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사법연구원 교수 윤 경]
(대법원 2004. 8. 16. 선고 2002다47792 판결)
I. 사건의 개요 및 원심법원의 판단
1. 사건의 개요
가. 사안의 요지
이 사건은 피고가 매년 시상, 발행해 오고 있는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의 수상작가들이 일정한 기간(최초 발행일로부터 3년) 이후에 작가들의 승낙없이 작품집을 계속 발행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된 작품집의 복제․배포의 금지와 기 발행된 작품집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사건이다. 위 작품집은 수상작가들에게 일정한 상금을 지급하고 그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발행하는 것인바, 작가들은 상금을 지급받을 당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기간인 3년 동안 위 작품집을 발행할 것을 예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는 위 상금의 지급과 동시에 작가들로부터 이 사건 작품집에 대한 복제․배포권을 양도받았다거나 그와 같은 내용의 규정에 작가들이 동의하였다고 주장한다.
나. 사안의 내용
⑴ 원고(사단법인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는 문학, 학술 또는 예술저작물의 저작권자의 권익을 옹호하며 공동의 이익을 도모함으로써 문화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문학, 학술 또는 예술저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신탁관리업무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원심판결 별지 제2목록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신탁자들과 각 저작권신탁약정을 체결한 후 위 신탁자들이 가지는 저작권 일체를 신탁받았고, 피고(주식회사 문학사상사)는 인쇄 및 출판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을 발간하고 있다.
⑵ 피고는 1977.경 피고가 발행하는 월간지인 "문학사상"의 창간 5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매년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을 선정, 시상함으로써 천재작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이상문학상"을 제정하였고, 제1회 수상작으로는 신탁자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이 선정되었다.
⑶ 수상작은 문학평론가, 신문 문화부 및 문학잡지 기자, 문학잡지의 독자, 문학전공 교수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문학 작품을 기초로 피고가 위촉한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하는데, 기성 작가와 신인 작가를 불문하고 1년간 문예지 등에 발표된 신작 중에서 작품성을 위주로 선정하고 있다.
⑷ 현재 대상에게는 상금 3,000만 원(제1회는 150만 원이었다가 그 후 3-4년마다 증액되었는데, 1985.경부터는 500만 원, 1993.경부터는 1,000만 원, 1998.경부터는 2,000만 원이었고 현재는 3,000만 원이다.)이 수여되고, 추천우수작상에게는 250만 원(제1회 때의 추천작에는 10만 원이 수여되었고, 그 후 추천우수작상으로 1991.경부터는 100만 원, 1996.경부터는 150만 원이 수여되었으며 현재의 상금은 250만 원이다.)이 수여되며, 기수상작가 우수작상에게는 150만 원이 수여되는바, 이 상금은 상당액의 세금이 공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고료 또는 고료로 불리기도 하였다.
⑸ 이 사건 신탁자들은 원심판결 별지 제1목록 '저작물'란 기재 각 저작물(주로 중·단편 소설인데, 이하 '이 사건 저작물'이라고 한다)의 저작자들로서, 이 사건 저작물이 "이상문학상"의 대상, 추천우수작상 또는 기수상작가 우수작상으로 선정되어 피고로부터 소정의 상금을 각 지급받았다.
⑹ 피고는 이상문학상을 제정, 시상한 이후부터 매년 계속하여 대상작, 추천우수작, 기수상작가 우수작을 한데 모아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이라는 하나의 단행본으로 출판하여 왔는데, 이 사건 저작물 역시 원심판결문 별지 제1목록 '서적'란 기재 각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이하 '이 사건 서적'이라고 한다)에 수록되어 복제·배포되고 있다.
⑺ 피고는 1986.부터는 이 사건 서적의 권말에 "이상문학상의 취지와 선정 방법"이라는 제목의 이상문학상 운영위원회 명의의 글을 게재하였는데 그 중 제6항 저작권 부분은 "대상 수상 작품의 출판 저작권은 문학사상사에 귀속된다. 단 2차 저작권(번역출판권, 영화화·연극화 등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고,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 발행 후 3년이 경과하면 저자의 작품집에 수록할 수 있으나, 그 작품집의 서명은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과 같은 수상 작품명으로 할 수 없다. 단 우수작상 및 기수상작가 우수작상은 관례에 따라 수록된 당해 연도 작품집에 한하여 본사가 계속 저작권을 갖는다."라고 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저작권 조항'이라고 한다).
