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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저작물<건축설계도서>】《건축설계도서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7다26198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3. 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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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저작물<건축설계도서, 건축저작물>】《건축설계도서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7261981 판결),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되기 위한 요건과 그 판단기준(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저작물성 및 기능적 저작물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8, 권창환 P.191-217 참조]

 

가. 저작물성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되고(저작권법 제2조 제1), 이는 통상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하고(‘창작성 요건’),  표현을 대상으로 한다(‘표현 요건’)는 것을 의미한다.

 

 저작권법 제4조에서는 아래의 9가지 저작물을 예시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4(저작물의 예시 등)

 이 법에서 말하는 저작물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소설논문강연연설각본 그 밖의 어문저작물

2. 음악저작물

3. 연극 및 무용무언극 그 밖의 연극저작물

4. 회화서예조각판화공예응용미술저작물 그 밖의 미술저작물

5.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6. 사진저작물(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제작된 것을 포함한다)

7. 영상저작물

8.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

9.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 기능적 저작물

 

 한편 기능적 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저작물을 의미하고(법률상 개념이 아니라 강학상 개념이다), 저작권법 제4조 제5, 8, 9호의 건축저작물과 도형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건축설계도, 법률서적, 게임규칙집, 컴퓨터프로그램 등과 같은 기능적 저작물은 다른 범주의 저작물과 구별되는 차이점이 있는데, 그 차이점이라는 것은 단순한 정도의 문제가 아닌 본질적인 것이다.

일반적인 저작물에 내포되어 있는 표현들은 청중의 감각이나 지성에 호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와는 달리 기능적 저작물에 내포되어 있는 표현들은 그 저작물의 주된 목적, 즉 사용자로 하여금 특정한 과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목적에 종속되어 생겨나는 것이다.

 

 기능적 저작물의 가치는 주로 그 작품의 시스템이나 개념(concept), 방법(method) 등에 내재되어 있는 발명적 독창성, 정확성, 효율성, 기능성에 달려 있고, 그 결과 이러한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특허법 등으로 보호되어야 할 아이디어까지 보호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고, 또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사실(fact) 그 자체에 대하여 독점권을 줄 위험을 내포한다.

 

 우리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는 건축저작물을 예시로 들면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은 건축물 외에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를 들고 있고, 위 제5호와 별도로 제8호에서 도형저작물을 예시하면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등을 들고 있다.

따라서 건축설계도는 사족이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나 제5(건축저작물)와 제8(도형저작물)에 모두 속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창작성 요건 및 표현 요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8, 권창환 P.191-217 참조]

 

. 창작성 요건

 

 창작성의 의의

 

우리 저작권법에서의 창작성,  단순히 저작자가 독자적으로 작성하였다는 점(originality)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에 덧붙여 창조적 개성이 반영되어 있을 것(creativity)을 필요로 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자 대법원 판례이다.

 창작성 = 독창성(독자적 작성) + 창조성(창조적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이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9601 판결).

 

 기능적 저작물 특히 건축저작물의 창작성의 수준(정도)

 

우리 대법원은 건축저작물을 포함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의 수준에 대해서 최소한의 창작성을 가져야 하고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을 뿐 저작물의 종류별로 창작성의 정도(수준)를 달리한다는 명시적 판시를 하지는 않은 듯하다.

다만 기능적 저작물의 경우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특성을 고려하여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가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창작성을 인정하는 경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표현 요건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서의 표현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서 저작물은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고 정의되는데(저작권법 제2조 제1), ‘표현의 정의가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표현으로서 보호받는 지에 대하여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이러한 구분의 전통적이고도 대표적인 이론이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expression dichotomy)이고, 우리 판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112 판결).

즉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양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도 그러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대상으로 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이다.

