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논문

[법무법인바른-저작권법 논문]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침해요건과 그 동일성 판단방법 [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2. 1. 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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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사법연구원 교수 윤 경]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침해요건과 그 동일성 판단방법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다47782 판결)




 



I.  사안의 개요 및 법원의 판단

1.  사안의 개요

⑴ 원고는 1993. 6. 30. “전략삼국지”(만화 60권)의 일본어 원판 저작권자(요코야마 미쓰테루 외 1인)로부터 한국어판의 배타적 독점적 출판권을 설정받은 출판권자이다(계약이 갱신되어 2000. 7. 30. 중판 발행함).

⑵ 피고는 1999. 7. 10.부터 “슈퍼삼국지” 초판본(만화 65권, 제65권은 색인임)을 출판하였고(출판사 및 저작권자는 피고), 같은 해 11. 1. 위 도서를 일부 수정한 재판본을 출판하였다.

2.  소송의 경과

가.  사건의 경과

⑴ 원고는 2000. 11. 1. 피고가 ‘전략삼국지’를 모방하여 ‘슈퍼삼국지’를 출판함으로써 원고의 ‘전략삼국지’에 대한 출판권을 침해하였음을 원인으로 하여 그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였다(원고는 저작권법 제54조 소정의 출판권을 그 청구권원으로 하고 있고, 손해배상은 일부청구하고 있음).

⑵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2. 4. 12. 피고가 ‘전략삼국지’에 나타난 이야기 및 연출방법의 창작적인 표현을 모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슈퍼삼국지의 그림의 표현형식은 그 자체로 창작성이 인정될 정도로 독특하여 전략삼국지와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으므로, 피고가 ‘슈퍼삼국지’를 제작함에 있어서 ‘전략삼국지’를 참고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슈퍼삼국지’가 ‘전략삼국지’의 본질적인 부분을 再製하였다거나 동일성이 인식되거나 감지되는 정도로 복제하여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⑶ 서울고등법원은 2003. 8. 19. 피고가 ‘슈퍼삼국지’를 저작함에 있어서 ‘전략삼국지’를 모방함으로써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 들여 피고에게 그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나.  원심 판결의 요지(출판권침해 여부)

① 인물의 표현 : 비 유사
‘슈퍼삼국지’는 대표적인 등장인물들의 얼굴형이 ‘전략삼국지’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 그림의 표현형식에 있어서 그 자체로 창작성이 인정될 정도로 독특하므로, 양 작품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할 수 없다.

② 인물의 대화 : 유사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 주는 시점 등에 있어서 양 작품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된다.

③ 컷 나누기 : 유사
양 작품 사이에는 원작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기 때문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컷 나누기에 있어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정도의 유사성은 슈퍼삼국지의 저작과정에서 전략삼국지를 모방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유사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④ 인물의 표정ㆍ동작 및 주변 묘사 : 유사
총 10,816쪽인 ‘슈퍼삼국지’의 만화 쪽수 중 적어도 3,000쪽 이상의 일부 또는 전부의 컷에 있어서, 그 컷 내의 사람, 말, 배, 수레, 나무, 건물, 무기 등의 묘사 및 배치가 ‘전략 삼국지’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단지 좌우대칭으로 변형하거나 그 컷 내의 한 부분을 클로즈업(close-up)한 것이며, 또한 시각(視角), 목적물의 거리, 명암 등이 유사하여 슈퍼삼국지 중 3,000쪽 이상에서 전부 또는 일부 컷이 전략삼국지를 모방하여 제작되었다.

⑤ 소결
비록 피고가 ‘슈퍼삼국지’를 저작함에 있어서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에 관하여 독창적인 시각적 묘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컷 나누기라든지 인물의 대화의 기재 및 인물의 표정․동작 및 말, 배, 수레, 나무, 건물의 배치 등 주변상황의 묘사에 있어서는 원고의 ‘전략 삼국지’를 상당 부분 모방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슈퍼 삼국지’의 인쇄, 제본, 배포, 판매,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피고가 보관하고 있는 ‘슈퍼 삼국지’의 완제품, 반제품, 출판용 지형, 필름을 각 폐기할 의무가 있다.