⑻ 피고는 1986.부터는 위와 같이 이 사건 저작권 조항이 포함된 글을 이 사건 서적의 권말에 게재하는 한편, 최일남 등 "이상문학상"의 대상 수상 작가들로부터 수상작 및 수상연설문의 저작권, 출판권이 피고에게 있음을 확인하거나, 위 권리를 피고에게 양도하는 데 동의하고 수상작 외 한 편의 단편 또는 중편 소설을 당해 연도 작품집에 수록하는 데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이상문학상 수상 규정 동의서"(1991.까지) 또는 "이상문학상 수상 수락 및 동 규정 동의서"(1992.부터 현재까지)를 받아 왔고, 이 사건 신탁자들 중의 1명인 신탁자 김원일도 자신의 저작물인 "마음의 감옥"이 1990년도 "이상문학상" 대상에 선정되자, 피고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이상문학상 수상 규정 동의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2. 원심법원의 판단 요지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이 사건 신탁자들이 관행상 피고가 이 사건 저작물을 수록한 이 사건 서적을 3년간 출판하는 것에는 묵시적으로나마 동의하였다고 할 것이나, 달리 이 사건 신탁자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저작물에 관한 출판권설정계약이나 저작권양도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는 3년이 경과한 이후부터는 저작자들에게 인세 등 이 사건 저작물의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피고가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서적을 계속 복제․판매하는 것은 원고가 신탁자들로부터 신탁받은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신탁자들과 피고 사이의 계약, 민법 제678조의 우수현상광고의 법리 또는 출판계의 관습에 의하여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또는 복제․배포권을 양도받았다고 다툰다.
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신탁자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저작물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 또는 복제·배포권의 양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신탁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하고 그들의 묵시적 허락을 받아 이 사건 저작물을 이 사건 서적에 수록하여 출판하였으나, ① 위 출판에 관하여 정식으로 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이 없고, 1986. 이후에도 최일남 등과는 달리, 이 사건 신탁자들(신탁자 김원일의 "마음의 감옥" 제외)과 피고 사이에 수상 규정 동의서 등이 작성되지 않은 점, ② 피고가 이 사건 신탁자들에게 수여한 상금이 단순히 당해 저작물의 우수성에 대한 표창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저작물의 출판에 따른 대가(인세 또는 원고료)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고, 또 이 사건 신탁자들이 받은 상금이 저작재산권 또는 복제·배포권의 양도대가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고액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추천우수작상 수상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③ 피고가 이 사건 신탁자들에게 이 사건 저작권 조항을 고지 또는 설명하였다거나, 신탁자들이 이 사건 저작권 조항에 동의하여 그 조항에 따라 출판허락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④ 이 사건 신탁자들 대부분이 기성 작가들로서 "이상문학상"의 수상을 통하여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이점이 그다지 크지 아니한 점, ⑤ 이 사건 신탁자들이 이 사건 저작물의 출판을 허락하게 된 데는 피고의 경영자였던 이어령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신탁자들의 위와 같은 출판 허락은 이를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설정계약이나 저작권 또는 복제·배포권의 양도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이 사건 신탁자들에게 수여한 상금에 이용대가가 포함되어 있는, 저작권법 제42조 소정의 저작물이용허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II. 저작물의 이용허락
1. 문제점 제기
이 사건 신탁자와 피고 사이의 저작물이용허락계약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2. 이용허락의 의의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사람에게 그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법 제42조 제1항). 저작권행사의 주된 목적은 저작물을 경제적으로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데 있으나 분업과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현실 사회에서 저작자 스스로 저작물을 경제적으로 이용하여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저작자의 경제력이나 경영수완 등에 비추어 극히 힘든 일이다. 따라서 저작자는 자기의 저작물을 출판, 흥행, 레코드 제작 기타 전문적인 사업자에게 조직적 이용을 허락하고 그 이용대가만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저작물이용의 일반적 형태로 되어 있다. 한편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저작권의 전부나 일부를 양도받는 방법이 있지만(법 제41조 제1항), 가장 일반적인 것은 저작권자의 이용허락(利用許諾)을 받는 것이므로, 저작재산권 행사의 기본적인 형태는 저작물의 이용허락(license)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복제된 노래반주용 기계를 구입하여 노래방에서 복제된 가사와 악곡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일반 공중을 상대로 영업하는 행위는 지적재산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이용허락은 저작재산권자의 이용승락의 의사표시이며 따라서 이용권은 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데,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은 자는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은 자와는 달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채권자적인 지위에 서게 된다. 따라서 甲이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저작물 이용의 허락을 받았어도, 乙이 같은 저작재산권자로부터 동일한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으면 甲과 같은 이용행위를 할 수 있다. 저작재산권이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는 이용권자는 양수인에게 자기의 이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
이용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계약으로 정해진 이용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만을 취득한다. 이러한 이용허락은 배타적 이용허락과 비배타적 이용허락(단순허락)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저작물의 이용허락에서는 이용방법 및 조건, 이용시기 등이 구체적 계약 내용에서 정하여지므로 계약해석시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甲이 저작재산권자와 사이에 독점적 이용허락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라도, 이 역시 甲외의 제3자에게는 이용허락을 하지 않겠다는 채권․채무관계를 맺는데 불과하므로, 저작재산권자가 甲에게 독점적 이용허락을 하고 다시 乙에게 이용허락을 하였다면 甲은 저작재산권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직접 乙의 이용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할 수는 없다.
그러나 乙의 이용행위가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이용인 경우에는 독점적 이용허락을 받은 甲은 저작재산권자에 대하여 乙의 행위를 금지하도록 청구할 수 있으며, 만약 저작재산권자가 乙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채권자대위권의 법리에 따라 저작재산권자의 권리인 乙에 대한 금지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다.
