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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성과물도용법리,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교감(校勘)·표점(標點) 결과물의 창작성 인정 여부 및 이를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대법원 2021. 6. 30..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1. 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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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성과물도용법리,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교감(校勘표점(標點) 결과물의 창작성 인정 여부 및 이를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26806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판시사항

 

[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저작물의 요건인 창작성의 의미

 

[2] 갑 사단법인의 저작물은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편찬한 임원경제지중 하나인 위선지의 원문에 교감(校勘표점(標點) 작업을 한 부분과 이를 번역한 부분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위 교감ㆍ표점 부분이 창작성을 가지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갑 법인의 저작물 중 교감한 문자와 표점부호 등으로 나타난 표현에는 갑 법인의 창조적 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 /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판단할 때 대비하여야 할 대상(=창작적 표현 부분)

 

[4] 민법 제750조에서 정한 위법행위의 의미 / 위법성은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ㆍ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도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5]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어느 일방이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가지게 된 경우, 상대방이 상당한 이유 없이 이를 침해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상대방의 기대나 신뢰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면서 상대방의 성과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경우,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6] 갑 사단법인이 을 국립대학교의 연구원과 협력하여 수행한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편찬한 임원경제지번역 사업에서 위선지만학지의 일부에 관한 교감ㆍ표점 작업이 되어 있는 원문과 이를 번역한 번역문으로 이루어진 번역본 초고를 작성하였다가 위 협력 사업이 중간에 종결되자 을 대학교 연구원에 번역본 초고를 폐기할 것과 이를 서적 출판 등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는데, 이후 을 대학교 연구원이 병 등과 번역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들의 번역 작업을 거쳐 위선지의 번역서를 출판사인 정 주식회사를 통해 출판하자, 갑 법인이 위 출판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국가 및 병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들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를 기초로 을 대학교 연구원 등의 행위가 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에서 협력관계나 신뢰관계에 있었던 갑 법인이 가지게 된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침해하고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2] 갑 사단법인의 저작물은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편찬한 임원경제지를 구성하는 16개의 지() 중 하나인 위선지의 원문에 교감(교감), 표점(표점) 작업을 한 부분과 이를 번역한 부분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위 교감ㆍ표점 부분이 창작성을 가지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갑 법인의 저작물에서 교감 작업을 통해 원문을 확정하는 것과 표점 작업을 통해 의미에 맞도록 적절한 표점부호를 선택하는 것은 모두 학술적 사상 그 자체에 해당하고, 이러한 학술적 사상을 문자나 표점부호 등으로 나타낸 갑 법인의 교감ㆍ표점 부분에 관해서는 갑 법인과 동일한 학술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논리구성상 그와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아 위 부분은 결국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갑 법인의 저작물 중 교감한 문자와 표점부호 등으로 나타난 표현에는 갑 법인의 창조적 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말, 문자, , 색 등으로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복제된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이 원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ㆍ질적 비중 등도 고려하여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4]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법행위는 불법행위의 핵심적인 성립요건으로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사회통념상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는 탄력적인 개념이다.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위법성은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 보아 판단하여 결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ㆍ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소유권을 비롯한 절대권을 침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침해행위의 양태,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그 정도에 비추어 그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5]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어느 일방이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가지게 된 경우에, 그러한 기대나 신뢰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상대방이 오히려 상당한 이유 없이 이를 침해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 체결의 준비 단계에서 협력관계에 있었던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해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상대방의 기대나 신뢰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면서 상대방의 성과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러한 행위의 위법성을 좀 더 쉽게 인정할 수 있다.

