여 다른 공동명의자에 대하여는 단독 예금청구에 관한 동의를, 금융기관에 대하여는 다른 공동명의자에 대한 승소를 전제로 한 예금청구를 소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공동명의자 중 1인이 다른 공동명의자 전원의 동의를 받은 이상 공동명의예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금융기관이 공동명의자들 사이의 내부적 지분을 들어 정당한 예금청구를 거절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31825 

결도 같은 취지).

 

 공동명의인 중 1인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예금채권은 압류·추심명령의 대상이 되고, 금융기관은 추심채권자의 청구에 대하여 공동반환특약으로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7319 판결 : 공동명의 예금채권자 중 1인에 대한 채권자로서는 그 1인의 지분에 상응하는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 등을 얻어 이를 집행할 수 있고, 한편 이러한 압류 등을 송달받은 은행으로서는 압류채권자의 압류명령 등에 기초한 단독 예금반환청구에 대하여, ‘공동명의 예금채권자가 공동으로 그 반환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아야만 예금청구에 응할 수 있다.’는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과 사이의 공동반환특약을 들어 그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로서는 각자의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공동반환특약을 체결하는 방법에 의하여, 그들의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 가능성을 사실상 박탈 내지 제한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압류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역시 공동명의인들 사이에 조합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안에서 공동명의인 중 1인의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예금채권의 압류·전부 대상성을 부정한 대법원 1989. 1. 17. 선고 87다카8 판결의 입장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판결로써 87다카8 판결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은 공동명의인 중 1인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그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255908 판결 : 공동명의 예금채권자 중 1인에 대한 별개의 대출금채권을 가지는 은행으로서는 그 대출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그의 지분에 상응하는 예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상계할 수 있고, 다만 공동명의 예금채권자 중 1인이 다른 공동명의 예금채권자의 지분을 양수하였음을 이유로 그 지분에 대한 은행의 상계주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공동명의 예금채권자들과 은행 사이에 예금반환채권의 귀속에 관한 별도의 합의가 있거나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3. 계약당사자의 확정

 

. 서론

 

계약에서 당사자는 계약의 성립요소이자 내용의 하나이므로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에도 위에서 본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일반이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1990. 3. 9. 선고 89다카17809 판결에서도, 갑이 을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경우에 그가 상대방과 체결한 1개의 약정을 갑 개인자격으로서 뿐만 아니라 을주식회사의 대표이사자격으로서도 체결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계약의 해석은 그 계약서 문언의 취지에 다름과 동시에 계약당사자가 기도하는 목적과 계약당시의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당사자의 진의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제반 사정을 종합한 후 을주식회사도 위 약정의 당사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하여, 의사표시 내용의 해석의 문제로 다루었다.

 

계약에서 의사표시의 행위자 명의자 혹은 그로 인한 법률효과에 관한 실질적 이해관계자(이해귀속자)’가 다를 경우, 누구를 당사자라고 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위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는 기본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일방 당사자 측의 문제이므로, 계약 상대방과의 사이에서는 상대방이 그러한 명의와 실질의 괴리사실을 인식하였는지, 나아가 그에 관하여 어떠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이란 쌍방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을 고려한 공통의 의사를 무시한 채 어느 일방 내부의 사정만으로 계약의 성립 여부 내지 당사자의 확정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당사자가 확정되면, 당사자의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에 관하여는 비진의표시, 통정허위표시, 착오의 법리 등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종래 판례나 학설은 개별적인 당사자 확정의 문제(법률행위의 해석) 외에도 명의신탁의 법리, 대리의 관점 등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여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관점에 따라서  타인의 동의 없이 그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명의도용, 모용)와 명의자의 동의를 받아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명의차용),  명의와 실질의 괴리에 대하여 상대방이 알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계약으로 인한 채무의 귀속주체(대출자 등)가 문제되는 경우와 계약상의 이익의 귀속주체(예금주 등)가 문제되는 경우 등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 타인의 명의를 모용한 계약 (행위자와 명의자 사이에 명의사용에 관한 합의가 없는 경우)

 

 판례

 

명의모용에 의한 계약 사례에서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4912 판결은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누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가를 먼저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서,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경위 및 계약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고, 이에 터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갑이, 병과의 거래로 인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 명의를 도용하여 원고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병에 대한 거래대금을 체불함으로써 보험회사(원고)가 병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다가, 나중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보험회사(원고)가 병(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원심은 위 보증보험계약의 당사자를 갑(행위자)으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과 계약상대방(원고) 사이에 계약의 당사자를 갑으로 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없고,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을(명의자)이라고 보았다. 그런 다음, 실제는 갑이 을로부터 아무런 권한도 부여받지 않고 임의로 을의 이름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위 계약은 특별한 사 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대로 효력을 발생할 수는 없는 것(무효)으로 보아 보험회사(원고)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계속되고 있고(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55385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1019 판결,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32003 판결 등), 나아가 계약의 행위자가 타인(명의자)의 승낙 하에 계약을 한 경우에도 위와 거의 동일한 설시를 한 후 판단을 하고 있어(명의자를 당사자로 봄.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22089 판결), 널리 타인 명의로 행해진 계약에서 당사자확정에 관한 일반적 설시가 되었다.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22089 판결 : 지입차주가 지입회사의 승낙하에 지입회사 명의로 지입차량의 할부구입계약 및 그 할부대금의 지급보증을 위한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할부대금을 완전히 자신이 부담하기로 하였다면 그 내심의 의사는 자신이 계약 당사자가 될 의사였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인 자동차회사 및 보험회사에 대하여는 지입회사의 승낙하에 그 명의를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 회사로서도 지입관계를 알면서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는 이상, 그 보증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지입회사라고 본 사례(대법원 1998. 5. 12. 선고 9736989 판결도 같은 취지).

 

 검토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한 후 이에 터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 및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당사자의 확정은 기본적으로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인데, 대법원 판시 중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에 충실한 자연적 해석의 법리에 따른 것이고,  부분은 규범적 해석의 법리에 따른 것이다. ,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되는 사람(행위자 또는 명의자)을 당사자로 보고 그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며,  당사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되지 않아 그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에 따라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유형별 고찰

 

 행위자가 계약당사자로 인정되는 경우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이 일치하여 행위자를 당사자로 생각한 때에는 행위자가 당사자가 될 것이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97183 판결).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7183 판결 : 원심이 이 사건  상품공급계약은 비록 타인의 명의로 체결되었으나, 당사자 사이에 그 계약 명의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계약당사자로 하기로 의사가 일치되었으니 원고가 이 사건 각 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라는 취지로 판단한 조치는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계약주체에 관한 법리와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대화자 사이에 행해진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계약당사자의 명의보다는 인적 성질 즉 외모나 성격, 가족관계 등이 큰 의미를 가지는 소규모의 임대차계약(대법원 1974. 6. 11. 선고 74165 판결  임대차계약의 임차인 갑이 자기가 을인 것처럼 행세하여 을의 이름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설사 위 갑이 을을 위하여 하는 의사로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법률행위의 대리의 원칙을 적용하여 위 계약의 효력이 을에게 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조합계약, 고용계약 등에서 상대방과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을 기초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이다. 당사자의 이름이 법률행위의 상대방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우[거래 상대방의 특성이나 인격 등이 전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고 성명도 단순한 부호 이상의 의미가 없는 때(. 호텔에 선불로 투숙하면서 숙박부 등에 다른 이름을 기재한 경우)]에도 행위자 자신의 법률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자연적 해석()을 따른 것인지, 규범적 해석()을 따른 것인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분쟁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규범적 해석에 있어서 더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된다고 생각된다.

이 경우에는 계약당사자 즉 행위자의 의사에 의하여 계약이 이루어졌으므로 계약의 효력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그에게 효과가 귀속된다). 이때에는 대리법의 적용은 문제되지 않는다. 타인(명의자)은 아무런 권리의무도 취득하지 않으며, 나중에 추인할 수도 없다.