3. 저작재산권의 양도와 저작물의 이용허락계약과의 차이
이용허락과 저작권양도와의 차이는 이용허락에 의하여 이용자가 가지게 되는 권리는 채권에 불과하므로 제3자에 대하여는 그 권한을 주장할 수 없는 반면, 저작권양도에 의하여 가지는 권리는 준물권이므로 제3자에 대하여도 주장할 수 있다.
저작재산권의 양도는 저작재산권의 귀속주체를 달리하는 것으로 대세적 효력을 가지는 준물권행위이고,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하여서는 등록을 하여야 한다. 등록된 저작재산권의 양수인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제3자에 대하여 금지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저작물이용허락은 배타적 이용권을 부여하는 경우와 비배타적 이용허락을 부여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배타적 이용권을 부여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이용권자에게 저작재산권의 일부분을 양도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저작권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고, 제3자와의 관계에서는 저작재산권은 여전히 그대로 원래의 권리자에게 남아 있으므로 배타적 이용권자는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비배타적 이용허락은 단순히 저작물을 이용하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아무런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무체물로서 저작물의 성질상 이용권이 중복․병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저작권계약의 해석
가. 저작권계약의 의의
저작권계약을 광의로 본다면, 저작물이 탄생하면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저작물을 사용함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계약을 지칭한다. 광의의 저작권계약에는 저작물의 창작에 앞서 이루어지는 저작물창작을 위한 고용관계의 계약 등이 있고, 저작권자와 저작물이용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저작권의 양도계약, 이용허락계약, 그리고 저작권자 또는 저작물이용자와 저작물(예를 들면 컴퓨터프로그램)을 구입한 소비자 사이에 최종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는 순간 체결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shrink-wrap license 등 여러 가지 계약이 포함될 수 있다.
협의의 저작권계약이란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 저작권법에 의하여 인정된 저작자의 권리를 양도받거나 이용허락을 받는데 필요한 저작자와 저작물이용자 사이의 계약을 의미한다. 즉 저작자와 저작물이용자간에 저작자 권리의 이용에 관한 계약의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한다. 협의의 저작권계약에 관하여 우리 법 어디에도 그 정의가 이루어진 것은 없으나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형태에 관하여 저작권법 제41조와 제42조에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계약의 유형은 크게 ①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의 양도, ② 저작물의 이용허락으로 나눌 수 있다.
나. 저작권계약해석 방법론
저작권계약에서 저작권양도 또는 이용허락이 되었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경우에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저작권계약해석의 중요한 부분이다. 저작권계약을 저작권양도계약이라고 해석한다면 양도된 저작재산권은 그 자체가 이용자에게 귀속되고 저작자나 저작인접권자에게는 그에 관한 아무런 권리가 남아 있지 않게 되므로 현저히 불리하게 된다. 저작권 전부 또는 일부 양도의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체 및 기간, 장소적 제한의 문제는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작권양도계약이 아니라면 이제 그 계약이 배타적 이용권을 설정한 것인가, 아니면 비배타적 이용권을 설정한 것인가의 문제를 계약해석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또한 매체에 대한 제한은 없었는가, 이용허락의 기간적, 장소적 제한은 없었는가를 따져야 한다. 특히 일반 민법상의 해석방법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는 거래관행이나 당사자의 지식, 당사자의 행동 등을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계약해석에 있어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저작권계약에 있어서는 거래관행이 저작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형성된 경우가 많고, 저작자가 당사자로서 불리한 지위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요소에 대한 비중을 낮게 하고 오히려 계약당시에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이 저작권계약을 체결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검토하고 검토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분만 당사자 사이에 양도되었다고 보고 나머지 저작권은 저작자에게 여전히 殘存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5. 저작권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의 구별 기준
가. 구별 기준
일반적인 著作權 거래의 실제에 있어서는 저작권양도계약과 이용허락계약의 구별이 명확하지 아니하므로 구체적인 경우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계약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구체적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거래관행이나 당사자의 지식, 행동 등을 종합하여 해석함이 상당하다.