 

[6] 갑 사단법인이 을 국립대학교의 연구원과 협력하여 수행한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편찬한 임원경제지번역 사업에서 위선지만학지의 일부에 관한 교감ㆍ표점 작업이 되어 있는 원문과 이를 번역한 번역문으로 이루어진 번역본 초고를 작성하였다가 위 협력 사업이 중간에 종결되자 을 대학교 연구원에 번역본 초고를 폐기할 것과 이를 서적 출판 등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는데, 이후 을 대학교 연구원이 병 등과 번역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들의 번역 작업을 거쳐 위선지의 번역서를 출판사인 정 주식회사를 통해 출판하자, 갑 법인이 위 출판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국가 및 병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 법인의 번역본 초고가 작성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 및 높은 수준의 정신적 노력이 투입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갑 법인의 번역본 초고는 을 대학교 연구원과의 협력관계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번역 계약의 체결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갑 법인의 노력과 투자에 의해 작성된 것이고, 갑 법인이 협력 사업 종료 후 번역본 초고의 폐기와 사용금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하기도 하였는데, 만일 을 대학교 연구원 등이 위와 같은 사정을 인식하고서도 갑 법인의 번역본 초고를 무단으로 이용하여 위선지 번역서를 작성ㆍ출판한 것이라면 그 행위는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더욱 큰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들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를 기초로 을 대학교 연구원 등의 행위가 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단계에서 협력관계나 신뢰관계에 있었던 갑 법인이 가지게 된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침해하고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 사실관계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편찬한 임원경제지는 전원생활을 하는 선비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 기예와 취미 등을 다룬 113권 분량의 백과전서로서 본리지’, ‘위선지’, ‘만학지 등 총 16개의 지()로 구성되어 있다.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 산하 ○○대학교 ○○연구원(이하 ○○연구원이라 한다)과 협력하여 임원경제지의 번역 사업(이하 이 사건 협력 사업이라 한다)을 수행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임원경제지 중 위선지 만학지의 번역 작업을 위하여 여러 필사본에 대한 종합적인 서지조사를 하고, 그중 하나의 필사본을 기초로 원문을 입력한 다음, 이를 다른 필사본과 비교대조하여 오류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교감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원문을 확정하고, 그에 대한 초벌 번역을 실시하면서 관련 원전이 수록된 자료들을 참조활용하거나 번역자들 사이의 논의를 거쳐 올바른 표점을 검토하여 기재하는 방식으로 표점 작업을 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교감표점 작업이 이루어진 원문을 기초로 해당 부분을 번역하고 그에 대한 교열 과정 등을 거침으로써, 결국 위선지와 만학지의 일부에 관하여 교감표점 작업이 되어 있는 원문과 이를 번역한 번역문으로 이루어진 번역본 초고(이하 원고 번역본 초고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⑸ ○○연구원은 2009. 8. 5. 임원경제지 중 4개의 지()에 대한 번역자를 공개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게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연구원이 원고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임원경제지 번역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유로 2009. 8. 13. ○○연구원에 대하여 이 사건 협력 사업의 종결을 통보하였다. 원고는 그와 함께 원고 번역본 초고를 비롯하여 ○○연구원이 취득한 원고의 번역원문 자료 등을 폐기하고 위 자료를 서적 출판 또는 그 밖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하였다.

 

 그 후 ○○연구원은 피고 3과 위선지의 번역을 위한 계약을, 피고 4, 피고 5와 만학지의 번역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의 번역 작업을 거쳐 2010. 9. 30. 만학지의 번역서가, 2011. 11. 20. 위선지의 번역서(이하 피고 저작물이라 한다)

각각 피고 2를 통하여 출판되었다.

 

 피고 저작물과 원고 번역본 초고는 그 번역 작업의 기초가 되었던 필사본 일부가 서로 다른데, 원고 번역본 초고에 있는 오류가 피고 저작물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고,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세세한 번역 문구가 서로 일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나. 사안의 개요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 산하 ○○연구원과 협력하여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편찬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번역 사업을 수행하기로 하고, 교감(校勘, 문헌에 관한 여러 판본을 서로 비교ㆍ대조하여 문자나 어구의 진위를 고증하고 정확한 원문을 복원하는 작업)ㆍ표점(標點, 구두점이 없거나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은 한문 원문의 올바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적절한 표점부호를 표기하는 작업) 작업을 거쳐 번역 작업을 수행해 왔으나, 정식 번역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위 협력 사업이 종결되었다.