 

 명의자가 계약당사자로 인정되는 경우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이 일치하여 명의인을 당사자로 생각한 경우이다.

또한, 쌍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행위의 성질상 또는 제반 사정상 상대방이 명의인과 법률행위를 하려 하였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명의인의 행위로 인정할 것이다. 특히 신용행위 또는 계속적 거래관계 설정의 경우이다. 행위가 서면으로 행하여진 경우도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처럼 명의자가 계약당사자로 인정될 경우, 그 계약의 성립 및 효력 여부는 어떻게 규율되는가? 이 경우 대리에 관한 규정을 적용 내지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 행위자에게 타인 명의 사용에 관한 권한(대리권)이 없으므로 무권대리가 될 것이고, 명의인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계약이 체결된 경우이므로 원칙적으로 명의인이나 상대방은 모두 법률행위에 구속되지 아니할 것이다.

 

. 명의차용의 경우 (실제계약자와 계약명의자 사이에 상호 합의가 있는 경우)

 

 이론구성

 

판례는 계약의 성질(유형)에 따라 명의신탁의 법리를 적용하거나, 단순한 당사자 확정의 문제로 해결하기도 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다카19033 판결,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909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529116 판결,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32120 판결 : 어떤 자가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인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그 타인이 매매당사자이다).

 

보험계약의 경우에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대방 보험회사가 그 관계를 알지 못하는 이상) 명의자를 계약당사자라고 본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22089 판결).

 

그러나 한편 주식인수에 있어서는 실제로 주식을 인수하여 그 대금을 납입한 명의차용인만이 실질상의 주식인수인으로서 주주가 되며, 단순한 명의대여자에 불과한 자는 주주로 볼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75. 7. 8. 선고 75410 판결, 대법원 1977. 10. 11. 선고 761448 판결. 대법원 1980. 9. 19. 80396 결정, 대법원 1985. 12. 10. 선고 84다카319 판결,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50619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22822 판결 등).

 

또한 판례는 예금주의 경우 과거에는 예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로서 자기의 출연에 의하여 자기의 예금으로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스스로 또는 사자, 대리인을 통하여 예금계약을 한 자를 예금주로 본다고 하였었으나, 금융실명제 이후는 원칙적으로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보면서, 다만 출연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인이 아닌 출연자를 예금주로 하는 특별한 약정(비실명합의)이 있는 경우에는 출연자를 예금주로 볼 수도 있다고 하였다가, 최근의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458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위 원칙을 더욱 강화하였다.

 

한편, 대출채무자, 즉 차명대출과 관련해서는 비진의표시나 통정허위표시 등과 관련하여 주로 문제가 되고 판결 결과도 분분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스스로 명의를 빌려주고 대출채무자가 된 자를 당사자로 보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대법원 1998. 9. 4. 선고 9817909 판결 : 3자가 은행을 직접 방문하여 금전소비대차약정서에 주채무자로서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당해 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임을 은행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3자가 은행이 정한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 제한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명의신탁 이론

 

타인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데 관하여 그 타인과 사이에 합의(명의신탁약정)가 있는 경우를 명의신탁 법리에 의하여 설명하는 이론구성이다.

종래 인정되어 온 보통의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합의에 의하여 양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신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등기부와 같은 공부상으로만 명의수탁자의 소유명의로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판례는 공부상의 소유자 명의 외에 타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의 명의신탁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이러한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대외적 관계에서는) 명의(수탁)자만이 계약의 당사자이고, 명의신탁자는 당사자가 아니며, 다만 명의수탁자와의 대내적 관계에서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계약명의신탁으로 설명하는 견해에서도, 원칙적으로 자연적 해석에 따라 그 명의자가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 계약을 체결하는 명의수탁자의 효과의사 자체가, 실제로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로 된다는 것을 의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상대방도 명의수탁자를 계약의 당사자로 보기 때문에 양자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로 등장한 사람의 배후에 경제적으로 그 거래의 이익을 종국적으로 누리고자 하는 별도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요컨대, 누가 법적 의미에서 법률행위의 효과의 귀속주체인지가 관건이고, 이는 그 경제적 효과의 귀속 또는 별도의 계약으로 인한 책임부담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경우에나 항상 명의(수탁)자가 계약당사자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외적이긴 하지만, 계약의 법률효과를 아예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킬 의사로 체결된 경우에 자연적 해석이 적용될 여지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사자 확정론

 

타인의 명의를 빌려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먼저 법률행위의 당사자를 결정하고, 만약 명의인의 법률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는지를 검토하여 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하는 이론구성이다.

누가 당사자로 되는가는 앞서 본 대로 법률행위의 해석에 의하여 결정된다. ,  행위자와 명의인 중 누구를 당사자로 하는지에 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 확정한다.  만일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가 확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을 하여 구체적인 경우의 제반사정 위에서 합리적인 인간으로서 상대방이 행위자의 표시를 어떻게 이해했어야 하는가에 의하여 당사자가 결정되어야 한다. 행위자의 내적 의사는 중요하지 않으며, 이는 단지 대리행위의 취소가능성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당사자가 확정되면, 그 당사자의 법률행위로서 효력 발생 여부를 가린다. ,  행위자 자신의 법률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행위자의 법률행위로서 효력이 발생한다. 명의인 표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대리행위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명의인은 추인에 의하여 법률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킬 수도 없다. 반면에  명의인의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실제행위자 이외의 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하게 되어, 대리규정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에 의하여 법률행위의 효력을 가린다. 원칙적으로 명의인이 본인으로서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할 것이다(대리인이 직접 본인 명의로 한 대행적 대리). 대리인은 대리관계를 표시(현명)하지 않더라도 직접 본인의 명의로도 할 수 있다(대법원 1963. 5. 9. 선고 6367 판결, 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1411 판결).

 

 허수아비 이론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사실적 또는 법적 이유로 직접 행위를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자(배후조종자)에 의하여 다른 자가 표면에 내세워지고, 그 자(허수아비)가 자신의 이름으로 행위를 하지만 배후에 있는 실질적인 행위주체의 계산과 이익으로 하는 경우이다.

허수아비 행위는 원칙적으로는 유효하고(가장행위가 아님), 내세워진 당사자인 허수아비 자신이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하며(다만 그는 취득한 객체를 배후조종자에게 양도할 의무를 질뿐임), 이는 그 상대방이 이러한 허수아비 행위임을 인식하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예외적으로 허수아비가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 행위의 법률효과가 처음부터 허수아비에게 발생하지 않고 직접 배후조정자에게 발생한다고 합의한 경우에는 가장행위가 된다고 한다(그 경우에는 허수아비는 행위당사자가 아니고 배후조종자의 직접대리인이 된다).

 

 검토

 

임대차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결정에 관한 판례를 보면, 종래 판례는 명의보다 실질을 중시한 것이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대법원 1981. 5. 26. 선고 802367 전원합의체 판결 : 원고가 건물을 매수하면서 그 처에게 명의신탁하여 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이를 피고에게 임대함에 있어, 편의상 임대차계약서에 임대인을 등기명의와 같이 그 처 명의로 기재하였을 뿐인 경우에는 위 계약상 임대인은 원고라고 한 사례.