나. 판례에 나타난 저작권계약해석
저작물이용을 둘러싸고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존재하게 되는데, 명백한 합의가 없어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생긴다면 해석방법에 따라 저작자와 저작물이용자간에 그 권리의 귀속범위가 정해짐으로써 경제적 이익의 분배가 이루어지고, 저작자의 인격권의 보호정도가 결정하게 된다. 만약 일반 물건의 이용계약에 있어서와 같이 민법상의 해석방법론에 의하여 해석된다면 간접적으로 법이 저작자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여 저작자에게 창작의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일방적으로 저작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면 사적 자치의 원칙에서 비롯된 계약자유를 훼손하는 문제가 발생된다. 따라서 저작물이용을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저작권계약에 있어 해석상 의심스러운 경우 일반 민법상의 계약해석 방법과 동일하게 민법 제106조와 제107조에 의하여 해석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민법상 계약해석의 방법에서 더 나아가 저작권계약에 있어서는 저작권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별도의 기준을 우선시하는 해석방법론을 받아들여 저작권계약에 있어서의 특수한 해석방법론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저작권계약해석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아래 판례를 통하여 법원이 바라보는 저작권계약해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출판계약관련 판례 : 서울민사지방법원 1994. 6. 1. 선고 94카합3274 판결(녹정기 사건)
(가) 사실관계
번역가인 박영창이 대만작가 김용이 지은 녹정기를 번역한 이 사건 서적들에 대하여 甲 출판사는 이 사건 서적 중 원고 1매당 1,000원으로 하여 甲 출판사에게 위 번역 원고를 넘기기로 하고, 그 후 제1권이 출판된 이후 위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며 그 가격을 낮추어 달라는 甲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제2권에서 제6권까지는 원고 1매당 600원으로 하기로 하였으나, 甲 출판사가 그 원고료지급을 지체하므로 제7권부터는 원고료를 1매당 800원으로 인상하고, 그 번역 마감일 및 그 원고료 지급날짜를 상호 명백히 하기 위하여 1987. 3. 31. 원고계약서에 의한 서면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 그 후 甲 출판사는 1990. 12. 경가지 이 사건 서적들을 출판하다 노사분규로 1991. 4경 폐업하게 되어 더 이상 출판하지 못하게 되었다. 박영창은 1992. 7. 30.경 乙 출판사와 사이에 甲 출판사가 출판하던 위 서적을 일부 수정, 가필하여 다시 출판하기로 하는 출판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료로 원고지 1매당 1,800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그 후 박영창은 1994. 1. 26. 이 사건 서적들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였고, 乙 출판사는 같은 날 출판권설정등록을 마쳤다. 이에 甲 출판사는 저작권을 양도받은 양수인으로 乙 출판사에 대하여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하는 서적인쇄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나) 법원의 판결
甲 출판사와 박영창 사이의 계약은 저작물이용대가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지급하는 형태로서 소위 매절계약의 형태라 할 것으로, 그 원고료도 일괄지급한 대가가 인세를 훨씬 초과하는 고액이라는 등의 소명이 없는 한 이는 ‘출판권설정계약’ 또는 ‘독점적 출판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계약이 저작권양도임을 전제로 하는 갑 출판사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분 석
출판사가 주장하는 대로 매절계약을 문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저작자에게 주어진 경제적 대가가 인세를 훨씬 초과하는 고액이면 저작권양도계약으로, 그렇지 않으며 저작권설정 또는 이용허락계약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저작자에게 경제적 대가의 다과를 따져 계약의 성질을 파악하고 있다. 저자권계약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로서 저작권양도계약, 배타적이용계약인지, 출판권설정계약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일괄지급한 대가의 다소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2) 극본공급계약관련 판례 : 대법원 1985. 5. 28. 자 84다카2514 결정(드라마복제테이프사건)
(가) 사실관계
원고들은 방송극작가로서 방송사업자인 피고 방송사에게 방영하기 위한 TV드라마 극본제작의뢰를 받고 극본저작물을 피고 방송사에게 제공하였고(극본공급계약), 피고 방송사는 위 극본을 토대로 TV드라마를 제작하여 방영하는 한편 그 산하단체인 피고 방송사업단으로 하여금 위 드라마를 VTR테이프에 복사하여 원고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용료도 별도로 지급하지 않은 채 판매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극본저작물을 VTR테이프에 녹화하여 이용하도록 허락한 바 없으므로 피고들이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피고들은 원고들의 의뢰를 받고 극본저작물을 집필하여 피고 방송사에게 교부한 이상 일체의 권리를 상실하는 것이며 피고 방송사가 그 극본을 편집, 각본, 연출하여 드라마를 완성한 이상 등 작품의 저작권은 피고 방송사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 법원의 판결
원고들은 그들이 저작한 극본에 대하여 위 저작권법의 규정에 따라 원시적으로 저작권을 취득한다 할 것이고, 한편 피고 방송사로부터 대가를 받고 위와 같이 저작한 극본을 피고 방송사에게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저작권자인 원고들이 피고 방송사에게 저작물인 위 극본의 이용을 설정해 준 데 불과할 뿐 이로써 원고들의 극본저작권을 상실시키기로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극본저작자인 원고들은 위 극본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을 그대로 보유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위 극본공급계약은 원고들이 피고 방송사로 하여금 동 극본을 토대로 제2차적 저작물인 TV드라마 녹화작품을 제작하여 텔레비전 방송을 통하여 방영하는 것(개작 및 방송)을 승낙하는 의사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위 극본공급계약으로써 원고들이 피고 방송사에게 원고들이 별도의 동의없이 위 극본을 토대로 제작된 녹화작품을 VTR테이프로 이용하는 것을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이 위 녹화작품을 텔레비전방송이 아닌 VTR테이프에 복사하여 판매한 것은 원고들이 극본사용 승낙의 범위를 넘는 제2차적 저작물의 이용으로서 원고들의 극본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였다.