 

이후 피고들에 의하여 임원경제지 중 위선지(魏鮮志), 만학지(晩學志) 부분이 번역ㆍ출간되었다.

 

원고는, 원고가 교감ㆍ표점 및 번역 작업을 하여 작성한 번역본 초고를 피고들이 무단으로 이용하여 피고 번역본을 출간하였고, 이러한 피고들의 행위는 저작권 침해’(침해정지와 손해배상), 민법상 불법행위’(손해배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1심과 원심 모두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고 번역본 초고 중 교감ㆍ표점 부분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고, 번역문 부분은 원문과의 관계에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고, 피고 번역본은 원고 번역본의 번역문 부분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음을 추인할 수 있으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일부 의거성이 인정되는 사정만으로는 불법행위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으나 민법상 불법행위 부분에 대하여는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원심과 달리 판단하고,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양 청구를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로 보아 금원 지급 청구 부분을 전부 파기하였다.

 

. 쟁점

 

원고의 청구원인은  저작권 침해와  민법상 불법행위(성과물 도용)의 두 가지이고, 제1심과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배척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교감(校勘표점(標點) 결과물의 창작성 인정 여부 및 이를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이다.

 

3. 교감(校勘표점(標點) 작업의 의미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8호, 정희엽 P.218-242 참조]

 

 교감(校勘)은 어떤 고적의 각기 다른 여러 판본을 수집하여 그 문자나 어구의 이동(異同)을 비교하고 검토하여 그 정오를 판정하는 것을 말한다. 교감의 기본 임무는 존진복원(存眞復原)’, 즉 본래의 모습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데 힘써 고적의 원래 면모를 회복하여 원고(原稿)에 가까운 선본(善本)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

 

 표점(標點)은 고서의 실제 내용에 근거해서 표점부호를 사용하여 원문의 쉼, 구조, 어기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표시해 주는 것을 말하는데, 표점한 뒤의 자구가 모두 의미상 통해야 하고, 표점한 뒤의 어법과 음운 현상이 모두 고대한어와 서로 부합해야 한다. 표점을 하려면 먼저 문장의 기본적인 내용과 층위(層位)를 파악하여 단구(斷句)를 하고, 단구한 지점에서 적절한 표점부호를 넣어주어야 하므로, 표점자는 고대한어의 어휘, 어법, 음운 및 고대 문화 상식 같은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정확하게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4. 원고 번역본 초고 중 교감ㆍ표점 부분이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박태일 P.1036-1044 참조]

 

. 창작성 여부

 

원고 저작물에서 교감 작업을 통해 원문을 확정하는 것과 표점 작업을 통해 의미에 맞도록 적절한 표점부호를 선택하는 것은 모두 학술적 사상 그 자체에 해당하고, 그러한 학술적 사상을 문자나 표점부호 등으로 나타낸 원고 저작물의 교감ㆍ표점 부분에 관해서는 원고와 동일한 학술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논리구성상 그와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으므로, 이 부분은 결국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저작물은 그것이 목적으로 하는 바에 따라 문예적 저작물과 기능적 저작물로 분류할 수 있고, 예술적 저작물(works of art)과 사실적 저작물(works of fact) 및 기능적 저작물(works of function)로 분류하기도 한다.

 

사실과 정보의 전달 또는 일정 기능의 수행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실적 저작물이나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방법이 제한되어 있어서 그에 관한 저작권 보호범위를 좁게 해석하지 않으면 그 사실과 정보까지 보호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보호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문학이나 회화와 같은 저작물에 대하여는 독자적 작성이라는 요소와 창조적 개성의 구별은 그다지 명료하게 의식되지 않았고, 독자적 작성의 요소만 있으면 창조적 개성도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특별히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거의 없는(게다가 문예적 저작물에서 창조적 개성의 유무 판단을 법원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음) 반면에, 기능적 저작물의 경우에는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아니하였다는 독자적 작성의 요소만으로 모두 저작물로 인정하여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거기에 더하여 최소한의 창조적 개성의 반영을 필요로 한다.