 대법원 1983. 11. 22. 선고 82다카1696 판결 : 임대차계약서상 임차인이 병 명의로 작성되어 있더라도, 원심이 증거에 의해서 소외 갑이 피고(임대인)와 간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소외 을신용금고로부터 융자받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신용금고의 직원 병 명의로 신탁하여 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이 실질적으로 소외 갑에게 있다고 한 판단은 위 계약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므로 처분문서에 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임차인 명의신탁에 따른 계약서 기재와 관계없이, 실질임차인()을 당사자(임차인)로 보아 그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전부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55497 판결 : 갑이 을 명의로 건물을 임차하여 을로 하여금 식당을 경영하게 하던 중, 을이 갑에 대하여 실질적인 임차인은 갑이며 자신은 명의상의 임차인임을 인정하고 임차인으로서의 권리 일체를 갑에게 환원하기로 한 약정은 갑, 을 사이의 내부관계에 지나지 않고 임대인에 대한 통지 또는 임대인의 승낙이 없는 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실질임차인()에 대한 채권자가 실질임차인이 가지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전부명령을 받았으나, 그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자(계약당사자)는 명의상 임차인()이므로, 위 전부명령은 무효라는 취지이다.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44059 판결 : 일방 당사자가 대리인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있어서 계약상대방이 대리인을 통하여 본인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려는 데 의사가 일치하였다면 대리인의 대리권 존부 문제와는 무관하게 상대방과 본인이 그 계약의 당사자이다. 아들 명의로 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아버지가 대리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포괄적 대리권 인정), 상대방도 등기부상 명의자(아들)와 계약하려는 의사였음이 인정되므로, 명의자 본인인 아들이 당사자라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판례는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계약에서 당사자를 누구로 보고 그 행위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가에 관하여 계약 유형이나 사안별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데, 이는 계약의 특성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당사자를 누구로 보아야 하는가에 관하여 의사(법률행위) 해석을 달리함에 따른 결과로 생각된다. 또한, 그 당사자를 결정하는 법리에 관하여도, 위에서 본 당사자 확정론과 계약명의신탁 이론의 접근방식으로 나뉘어져 약간의 혼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의 기본 입장은, 예외적으로 명의차용관계(명의와 실질의 괴리)에 관하여 계약상대방과 양해가 되어 실질적 당사자에게 직접 법률효과를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는 명의자를 계약당사자로 보는 입장이다. 특히, 계약상의 명의자와 행위자가 일치하면서 다만 실질적 경제적 효과귀속자가 배후에 있는 데 불과한 경우에는, 적어도 법률적 효과귀속자는 명의자이고 그것이 당사자의 의사와도 일치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므로 명의자를 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비진의표시나 통정허위표시 조차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법원 1998. 9. 4. 선고 9817909 판결 :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바, 3자가 은행을 직접 방문하여 금전소비대차약정서에 주채무자로서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당해 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임을 은행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3자가 은행이 정한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 제한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착오송금·이체의 경우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1168-1165 참조]

 

. 총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사기·강박에 의한 송금·이체의 경우(예컨대 보이스피싱 사기의 경우) 법률관계도 문제가 된다. 이 경우에는 착오에 의한 송금·이체의 경우에 비하여 피해자인 송금의뢰인의 보호가 더욱 요청된다.

대법원은 이른바 편취금전에 의한 변제와 관련하여,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바,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변제수령자가 악의나 중과실인 경우에는 피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하였는바(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53733, 53740 판결), 이 판례에 나타난 이익형량의 원칙은 사기·강박에 의한 송금·이체의 법률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수취인의 예금채권 취득

 

 수취인의 예금채권 취득 여부

 

계좌이체는 은행 간 및 은행 점포 간의 송금절차를 통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고, 다수인 사이에 다액의 자금이동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그 중개 역할을 하는 은행이 각 자금이동의 원인인 법률관계의 존부, 내용 등에 관여함이 없이 이를 수행하는 체제로 되어있다. 따라서 현금으로 계좌송금 또는 계좌이체가 된 경우에는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이 된 때에 예금이 된다고 예금거래기본약관에 정하여져 있을 뿐이고, 수취인과 은행 사이의 예금계약의 성립 여부를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의하여 좌우되도록 한다고 별도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계좌이체를 한 때에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때,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지만,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지 아니하는 것이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1239 판결. 마이너스 통장에의 착오 송금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에 관하여 보면, 송금 의뢰로 인한 급부관계는 송금의뢰인와 수취인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급부의 원인 결여로 인한 부당이득(이른바 급부부당이득)도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만 성립한다].

 

 수취인의 예금채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수취인의 보통예금계좌에 입금을 의뢰한 입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입금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수취인이 당해 입금에 관한 예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에 대하여는, 지급을 받는 것이 당해 입금에 관한 돈을 부정하게 취득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기죄 등의 범행의 일환을 형성하는 경우 등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것과 같은 특단의 사정이 있는 때는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어도, 수취인이 입금의뢰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는 것만으로는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일본 최고재판소 2008. 10. 10. 2소법정 판결).

 

 수취인의 예금채권 행사와 형사책임

 

 착오로 송금된 돈을 수취인이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인출하여 사용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은 송금의뢰인을 피해자로 하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대법원 1968. 7. 24. 661705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5975 판결), 이후 송금착오임을 알고 있는 수취인은 이를 은행에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이를 숨기고 창구를 통해 예금인출을 청구하는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하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견해도 주장되었다. 참고로,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일본 최고재판소 2003. 3. 12. 결정).

 

 하지만 이후 대법원은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구좌에 계좌이체 등을 한 이후, 수취인이 은행에 대하여 예금반환을 청구함에 따라 은행이 수취인에게 그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의 성립 및 그 예금채권 취득에 따른 것으로서 은행이 착오에 빠져 처분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러한 행위는 은행을 피해자로 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은행에 대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3498 판결 : 예금주인 피고인이 제3자에게 편취(속칭 보이스피싱)당한 송금의뢰인으로부터 자신의 은행계좌에 계좌송금된 돈을 출금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예금주로서 은행에 대하여 예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이므로, 위 은행을 피해자로 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그리고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17494 전원합의체 판결은 계좌명의인이 송금·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계좌이체에 의하여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은 송금의뢰인에게 반환하여야 할 성격의 것이므로, 계좌명의인은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에 대하여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좌명의인이 그와 같이 송금·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하여 송금의뢰인을 피해자로 하는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였다.

 

. 수취인에 대한 일반채권자가 가압류·압류를 한 경우 송금의뢰인의 구제수단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착오이체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단순한 채권자에 불과하므로 가압류·압류를 한 자를 상대로 가압류·압류의 불허를 구하는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고(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69746 판결), 나중에 그 가압류·압류권자가 배당을 받더라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59673 판결).

 

기존의 강제집행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는 가압류·압류권자가 착오이체에 관하여 악의인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마찬가지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69746 판결 : 이체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이체에 의하여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때에는, 이체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것에 그치고, 위 예금채권의 양도를 저지할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취인의 채권자가 행한 위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원고 언니가 사채업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원고에게 직접 사채업자 앞으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대여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사채업자의 계좌를 알려준다는 것이 착오로 평소 원고 언니 운영의 김밥가게에 음식자재를 공급해 주던 제1심 공동피고의 이 사건 계좌를 알려준 사실, 원고는 2006. 9. 29. 이 사건 계좌로 이 사건 2,500만 원을 이체한 사실을 인정한 후, 이체의뢰인인 원고가 착오로 수취인을 잘못 지정하여 이 사건 2,500만 원을 이체하고, 1심 공동피고 또한 이 사건 2,500만 원에 대한 권리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 사건 2,500만 원에 관하여 추심채권자인 피고 외에는 달리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추심채권자인 피고와의 관계에서 수취인과의 예금거래 은행인 당진축산업협동조합과 수취인인 제1심 공동피고 사이의 예금채권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추심명령의 효력은 이 사건 2,500만 원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는다.”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금반환채권으로 상계를 한 경우

 

 상계의 유효 여부

 

 원칙적 유효

 

 수취은행이 한 상계는 상계적상을 갖추고 있는 한(수동채권인 예금반환채권이 변제기의 정함이 있는 정기예금이라고 하더라도 수취은행이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상계할 수 있으므로 투신상품 등을 제외한 전형적인 은행예금의 경우 예금 종류에 따라 상계권이 제한될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대법원도 수취은행은 원칙적으로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이 송금의뢰인의 착오로 자금이체의 원인관계 없이 입금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할 의무가 없으며,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66088 판결).