(다) 분 석
위 판결은 방송을 위한 극본공급계약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권은 여전히 방송극작가에게 남아 있고, 저작권을 양도받았다는 등의 사정을 이용자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고, 그 이용하락의 범위도 당연히 방송을 위한 경우로 한정된다고 보고 있다. 위 대법원판결은 이용허락범위에 관한 저작권계약에서 일반 민법상의 계약해석방법과는 다르게 저작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저작권법의 해석에 있어 특수한 해석방법론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 공연계약관련 판례 :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50321 판결(음악극 신데렐라 사건)
(가) 사실관계
원고(작곡가)는 1984. 4.경 극단 민중극단이 공연할 음악극 신데렐라 주제곡의 작곡을 민중극단의 대표 겸 연극제작자인 피고로부터 의뢰받아 “어서들 나오너라”, “신데렐라의 노래” 등 6곡의 음악극 신데렐라의 주제곡을 작곡하였고 위 음악극은 같은 해 5. 3.부터 5. 8.까지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초연되었고, 당시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주제곡의 작곡료로 300,000원을 지급받았다. 그 후 피고는 위 초연 3일 후인 1984. 5. 11.부터 같은 달 14.까지 안양 사랑소극장에서 8회 위 음악극 신데렐라를 공연한 것을 비롯하여 전후 8차례에 걸쳐 합계 310회 이 사건 주제곡을 이용하여 위 음악극 신데렐라를 공연하였다. 피고는 위 음악극 신데렐라의 1차 내지 6차 공연시 이 사건 주제곡을 원고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 아래 사용하고서 6차 공연시에 원고에게 200,000원을 지급한 이외에는 이 사건 주제곡에 대한 사용료 내지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선의․무과실로 원고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는 점과 3차 내지 5차 공연시 원고의 연출이 있었음을 주장하면서 피고의 저작물이용료, 연출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하였다.
(나) 법원의 판결
대법원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지급한 위 작곡료는 위 민중극단이 위 음악극 신데렐라의 공연과 관련하여 이 사건 주제곡의 작곡을 의뢰할 당시 이미 예정되거나 또는 앞으로 그 공연을 예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향후 상당기간 내에 이루어지는 재공연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또한 위 1차 공연은 초연 후 불과 3일 만에 장소만을 옮겨 재공연된 것으로서 초연 당시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초연시 지급받은 위 작곡료 300,000원에는 최소한 위 1차 공연시 사용될 이 사건 주제곡에 대한 저작권료를 포함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위 2차 내지 6차 재공연시 이 사건 주제곡을 사용함에 있어 원고가 이를 묵시적으로 승낙한 사실은 원고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바 달리 이 사건 주제곡의 저작권료 내지 사용료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가 원고의 승낙 하에 이 사건 주제곡을 사용하였다면 그 사용으로 인하여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4) 음반제작계약관련 판례 : 서울고법 1995. 3. 21. 선고 94나6668판결(“떠나가는 배” 사건)
(가) 사실관계
원고들은 가수이고 원고 정태춘은 작곡가, 작사가를 겸하고 있고, 피고는 음반회사로서, 원고는 1984. 9. 3. 피고 회사와 사이에 가수전속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기간을 1984. 9. 3.부터 1987. 9. 2.까지 3년간, 전속계약금을 8,000,000원, 매월 전속료를 첫 달은 금 300,000원, 그 다음 달부터는 200,000원으로 하고, 원고들은 전속기간 중 국내외를 막론하고 피고 회사 이외에서는 음반 및 테이프 취입, 비디오 녹화 촬영 제작 등을 하지 않고 원고들이 가수로서 위 전속기간 중 피고 회사에게 부여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 정태춘은 피고 회사에게 1983. 10. 18. 같은 원고가 작곡, 작사한 ‘떠나가는 배’ 등 11곡의 대중가요를 대금 660,000원에, 1985. 9. 17. 역시 같은 원고가 작곡, 작사한 ‘바람’ 등 10곡의 대중가요를 대금 860,000원에 각각 피고 회사가 가창용 및 경음악용으로 녹음물 일체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였다. 피고 회사는 위 전속계약기간 동안 원고들의 가창을 녹음한 위 가용들의 원반 2개를 제작한 다음, 이를 사용하여 ‘정태춘, 박은옥, 떠나가는 배, 우리는’이라는 제목의 엘피(LP) 음반, 카세트테이프와 ‘정태춘, 박은옥, 북한강에서, 바람’이라는 제목의 엘피 음반, 카세트테이프를 각 복제, 판매하였는데, 피고 회사가 위 원반 및 음반들을 제작함에 있어서 작곡, 작사가인 원고 정태춘이나 가수로서의 원고들은 가요와 가창만 제공하였을 뿐이고 녹음과정을 거친 가요 및 가창을 검토, 취사선택하여 편집하고 홍보하는 등 작곡, 작사 및 가창 이외의 음반 제작에 관련된 모든 작업은 음반제작자인 피고 회사가 자신의 비용을 들여 수행하였다. 피고 회사는 위 전속계약기간이 지난 후에도 기존 원반을 이용한 엘피 음반 및 카세트테이프를 계속 복제하여 판매하고 있고, 또 1987. 11. 무렵에는 기존 원반에 녹음된 대중가요 21곡 중에서 16곡을 추려서 그 원형을 변형하지 않고 배열만 바꾸어 재편집한 원반을 제작하여 지금까지 이를 ‘정태춘, 박은옥 히트곡 모음’이라는 제목의 LP, CD로 복제, 판매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원고들의 전속기간 중에 제작한 기존 원반을 전속기간 이후 음반에 복제하여 판매하려면 원고들에게 그 음반에 수록된 가요의 작곡료, 작사료 및 가창료를 인세로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속기간 이후에 그 인세를 지급하지 않으려면 기존 원반을 계속 복제, 판매하고 있고, 또한 피고 회사는 원고들로부터 위 가요 및 가창을 1회에 한하여 편집하여 기존 원반을 제작하고 이를 당시 국내에서 유통되던 음반인 LP와 카세트테이프로 복제하여 판매하는 것만을 허락받았음에도 그 후 원고들의 위 음악저작물 이용허락의 범위를 초과하여 기존 원반에 수록된 가요 중에서 일부 히트곡만 추려서 재편집하여 위 기존 원반과는 별개의 위 재편집 원반을 제작하여 ‘정태춘, 박은옥 히트곡 모음’이라는 제목의 LP, 카세트테이프, CD로 복제, 판매함으로써 원고들의 위 가요 및 가창에 대한 복제권, 배포권, 편집권 등 저작재산권과 동일성유지권 등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나) 법원의 판결
