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주먹을 꽉 쥐면 그 안에 아무 것도 없지만, 주먹을 펴면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8. 2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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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꽉 쥐면 그 안에 아무 것도 없지만, 주먹을 펴면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윤경변호사】

 

<원숭이가 움켜 쥔 한줌 쌀의 대가>

 

인도네시아의 셀레베스 섬사람들은 생계수단으로 원숭이를 잡아서 판다.

호리병처럼 생긴 박 하나만 가지고도 손쉽게 원숭이를 잡는다.

그 섬에는 단단한 박이 나는데 그 중간 부분을 끈으로 묶어 두면 한쪽은 자라고 다른 한쪽은 뭉툭한 모양이 된다.

나중에 박 속을 파내어 좁은 병처럼 만들어 큰 나무에 묶어놓고 그 속에 쌀을 넣어둔다.

그러면 쌀을 좋아하는 원숭이들이 모여들어 그 중에 한 마리가 박 속에 손을 넣어 쌀을 움켜쥔다.

들어갈 때는 빈손이라 잘 들어갔지만 쌀을 한 움큼 쥔 후에는 손이 빠지지 않는다.

원숭이는 손을 빼려고 애쓰지만 손에 움켜쥔 쌀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

 

그때 숨어 있던 원주민 사냥꾼들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와 원숭이를 향해 달려간다.

놀란 원숭이는 쌀로 불룩해진 주먹을 빼지 못하고 결국 잡히고 만다.

 

웃지 못할 일은 원숭이가 잡혀가면서도 여전히 손에 쌀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다.

한줌의 쌀과 자신의 생을 교환하는 우(遇)를 범한다는 이야기다.

 

손에 움켜쥔 쌀을 놓기만 했어도 쉽게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다.

쌀 한 줌과 평생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욕심에 집착하여 그 사실을 잊었을 뿐이다.

버리는 법을 모르면 우리도 어느 순간 잡혀온 원숭이 신세가 될지 모른다.

 

주먹을 꽉 쥐면 그 안에 아무 것도 없지만, 주먹을 펴면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린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 드리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꺽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사람들은 가질 줄만 알지 비울 줄은 모른다.

모이면 모일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삶이 피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놓아버려야 할 것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물방울을 가볍게 비워버리는 연잎처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할 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이 욕심에 집착하면 불명예 외에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다.

 

좋은 것을 담으려면 먼저 그릇을 비워야 한다.

욕심은 버려야 채워진다.

악기는 비어 있기 때문에 울린다.

비우면, 내면에서 울리는 자신의 외침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