 

 종합통장자동대출의 약정계좌가 예금거래기본약관의 적용을 받는 예금계좌인 경우 약정계좌의 잔고가 마이너스로 유지되는 상태, 즉 대출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약정계좌로 자금이 이체되면, 그 금원에 대해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대출약정에 따라 수취은행의 대출채권과 상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수취인은 대출채무가 감소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설령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없더라도,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이체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될 뿐이고, 수취인과의 적법한 대출거래약정에 따라 대출채권의 만족을 얻은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6237974 판결).

 

 상계권 남용 일반론

 

그런데 상계권자의 지위가 법률상 보호를 받는 것은, 원래 상계제도가 서로 대립하는 채권, 채무를 간이한 방법에 의하여 결제함으로써 양자의 채권채무관계를 원활하고 공평하게 처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상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자에 대하여는 수동채권의 존재가 사실상 자동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그 담보적 기능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 기대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에 근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채무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위와 같은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그 상계권의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상당하고, 상계권 행사를 제한하는 위와 같은 근거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권리 남용의 경우에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59481 판결).

 

 상계권 남용에 관한 긍·부정 요소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경우 수취은행은 처음부터 수동채권의 담보적 기능에 대하여 합리적 기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오히려 착오송금에 따라 애초에 채무자의 변제자력에 비추어 기대하지 못했던 수동채권을 우연히 취득하게 된 것이다), 또 수취은행의 상계권 행사가 유효하다면 수취인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무자력 위험을 부담하여야 하는 경제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수취은행이 송금의뢰인의 입금취소 요청 등에 의해 착오송금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수취은행의 상계권 행사가 상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 이 경우 수취은행이 수동채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부정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일반적으로 자동채권보다 뒤에 발생하는 수동채권을 반대채권으로 한 상계가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는데 착오송금이라는 이유로 상계를 제한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점, 착오송금된 계좌를 가압류·압류한 권리자는 착오송금임을 알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가압류·압류의 효력을 주장하고 권리를 실행할 수 있는데 반하여 금융기관의 상계권 행사가 제한된다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취은행이 착오송금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수취은행의 상계권 행사가 상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상계권 남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

 

 이후 대법원은 이 문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함으로써 수취은행의 상계권 행사가 어떠한 경우에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66088 판결).

 

송금의뢰인이 착오송금임을 이유로 거래은행을 통하여 혹은 수취은행에 직접 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하고 수취인도 송금의뢰인의 착오송금에 의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금원이 입금된 사실을 인정하고 수취은행에 그 반환을 승낙하고 있는 경우에는, 은행 간 및 은행점포 간에 다수인 사이의 다액의 자금이동을 원활하게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수취은행을 보호할 필요성은 현저히 감쇄되고,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의 원인관계를 둘러싼 분쟁에 수취은행이 휘말리거나 대응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우려는 없는 점, 금융기관인 은행은 영리법인인 일반의 주식회사와는 달리 예금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신용질서 유지와 자금중개 기능의 효율성 유지를 통하여 금융시장의 안정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영에 참가하여 송금·입금에 관한 용역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는 점, 수취인이 착오송금으로 인하여 예금채권을 취득한 상태는 공평·정의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수취인은 송금의뢰인에게 그 입금액 상당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고, 착오송금 사실을 알고 있는 수취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그 예금을 인출·사용하는 행위는 형법상 금지되어 있는바, 위와 같은 상태에 놓인 수취인이 그 법적 상태를 교정하기 위하여 송금의뢰인의 반환요구에 응하여 수취은행에게 착오로 입금된 금원의 반환을 승낙하고 있음에도 수취은행이 그 입금액 상당의 수취인의 예금채권을 상계의 대상으로 삼아 채권회수를 도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평·정의의 이념에 합당한 조치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참작할 때, 위와 같은 경우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착오로 입금된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수취은행이 선의인 상태에서 수취인의 예금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하여 그 자동채권을 취득한 것이라거나 그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하여 압류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공성을 지닌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영자가 그 이용자인 송금의뢰인의 실수를 기화로 그의 희생 아래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므로, 송금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이 수취인의 계좌에 착오로 입금된 금원에 해당하는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하여 가압류되거나 압류되어 있어 수취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취인의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이 허용되더라도 이는 피압류채권액의 범위에서만 가능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상계는 신의칙 위반 또는 상계권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230130 판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212958 판결).

 

 한편, 채권가압류에 있어서 채권자가 가압류신청을 취하하면 가압류결정은 그로써 효력이 소멸되지만, 채권가압류결정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이미 송달되어 가압류결정이 집행되었다면 그 취하통지서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을 때 비로소 가압류집행의 효력이 장래를 향하여 소멸된다(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019373 판결,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7382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수취은행이 적법하게 상계를 한 이후에 수취인의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집행이 해제되었다고 하여 상계의 효력이 번복되지 않는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203033 판결).

 

 상계가 유효한 경우 송금의뢰인의 구제수단

 

수취인이 무자력이어서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으로부터 현실적으로 부당이득금을 반환받을 수 없을 경우에 특히 문제 된다.

 

일본에서는 이 경우 수취은행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하는 견해가 유력한데(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정하는 견해가 일반적이다(상계를 하게 되면 수취은행의 자동채권도 소멸되므로 수취은행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

 

최근 판례는 수취인의 이른바 마이너스통장 계좌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착오로 돈이 송금되어 곧바로 사전상계약정에 따라 수취인의 대출채무가 감소하게 된 사안에서, “수취인은 대출채무가 감소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설령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없더라도,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이체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될 뿐이고, 수취인과의 적법한 대출거래약정에 따라 대출채권의 만족을 얻은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6237974 판결) 수취은행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정면에서 부정하였다. 다만, 수취은행이 착오이체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에까지 수취은행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부정되어야 하는지는 더 검토가 필요하다(앞서 본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53733, 53740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기·강박에 의하여 송금·이체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수취은행이 그러한 사정에 관하여 악의나 중과실이라면 수취은행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송금의뢰인의 착오에 의한 경우에도 이와 같이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라. 잔고가 마이너스 상태인 종합통장자동대출의 약정계좌로 착오 송금된 금원에 대하여 계좌소유자가 아닌 수취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6다237974 판결)

 

 일반예금계좌로 착오송금한 금원의 반환에 관한 법률관계를 설명하는 기존 판례들은 다수 존재하고 있었으나, 일명 마이너스 통장으로 착오송금된 금원과 그중에서도 마이너스 상태의 통장으로 착오송금된 금원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판례는 없었다.

 

 위 판결(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6237974 판결)은 이 사건에서 종합통장 자동대출의 자동변제 충당 약정은 실질적으로 수취인의 예금채권과 대출채권과의 상계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설령 원고가 착오송금하였더라도 그 금원은 원인관계의 유무와 상관없이 수취인의 예금채권으로 성립되고 그와 동시에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대출약정에 따라 대출채권과 상계가 이루어짐으로써 대출채무가 감소하게 된다고 보아 이로 인해 수취은행인 피고가 부당한 이득을 취득한 것이 없다고 보았다.