원고 정태춘은 작곡․작사료를 받고 피고 회사가 위 대중가요 21곡을 녹음물 일체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였고, 또 원고들은 가수로서 전속료를 받고 피고 회사에서 위 전속기간 중 취입한 가창을 피고 회사가 음반 및 비디오물 일체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한 이상, 그 이용기간을 정하는 등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피고 회사가 전속기간 중 제작한 기존 원반을 그 전속기간 경과 후에 복제하여 판매하는 행위는 위 이용허락의 범위에 속함이 명백하고, LP와 CD는 소리의 기록방식과 재생과정에 차이가 있을 뿐 원반의 소리를 변형함이 없이 기계적으로 기록하여 종국적으로는 스피커를 통하여 소리를 재생할 수 있는 음반인 점은 같고 우리나라에서는 CD가 판매되면서부터 꾸준히 LP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그 대신에 CD의 판매량이 증가하여 LP와 CD가 서로 대체재란 점에서 전속기간이후에 CD로 저작물을 복제, 판매하는 것도 이용허락의 범위에 포함되고, 원고들이 가수로서 피고 회사에 전속되어 있을 당시 우리나라 가요계 및 음반업계의 관행상 가수들은 음반제작자로부터 전속료만 받고 취입한 가창에 대한 복제권 및 배포권을 기한의 제한이 없이 음반제작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선희, 전영록, 이용, 심수봉, 정수라, 민혜경 등 20여명의 가수들도 피고 회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그 중 누구도 전속기간 중 제작된 원반에 수록된 가창에 대하여 인세 지급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들어 거래의 관행상 저작권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 판례의 태도 분석
저작권에 관한 계약을 해석함에 있어 과연 그것이 저작권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는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되었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함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의 판례로, ① 작사자, 작곡자 및 실연자와 음반제작사 사이의 음반제작계약을 비배타적 저작권 이용허락계약으로 해석한 사례, ② ‘그 편곡이나 실연이 음반 회사가 음반 판매 목적으로 편곡자나 실연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의뢰를 하여 이루어졌다 할지라도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을 양도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이에 대한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은 그 편곡 행위를 한 자 및 실연자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본 사례, ③ 저작자와 출판자 사이에 저작물이용대가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지급하는 형태의 소위 매절계약의 경우에 그 원고료로 일괄지급한 대가가 인세를 훨씬 초과하는 고액이라는 등의 입증이 없는 한 이는 저작재산권의 양도가 아니라 출판권설정계약 또는 독점적 출판계약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등이 있다.
한편 판례는, 건축설계계약이 저작권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 여부에 관하여 “이 사건 설계계약에 있어서는 신청인이 작성한 설계도서 및 참고서류에 관한 작품권, 소유권 및 모든 권리는 피신청인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약정(계약서 제7조)하고 있고, 비록 다른 용역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설계도서의 작성이 주된 용역이며 설계용역의 대가가 금 454,594,000원에 달하는 거액이며, 피신청인이 이 사건 설계계약을 체결한 목적이 그 설계도서에 따라 아파트를 건축하여 이를 분양하기 위한 것이고, 또한 건축을 위한 설계도서 등의 저작물에 있어서는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하는 것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설계도서 자체의 소유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 점에 비추어 다소 불분명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다른 권리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은 양도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면서, “가분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진 건축설계계약에 있어서 설계도서 등이 완성되어 건축주에게 교부되고 그에 따라 설계비 중 상당 부분이 지급되었으며 그 설계도서 등에 따른 건축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이를 중단할 경우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고 완성된 부분이 건축주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건축사와 건축주와의 사이에 건축설계계약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일단 건축주에게 허여된 설계도서 등에 관한 이용권은 의연 건축주에게 유보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는 저작권자인 건축가의 희생 아래 건축주의 이익을 보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건축물이 인간의 기본적 생활조건인 주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건축의 중단이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보인다.