 

 아이디어표현 이분법과 표현의 아이디어화

 

미국 판례상 아이디어ㆍ표현 이분법에 따라 아이디어는 보호받을 수 없고, 표현만이 보호된다는 원칙을 전제로, 표현일지라도 아이디어에 준하여 보호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원칙이 발전해 왔는데, 여기에는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법이 하나여서 결국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된 것으로 보일 경우 저작물로서의 보 호를 부정하는 이론이다),  필수 장면의 원칙 내지 표준적 삽화의 원칙(scenes a faire doctrine, 저작물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구현하려고 할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표현을 말한다),  사실상의 표준화 원칙(de facto standard, 특정 사상이나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표현 밖에 사실상 없는 경우에는 그 표현에 대해서는 저작 권 보호를 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등이 있다.

 

다. 저작물성과 실질적 유사성의 관계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물성 인정에 대한 판례의 태도

 

우리 대법원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물성에 관하여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떤 설계도와 같은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법은 그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아이디어나 기술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설령 주택의 설계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965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4848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29 판결 등 참조,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물성 인정에 대한 문제 중 표현의 제한이라는 특성은 합체의 원칙 등에 해당되는 표현 요건에 관한 것이나, 위 법리는 창작성 요건으로 다루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즉 우리 대법원은 합체의 원칙에 내재되어 있는 보호범위 제한의 생각도 모두 창작성의 문제로 흡수하여 창작성의 관점에서 사실적 저작물 또는 기능적 저작물의 보호범위를 제한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 내지 보호범위의 관계

 

창작성 유무의 판단에서 고려할 요소와 창작성의 정도(저작권의 보호범위) 사이에 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따로 판단하는 것이 곤란하다.

 

창작성의 정도가 높을수록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인 반면, 창작성의 정도가 낮을수록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인데, 여기서 창작성의 정도는 결국 모방의 대상이 된 구성요소의 선택배열구성에 관한 선택의 폭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경우라면 그만큼 창작성의 정도도 높다고 할 수 있고, 선택의 폭이 좁은 경우라면 그만큼 창작성의 정도도 낮다고 할 수 있다.

 

3. 건축저작물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호, 정희엽 P.608-636 참조]

 

가. 건축물의 저작물성

 

 건축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토지상의 공작물에 표현되어 있는 저작물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건축저작물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법 제4조에서 ‘저작물의 예시 등’이라는 제목 아래 저작물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그 종류 가운데 하나로 ‘건축저작물’을 명시하고 있고, 건축저작물의 구체적인 유형으로 ‘건축물’과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를 예시하고 있다(법 제4조 제1항 제5호)[저작권법 제4조(저작물의 예시 등) ① 이 법에서 말하는 저작물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5.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우리 저작권법상 ‘건축물’도 저작물로서의 일반적인 요건, 즉 ① 창작성이 인정되고, ② 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 건축물이 저작물로 보호되기 위한 요건(건축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

 

 건축물에 관하여 저작물로서의 두 번째 요건(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결국 건축저작물 해당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건축물에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에서의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①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②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창조적 개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법리이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등 다수).

 

그런데 주택, 건물, 교량, 도로 등의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창조적 개성’이라는 관점보다는 실용적, 기능적 요소를 염두에 두고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기능적 저작물), 건축물을 저작물로서 보호할 경우 오히려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 건축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부여할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측면이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해 요구되는 창작성의 구체적인 의미와 정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 된다.

 