 

 자금이체는, 은행 간 및 은행점포 간의 송금절차를 통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고, 다수인 사이에 다액의 자금이동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그 중개역할을 하는 은행이 각 자금이동의 원인인 법률관계의 존부, 내용 등에 관여하지 않고 이를 수행하는 체제로 되어 있다. 예금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계좌에 자금이체를 하여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이 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입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종합통장자동대출에서는 은행이 대출약정에서 정하여진 한도로 채무자의 약정계좌로 신용을 공여한 후 채무자가 잔고를 초과하여 약정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경우 잔고를 초과한 금원 부분에 한하여 자동적으로 대출이 실행되고 그 약정계좌에 다시 금원을 입금하는 경우 그만큼 대출채무가 감소하게 된다. 종합통장자동대출의 약정계좌가 예금거래기본약관의 적용을 받는 예금계좌인 경우에 그 예금계좌로 송금의뢰인이 자금이체를 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다만 약정계좌의 잔고가 마이너스로 유지되는 상태, 즉 대출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약정계좌로 자금이 이체되면, 그 금원에 대해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대출약정에 따라 수취은행의 대출채권과 상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수취인은 대출채무가 감소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설령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없더라도,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이체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될 뿐이고, 수취인과의 적법한 대출거래약정에 따라 대출채권의 만족을 얻은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

 

5. 착오송금에 관한 일반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김호용 P.403-446 참조]

 

. 자금이체에 관하여

 

 예금계약의 법적 성격 등

 

예금계약은 민법의 계약유형 중 소비임치의 성격을 가진다. 소비임치는 임치를 받은 사람이 임치물을 소비할 수 있고 동종동량의 물건을 반환할 의무만 진다는 점에서 대차한 물건을 차주가 소비하고 동종동량의 물건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는 소비대차와 사법적인 법률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민법은 소비임치에 소비대차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민법 제702).

 

 계좌이체

 

계좌이체는 자금이체의 일종으로서 계좌이체 의뢰인이 특정은행에 개설하고 있는 특정 계좌로부터 현금의 수수를 수반함이 없이 같은 은행 또는 다른 은행에 개설하고 있는 다른 계좌에 일정금액을 대체입금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금거래약관에 의하면, 입금은 현금, 계좌송금과 계좌이체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 계좌송금은 거래처(또는 예금주)가 계좌개설점 이외에서 자기계좌에 입금하거나, 3자가 다른 영업점 또는 금융기관에서 거래처 계좌에 입금하는 것을 의미하고, 계좌이체는 다른 계좌에서 계좌개설인의 계좌에 입금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건 착오송금은 인터넷뱅킹을 통해 원고의 지급지시 방법으로 이루어진 전자자금이체에 해당한다.

 

2006. 4. 28.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전자자금이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2조 제12 전자자금이체라 함은 지급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개설된 계좌(금융회사에 연결된 계좌에 한한다. 이하 같다)에서 다른 계좌로 전자적 장치에 의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것을 말한다.

.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지급인의 지급지시

.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수취인의 추심지시(이하 추심이체라 한다)

 

 계좌이체거래에 따른 당사자의 법률관계

 

 계좌이체 의뢰인과 지급은행의 관계(자금관계)

 

계좌이체 의뢰인은 계좌이체를 위한 기본계약으로서 자금이체계약을 체결하면, 이 계약에 기하여 개별적인 자금이체지시를 하고, 지급은행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의뢰인이 지정한 수취은행에 수취인의 계좌로 자금이체를 실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지급은행과 수취은행의 관계(타행 간 이체의 경우)

 

수취은행은 지급은행과의 환거래관계에 기해 지급은행의 의뢰대로 이체금원을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기장하는 사무를 처리한다.

 

 수취은행과 수취인의 관계(지급관계)

 

지급은행으로부터 자금이체지시를 수령한 수취은행은 이체자금을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기장하게 된다. 수취인은 입금기장 전에는 수취은행에 대하여 입금기장청구권을 가지고 입금기장 후에는 이체금원에 대한 무인적인 지급청구권을 가진다고 본다.

 

 계좌이체 의뢰인과 수취인의 관계(원인관계)

 

계좌이체 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는 이체가 이루어지는 대가관계가 존재하는데, 대가관계가 금전채무인 경우에는 이체를 통하여 지급을 하게 되고 이로써 채무는 소멸되는데, 그 성질은 변제에 갈음하는 이행이다.

 

 전자자금이체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계좌이체의 효력발생시기

 

 예금거래기본약관 제7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현금으로 계좌송금하거나 또는 계좌이체한 경우,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을 한 때에 예금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6(입금)

 거래처는 현금이나 즉시 추심할 수 있는 수표어음기타 증권(이하 증권이라 한

) 등으로 입금할 수 있다.

 거래처는 현금이나 증권으로 계좌송금(거래처가 개설점 이외에서 자기계좌에 입금하거나 제3자가 개설점 또는 다른 영업점이나 다른 금융기관에서 거래처 계좌에 입금하는 것)하거나 계좌이체(거래처의 신청에 따라 은행이 특정계좌에서 자금을 출금하여 같은 은행 또는 다른 은행의 다른 계좌에 입금하는 것) 할 수 있다.

, 항 생략

 7(예금이 되는 시기)

 6조에 따라 입금한 경우 다음 각호의 시기에 예금이 된다.

1. 현금으로 입금한 경우: 은행이 이를 받아 확인한 때

2. 현금으로 계좌송금 하거나 또는 계좌이체한 경우: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이 된 때

3. 증권으로 입금하거나 계좌송금 한 경우: 은행이 그 증권을 교환에 돌려 부도 반환 시한이 지나고 결제를 확인한 때. 다만 개설점에서 지급하여야 할 증권은 그날 안에 결제를 확인한 때

 

 전자금융거래법도 지급의 효력발생시기를 동일하게 정하고 있다.

 13(지급의 효력발생시기)

 전자지급수단을 이용하여 자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지급의 효력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서 정한 때에 생긴다.

1. 전자자금이체의 경우: 거래지시된 금액의 정보에 대하여 수취인의 계좌가 개설되

어 있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계좌의 원장에 입금기록이 끝난 때

 

 송금의뢰인이 인터넷뱅킹 등 전자적 시스템에 접속하여 자금이동의 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지급은행에 송신함으로써 자금이체를 의뢰하면, 자금이동의 정보가 지급은행의 지급인 계좌원장을 거쳐(출금기록)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용자(금융결제원)를 경유하여 수취은행의 시스템에 도달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수취은행의 수취인 계좌원장에 입금기록이 완료된다.10) 이 과정이 거의 동시에 처리되므로 지급의 효력은 실시간으로 발생한다.

 

 입금기장의 추상성/무인성(원인관계의 흠결과 계좌이체의 효력)

 

 입금기장이 일단 이루어지면 수취은행은 수취인에게 원인관계와는 절연된 무인적인 예금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입금기장의 추상성무인성이라고 한다. 무인성이란 지급결제시스템을 이용한 자금이체는 다양한 원인관계로 인한 지급을 위하여 이루어지나 그 원인관계와는 별개의 계약으로 취급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의하면, 수취인 예금 계좌원장에 입금기록이 이루어지면, 즉 지급의 효력이 발생하면 지급원인과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 예금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은행이 일일이 착오송금 여부를 조사하여 업무처리를 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당초 예금계약 성립의 무인성을 인정한 취지와 배치되고 은행 업무의 효율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비용이 사회 전체에 전가되게 된다. 수취인은 수취은행에 대하여 입금기장 전에는 단지 입금기장을 청구할 권리만을 가질 뿐이지만(입금기장청구권) 입금기장이 이루어진 뒤에는 입금기장된 금액만큼의 금전지급을 구할 권리가 있다(입금기장에 기한 권리). 다만 입금기장청구권은 위임계약상 수임인의 금전 취득과 유인적 관계에 있고 그에 따른 항변에 영향을 받는데, 수취인의 권리가 위와 같은 항변에 좌우되면 지급이체가 지급결제제도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는 원인관계와는 절단된 무인적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예금거래기본약관상의 일련의 규정들은 입금기장의 추상성무인성을 반영하고 있다. 전자자금이체의 경우 거래지시된 금액의 정보에 대하여 수취인의 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계좌의 원장에 입금기록이 끝난 때 지급의 효력이 발생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13조 제1항 제1). 한편 이용자가 입력한 거래지시의 내용을 은행이 확인하고 출금자금을 출금계좌원장에 출금기록을 한 때 계좌이체라는 전자금융거래가 성립하고(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제11조 제1), 수취인의 계좌원장에 입금기록을 마친 때에 거래가 완료된다(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제15조 제1). 이를 반영하여 예금거래기본약관은 현금으로 계좌송금하거나 계좌이체한 경우에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이 된 때 예금이 성립한다고 규정하고(예금거래기본약관 제7조 제1항 제2), 수취인 예금계좌원장에 입금기록이 이루어지면, 즉 지급의 효력이 발생하면 수취인과 수취은행사이에 예금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이용자(지급인)는 지급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입금기록이 끝나기 전까지) 거래지시를 철회할 수 있으나(전자금융거래법 제14조 제1) 지급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는 거래지시를 철회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에는 약관 제11조에 의하여 거래가 성립한(계좌이체의 경우에는 거래처가 입력한 거래지시의 내용을 은행이 확인하고 출금자금을 출금계좌원장에 출금기록을 한 때이다)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취소 또는 변경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제16조 제1).

