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깜비야! 이제 안녕, 마음 속에 영원히 너를 간직할게.]【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4. 26.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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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비야! 이제 안녕, 마음 속에 영원히 너를 간직할게.]【윤경변호사】

 

다음 주말 저녁에 서울대 캠퍼스로 깜비의 유골을 뿌리러 간다.

깜비와 가장 많이 산책을 했던 곳이 ‘서울대 잔디밭’과 ‘양재 서울시민의 숲’이다.

 

반려견을 키워 보기 전까지는 반려견에 애정을 쏟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한때는 반려견을 지나치게 위하고 강아지를 ‘아기’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깜비와 함께 15년간 애환을 나누면서 느낀 경험은 소중했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어떤 종류의 삶에 대해 함부로 논할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판사 시절 힘들고 괴로울 때는 깜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깜비를 볼 때마다 커다란 위안을 받았다.

‘서울대 잔디밭’에 앉아 푸르른 신록과 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양재 서울시민의 숲’의 벤치에 앉아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떠오른다.

그때는 그게 기쁨인지 몰랐다.

 

그런데 건강하던 깜비가 쓰러진 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힘 없이 누워 있다가도 안아주면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얼굴을 핥았다.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면서 물 한모금 삼키지 못할 때 강아지가 건강하게 뛰놀던 그 시절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더불어 있을 수 있는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한 것인데 그때는 몰랐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깜비 생각을 하니 눈물이 줄줄 흐른다.

 

‘깜비’가 떠난 공백이 너무 크고 허전해서 ‘또르’를 들였다.

다시는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 ‘또르’와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려 한다.

 

깜비는 내가 집에 들어올 때 문을 박박 긁으면서 가장 먼저 나와 나를 반겼다.

앉아 있으면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잠을 자거나 몸이 아플 때도 예외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깜비에게서 너무 큰 사랑을 받은 것이다.

 

깜비가 남겨준 가장 큰 선물은 ‘사랑’이다.

야단을 쳐도 곧 내 품으로 달려 오고,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도 한결 같이 꼬리를 흔든다.

내가 가진 편협한 사랑보다 훨씬 더 넓은 마음을 깜비는 가지고 있었다.

15년간 변함 없는 사랑을 나에게 주고 떠났다.

 

너무나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간 깜비야, 고맙다.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