우리 대법원은, ‘건축물’에 관한 사례는 아니지만 ‘아파트 평면도’와 ‘아파트 단지 배치도’를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볼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례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 설계도서와 같은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 참조). 그리고 어떤 아파트의 평면도나 아파트 단지의 배치도와 같은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구 저작권법은 그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기술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설령 동일한 아파트나 아파트 단지의 평면도나 배치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4848 판결 참조)[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결국 아파트 평면도와 배치도가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위 사건은, 실제로 건축을 위해 작성된 설계도면이 아니라, 출판을 위해 설계도면을 변용하여 별도로 작성한 아파트 평면도와 배치도가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이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파트 평면도’와 ‘아파트 단지 배치도’를 저작물로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설계도서’의 저작권 인정 기준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서 확인되는 대법원의 입장은,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규정한 설계도서 등과 같은 건축저작물에 대해서는 그것이 일종의 기능적 저작물임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다른 저작물보다 창조적 개성 유무를 엄격하게 심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라고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조항에 함께 규정된 ‘건축물’ 역시 설계도서와 마찬가지로 건축저작물의 하나이자 본질적으로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 창조적 개성 유무의 심사 역시 동일한 이유로 엄격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건축물’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외관이 단순히 건물의 기능적․실용적 측면을 고려한 요소, 또는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건축될 수밖에 없는 요소로만 주로 이루어져 있다고 평가된다면(대표적인 예가 일반적인 주거용 주택이나 아파트일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창작성 인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반면 건축 과정에서 기능적․실용적 요소를 오히려 저해하면서까지 건축물 외관의 미적 요소를 고려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발견된다면 이는 창작성을 인정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 판례

 

 대법원판례 가운데 ‘건축물 자체’의 건축저작권 인정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으로는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도5295 판결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건은 음식점을 경영하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창작하여 건축한 버섯모양의 궁전형태 건축물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모방하여 그와 유사한 형태의 건축물을 완공함으로써 피해자의 건축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기소된 사안으로, 대법원은 버섯모양의 궁전형태 건축물에 관하여 건축저작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위 사건의 제1심은 건축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설시하면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항소심은 실질 판시 없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도 구체적인 법리 설시 없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참고로 위 사건의 제1심이 설시한 법리는 다음과 같다. “저작물의 무단 복제 여부는 어디까지나 저작물의 표현 형식에 해당하고 또 창작성이 있는 부분만을 대비하여 볼 때 상호 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인데, 피해자의 건축물과 피고인의 건축물 모형은 둥근 형태의 기둥에 지붕을 버섯모양으로 건축한 것으로 일반인이 양 건물을 볼 때 버섯모양으로 지은 것으로 쉽게 알 수 있어서(이러한 부분이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부분이다) 상호 간에 유사성이 있고, 피해자가 가사 만화영화 ‘스머프’의 장면에서 모방을 하였다 할지라도 이를 실제 건물의 형태로 창작해 낸 이상 이는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이 사건과 관련될 여지가 있는 대법원 선례들로는, 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아파트 평면도 등의 저작권을 부정한 사례), ②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36384 판결(골프코스 설계도면의 건축저작물 또는 도형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을 인정하되 피고 설계도면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저작권 침해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③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7도16753 판결(오피스텔 신축 설계도면의 저작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④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실제로 존재하는 건축물인 광화문을 축소한 ‘모형’의 창작성을 인정하고 피고들이 그에 의거하여 실질적으로 유사한 피고 숭례문 모형을 제조․판매함으로써 원고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⑤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6도15974 판결(도안으로만 존재하는 피해자의 작품을 입체 조형물로 만든 경우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 등이 있으나, 모두 ‘건축물 자체’의 건축저작권 인정 여부가 직접적으로 쟁점이 되었던 사안들은 아니다.

 

 하급심 판례

 

 서울고등법원 2016. 12. 1. 선고 2015나2016239 판결(일명 ‘골프존 사건’)에서는, 통상적인 건축물은 아니지만 ‘골프코스’의 건축저작권이 인정된 바 있다.

위 사건의 피고는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 개발 및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골프장 운영 회사인 원고들의 골프장들을 항공 촬영한 다음, 그 사진 등을 토대로 3D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하여 골프장들의 골프코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입체적 이미지의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하여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하였고, 이에 원고들이 골프코스에 대한 피고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였다.

위 사건에서는 골프코스에 대하여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위 골프코스들이 ‘건축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법원은 원고들이 저작재산권자가 아니라고 보아, 결과적으로는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9. 6. 선고 2013가합23179 판결에서는 삼각텐트 모양을 연상시키는 펜션 건축물을 건축한 원고가, 유사한 펜션 건축물을 설계․건축한 피고들을 상대로 건축저작물에 관한 복제권과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침해를 주장하였다.