 

 판례도 입금기장의 추상성무인성을 긍정하고 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123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1239 판결 : 계좌이체는 은행 간 및 은행점포 간의 송금절차를 통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자금을 이동시키는 수단이고, 다수인 사이에 다액의 자금이동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그 중개 역할을 하는 은행이 각 자금이동의 원인인 법률관계의 존부, 내용 등에 관여함이 없이 이를 수행하는 체제로 되어 있다. 따라서 현금으로 계좌송금 또는 계좌이체가 된 경우에는 예금원장에 입금의 기록이 된 때에 예금이 된다고 예금거래기본약관에 정하여져 있을 뿐이고, 수취인과 은행 사이의 예금계약의 성립 여부를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의하여 좌우되도록 한다고 별도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구좌에 계좌이체를 한 때에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수취은행은 계좌에 입금된 금원의 원인관계에 관한 조사의무가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수취은행의 대출채권을 착오송금된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수취은행은 원칙적으로 수취인의 예금반환청구가 있으면 이에 응하여야 하고, 상계적상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한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 착오송금

 

 착오송금의 개념

 

 송금인의 착오로 다른 계좌로 자금이 입금된 경우를 강학상 착오송금이라고 한다. 최근 개정된 예금자보호법(2021. 1. 5. 법률 제17878, 2021. 7. 6. 시행)은 착오송금을 송금인의 착오로 수취금융회사, 수취계좌번호 등을 잘못 기재하거나 입력하여 수취인에게 자금이 이동된 거래라고 정의하고 있다(예금자보호법 제2조 제9).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도 착오송금을 이용자가 송금금액, 수취은행, 수취인 계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하여 송금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 제32).

 32(착오송금에 대한 협조의무) 이용자가 송금금액, 수취은행, 수취인 계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하여 송금(이하 착오송금이라 합니다)하였음을 은행에 통지하는 경우 은행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1. 송금은행과 수취은행이 동일한 경우 즉시 수취인에게 착오송금 사실, 반환의무 등을 알리고, 수취인에 대한 연락 사실, 수취인의 반환의사 유무, 수취인이 반환의사가 없는 경우 그 사유 등을 송금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2. 송금은행과 수취은행이 다른 경우 수취은행에 즉시 착오송금임을 알리고, 수취은행으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수취인에 대한 연락 사실, 수취인의 반환의사 유무, 수취인이 반환의사가 없는 경우 그 사유 등)을 송금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수취인 또는 수취은행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 여부가 주로 문제 되는 영역에서는 일반적인 착오송금의 개념과 달리 착오를 정의할 필요성은 적다. 즉 착오송금이란 전자자금이체를 할 때 송금인의 기술적 조작에 의하여 수취인의 계좌정보, 금액정보 등의 자금이동의 정보를 잘못 입력하거나, 오조작이 없었더라도 판단을 잘못 하거나 착각에 의하여 수취인이나 이체금액을 잘못 지정하여 이체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착오송금에 관한 문제는 수취인 또는 수취은행을 상대로 한 아래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의 인정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이고, 그 경우에는 수취인 또는 수취은행이 받은 이득에 법률상 원인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그 이득의 경위에 착오가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지급인은 수취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수취은행의 부당이득 여부)

 수취은행은 착오이체된 금원에 관한 수취인의 예금채권과 자신이 수취인에게 가지고 있는 금전채권(예컨대 대출채권)을 상계할 수 있는가(수취은행의 상계의 허부)

 수취인이 착오로 입금된 금액을 수취은행을 통하여 인출하는 것은 허용되는가(수취인의 예금인출의 허부)

 수취인의 채권자가 착오이체로 성립한 수취인의 예금채권을 압류 내지 강제집행하는 것은 허용되는가(수취인의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허부)

 

 착오송금 시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법률관계

 

 착오송금과 관련하여 송금인, 송금은행, 수취은행, 수취인 사이의 법률관계가 문제 된다.

 

자금이체계약 자체의 착오를 이유로 자금이체계약을 취소하고 송금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송금된 금액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 송금의뢰인의 송금은행에 대한 송금의뢰의 의사표시가 착오로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송금의뢰인의 착오는 송금은행으로부터 입금의뢰를 받은 수취은행의 입장에서는, 송금은행이 수취은행에 입금의뢰를 하게 된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여 송금은행과 수취은행 사이의 위임관계(입금의뢰)를 취소할 만한 하자가 될 수 없고, 따라서 예금거래약정에 기한 수취은행의 수취인에 대한 입금처리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수취인의 동일성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송금의뢰인 측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수취은행에 대항할 수 없을 것이다.

 

 예금거래기본약관 제7조는 입금의 기록을 한 때에 예금이 있는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예금의 시기에 관한 규정일 뿐이므로, 착오송금의 경우에도 입금으로 인하여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예금지급청구권을 당연히 취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예금계약은 법률행위로서 그 계약의 성립을 위해서는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 예금계약의 성립을 위한 법률행위가 필요하고 이는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를 낳는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례는 일반 예금계좌에 대해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원인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판례는 입금기장의 추상성무인성을 인정하여 예금계약의 성립을 긍정하고 있다. 다만 착오송금된 금원을 입금받은 수취인이 그 금원에 관하여 예금채권을 갖는다는 구성은 은행의 사무처리의 원활화와 효율성을 중시한 이론이고, 이러한 입장을 취하였다고 하여 수취인이 그 입금액을 자유로이 인출처분할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갖는 것인지 여부는 별개로, 부당이득 반환책임, 횡령배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착오송금에 관한 판례의 태도 (일반 예금계좌를 전제로 함)

 

 예금계약의 성립 여부(입금기장의 추상성)

 

 대법원은 착오송금의 경우에 입금기장의 추상성을 인정하여 수취인과 수취은행사이의 예금계약의 성립을 인정하여 왔다. 궁극적으로 수취인이 예금채권 취득이라는 이익을 얻는 것으로 보아 수취인 이외에 은행 또는 제3자의 부당이득 반환책임을 부정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59673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1239 판결).

 판례는 착오송금인이 수취인의 채권자가 수취인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한 강제집

행의 불허를 구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69746 판결 : 이체 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이체에 의하여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때에는, 이체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것에 그치고, 위 예금채권의 양도를 저지할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므로, 수취인의 채권자가 행한 위 예금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59673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51239 판결 등 참조).

 

 착오송금된 예금과의 상계 가부 (= 원칙적 상계 긍정, 예외적 상계 부정)

 

 판례는 수취은행은 계좌에 입금된 금원의 원인관계에 관한 조사의무가 없으므로, 비록 착오송금과 같이 원인관계가 부존재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수취은행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상계하는 것은 적법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은행이 착오송금 사실을 알고 있고 수취인이 송금의뢰인의 반환요구에 응하여 반환을 승낙하고 있는데도 상계를 하는 등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하지 않는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66088 판결).

 

 이후 대법원 및 다수의 하급심판결들은 위 법리를 기준으로 개별 사건에서 수취은행의 상계권 남용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하고 있다.