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저작권법 제54조에 정한 출판권은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가진 자와의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바, 제3자가 출판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 있는 작품을 출판하는 때에는 출판권 침해가 성립된다 할 것이지만,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

[2]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만화저작물에 있어서 원작과 제3자가 출판한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는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연출의 방법(이야기의 전개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해당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이 사건의 쟁점

피고가 원고의 “전략삼국지”를 모방하여 “슈퍼삼국지”를 출판함으로써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하였는지가 문제되는데, 출판권의 침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먼저 그 침해요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침해요건 중 하나인 ‘원고의 저작물과의 동일성(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만화저작물의 경우 그 기준은 다른 저작물과 비교하여 어떻게 다른지가 이 사건의 핵심쟁점이다.


II.  저작권 침해의 요건

1.  저작권의 침해

가.  저작권 침해

저작권침해라 함은 저작권자 등의 허락이나 정당한 권원 없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물 또는 저작인접권의 보호대상인 저작인접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보호기간이 만료된 경우, 권리제한규정에 의하여 공정이용(자유이용, fair use)이 인정되는 경우나 법정허락에 의한 경우는 저작권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은 자라고 하여도 그 허락된 이용방법이나 조건의 범위를 넘은 이용은 저작권의 침해가 된다. 예컨대 음악저작물에 대하여 연주만을 허락받은 자가 악보를 출판하거나 녹음하여 배포하면 저작권침해에 해당한다.

나.  저작권 침해의 판단

저작권의 침해는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무단이용함으로써 성립된다. 기존의 저작물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① 첫째,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대로 베끼거나 새로운 창작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수정․변경의 경우(복제권의 침해), ② 둘째, 새로운 창작성은 인정되나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종속적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2차적저작물 작성권의 침해), ③ 셋째, 기존의 저작물을 이용하였지만 시사(示唆)받은 정도나 완전히 소화하여 기존의 저작물과의 사이에 동일성이나 종속적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독립된 작품이 된 경우(침해가 되지 않음)로 분류할 수 있다. 저작물을 완전히 복제하는 이른바 해적행위에 대하여는 침해여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지만, 내용상 유사한 점은 있으나 완전히 동일하지 아니한 경우 침해행위가 있다고 볼 것인가가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저작권을 침해(侵害)한다는 것은, 저작권자가 가지는 복제권 등의 각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① 피고가 원고 저작물에 대하여 위 각 권리의 내용에 해당하는 형태의 행위를 하였고, ② 그 행위가 원고의 저작권과 저촉(抵觸)된다는 것을 말한다.

한편 피고의 행위가 원고의 저작권과 저촉된다는 것은, ①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依據)하였다는 것과, ② 원고의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또는 동일성)이 있다는 것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저작권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주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 ② 객관적 요건으로, 침해저작물과 피침해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 있을 것의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2.  저작권 침해의 요건

가.  주관적 요건 :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

의거(依據)라 함은, 대상 물건이 원고 저작물의 표현형식을 소재(素材)로 이용하여 저작되었다는 것, 즉 침해 저작물이 피침해저작물에 근거로 하여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 저작물이 거의 비슷한 내용의 작품이라 하여도 단순히 우연의 일치이거나, 공통의 소재를 이용한 데서 오는 자연적 귀결인 경우, 저작권보호기간이 만료된 이른바 공유(public domain)에 속하는 저작물을 공동으로 이용한 데서 오는 결과인 경우에는 저작권침해가 아니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 자체를 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원고의 저작물에 대한 복제물을 보고 베낀 경우에도 저작권침해에 해당하며, 과거에 읽었던 책이나 들었던 곡을 무의식중에 자신의 책이나 곡으로 사용한 경우처럼 이용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에도 침해가 성립한다.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였는지의 여부는 내심의 문제이므로 미국에서는 침해자가 피침해저작물에 대한 접근(access), 즉 피침해저작물을 볼 상당한 기회가 있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하여 침해자와 거래관계를 가지고 있는 제3자가 피침해자의 작품을 소지하고 있었다거나 피침해자의 작품이 널리 반포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접근(接近)’이 입증되었다고 본다. ‘접근’의 입증이 되면, 그 기회를 이용하여 원고 저작물의 존재․내용을 알 수는 없었다거나, 혹은 알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고 독자적으로 작품을 작성하였다는 것을 피고가 입증하지 않으면 의거가 추인되어, 사실상 입증책임이 피고에게 전환되는 것이다.