 

사실적 저작물 또는 기능적 저작물의 보호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창작성의 수준을 높게 설정함으로써 그러한 수준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는 애초에 창작성 자체를 부정하는 방법, 창작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침해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을 상정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창작성의 관점이 아니라,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상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의 대상이 되는 표현인지의 관점에서 이른바 합체(융합)의 원칙에 의해 사실적 저작물 또는 기능적 저작물의 보호범위를 제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가운데 어느 방법론 한 가지만이 언제나 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문제된 저작물의 구체적인 성격과 내용, 의거관계가 인정되는 부분의 양적ㆍ질적 비중 등에 따라 해당사안에 가장 적합한 방법론을 적용함이 적절하다.

이와 관련하여 비록 문예적 저작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Dead Copy 또는 이에 준하는 정도의 사실상 복제행위가 일어난 사안에서는 창작성 요건을 다소 완화하여 가급적 저작권침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단함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사안에서도 사실적ㆍ기능적 저작물인 이상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창작성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여 창작성 인정 여부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함이 옳은 것인지 문제된다. 창작성 인정 여부는 규범적 판단이므로 두 방향 설정 모두 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나, 후자에 따라 저작권 침해가 부정되는 경우에도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성과도용 부정경쟁행위의 인정 여부는 별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 판례의 태도

 

대법원 1993. 6. 8. 선고 933073, 933080 판결 :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의 창작적 표현물이어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는 것은 사상, 감정을 말, 문자, ,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그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소설의 스토리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저작물은 될 수 없으며, 저작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인격권, 저작재산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특히 학술의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의 경우 그 학술적인 내용은 만인에게 공통되는 것이고, 누구에 대하여도 그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그 저작권의 보호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지 학술적인 내용에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결국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에 해당하고,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개인적인 부분에 한하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표현에 해당하고 독창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위 판결은, 저작권자의 강의록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내용의 키-레터스(Key-letters)를 분석방법론으로 사용하고 그 이론을 이용하여 희랍어의 문법에 관한 자신의 저서에 사용하였지만 구체적인 표현까지 베끼지 않았으므로 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6264 판결 : 한글교육교재의 소재인 글자교육카드의 선택 또는 배열이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편집저작물로 볼 수 없고, 그 한글교육교재가 채택하고 있는 순차적 교육방식이라는 것은 아이디어에 불과하여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

 