 

 권리남용의 인정 여부

 

판례에 의하면  은행이 착오송금을 인지한 상태에서,  수취인이 착오송금인의 반환요청을 승낙한 이후에, 은행이 상계를 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판례에 의하면 그와 같은 경우에도  은행이 선의로 수취인의 예금채권을 담보로 하여 대출을 한 경우이거나  그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해 압류된 경우에는 상계가 가능하다.

 

 권리남용이 인정된 사례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66088 판결 : 원고 회사가 6,568만 원을 착오송금 후 피고 은행과 수취인에게 반환요청을 하였고, 수취인이 반환에 대하여 이의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한 후에 피고 은행이 수취인에 대한 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착오송금된 예금채권과 상계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피고 은행의 상계권 행사가 권리남용이라고 보아 이와 다른 입장의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2016. 9. 28.  2016235503 판결 : 원고가 소외 회사의 계좌로 착오송금하였고, 소외 회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기해 소외 회사의 피고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에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2014. 9. 15. 착오송금, 원고가 2014 9. 18. 피고 은행에 착오송금 통지, 소외 회사의 반환동의 확인서가 2014. 9. 19. 피고 은행에 제출되었으며, 2015. 6. 22. 피고은행의 상계통지가 송달된 사안이다.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착오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하고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가 작성한 확인서를 제출받아 착오송금이 확인된 이상, 피고가 2차 상계를 한 행위는 송금의뢰인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한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2차 상계통지에 의한 상계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19. 1. 31.  2018282459 판결 : 원고가 송금의뢰인의 의뢰와 달리 주식회사 A의 피고 은행 계좌로 착오송금한 후 A의 피고 은행에 대한 예금반환채권을 전부받아 그 전부금을 청구한 사안인데, 2016. 5. 16. 착오송금, 원고가 2016. 5. 17. 피고 은행에게 반환을 요청하고, 2016. 5. 20. A의 반환동의서도 피고 은행에 제출하였으며, 피고는 2016. 5. 20. 상계처리 후 잔액만 원고에게 반환하였다. 원심은, 피고 은행이 A에 대한 대출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A의 계좌에 착오로 입금된 이 사건 금원의 예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공공성을 지닌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영자가 그 이용자인 송금인의 실수를 기화로 그의 희생하에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서 상계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어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권리남용이 부정된 사례

 

 송금의뢰인이 은행에 반환요청을 하거나 수취인이 반환 승낙을 하기 전에 상계를 먼저 한 경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89040 판결은, 원고 회사의 직원이 착오송금한 당일 상계가 이루어졌고, 그로부터 3일이 지난 후에 원고 회사가 반환요구를 하여 은행이 착오송금을 알게 된 사안에서, 착오송금이 있더라도 계좌이체를 한 때에 수취인이 피고 은행에 대해 예금채권을 취득하므로, 피고가 수취인에 대한 기존의 대출금채권으로 한 상계로 인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원고가 착오송금이라는 이유로 피고에게 반환청구를 하기 전에 피고가 상계한 이상 피고의 악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6. 3. 24.  2015253689 판결은, 피고 은행이 상계통지서를 발송하기 이전에 이미 착오송금 사실을 원고로부터 고지받았으나, 수취인의 확인과 승낙이 없는 상태이므로 피고 은행의 상계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204256 판결은, 원고가 착오송금(2010. 10. 27.) 후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의 소를 제기(2010. 11. 3.)하여 승소판결을 받고(2011. 4. 15.) 그 무렵 확정되었고, 착오송금 이틀 후인 2010. 10. 29. 피고 은행에 송금액의 반환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은행이 2010. 11. 2.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으로 상계처리한 사안에서, 수취인이 피고 은행에 착오송금을 확인해 주거나 그 반환을 승낙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 은행으로서는 착오송금액과 관련한 원고와 수취인 사이의 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상계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해 압류된 경우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272612 판결은 선행 압류가 있는 경우 수취은행의 상계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회사가 착오송금을 이유로 피고 은행에 송금액 반환을 요청하고 수취인 회사도 반환을 승낙하자, 피고 은행이 수취인 회사에 대한 대출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착오송금된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하였고, 위 계좌에는 착오송금 전 이미 수취인 회사의 다른 채권자들에 의한 압류추심명령 등이 내려져 있었던 사안이다. 대법원은 착오송금한 예금도 기존 압류추심명령의 대상이 되고, 압류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권리남용이 부정될 수 있음을 이유로 상계를 권리남용으로 본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원고의 착오송금 주장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등 착오송금 자체에 의문이 있는 경우

 

 대법원 2016. 3. 24.  2015253733 판결은 계좌가 피고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의 연체로 지급정지 상태에 있었고, 은행의 상계처리일로부터 한 달여 경과한 후에야 수취인이 원고의 반환요청에 이의가 없다는 공문을 피고에게 보내는 등 원고의 착오송금 주장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던 사안에서, 송금된 금원과 의 상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211577 판결도, 원고가 송금 당시 개인사업체 반석건업과 반석건업 주식회사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업체이거나 그에 준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아 피고의 상계권 행사가 권리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착오송금과 권리남용에 관한 판례의 법리 요약

 

 대법원 판례는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법률관계를 기준으로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예금채권을 취득하는지의 여부를 전제로 삼아 착오이체의 법률문제의 해결하고 있다. 착오이체에서는 송금인(지급인)과 지급은행 간의 법률관계를 단편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자금이동의 정보가 실시간(real time)으로 수취은행의 수취인 계좌원장에 도달하기 때문에 그 입금기록 여부에 따라 법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고에 기초해 있다.

 

 수취은행은 계좌에 입금된 금원의 원인관계에 관한 조사의무가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수취은행의 대출채권을 착오송금된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은행이 일일이 착오송금 여부를 조사하여 업무처리를 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당초 예금계약성립의 무인성을 인정한 취지와 배치되고 은행 업무의 효율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비용이 사회 전체에 전가되게 된다. 수취은행은 원칙적으로 수취인의 예금반환청구가 있으면 이에 응하여야 하고, 상계적상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한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경우에는 상계권의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자동 변제충당 또한 형식적 예금계약의 성립이 인정됨을 전제로 착오송금인의 희생을 통해 자금이체시스템의 안정성과 은행 업무처리의 원활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형식적획일적 기준을 적용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은행은 공공성이 있는 자금이체시스템의 운용자로서 자금시스템 이용자의 실수를 이용하여 공평과 정의의 관념에 반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으려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고, 수취은행을 보호할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한다.

 

판례는 상계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상계시점을 기준으로  착오송금에 따른 송금의뢰인의 반환요청,  수취인의 반환승낙,  수취은행이 선의인 상태에서 수취인의 예금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하여 그 자동채권을 취득한 것이라거나 그 예금채권이 이미 제3자에 의하여 압류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66088 판결 등).

 

6. 마이너스 대출 방식의 구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김호용 P.403-446 참조]

 

. 의의

 

종합통장 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은 금융기관이 대출약정에서 정하여진 한도로 채무자의 계좌로 신용을 공여하면 채무자가 잔고를 초과하여 통장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경우 잔고를 초과한 금원 부분에 한하여 자동적으로 대출이 실행되고 통장에 다시 금원을 입금하는 경우 대출이 실행된 부분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변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말한다(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14836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83196 판결 참조). 마이너스 대출은 금융기관의 여신업무의 일종인 대출업무 중 대출한도거래에 해당한다.

 

. 종합통장 기본계좌의 구조

 

마이너스 대출 방식의 계좌 중 입금이 이루어지는 부분은 종합통장 기본계좌이다. 여신거래 실무상 기본계좌(보통저축기업자유예금 등)를 지정하면 그 계좌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설정된 한도 내에서 입출금거래를 통해 대출과 변제의 기능이 부가되는 것이다. 이 사건 기업여신상품취급세칙에서도 약정계좌(= 기본계좌)를 예금계좌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마이너스 대출과 관련하여서는 당사자 사이에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과 여신거래약정서가 적용되어 수시 대출과 수시 변제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고, 다만 그 입출금을 기본계좌를 통해 하는 것이다.