또한 유사성이 우연의 일치나 공통의 소재 등으로는 설명되기 어렵고 오직 신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에 의해서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striking similarity)이 있거나, 예컨대 번역저작물에 있어서 원문에 없는 부분을 창작하여 첨가한 부분이 새로운 저작물에 그대로 옮겨져 있다거나 전화번호부에 가공의 인물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옮겨져 있는 경우와 같이 공통의 오류(common error)가 발견된다면 ‘접근’이 추정된다고 본다.

나.  객관적 요건 :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

저작물을 이용했다는 것 즉 모방했다는 것은, 피고 저작물의 표현형식이 원고 저작물의 창작성이 있는 표현형식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고 저작물과 피고 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에 관하여, 통상 비교대조표를 작성하여, 각 대응 부분에 따라 표현형식이 동일(同一)한 부분과 상위(相違)한 부분을 대비하여 그에 관한 평가를 함으로써 피고 저작물이 원고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주장․입증하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 유사하여야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할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어문저작물의 경우에는 작품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됨으로써 양 저작물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fragmented literal similarity)뿐만 아니라 작품 속의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전체로서 포괄적인 유사성이 인정되는 이른바 포괄적 비문자적 유사성(comprehensive nonliteral similarity)도 감안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도 저작물 중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부분과 창작성이 없는 부분은 유사성 판단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그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학술이론이나 사실정보에 관한 저작의 경우 그 속의 독창적인 이론이나 학설 등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표현의 영역이 아니라 비보호대상인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이론 등을 이용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표현까지 베끼지 않는 한 저작권침해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시, 소설 등의 문예창작물의 경우보다는 학문이나 기능을 서술한 기능저작물(과학서적 등)이나 사실을 수집한 사실저작물(전화번호부, 지도 등)의 경우는 유사성이 인정되는 범위가 좁을 수밖에 없다. 과학연구 저작물은 일반적으로 어떤 주제를 설정하여 그 주제에 대한 이론이나 실험결과를 기초로 논증의 전개논리를 분석․종합하여 구성하고 이것을 언어․문자․수식 등에 의해 표현함으로써 이루어지나, 그 성질상 문학작품 등과는 달리 언어․문자 등 표현수단의 용법에는 그다지 창작적 개성이 없는 것이 통상이기 때문이다.


III.  출판권의 침해

1.  출판권의 의의와 내용

가.  출판권의 의의

출판(出版)이라 함은 저작물을 인쇄 그 밖의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서의 형태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54조 제1항 참조). 여기서 발행이란 저작물을 일반 공중의 수요를 위하여 복제․배포하는 것을 발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6호). 따라서 출판에는 저작재산권의 하나인 복제․배포권이 함께 작용하게 된다.

저작물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저작물을 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서로 발행하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이를 출판할 권리(출판권)를 설정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54조 제1항).

이와 같이 출판권설정계약에 따라 출판권자가 취득하는 권리를 출판권이라 한다(저작권법 제54조 제1항). 출판권자는 그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출판권의 목적인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할 권리를 가진다(저작권법 제54조 제2항). 즉 저작물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출판할 권능을 가진다.

출판권은 출판자에 대해 계약에 의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출판의 목적을 위해 저작물의 직접적 지배를 허락하는 권리이므로 준물권적 권리이고, 저작권자 및 권리승계인은 출판권자에 따른 저작물의 이용을 용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를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출판권은 마치 부동산의 용익물권과 같은 권리라 할 수 있다.

출판권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일본 또는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이 출판권을 ‘설정’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출판권의 성립을 ‘권리의 양도’로 법정하거나 출판계약에 대한 별도의 규정 없이 저작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양도하거나 이전함으로써 출판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나.  출판계약의 유형

넓게 저작물을 적법하게 출판하기 위해 출판자가 출판권자와 체결하는 계약을 출판계약이라 부르는데, 저작자와 출판자 사이의 이른바 ‘출판계약(出版契約)’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앞서 본 출판권(出版權)과 복제․배포의 허락을 의미하는 출판허락계약과는 명백히 구별되어야 한다. 출판허락계약은 채권적인 권리에 불과한 점에서 출판권과 그 성질을 달리한다.

출판계약의 유형 중 출판자가 취득하는 권리의 범위가 넓은 것부터 거시하면, ① 저작재산권 전체를 출판자에게 이전하는 저작재산권 양도계약, ②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배포권 포함)만을 양도하는 계약, ③ 출판권설정계약, ④ 출판허락계약, ⑤ 독점적 출판허락계약 등이 있을 수 있다.

