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의미】《아버지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어머니란 단어는 결코 이길 수는 없겠지만, 호박이나 우산이란 단어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가족모임을 가졌다.
생일이나 명절 등 1년에 약 10번 정도 모임을 갖는다.
잘되는 집안은 자손이 번창하는데, 우리는 모여보았자 항상 딸 둘, 사위 둘 모두 합쳐봐야 겨우 6명이다.
또르는 동반불가한 장소라서 참석하지 못했다.
손자들이라도 줄줄이 있으면 좋으련만, 난 아직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와 출가를 시킨 지금과 비교해 볼 때 자식에 대한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부모가 일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그다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런 점이 많이 후회되서인지, 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딸들과 사위들만 불편하지 않다면, 더 자주 불러서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밥상 앞에서 항상 “갈라진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하셨는데, 이젠 내가 그 심정이다.
만날 때마다 사위들도 우리 부부에게 작은 선물을 건넨다.
이번에는 사위들에게서 넥타이 2개와 멋진 자켓을 받았다.
영국문화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비영어권 102개 나라에서 4만 여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고르도록 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사랑(Love)”이나 “주님(Jesus)”이 1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1위는 "어머니(Mother)"였다.
2위는 '열정(passion)', 3위는 '미소(smile)', 4위는 '사랑(Love)'였다.
그럼 "아버지(Father)"는 몇 위일까?
호박은 40위, 우산은 49위, 캥거루는 50위였는데, "아버지(Father)"란 단어는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아버지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는 늘 정적이며 고요하다.
엄한 가장의 권위를 내세운 탓에 거리감도 있었을 것이고,
밖에 나가 일을 하느라 마주칠 일도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더 깊이 간직하고 있고, 어머니란 단어에 더 따뜻한 느낌을 갖는다.
아버지란 단어가 ‘호박’이나 ‘우산’이란 단어보다 못한 이유다.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아버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많이 부드러워져야 한다.
목소리가 좀 더 가벼워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스스로의 벽을 허물고 편해질 수 있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가족들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한다.
목에 힘만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이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어머니란 단어는 결코 이길 수는 없겠지만,
호박이나 우산이란 단어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구속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남성피고인의 사건을 맡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공통된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 특히 배우자의 중요성에 대하여 그 소중함을 깨달았고, 지금은 그 점을 가장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당연히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던 친구들이 갑자기 연락도 안되거나 피하는 것을 보고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정성을 다해 애써 관리하며 유지해오던 수많은 인간관계, 의리에 죽고 살자던 친구들과의 우정이라는 것이 오히려 소홀이 여겼던 가족에 비하면 한낱 먼지보다도 못하다고 말한다.
“어려운 처지를 겪고 보니 친구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살면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앞으로는 그들에게 너무 큰 비중을 할애하지 않으려 합니다. 내 인생에서 누가 가장 중요한 지를 알았으니까요.”
물론 젊었을 때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의리에 한번 정도 목숨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앞으로 평생 유지할 인간관계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다.
나이가 더해 갈수록 가장 소홀하고 우습게 여기기 쉬운 ‘가족’이나 정말 ‘중요한 사람’에게 정서적 투자를 해야 한다.
이것은 태도의 문제이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가 깊다.
이제는 인간관계에서도 소중한 사람부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때다.
가족이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