법원은 원고 건축물의 창작성 및 원고 건축물과 피고들 건축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저작권침해를 긍정하였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2011. 3. 23. 선고 2010나47782 판결에서 피고(재단법인 문화엑스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상징건축물 등을 건립하기 위한 건축설계경기를 공고하였고, 원고(건축사사무소)는 신라 8층 석탑을 음각으로 형상화한 상징건축물을 제출하여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는데, 이후 피고가 원고의 상징건축물에 의거하여 그와 유사한 상징건축물을 제작함으로써 원고의 건축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법원은 원고 상징건축물에 관한 저작권의 성립과 그 침해를 인정하였다.

다만 위 사건에서 문제 된 상징건축물과 같은 경우는 애초부터 기능적 요소보다 미적 요소를 더욱 주된 고려요소로 삼아 건축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주거용 또는 상업용 건물에 비해서는 창작성을 인정하기가 기본적으로 더욱 용이하였을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9. 12. 선고 2006가단208142 판결은 일반주택이 아닌 특수한 디자인의 주택(일명 UV 하우스)에 대하여 저작권의 성립 가능성을 인정한 사례이다.

위 사건의 원고는 파주시의 UV 하우스를 설계․감리하였는데, 광고제작 회사인 피고 회사가 피고 ○○은행을 위해 제작한 TV 및 인터넷 동영상 광고에 UV 하우스의 일부가 노출되자, 이러한 광고행위가 원고의 건축저작물인 UV 하우스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UV 하우스가 고도의 미적 창작성을 갖춘 건축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법원은 “건축저작물의 전체적인 틀과 디자인을 감득할 수 없는 일부분을 영상으로 사용할 경우에까지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목적, 건축저작물을 보호하는 취지, 저작권법 제35조의 입법이유 등에 비추어 저작권자에게 과도한 보호를 주는 것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라는 이유를 들어 결론적으로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위 사건은 항소심에서 조정이 성립되어 종결되었다.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12. 선고 2006가합14405 판결은 설계도서가 아예 건축저작물이 아니라고 보았다.

위 사건에서는 ‘점포(회전초밥식당)의 설계도’ 및 그중 일부를 변경하거나 추가하여 장식한 ‘점포의 실내외 디자인’의 저작권 인정 여부가 문제 되었는데, 법원은 위 설계도는 도형저작물에, 점포의 실내외 디자인은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후(이를 건축저작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배척하였다), 이는 모두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하고, 기능적 요소 이외의 부분에 창작성이 없다고 보아, 결국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01. 8. 14. 선고 2000나38178 판결은 ‘비행기 모양의 레스토랑’인 건축물을 건축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위 사건에서 원고는, “원고의 레스토랑은 절단 해체한 폐비행기 동체부분을 건축자재로 이용하여 재구성, 정리, 배열함으로써 실제 비행기와 같은 외관을 갖춘 건축물로서 창작성이 있는 건축저작물임에도, 피고가 동의 없이 원고 레스토랑과 유사한 건물을 축조하여 자신의 레스토랑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앞서 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23179 판결과 유사한 법리를 설시한 다음, 원고가 주장하는 원고 레스토랑 건물의 특징들은 폐비행기를 지상에 고정하여 건물을 건축하고 식당영업을 하기 위한 기능적 요소이고, 원고 레스토랑 건물이 이러한 기능적 요소를 넘어서 전체적인 외관에서 창작적인 디자인 요소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레스토랑의 건축저작권 성립을 부정하고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라.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되기 위한 요건과 그 판단기준(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가 설계, 건축한 카페 건물에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피해자가 설계, 건축한 카페 건물과 피고인이 설계, 건축한 카페 건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이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참조).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설계, 건축한 A카페 건물(피해자 건축물)을 피고인이 모방하여 B카페 건물(피고인 건축물)을 설계, 건축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기소된 사건이다.