① 저작권양도계약(저작권양도계약)은, 재산권으로써의 저작권 전체를 출판자에게 이전하는 계약을 말한다. 한 개의 저작권으로부터는 직접 출판을 목적으로 하는 복제권 외 방송권․상연권․영화화권 등 많은 권능이 파생하지만, 이 계약은 이들 권능 모두를 포함한 저작권 전체를 출판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출판자는 계약 체결의 본래의 목적인 출판의 범위를 넘어 강력한 권리를 취득하게 된다.

② 복제권양도계약은, 저작권을 구성하는 많은 이용권 중 복제권의 이전만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 즉 저작권 일부 양도의 계약을 말한다. 출판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복제권만으로 그 외의 권능은 모두 저작권자에게 유보되므로, 저작권양도계약의 경우와는 달리 저작권의 주체에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③ 출판권설정계약은, 저작권자 또는 복제권자와 출판자 사이의 물권 유사의 권리이며 마치 부동산의 용익물권과 같은 출판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말한다.

④ 출판허락계약(비배타적 출판허락계약)은, 저작권 또는 복제권자가 출판자에 대해 출판을 허락하고 한편, 출판자는 자기의 계산에 따라 저작물을 복제․배포하는 의무를 지닌 계약을 말한다.

⑤ 출판허락계약 중에는 특약에 의하여 출판자에 대한 동일 저작물 외의 출판자에의 출판허락금지의무를 갖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의무가 저작권자에게 부과된 허락계약을 독점적(배타적) 출판허락계약이라 한다. 출판기업의 투기적 성격으로부터 본다면, 출판자가 출판권의 설정을 받지 않으면서도 계약에 의한 독점적 지위의 확보를 꾀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고, 실제 이 특약이 이용되는 예는 많다.

그 중, ①과 ②의 경우는 제3자가 저작물을 무단출판하는 경우 저작자는 침해의 정지 및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고 출판자만이 이를 할 수 있다. 한편, ③과 ⑤의 경우 계약의 내용상 차이는 없으나 제3자의 침해행위가 있는 때 ③에 의하면 설정출판권자도 침해정지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으나, ⑤에 의하면 출판자가 직접 그와 같은 청구를 할 수는 없고 저작재산권자가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 민법상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④의 경우라면 출판자는 제3자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다.  출판권의 내용

출판권이라 함은 출판권자가 출판권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출판권의 목적인 저작물을 일반 공중의 수요를 위하여 원작 그대로 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복제ㆍ배포할 권리를 의미한다(저작권법 제54조).

여기서, ‘원작 그대로’라 함은 ‘원작의 전부를 출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작이나 번역 등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오자, 탈자 등이나 맞춤법이 틀린 것은 수정하여 출판할 수 있다.

또한 원작의 전부를 출판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침해자가 출판된 저작물을 전부 복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중 상당한 양을 복제한 경우에는 출판권자의 출판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출판권이 설정되면 출판자는 저작물을 출판할 권리를 전유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자는 출판권의 목적인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원작물을 전집 그 외의 편집물에 수록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원저작물과 그에 대한 번역저작물이 있는 경우 번역저작물에 대하여 출판권을 설정할 수 있는 권리자는 번역저작물의 저작자이지 원저작물의 저작자가 아니다.

라.  출판권과 복제권의 관계

출판도 복제의 한 형태이므로 복제권의 내용에는 저작물의 출판을 허락할 배타적인 권리가 포함된다. 복제권과 설정출판권은 각각 배타적인 권리이므로 복제권자가 설정출판권을 설정한 경우 兩者간에 경합이 생기고 복제권자는 그 범위에서 권리행사를 할 수 없게 된다. 마치 소유물에 관하여 제한물권을 설정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인정되고, 저작권자의 복제권은 그 범위에 한하여 제한되는 것이다. 따라서 복제권자는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거나 제3자에게 출판을 허락할 수 없게 된다.