6. 허락의 범위
가. 범 위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 받은 이용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따라서 예컨대 출판계약에 의해 소설의 복제적 이용을 허락 받은 자가 그 소설을 방송하거나 공연하는 것은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다만, 이용허락에 있어 이용방법이나 조건이 불명확하여 분쟁의 소지를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다. 판례도, 노래반주용기기의 제작업자가 그 기기의 컴퓨터칩에 대중가요의 가사와 반주음악을 수록하는 행위는 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하고, 영업장소인 노래방에서 노래반주용기기의 컴퓨터칩에 복제된 대중가요를 노래반주용기기의 화면에는 가사가 나타나게 하고 스피커에서는 반주음악이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재생하여 손님들로 하여금 이를 따라 부르게 하는 행위는 저작물의 공연에 해당한다고 하여, 복제와 공연 행위를 명확히 구별하고 있다.
나. 이용계약의 범위 해석
(1) 제한적 해석
판례 중에는, 방송극작가와 한국방송사업단과의 사이에 체결된 극본공급계약의 이용허락의 범위에 관련하여 영상저작물의 하나인 TV드라마가 극본을 변형 및 복제하여 만든 제2차적 저작물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방송극작가의 허락이 없는 한 본래의 이용목적인 방송 이외의 목적에 해당하는 비디오테이프 제작의 형태로 동 드라마를 복제판매하는 것은 이용허락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음반을 제작하고자 하는 음반제작자에게 음악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반제작자가 음반의 원반(원반)을 제작하고 이를 보통의 음반으로 복제하여 판매·배포함을 허락하는 범위에 한정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사례,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위탁관리업자인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영상반주기 등 노래방 기기의 제작이나 신곡의 추가 입력시에 그 제작업자들로부터 사용료를 받고서 음악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제작업자들이 저작물을 복제하여 노래방 기기에 수록하고 노래방 기기와 함께 판매․배포하는 범위에 한정되는 것이라 할 것이고, 그와 같은 허락의 효력이 노래방 기기를 구입한 노래방 영업자가 일반 공중을 상대로 거기에 수록된 저작물을 재생하여 주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데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사례 등이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은 저작권이용허락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50321 판결은, “공연할 음악극의 주제곡을 작곡해 준 대가로 지급한 작곡료는, 작곡의뢰단이 그 음악극의 공연과 관련하여 그 주제곡에 대하여 작곡을 의뢰할 당시 이미 예정되거나 또는 앞으로 그 공연을 예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향후 상당기간 내에 이루어지는 재공연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당사자들이 예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당기간 내에 이루어진 이용’으로 보고 있다.
(2) 새로운 매체에 관한 이용허락의 기준
대법원은, “저작권에 관한 이용허락계약의 해석에 있어서 저작권 이용허락을 받은 매체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분쟁의 대상이 된 새로운 매체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녹음물 일체’에 관한 이용권을 허락하는 것으로 약정하였을 뿐 새로운 매체에 관한 이용허락에 대한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 과연 당사자 사이에 새로운 매체에 관하여도 이용을 허락한 것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의사해석의 원칙은, ① 계약 당시 새로운 매체가 알려지지 아니한 경우인지 여부, 당사자가 계약의 구체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경우인지 여부, 포괄적 이용허락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잃은 대가만을 지급 받았다고 보여지는 경우로서 저작자의 보호와 공평의 견지에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예외조항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 책임을 저작자에게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인지 여부 등 당사자의 새로운 매체에 대한 지식, 경험, 경제적 지위, 진정한 의사, 관행 등을 고려하고, ② 이용허락계약 조건이 저작물 이용에 따른 수익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적은 대가만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되어 있어 중대한 불균형이 있는 경우인지 여부, 이용을 허락 받은 자는 계약서에서 기술하고 있는 매체의 범위 내에 들어간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어떠한 사용도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인지 여부 등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른 계약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해석의 필요성을 참작하며, ③ 새로운 매체를 통한 저작물의 이용이 기존의 매체를 통한 저작물의 이용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만일 계약 당시 당사자들이 새로운 매체의 등장을 알았더라면 당사자들이 다른 내용의 약정을 하였으리라고 예상되는 경우인지 여부, 새로운 매체가 기존의 매체와 사용, 소비 방법에 있어 유사하여 기존 매체시장을 잠식, 대체하는 측면이 강한 경우이어서 이용자에게 새로운 매체에 대한 이용권이 허락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그와 달리 새로운 매체가 기술혁신을 통해 기존의 매체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측면이 강한 경우이어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이용권이 저작자에게 유보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 새로운 매체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적절한 안배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음반제작계약시에는 상용화되지 않은 새로운 매체인 CD음반으로 제작·판매한 것이 이용허락 범위 내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위 판시 내용은,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할 권리에는 TV를 통한 방영권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한 미국 Bartsch 판결의 판시내용을 참조한 것인데, 위 Bartsch판결은 1968년도에 나온 것이어서, 저작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이익으로(in dubio pro auotore)라는 원칙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여진다는 비판이 있다.