대법원 1997. 9. 29.97330 결정 :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4차원 속독법'과 강의록에 저술된 학술적, 이론적 내용, 즉 신청인이 개발한 독창적인 속독법에 관한 기본 원리나 아이디어 중 일부를 이용하여 '12시간 속독법'을 저술하였음을 엿볼 수 있으나, 양 저작물 사이에 그 표현 중 일부에 있어서 일응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유사 부분 중 일부는 '4차원 속독법' 발행 전의 간행물에 거의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표현이 있어 신청인의 독창적인 표현이라 할 수 없고, 나머지 유사 부분은 양 저작물의 목차가 많이 다르고 '12시간 속독법'의 표현이 '4차원 속독법'의 표현과 상당히 차이가 나는 이상, 서술의 순서나 용어의 선택 또는 표현방법 등 문장 표현상의 각 요소가 현저하게 실질적으로 유사하여 '4차원 속독법'의 재제 또는 동일성이 인식되거나 감지되는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므로,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112 판결 : 고소인측 교본에서 택하고 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피아노 교습에 관한 교육이론과 이에 기한 교습방법 또는 순서 자체는 이를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표현형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측 교본이 설사 고소인측 교본과 같은 교육이론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저작권 침해가 되는 무단 복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 외 공소사실에서 적시하고 있는 도안과 그림 등에 의한 구체적인 설명 부분 중 피아노 교습에 있어서의 기초적인 사항에 관한 것은 고소인측 교본의 설명 부분 자체가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창작성이 있다고 보여지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아니한 사항에 있어서도 고소인측 교본과 피고인측 교본 상호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50586 판결 : 일반적으로 지도는 지표상의 산맥ㆍ하천 등의 자연적 현상과 도로ㆍ도시ㆍ건물 등의 인문적 현상을 일정한 축적으로 미리 약속한 특정한 기호를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지도상에 표현되는 자연적 현상과 인문적 현상은 사실 그 자체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저작자의 지도책들에 있는 표현방식과 그 표현된 내용의 취사선택이 이전에 국내 및 일본에서 발행되었던 지도책들이 채택하였던 표현방식과 그 표현된 내용의 취사선택에 있어 동일ㆍ유사하거나 국내외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기호의 형태를 약간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여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70520, 70537 판결(국가고시나 전문자격시험의 수험서와 같은 실용적 어문저작물의 창작성 및 복제권 침해판단 기준) : 복제 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기존의 다른 저작물의 표현과 동일ㆍ유사한 경우는 물론 기존 이론이나 개념을 그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 의하여 설명하거나 정리한 경우 또는 논리구성상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 등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저작물의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복제권 등의 침해도 인정될 수 없다. 학술적 저작물의 경우에 학술적 내용 자체는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이른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고,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그러한 내용을 담은 창작성 있는 표현에 한정되므로, 학술적 저작물에 담겨 있는 학술적 내용을 이용하더라도 창작성이 드러나 있는 구체적인 표현까지 베끼지 않는 한 복제권 등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5. 저작권 침해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8호, 정희엽 P.218-242 참조]

 

. 원고 번역본 초고의 교감표점 부분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인지 여부(소극)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291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227625 판결 등 참조).

 

 종래 대법원은 기능적 학술적 어문저작물의 창작성이 문제 된 많은 사례들에서,  그 저작물의 학술적 내용 등이 만인에게 공통되는 것으로 누구에 대하여도 자유로운 이용이 허용되어야 한다거나,  사실 그 자체 또는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그 창작성을 부정해 왔다[‘희랍어 문법 분석방법론에 관한 대법원 1993. 6. 8. 선고 933073, 3080 판결, ‘지도책에 관한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50586 판결, ‘CPA 재무관리 교재에 관한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70520, 70537 판결 등].

 

 그러나 기능적학술적 어문저작물이라고 하여 언제나 창작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고,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평가된다면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기능적학술적 어문저작물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세탁학기술개론’(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2238 판결), ‘대학입학 본고사 입시문제’(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2227 판결) 등에 관하여 창작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한 바 있다.

기능적학술적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내용을 작성자가 자신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도록 표현한 경우에는 그 표현에 창작성이 인정되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 될 수 있다.

 

. 교감표점 결과물의 창작성 인정 여부

 

교감의 경우에는 그 특정 부분에 들어갈 올바른 문자가 바로 그 문자라는 것, 그리고 표점의 경우에는 바로 그 부분에서 단구하여 특정한 표점부호를 넣어준다는 것 그 자체가 학술적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감표점의 방법론 자체가 확립되어 있으므로, 교감표점 작업을 하는 주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만일 그들이 동일한 학술적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면 이를 서로 다른 형태로 표현(교감표점)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결국 원고가 그 자신의 학술적 사상에 기초하여 교감표점한 결과물은, 원고 또는 다른 사람이 그 학술적 사상을 다시 나타내고자 하여도 이를 달리 표현할 여지가 없는 것이고, 이는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된 경우(합체의 원칙) 또는 선택의 폭이 없거나 극히 제한된 경우(선택의 폭 이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결국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대상판결은 단지 원고 번역본 초고의 교감표점 부분에 관하여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이 사건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설시하였을 뿐이고, 이로써 대법원이 모든 교감표점 결과물의 창작성을 부정하는 일반 법리를 선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저작권 침해가 성립 여부(= 소극)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이다(특히 번역저작물의 침해 여부 판단 기준에 관하여 밝힌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44138 판결 참조). 그리고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복제된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이 원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질적 비중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70520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11562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에서 본 것처럼 교감표점의 결과물은 저작권법상 창작성이 없어서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서의 대비 대상이 될 수 없다.