2.  출판권의 침해

가.  출판권 침해의 의미

저작권법은, 출판권자는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할 권리를 가지고 그 권리를 침해하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어떠한 경우에  출판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출판권자는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할 권리를 가진다.’는 저작권법 제54조의 규정을 형식적으로 해석하여 제3자가 출판권자의 승낙 없이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게 출판하는 경우에만 출판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출판권자의 보호가 무색해진다. 이러한 태도는 출판권자의 권리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제3자에게 금지를 구하는 경우에는 출판권자가 출판을 하는 경우와는 달리 저작권법 제54조의 규정을 다소 탄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고, 출판권의 본질이 복제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제3자가 출판한 작품이 복제에 해당한다면 대체적으로 출판권 침해로 봄이 상당하다.

나.  복제권 침해와의 관계

(1)  복제권의 침해와 출판권과의 관계

출판권과 복제권을 비교하여 보면, 복제권이 출판권보다 약간 범위가 넓다. 출판권은 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복제ㆍ배포할 권리이고, 복제권은 여기에 한정되지 않고 사진ㆍ복사ㆍ녹음ㆍ녹화 그 밖의 방법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출판권침해는 모두 복제권 침해로 되지만, 복제권 침해는 모두 출판권침해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출판권의 본질이 복제에 있으므로, 그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복제권 침해 여부의 판단방법과 차이가 없다. 출판권은 복제권보다 범위가 좁을 뿐 복제권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정행위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동일 저작물을 출판권자의 허락없이 복제(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복제)하는 자는 출판권을 침해하는 자라 볼 수 있다.

(2)  대법원 판결의 태도

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도3115 판결은, ‘원작 그대로’라고 함은 원작을 개작하거나 번역하는 등의 방법으로 변경하지 않고 출판하는 것을 의미할 뿐 원작의 전부를 출판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침해자가 출판된 저작물을 전부 복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중 상당한 양을 복제한 경우에도 출판권자의 출판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위 판결은 ‘허락없이 복제(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복제)하는 것’을 출판권의 침해로 보고 있다.

다.  2차적저작물 작성권과의 관계

(1)  2차적저작물의 의의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되, 이것에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창작물을 말한다.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된다(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동의가 없었더라도 2차적저작물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고, 다만 원저작권자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결과로 된다.

(2)  2차적저작물의 성립요건

원저작물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별개의 저작물이라고 할 정도의 개변을 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예컨대 맞춤법에 맞게 고치거나 단어만 비슷한 것으로 바꾼 경우는 원저작물의 복제물에 불과한 것이 된다. 즉,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하여서는 보통의 저작물에서 요구하는 창작성보다 더 실질적이고 높은 정도의 창작성(some substantial, not merely trivial originality)이 요구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실질적인 개변(substantial variation)이라고도 한다. 그 정도가 되지 아니하는 사소한 개변은 단순한 복제에 불과하다. 실질적 개변도 넘어서서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가지고 아니하면 독립적 저작물이 된다. 즉 改變(variation)의 정도에 따라 원저작물 - 복제물(trivial variation) - 2차적저작물(substantial variation) - 독립 저작물의 순으로 된다.
2차적저작물의 성립요건을 정의한다면, 2차적저작물은 ① 원저작물에 대한 관계에서 그것을 토대로 하였다는 뜻의 종속성, 즉 그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졌다는 종속성’과 ② 원저작물에 2차적저작물 작성자 자신의 창작적 개성이 부여되었다는 뜻의 새로운 창작성, 즉 ‘실질적인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창작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2차적저작물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①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②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야 하는 것이며, 원저작물에 다소의 수정·증감을 가한 데 불과하여 독창적인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아니하고 다소의 수정ㆍ증감이나 변경이 가하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저작물의 再製 또는 동일성이 인식되거나 감지되는 정도이면 복제로 보고, 수정ㆍ증감ㆍ변경으로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는 경우에는 2차적저작물로 보고 있다.