 피해자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나아가 피해자 건축물과 피고인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이다.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하면서, 피해자 건축물에 건축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4. 기능적 저작물에 관한 판례의 최신 동향 및 그 인정기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8, 권창환 P.191-217 참조]

 

가. 판례의 동향

 

 동향

 

과거 대법원이 창작성을 부정한 사례들을 보면, 지도책(대법원 200150586 판결), 지하철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제안서 도면(대법원 2002965 판결), 전기설비제품의 설계도(대법원 20074848 판결), 아파트 평면도 및 배치도(대법원 200829 판결), 여행책자 중 지도 부분(대법원 2009291 판결) 등으로서, 주로 지도나 설계도 등과 같은 실용적 성격이 강한 도형저작물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보호되는 표현의 범주가 확대되고 있고, 또 건축물이나 건축 설계도서 그리고 게임저작물 등 저작물성을 인정하여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호되는 표현으로서 구성요소의 선택배열구성의 적용 범위 확대

 

우리 대법원(대법원 98112 판결 등)은 명시적으로 아이디어ㆍ표현 이분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최근 판례의 판시내용에 비추어 보면 편집저작물이 아닌 다른 일반 저작물에 대하여 아이디어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는, 편집저작물의 본질적 표현 내지 창작의 대상인 구성요소의 선택배열구성까지도 보호되는 표현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ㆍ표현 이분법의 구분 기준을 이론적 개념이 아닌 정책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212095 판결(게임저작물인 포레스트 매니아 사건)에서는 게임의 구성요소의 선택배열구성을 통하여 전체적으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개성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이를 표현적 요소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6208600 판결(‘밀가루 체험놀이 가루야 가루야라는 체험전 사건)에서는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의 창작성을 인정하였다.

 

 건축저작물 등에 대한 저작권 침해 인정의 확대

 

과거 대법원은 건축 설계도서 등 기능적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것에 다소 소극적인 면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건축물이나 건축 설계도서 그리고 게임저작물 등에 대하여 저작물성을 인정하여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716753 판결에서는 설계도서(오피스텔 신축 설계도면)에 대한 저작물성을 인정하였고,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227625 판결에서는 건축물(광화문)을 축소한 모형의 창작성을 인정하였으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9601 판결에서는 건축물(테라로사 건물) 자체에 대한 저작물성을 최초로 인정하였다.

 

나. 기능적 저작물 특히 건축저작물에 대한 저작물성 인정기준에 대한 검토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물성 인정을 위한 일반요건

 

저작권의 보호를 받기 위한 저작물성의 인정을 위해서는  창작성 요건 즉 창조적 개성의 발현이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표현 요건 즉 정책적 관점에서 보호되는 표현으로서도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기능적 저작물 특히 건축저작물의 저작물성 인정을 판단하기 위하여 고려가능한 요소들

 

판례(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29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9601 판결 등)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판시하여 각 고려요소들을 일률적으로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의 고려요소라고 판시하였으나, 각 요소들을 살펴보면 창조적 개성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정책적인 관점에서 저작물성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기능적 저작물 특히 건축저작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하기 위하여 고려하여야 할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해당 분야의 일반적 표현방법

 

오래된 건축관습 또는 건축물 자체가 추구하는 기능성과 실용성으로 인한 일반적인 표현방법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거나 보호되는 표현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표준적 삽화의 원칙(scenes a faire doctrine) 내지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이 적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건축에 있어서 타인의 건축물을 모방하는 상당한 역사적 뿌리가 있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너그럽게 받아들여 왔다는 견해도 있다.

