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이발】《머리를 싹뚝싹뚝 자른 후 느껴지는 이 기분좋은 시원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9. 12. 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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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머리를 싹뚝싹뚝 자른 후 느껴지는 이 기분좋은 시원함》〔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땀 흘리며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그런데 머리를 싹뚝 잘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뭔지 모르게 기분 전환이 되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낸 시원한 느낌이 온다.

 

젊은 남성에게 머리카락은 생명력과 권력,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의 상징이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없는 삼손(Samson)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나이든 지금은 다르다.

길게 삐져나온 눈썹이 주는 슬픔 때문이다.

 

그 아픔을 미용실에서 달랜다.

이발 할 때마다 눈썹정리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잔고장 중 하나다.

아마도 눈썹세포가 노화로 인해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눈썹이 길게 삐져나오는 것이라 추측된다.

젊은 시절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던 증상이기 때문이다.

 

흰눈썹이 보인다.

흰콧털도 생겼다.

젊은 시절 돼지털처럼 뻣뻣했던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고 힘 없이 찰랑거린다.

샤워 할 때마다 머리카락과 이별을 한다.

 

젊은 사람들은 대머리가 다 되어 가는 아저씨가 굳이 미용실을 찾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그 답은 아저씨들은 귀나 코에서 자라나오는 털이 머리에서 자라는 털보다 많기 때문이다.

 

미용사들이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건네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하다.

요즘도 많이 바쁘시죠?”, “휴가 떠나세요?”, “젤 발라 드릴까요?”

이것을 재기발랄한 대화로 이끌어 나가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열심히 듣는 일단의 방청객들이 의자 옆과 뒤에 도열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대화의 주제를 교통체증이나 날씨에 한정시킬 것을 권한다.

만약 당신이 애정 관계나 음식, 예술과 관하여 얘기하기 시작한다면 다음에 당신 자리에 앉을 사람과 미용사의 대화는 아마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

아까 그 사람 웃기지 않아요?”

 

그래 웃기다.

내 머리를 웃기게 잘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시원하게 잘라낸 짧은 머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