 

5.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 여부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박태일 P.1036-1044 참조]

 

. 저작권보호가 부정됨에도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환송 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피고들의 행위가 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 협력관계나 신뢰관계에 있었던 원고가 가지게 된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침해하고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과거부터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의 결과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거나 창작성 요건에 미치지 못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가 부정되는 영역일지라도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는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나 창작성 요건이 문제된 사안은 아니지만 지재권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영역에서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음을 밝힌 대법원 2010. 8. 25.20081541 결정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는 법리를 선언하였고,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나 창작성 요건 적용의 결과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가 부정되는 영역에서의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 여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법리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목은 위 대법원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추가하였고, 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위 ()목은 ()목으로 변경되었다.

 

.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10. 8. 25.20081541 결정 : 회사가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광고시스템 프로그램을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제공하여 이를 설치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방문하면 그 화면에 회사가 제공하는 광고 대신 회사의 광고가 대체 혹은 삽입된 형태로 나타나게 한 사안이다.

회사의 위와 같은 광고행위는 위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가지는 신용과 고객흡인력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셈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면서 회사가 얻어야 할 광고영업의 이익을 무단으로 가로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20044 판결 : 회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한국방송공사와 방송사가 방영한 겨울연가”, “황진이”, “대장금”, “주몽등 제호하에 위 드라마가 연상되는 의상, 소품, 모습, 배경 등으로 꾸민 “HELLO KITTY” 제품을 제조ㆍ판매한 사안이다

드라마 관련 상품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권리자로부터 허락을 받는 것이 그 거래사회에서 일반적인 관행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방송공사와 방송사로부터 허락을 받지 아니한 회사의 위와 같은 행위는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는 것이고, 드라마를 이용한 상품화 사업 분야에서 서로 경쟁자의 관계에 있는 한국방송공사와 방송사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위 각 드라마의 명성과 고객흡인력을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하여,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한국방송공사와 방송사의 각 해당 드라마에 관한 상품화 사업을 통한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31225 판결 : TV를 통한 광고서비스사업 등을 하는 회사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인 회사 등의 종합유선방송 가입자들 가운데 음식점, 찜질방 등 불특정 다수 고객 상대 업체들을 회원으로 모집한 후 해당 회원들이 보유한 개별 TV 수상기와 회사 등 소유의 케이블방송수신용 셋톱박스 사이에 회사 소유의 광고영상송출기기인 CF박스를 연결함으로써 회사 등이 전송한 방송프로그램 화면의 가로ㆍ세로 비율이 조정되게 하여 TV 화면의 상단에는 방송프로그램이 나오게 하고 하단에는 회사가 별도로 모집한 광고주들로부터 의뢰받아 CF박스에 저장하였던 자막광고가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광고영업을 한 사안이다.

회사의 CF박스 설치로 회사 등의 방송편성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광고행위는 회사 등의 광고영업 이익을 침해하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5225967 판결 : 회사가 의류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해외 유명인의 사진을 검색하여 선정한 후 그와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모델을 고용하여 자신의 의류를 입힌 다음 사진을 찍고 이를 다시 해외 유명인의 사진에 합성하는 방법으로 이미지를 제작하여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하였는데, 회사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류제품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회사가 회사가 제작한 이미지를 복제하거나 모방하여 회사의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한 사안이다.