단순한 모방이거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소한 변형이라면 창조적 개성이 발현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용도기능 내지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용도기능뿐만 아니라 편의성은 합체의 원칙이 적용되는 경우로서 기능적 요소로 보아 저작물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건축주의 요구사항 등에 따른 설계요소라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계도서 작성방법상 표현의 한계 내지 법령상 제약

 

설계도서 작성 방법 내지 작도상 선택의 폭에 관한 실무상 관행으로 인한 표현상의 한계나 건축 관련 법령의 제약에 따라 설계상 한계 등으로 인하여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창작을 할 수 있다면, 창조적 개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한계 내지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창작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창조적 개성 즉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디어와 표현이 합체되는 경우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표준적 삽화원칙이 적용되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저작물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저작물성을 인정하되 그 보호범위를 엄격하게 보아야 하는 경우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작물의 종류에 따른 창조적 개성 발현의 자유도

 

건축물과 건축 설계도서는 우리 저작권법 제4조 제5호에서 건축저작물로 함께 분류하고 있지만, 설계도와 그 대상물인 건축물은 다른 표현을 가지고 있고 건축물이 설계도 자체의 복제물은 아니므로, 설계도에 저작물성이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건축물의 저작물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창조적 개성의 발현 여지는 다르게 보아야 할 것이다.

 

판례를 살펴보더라도 도형저작물이라 하더라도 기계에 대한 설계도는 건축 설계 도서보다 창작의 여지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고, 한국저작권위원회도 건축저작물은 도형저작물보다 창작성 의 여지가 많고 그 권리범위도 이에 비례하는 것으로 본다는 전제로 등록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최근 광화문을 축소한 모형의 저작물성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도 해당 창작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표현의 제한 여부 내지 창작성 인정의 여지를 달리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가 있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227625 판결).

 

5. 저작권 침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호, 정희엽 P.608-636 참조]

 

가. 요건

 

저작재산권의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해당 저작물에 대하여 유효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저작물의 성립 요건으로서의 창작성), ②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依據)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며(의거성), ③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실질적 유사성).

이 중 위 ①의 요건, 즉 창작성에 관해서는 전항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나.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적극)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한 객관적 요건으로,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창작적 표현형식’이므로(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양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도 그러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대상으로 대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이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등 참조 :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은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하고, 표현형식이 아닌 사상이나 감정 그 자체에 독창성․신규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

 

다. 의거성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자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에 ‘의거(依據)’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이 요구된다.

 

 의거관계는 침해자가 저작물을 이용하였다고 자인하거나 이에 대한 증인의 증언 등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이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주로 ‘접근(access)’이나 ‘유사성(similarity)’과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추정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될 수 있고,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추정될 수 있다.

 

 그리고 ‘의거관계’와 ‘실질적 유사성’은 서로 별개의 판단으로서, 전자의 판단에는 후자와 달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가 유사한지도 함께 참작될 수 있다.

 

6. 다가구주택 설계도서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7다261981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박태일 P.997-1003 참조]

 

. 다가구주택 설계도서 중 일부는 저작물에 해당함

 

다가구주택 설계도서 중 적어도 지붕 형태, 1층 출입문 및 회랑 형태의 구조는 원고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 위 설계도서는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 저작물의 성립요건으로서 창작성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2446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76829 판결 등 참조).

 

 판례는 저작물의 성립요건으로서 창작성을 요구하지만 설시 문구로만 보면 창작성의 수준을 그리 높게 설정하고 있지는 않다[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창작성의 개념을 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법원판결로 대법원 1995. 11. 14. 선고 942238 판결(‘세탁학기술개론의 창작성 인정),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2227 판결(‘대학 본고사 입시문제의 창작성 인정),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46259 판결(수지침이론에 관한 고려수지요법강좌의 창작성 인정), 이러한 판결들을 토대로 하여 창작성의 개념을 일반론으로 설시하고 있는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965 판결(다만 이 판결은 위 선행판결들과는 달리 기능적 저작물인 지하철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설계도면에 대하여 창작성을 높게 요구하여 창작성을 부정한 사례임) 등 참조].