2차적저작물은 그 중 새로운 창작적인 표현만이 보호된다. 따라서 제3자가 2차적저작물 중 그 기초로 된 원저작물의 표현형식과 동일성이 있는 부분만을 복제하였다면 저작자의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2차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3)  2차적저작물의 작성과 출판권의 침해 여부

출판권은 그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므로, 원작을 개작하거나 번역하는 등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54조 제2항에서 말하는 “원작 그대로”라 함은 1자 1구절이라도 수정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원저작물로서 즉 원작의 복제권으로서 기능하는 형태로’라는 의미이므로, 번역하여 출판한다든가 또는 번안하여 출판한다고 하는 2차적 형태로 복제할 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실질적인 개변을 하여 출판하는 경우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의 침해가 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


IV.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 침해와 동일성 판단방법

1.  만화저작물의 의의

만화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을 통하여 표현하다. 따라서 만화는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저작물이다.
만화는 캐리커처(caricature, 초상만화), 카툰(cartoon), 코믹 스트립스(comic strips, 장편만화), 애니메이션(animation, 만화영화) 등으로 구분된다. 카툰은 시에 비유되고, 애니메이션은 희곡에 비유된다. 코믹 스트립스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스토리를 전개하는 측면에서 소설과 유사하다. 전략삼국지와 슈퍼삼국지는 코믹 스트립스에 해당한다.

코믹 스트립스는 말풍선(balloon)의 지문과 대화, 개성있는 캐릭터의 선묘, 스토리 전개 등에서 소설의 문체와 같은 특성을 살리고 있다. 코믹 스트립스의 배경은 이야기를 문자로 표현한 배경 및 그림으로 묘사된 배경을 의미한다. 코믹 스트립스의 배경은 캐릭터의 행동과 묘사의 정황적 설명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소설보다 더 가시적이고 구체적이다.

만화에 있어서 그 등장인물들을 독특하고도 개성적인 모습으로 묘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그 인물임을 쉽게 알아채게 하고, 그 인물의 감정이 풍부하게 드러내어지도록 하는 일은 극히 중요한데, 이는 만화작가가 만화의 회화(繪畵) 부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같은 시각적 창작품이지만, 만화(漫畵)가 영화 또는 일반 회화(繪畵)와 가장 차이나는 점이 다양한 모양과 형식의 컷을 나누고 배치하여 스토리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스토리를 풀어가더라도, 컷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만화가 읽기 쉬워지고 재미가 더해지기도 하고 그 반대로 되기도 한다. 등장인물의 등급과 그 대사내용에 따라 컷은 다양한 모양과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2.  만화저작물의 내용

만화의 3대 요소는 주제, 스토리(story), 캐릭터(character)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이다. 만화를 그리려면 우선 하고 싶은 이야기의 테마(theme)를 정하고, 그리고 싶은 만화의 내용을 글 또는 그림으로 혹은 섞어서 가장 그리기 쉬운 방법으로 스토리를 쓰고, 캐릭터의 모습을 결정한 다음 주인공과 조연들을 그려가며 이름, 연령, 성격 등을 부여한다.

만화가들은 만화를 그리기 전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대략적으로 연습 종이 위에 대충 짜는데 이를 콘티(continuity)라 한다. 만화는 소설처럼 글로만 표현되는 장르가 아니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내용이라도 달리 표현될 수 있으므로 그 사람의 만화적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콘티이다.

3.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 침해 요건 중 동일성 여부

가.  출판권 침해 요건

만화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침해 요건은 ① 침해자가 만화저작물의 출판권의 내용에 해당하는 복제․배포행위를 하였고, ② 그 행위가 출판권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침해자의 행위가 출판권에 저촉된다는 것은, ① 만화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다는 것(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저작물에 기초한 종속성)과 ② 침해자의 저작물의 표현형식이 만화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형식과 “동일(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을 말한다.
여기서는 위 요건 중 후자의 ‘동일성’ 판단방법만 살펴보기로 한다.

나.  동일성 여부 판단 기준

만화의 경우 그 저작물성은 글과 그림의 두 가지 측면에서 판단하여야 하므로, 원작과 제3자의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는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연출의 방법(연출의 방법이란 이야기의 전개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해당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 중 어느 하나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하나가 동일ㆍ유사하다도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양 작품이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보면,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주는 시점, 컷 나누기,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등장인물의 표정․동작 및 동식물, 건물 등 주변의 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동일성 여부에 대한 구체적 검토

(1)  글의 표현 형식

전략삼국지와 슈퍼삼국지는 모두 이미 모든 사람의 공유(public domain) 영역에 속하는 중국 고전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원작으로 하여 이를 만화의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따라서 그 스토리가 같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양 작품이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판례도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동일한 원작을 만화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만화의 특성상 원작에서 만화화하기에 부적당한 부분은 삭제하거나 축약하는 일정 부분은 더욱 부각시키는 작업(세밀하게 묘사하는 방법)이 수반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등장인물의 구체적 대사나 상황묘사 등 구체적인 표현이 동일ㆍ유사하다면 서로 동일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Learned Hand 판사는 저작물의 보호정도는 그 작품에서 얼마나 정치하게 캐릭터를 개발(develop)하였느냐가 기준이 된다고 하였는데, 이를 development test라고 부른다.