회사와 회사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여 동일하거나 유사한 의류제품을 판매하면서 그 제품이 해외 유명인의 이미지에 맞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동일한 판매전략을 구사하는 등 서로 경쟁관계에 있고, 회사는 1년 반 이상 회사가 제작한 이미지를 복제하거나 모방하였고 횟수도 많을 뿐 아니라 소송 계속 중에도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는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회사가 이미지 복제 등으로 회사의 보호가치 있는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판단(나아가 회사의 성과물에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회사가 주장하는 피침해이익이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이 사건의 경우

 

대상판결은 아래 사정을 들어 원심이 이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피고들의 행위가 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 협력관계나 신뢰관계에 있었던 원고가 가지게 된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침해하고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원고 번역본 초고가 작성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상당한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 그리고 높은 수준의 정신적 노력이 투입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원고 번역본 초고에는 원고가 나름대로 노력을 들여 독자적으로 연구, 검토한 결과 교감ㆍ표점 및 번역 작업을 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러한 부분의 존재 여부나 비중 등을 살펴보지 않은 채 원고 번역본 초고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연구원과 원고는 이 사건 협력 사업을 통하여 임원경제지의 번역ㆍ출간 작업을 함께 수행하였고, 그 결과 ○○연구원과 원고 사이에는 일정한 정도의 협력관계나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왔다고 볼 수 있으며, 원고 번역본 초고는 바로 그러한 협력관계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번역 계약의 체결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원고의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고,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협력 사업 종료 이후 원고 번역본 초고의 폐기와 사용금지를 명시적으로 요청하기도 하였는바, 만일 피고들이 위와 같은 사정을 인식하고서도 원고 번역본 초고를 무단으로 이용하여 피고 저작물을 작성ㆍ출판한 것이라면, 피고들의 행위는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더욱 큰 점 등이다.

 

6.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 여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8호, 정희엽 P.218-242 참조]

 

. 민법상 불법행위의 성립요건 및 위법성의 판단 기준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고의 또는 과실,  위법행위,  손해,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위법행위, 즉 위법성은 불법행위의 핵심적인 성립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 성과물 도용 법리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은 제2조 제1 ()목 내지 ()목에서 부정경쟁행위를 9개의 행위유형으로 한정 열거하고 부정경쟁행위를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일반조항을 두고 있지 않았으므로 모든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포섭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이러한 부정경쟁방지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으로서 민법상 불법행위 법리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결국 대법원 2010. 8. 25.  20081541 결정(일명 네이버 광고방해 사건)은 부정한 경쟁행위의 불법행위 성립요건과 관련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하였다[대법원 2010. 8. 25.  20081541 결정 :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바, ].

이후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위 대법원결정의 입장을 입법적으로 받아들여 제2조 제1 ()목에 타인의 성과 유용금지 조항을 신설하였고, 이후 2018. 4. 17. 법률 제15580호 개정으로 기존의 ()목이 ()목으로 변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성과물 도용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성과물이 경쟁자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된 것이어야 하고(일명 성과물 또는 보호대상 요건),  타인이 경쟁자의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하여야 하며(일명 위법행위 또는 행위태양 요건),  이로써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적 이익을 침해하였어야 한다.

 

⑶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갑 주식회사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을 주식회사의 허락 없이 을 회사 소속 유명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에 관한 화보집 등을 제작하여 위 잡지 특별판의 특별 부록으로 판매하려 하자, 을 회사가 갑 회사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 (카)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위 특별 부록의 제작·배포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갑 회사가 위 특별 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을 회사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위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20. 3. 26. 2019마6525 결정).

