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선비 집안 후손의 고민】《대놓고 자랑할 ‘이웃사람들’이 전혀 없는데, 왜 식스팩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후 거울을 보았다.
바로 자아도취에 빠지게 된다.
‘뱃살이 튀어나오긴 했지만, 봐줄만 하네’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내 옆구리살은 하느님이 창조하고, 맥도날드사(McDonald’s)가 살을 붙인 모습 그대로다.
난 말랑말랑하게 만져지는 옆구리 러브핸들(Love Handle)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진다.
그래서 이름도 ‘러브핸들(Love Handle)’ 아니겠는가?
체지방빼기에 돌입하였지만, 그 동안 칼로리는 줄이지 않았다.
PT 선생님 말로는, 칼로리를 줄여 뱃살을 빼게 되면 운동수행능력이 떨어지고, 근육도 함께 빠질 뿐 아니라 추후 요요현상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즉 충분히 잘 먹어가면서 운동을 통해 살을 빼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체중은 별로 줄지 않았는데, 이젠 뱃살이 조금씩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아뿔싸!!!
내가 가장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클린식을 먹어서 탄탄한 식스팩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상의를 벗어재끼고 대놓고 자랑해야 할텐데 선비 집안의 후손인 내가 어찌 상반신 탈의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 보니 어느 책에서 읽은 일화가 생각난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대도시에 큰 저택과 마부 딸린 마차를 사 드릴테니 이사를 가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시라고 제안을 하였다.
그런데 부모는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카네기가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어 보니, 부모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내가 대도시로 가서 큰 저택에 마부 딸린 마차를 타고 다닌 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자식이 사주었다고 대놓고 자랑할 ‘이웃사람들’이 전혀 없는데…”
대대로 딸깍발이 선비 집안인 윤씨 가문이 배출한 가장 야한 인간이 바로 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조상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벼락을 내릴 것이다.
대놓고 자랑할 ‘이웃사람들’이 전혀 없는데, 왜 식스팩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