다.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관계
저작권법은 저작인접권을 보호하는 한편 “저작인접권에 관한 규정이 저작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법 제62조)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저작인접물인 실연, 음반의 이용은 필연적으로 저작물의 이용을 수반하게 되는바, 이 때 저작인접권자의 허락뿐만 아니라 저작권자의 허락도 필요하다는 것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타인의 저작인접물을 공연, 음반제작 또는 방송하고자 하는 자는 당연히 그 실연자 등 저작인접권자와 저작권자의 허락을 아울러 얻지 않으면 아니 된다.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음악저작물의 저작권자가 음반을 제작하고자 하는 음반제작자에게 음악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반제작자가 음반의 원반(원반)을 제작하고 이를 보통의 음반으로 복제하여 판매·배포함을 허락하는 범위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저작권자가 이러한 이용허락의 범위를 넘어 자신의 저작재산권 중 복제․배포권의 처분권한까지를 음반제작자에게 부여하였다거나, 또는 음반제작자로 하여금 저작인접물인 음반 이외에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대하여까지 이용허락을 할 수 있는 권한 또는 저작물의 이용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음반제작자에 의하여 제작된 원반(원반) 등 저작인접물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씩을 발췌하여 이른바 ‘편집앨범’을 제작하고자 하는 자는 그 음반제작자의 그 저작인접물에 대한 이용허락 이외에 저작권자로부터 음악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을 아울러 얻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III. 이 사건의 검토 및 분석
피고가 신탁자들에게 상금을 주고 신탁자들의 소재저작물을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이라는 편집저작물로 발간하는 관계에 대하여 명시적인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 쟁점이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출판과정에서 당사자 사이에 어떤 내용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느냐하는 것이다. 즉, 피고의 주장대로 신탁자들이 피고에게 저작권을 양도하거나 영속적인 출판허락을 한 것인지, 아니면 원고의 주장대로 신탁자들이 한시적으로 자신들의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만을 피고에게 수여한 것인지 하는 점이다.
이에 관하여 피고는 일관하여 신탁자들이 명시적으로 이 사건 작품집의 계속 발간을 처음부터 승낙하였거나, 그 당시 출판관행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법원은 피고의 그와 같은 주장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므로, 신탁자들과 피고 사이의 관계는 이 사건 소재저작물의 이용허락관계로 파악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법원은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① 먼저, 1977년부터도 1986년 이후의 이상문학상작품집에 게재된 저작권 관련규정이 동일하게 존재하였다는 점 및 이 사건 신탁자들이 이러한 저작권 규정에 동의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②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경우의 저작권이나 출판권의 존속에 관한 관행에 관하여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관행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그러한 관행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신탁자들이 그러한 관행을 이 사건 저작물이용허락의 내용으로 삼았다고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으며, ③ 1986년 이후의 수상작가들이 현행 저작권 관련 규정에 동의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이전의 수상작가들도 그와 같은 의사를 가졌으리라고 볼 여지도 있지만, 한편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초기 수상작가들은 이 작품집이 3년 이상 계속하여 출간, 배포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이고(이는 피고도 마찬가지이다), 1986년 무렵에는 이미 이 작품집이 대중적인 인기가 있음이 확인된 이후이므로, 1986년 이후의 사정을 들어 그 이전 수상작가들의 의사를 추단할 수는 없고, 1986년 이후에 있어서도 이 사건 신탁자들은 피고와 사이에 위 저작권관련 규정에 동의하는 내용의 약정을 하지 않았음(이 사건 신탁자가 아닌 일부 작가들은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마련한 저작권 규정에 따라 동의서를 작성해 주었음.)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저작권 규정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이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이 사건 작품집의 구상이나 초기 출판단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 사건 작품집이 이른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로 되리라고 예상치 않았으므로 계속 이 작품집을 출간하는 것에 대한 법률관계를 서로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인바, 이러한 경우에 객관적인 증거 없이, 그 법률관계를 피고의 주장대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사실인정의 문제인데, 대법원은 원심의 사실인정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신탁자와 피고 사이의 관계는 저작권법 제42조 소정의 저작물이용허락관계에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IV. 맺음말
저작권계약에 있어 저작권의 양도나 저작물의 이용허락의 범위가 불분명한 경우에 저작권계약의 해석이 문제된다. 헌법과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저작자의 보호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저작권을 저작자에게 인정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저작권의 양도나 이용허락의 관계에 있어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작권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따라서 저작권계약에 있어서 의심스러운 경우가 생긴다면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작권의 특성, 저작물의 특성,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저작권법의 취지 등 저작권계약의 특수성에 따라 저작권자에게 유리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는데, 대상판결은 이러한 기본적 시각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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