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심장은 뛰지만 맥이 잡히지 않는다는 젊은이에게.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9. 11.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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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뛰지만 맥이 잡히지 않는다는 젊은이에게.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윤경 변호사

 

<현실은 회피할 수 있지만, 현실 회피의 결과는 회피할 수 없다.>

 

저는 내년에 로스쿨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무언가에 짓눌린 제 영혼은 깊은 수렁 속으로 침잠하고 있습니다.

 

전 부모님과 함께 지냅니다.

우리 어머니는 싫어하는 직장을 20년째 다니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2번 정리해고 당하셨고, 지금은 일을 하고 계시지만 항상 지친 모습입니다.

 

두 분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생명력이 빠져 나갔습니다.

열정도, 꿈도, 목표도 없습니다.

늘 똑 같습니다.

매일 매일 그날이 그날입니다.

 

제 삶도 이렇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심장은 뛰지만 맥이 잡히지 않습니다.

 

이 학생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뭘까?

 

사람들은 아침 일찍 자명종 소리에 깨어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꾸역꾸역 아침밥을 먹고 교통체증을 뚫고 출근한다.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퇴근 한다.

문제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각본에 적힌대로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일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월급쟁이인 한그가 공무원이나 연구원이든, 전문가나 법조인이든 마찬가지다.

이 학생은 인생에는 정말로 무언가가 있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이 속삭임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한 누구도 결코 탁월함을 성취할 수 없다.

 

사람들은 대학을 가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대출로 집을 사고, 절약해서 저축하고 재테크로 노후를 보장받는 삶을 살아간다.

 

근데 뭔가 조작된 매트릭스(Matrix) 같지 않은가?

쳇바퀴를 돌리는 쥐들의 경주가 비극적인 점은 지거나 이기거나에 관계 없이 여전히 달리는 쥐라는 사실이다.

 

같은 신세, 다른 날이라고 한탄한다.

 

한탄만 하지말고, 제발 그런 쳇바퀴 같은 삶에 열 받아야 한다.

 

일이 많아 죽겠다고.

열 받으라!

 

결핍과 경제적 곤궁 때문에 힘들다고.

제발 열 받으라!

 

평범하고 단조롭고 반복적인 삶이 싫다고.

열 받고 억울해 해라!

 

탈출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이다.

 

우선 탈출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은 탈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적어도 나가려는 욕망이라도 가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