위 사안에서,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손권 등 삼국지의 각 인물들이 만화의 각 장면에서 어떤 단어를 써서 의사와 감정을 전달한다고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지, 각 컷 별로 말을 어느 정도씩 끊어서 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양 작품은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 주는 시점 등에 있어서 서로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림의 표현형식

전략삼국지는 약화체(略畵體)의 그림에다 흑백의 단색으로 된 작품이다. 이에 반하여 슈퍼삼국지는 사실체 그림에다 컬러로 된 작품이다. 슈퍼삼국지의 컬러링(coloring) 작업은 대상에 단일한 색상을 입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명암처리와 그라데이션(gradation, 번지기, 濃淡) 효과 등이 표현되어 있다. 슈퍼삼국지의 대표적인 등장인물들의 얼굴형이 전략삼국지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 그 자체로 창작성이 인정될 정도로 독특하여 서로 유사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3)  연출의 방법

양 저작물 사이에는 원작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기 때문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컷 나누기에 있어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된다. 그 컷 내의 사람, 말, 배, 수레, 나무, 건물, 무기 등의 묘사 및 배치가 ‘전략 삼국지’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단지 좌우대칭으로 변형하거나 그 컷 내의 한 부분을 클로스업(close-up)한 것이며, 또한 시각(視角), 목적물의 거리, 명암 등이 유사하다. 이러한 정도의 유사성은, ‘슈퍼 삼국지’의 저작과정에서 ‘전략 삼국지’를 모방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을 정도의 유사성이라고 느껴진다.

라.  소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슈퍼삼국지는 전략삼국지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이 있고,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슈퍼삼국지는 전략삼국지를 기초로 하여 작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즉 출판권침해 요건 중 주관적 요건인 “만화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저작물에 기초한 종속성)”의 점은 충족한다고 보인다.

그러나 객관적 요건인 “동일성” 여부는 다소 의문이 든다. 슈퍼삼국지는 전략삼국지를 토대로 하였지만 거기에는 “변경이 발생하여 새로운 창작성이 가미(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슈퍼삼국지는 전략삼국지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

2차적저작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저작물에 기초한 종속성’과 ② ‘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이라는 2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저작물에 기초한 종속성’ 요건에 관한 판례로는, 서울고등법원 1991. 9. 5.자 91라79 결정(애마부인 사건), 서울지법 1990. 9. 20. 선고, 89가합62247 판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쟎아요’ 사건)이 있고, ‘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 요건에 관한 판례로는,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도863 판결(컴퓨터음악편곡 사건), 대법원 1994. 8. 12. 선고 93다9460 판결(성경전서개역 한글판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5. 1. 18.자 94카합9052 결정(칵테일사랑 편곡사건 - 코러스부분이 주멜로디의 화음수준을 넘어 노력과 재능의 독창성 구현 인정)이 있다. 후자의 판결들은 모두 ‘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이라는 요건을 인정한 판례들이다. 즉 대법원은 ‘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의 요건은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 대상판결도 ‘저작물이 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창작성은 최소한도의 것이면 족하다’는 취지의 주류적 판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V.  맺음말

대상판결은 만화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 요건 중 동일성(실질적 유사성)을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슈퍼삼국지는 전략삼국지를 기초로 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므로 출판권침해 요건 중 주관적 요건인 “만화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원저작물에 기초한 종속성)”의 점은 충족하였지만, 객관적 요건인 “동일성” 여부는 위 판단기준에 비추어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슈퍼삼국지가 전략삼국지를 기초로 하였지만 변경이 이루어졌고, 그 변경이 사소한(trivial) 변경이 아니라 실질적인(substantial) 변경으로서 새로운 창작성이 가미되어 결과적으로 2차적저작물로 성립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2차적저작물의 성립요건 중 하나인 ‘실질적 개변에 이르는 창조성’을 대법원이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비추어보면 대상판결의 판단은 주류적 판례의 태도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대상판결은 출판권침해의 요건과 2차적저작물의 성립요건을 명백히 구별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