 

종합통장 기본계좌에서 출금되거나 기본계좌에 입금되는 금원에 대하여는, 잔고의 (+), (-) 상태에 따라 소비임치’(예금 부분) 금전소비대차’(대출 부분)의 성격을 함께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은행이 채무자의 예금계좌로 대출한도를 공여한 것은 한도설정행위에 해당하고, 건별 대출의 실행시기는 대출한도의 공여와는 별도로 공여된 대출한도 내에서 구체적인 대출행위가 있는 때이다.

 

입금되는 금원의 성격에 대하여는 종합통장 기본계좌가 (+) 상태에서는 예금의 성격을 가지는 것에 이견이 없으나, (-) 상태에서는 견해 대립이 있을 수 있다.

 

. 대출실행 방식의 특수성

 

종합통장 대출에서는 채무자가 잔고를 초과하여 통장(= 기본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경우 잔고를 초과한 부분(, 마이너스 금액)에 한하여 자동적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83196 판결 : 종합통장 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은 금융기관이 대출약정에서 정하여진 한도로 채무자의 계좌로 신용을 공여하면 채무자가 잔고를 초과하여 통장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경우 잔고를 초과한 금원 부분에 한하여 자동적으로 대출이 실행되고 통장에 다시 금원을 입금하는 경우 대출이 실행된 부분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변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 건별 대출의 실행에 별도의 대출서류의 제출이나 대출심사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채무자는 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차입할 수 있고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상환을 하여 이자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또한 미래의 자금수요에 대비하여 적절한 자금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자금운용을 할 수 있는 반면, 금융기관은 그 대출구조상 채무자에게 건별 대출의 실행을 강요할 수단이 없다.

 

. 변제 방식의 특수성

 

 관련 규정

 

 여신거래약정서 표준약관 제3(대출금지급방법 등)

 이 약정에 의한 채무가 있는 때에는 종합통장 기본계좌 및 당좌예금(이하 모계좌라한다)에 입금된 자금(증권류의 금액은 결제될 때까지 이 자금에서 제외하며, 입금된 증권 등은 이 약정에 의한 채무의 담보로서 은행에 양도한 것으로 합니다)은 자동적으로 대출금변제에 충당하기로 합니다.

 

 판례의 태도

 

 판례도 종합통장 대출에서 기본계좌에 금원이 입금되면 대출이 실행된 부분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변제가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3207972 판결 : 종합통장 자동대출 방식의 대출은 금융기관이 대출약정에서 정하여진 한도로 채무자의 계좌로 신용을 공여하면 채무자가 잔고를 초과하여 통장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경우 잔고를 초과한 금원 부분에 한하여 자동적으로 대출이 실행되고 통장에 다시 금원을 입금하는 경우 대출이 실행된 부분에 대하여 자동적으로 변제가 이루어진다(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14836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83196 판결 참조).

 

 판례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종합통장에 입금된 자금의 출처나 종류를 불문하고 자동적으로 대출금 변제에 충당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14836 판결 : 원심은, 소외 회사의 종합통장에 2000. 11. 4. 입금된 5,000만 원은 삼아건설이 소외 회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입금한 것으로 입금 당일 출금되었기 때문에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에 체결된 종합통장 자동대출약정에서 그 약정에 의한 대출채무가 있는 때에는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입금된 자금은 자동적으로 대출금 변제에 충당하기로 약정하였고, 그 충당에 있어 입금된 자금의 출처나 종류를 제한하는 특별한 약정이 없었으므로, 종합통장에 입금된 자금은 출처나 종류를 불문하고 대출상환대전으로 볼 것이라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종합통장자동대출약정의 내용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종합통장 대출의 성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7. 마이너스 상태의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착오송금된 금원에 대한 수취인 명의의 예금채권의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김호용 P.403-446 참조]

 

 이에 대하여는  1: 예금채권 성립 긍정설(착오송금 시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 일시적으로라도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견해)  2: 예금채권 성립 부정설(착오송금 시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 예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채 곧바로 마이너스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될 뿐이라는 견해)가 대립한다.

 

 예금채권 성립 긍정설이 타당하다.

 

일단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입금되는 자금은 이를 규정하는 예금거래기본약관에 따라 수취인의 예금채권으로 처리된 후 곧바로 대출약정(여신거래약정)에 따라 마이너스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출거래약정은 기본계좌에 입금된 자금을 변제에 충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기본계좌에 입금되는 자금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는 기본계좌인 보통예금에 적용되는 예금거래기본약관에 따른 입금과 예금의 성격으로 우선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일반 예금계좌에 대한 착오송금과 관련하여 판례(대법원 200559673 판결, 대법원 200751239 판결 등)가 일관되게 계좌이체의 원인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 예금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는 입장과 부합한다.

 

 1설에 의할 때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압류가 있더라도 수취인의 예금채권에 대한 사전 상계특약으로 보아 자동 변제충당의 효력이 압류의 효력보다 우선한다.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압류가 있는 경우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즉시 변제기가 도래하는데,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대한 압류가 있더라도 대출금 채무의 변제기가 위 계좌에 입금되는 예금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하거나 적어도 동시에 도래하므로 자동 변제충당 약정이 압류에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장래에 입금될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기본계좌가 압류되어 있더라도 자동 변제충당 약정에 따른 상계의 효력이 우선하게 된다.

 

8. 마이너스 상태의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착오송금된 금원에 대한 변제충당의 효력 인정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김호용 P.403-446 참조]

 

 앞에서 본 예금채권 성립 긍정설에 의할 때  변제충당 유효설과  변제충당 무효설이 대립한다.

 

 변제충당 유효설이 타당하다.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착오송금된 금원에 관해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을 갖게 되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대출거래약정의 자동 변제충당 조항을 근거로 마이너스 대출금과 상계가 가능하다. 수취은행은 원칙적으로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 기록된 금원이 송금의뢰인의 착오로 원인관계 없이 입금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조사할 의무가 없고(대법원 200766088 판결 등 참조), 상계적상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한 수취인에 대한 대출채권 등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된 금원 상당의 예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같은 한도거래는 신속하고 간편한 대출과 변제가 특징이고, 착오송금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데 약관에서 그런 예외적인 경우까지 상정하여 은행으로 하여금 자동적 변제충당의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입금되는 자금에 대한 심사의무를 두는 것은 마이너스 대출의 특성에 반하는 것이다. 마이너스 대출의 경우에는 대출자의 변제능력 등에 대한 심사는 이미 신용공여약정 당시에 행해졌기 때문에, 대출의 심사라는 과정이 없이 기본계좌로 잔액을 초과한 금원이 인출되거나 또는 계좌로 금원이 입금되는 것에 따라 대출 및 변제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자동대출 거래약정은 처음부터 수시 입출금거래와 그에 따른 상환 및 대출의 법률효과를 예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입금되는 자금의 원인관계를 따져 추후에 자동 변제의 효과를 부정하도록 하는 것은 마이너스 대출 방식의 원리자체를 부정하고 대량의 금융거래에서 자금이체시스템의 안정성을 해하는 것이다.

 

기존 판례(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14836 판결)도 마이너스 대출의 기본계좌에 입금되는 자금의 원인관계를 불문하고 마이너스 대출금에 자동적으로 변제충당 된다고 보고 있고, 이는 그 약관의 유효성을 긍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9. 마이너스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된 착오송금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당사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1호, 김호용 P.403-446 참조]

 

 이에 대하여는  수취인이라는 견해와  수취은행이라는 견해가 대립한다.

 

 부당이득반환 의무자를 수취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5253894 판결, 대법원 2012201816 판결의 원심도 착오송금인의 수취은행을 상대로 한 추심금, 전부금 소송에서 (-) 상태의 종합통장 기본계좌에 입금된 금원은 수취은행에 대한 변제에 바로 충당되어 결과적으로 수취은행에 반환을 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