 

.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민법 제535조는 원시적객관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에서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의 그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계약체결상의 과실이 문제 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계약 체결을 위한 접촉이 개시되었으나 결국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  계약이 성립하였으나 그것에 무효취소 등의 사유가 있어 그 효력이 없는 경우,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나 그 전에 이미 부담하는 설명고지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중 의 경우는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보호의무 위반의 유형으로, 이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대방의 계약외적 법익, 특히 생명신체 등을 침해하는 경우를 말한다. 계약관계가 전개되는 중에 각 당사자는 단순히 계약으로 실현을 기대한 이익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로 하는 행위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신의칙에 좇아 상대방으로부터 공개된 생명, 신체, 소유권 기타 재산 등 완전성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필요한 배려를 하여 행위 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와 같은 행위의무를 일반적으로 보호의무라고 부르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계약 교섭의 부당파기의 유형이 있다. 이는 계약 체결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린 채 일방적으로 교섭을 중단하고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를 말한다. 계약 교섭의 부당파기에 해당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로서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53059 판결 등 참조).

계약 체결상 과실책임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 대법원은 교섭의 부당파기 유형 또는 설명고지의무 위반 유형에 해당될 수 있는 사안 등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어, 이를 결국 불법행위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 대상판결의 경우

 

 원고 번역본 초고는 조선시대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생활과학서인 임원경제지 중 위선지를 번역한 번역물로서, 비록 그 전체에 대하여 번역 작업 등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상당 부분에 대하여25) 교감표점 및 번역이 이루어졌고, 그 자체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2차적저작물에도 해당될 수 있으며, 적어도 번역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저작권법상 창작성도 인정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번역본 초고를 아예 성과물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원고 번역본 초고 가운데 특히 교감표점의 결과물에 한정하여 살펴보더라도, 이를 성과물로 인정할 여지가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한문고전의 번역을 위해서는 교감표점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고, 교감표점은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특히 위법행위 요건과 관련하여 매우 상세한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불법행위책임의 일반적 근거규정인 민법 제750조를 인용하고 있다. 이는 피고들의 행위를 반드시 성과물 도용 법리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반 불법행위 법리에 기초하여 평가하는 취지를 나타낸 것이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001. 2. 9. 선고 9955434 판결을 인용하면서 불법행위의 위법성은 문제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라 판시함으로써, 이 사건에서 피고들 행위의 위법성을 민법상 불법행위의 일반 법리인 상관관계설(가해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피침해이익의 종류와 침해행위의 성질을 상관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이론으로, 위법성을 관련 행위 전체를 일체로만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행위마다 개별적상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에 입각하여 판단할 것임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부담하는 책임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법리적 근거는 성과물 도용  계약체결상의 과실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소유권 등 절대권이 아닌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라는 판시를 하였다.

 대상판결의 설시 중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어느 일방이 보호가치 있는 기대나 신뢰를 가지게 된 경우에, 그러한 기대나 신뢰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상대방이 오히려 상당한 이유 없이 이를 침해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 체결의 준비 단계에서 협력관계에 있었던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해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라는 부분은, 계약 교섭의 부당파기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 법리로부터 보호의무 위반에 관한 법리를 새롭게 도출한 것이다.

 

7.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박태일 P.1036-1044 참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8호, 정희엽 P.218-242 참조 ]

 

가. 판시 요지 

 

대상판결은 먼저 저작권법적인 측면에서는, 교감표점의 결과물이 저작물로 보호되기 위한 창작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을지에 관하여 이를 부정하였다.

 

다음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의 측면에서는, 원고 번역본 초고(또는 교감표점의 결과물)을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이라고 볼 것인지, 그리고 이를 무단으로 이용한 피고들 행위의 위법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원고 번역본 초고를 무단으로 이용한 피고들의 행위가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나. 판시 내용

 

한문으로 된 고전의 번역물, 그 중에서도 특히 교감ㆍ표점 작업의 결과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의 법적 책임이 문제된 사안에서,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되기 위한 창작성의 의미, 저작권 침해 인정 여부, 민법상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하여 판시하였다.

 

일반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에 관하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목이 도입되기 전의 일명 성과물 도용 법리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의 성립과 관련하여,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과정에서 상대방의 기대나 신뢰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면서 상대방의 성과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러한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