 

다만 도면 지도 등 도형저작물에 대한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965 판결,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50586 판결,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4848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29 판결, 그리고 편집저작물에 대한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9359 판결을 보면, 우리 대법원은 실제 사안에서는 창작성의 수준을 비교적 높게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 건축설계도서는 기능적 저작물

 

 저작물은 그것이 목적으로 하는 바에 따라 문예적 저작물과 기능적 저작물로 분류할 수 있고, 예술적 저작물(works of art)과 사실적 저작물(works of fact) 및 기능적 저작물(works of function)로 분류하기도 한다.

 

기능적 저작물은 설계도ㆍ각종 서식ㆍ규칙집 등과 같이 특정한 기술 또는 지식ㆍ개념을 전달하거나 방법이나 해법, 작업과정 등을 설명한 것으로, 자연히 예술적 표현보다는 그 저작물이 달성하고자 하는 기능을 위한 실용성에 초점이 있다.

 

사실적 저작물은 사실과 정보의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저작물로서, 그 성질은 기능적 저작물과 유사하다.

 

사실과 정보의 전달 또는 일정 기능의 수행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실적 저작물이나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방법이 제한되어 있어서 그에 관한 저작권 보호범위를 좁게 해석하지 않으면 그 사실과 정보까지 보호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보호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건축 설계도서는 그 특성상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의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965 판결은 지하철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설계도면을 거의 그대로 복제한 사안에서 위 설계도면의 창작성을 부정함으로써 저작권 침해를 부정하였다.

이 판결은 그 전의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150586 판결(‘전국관광지도의 창작성 부정),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9359 판결(‘일지형태의 법조수첩의 창작성 부정)의 태도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태도는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4848 판결(‘기계장치의 설계도의 창작성 부정)과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29 판결(‘건설회사에서 작성한 설계도면을 단순 변용한 정도의 아파트 평면도 및 배치도의 창작성 부정)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다만 위 판결들은 어문저작물이 아닌 도면, 지도 등과 같은 도형저작물, 그리고 편집저작물에 대해서 그 창작성의 수준을 매우 높게 설정한 것일 뿐 모든 종류의 기능적 저작물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판례는 아니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건축을 위한 설계도서 즉 건축 설계도서는 저작물의 예시 가운데 건축저작물에 포함되고(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 한편 설계도는 도형저작물의 예시에도 포함되어 있다(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8).

건축저작물로서의 건축 설계도서의 창작성은 그 대상물인 건축물의 외관(디자인)에 표현된 3차원의 미적 형상에 관한 표현형식에서 인정되어야 하는 데 비하여, 도형저작물로서의 설계도의 창작성은 그 대상물이 창작성을 가지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2차원의 도면을 작성하는 표현형식에서 인정되어야 하는 차이가 있다.

건축저작물로 보호되는 것은 건축물의 기능적 측면이 아니라 미적 형상으로 표현된 외관(디자인)이므로 건축 설계도서의 창작성 인정 여부는 그 대상물인 건축물의 외관에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는 정도를 넘어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이 담겨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건축 설계도서의 저작물성과 관련된 선례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29 판결(‘건설회사에서 작성한 설계도면을 단순 변용한 정도의 아파트 평면도 및 배치도의 창작성 부정) 외에도,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36384 판결[골프장을 구성하는 클럽하우스, 연습장, 휴게소, 주차장, 펜션, 식당, 숙소, 진입도로, 연결도로, (티 박스, 페어웨이, 그린, 벙커, 러프 등), 연못과 그 밖의 부대시설의 모양, 위치, 배열 등을 도시한 설계도면에 대해, 골프장 부지 내에서의 개개의 구성요소의 배치와 조합을 포함한 골프장의 전체적인 미적 형상의 표현방식에 있어 저작물로서의 창작성 인정),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716753 판결(오피스텔 신축을 위한 건축계획심의 신청 시 제출된 건축계획심의도면에 대해, 한라산의 오름과 바다의 파도를 연상시키려는 입면 형태의 계획 하에 건물 외곽선 밖으로 직각을 이루는 창문 형태를 표현하여 그 기능적 효율성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의 좌측 및 우측의 형태에 있어 나름대로 창조적 개성을 표현하려 하는 등 단순히 주거성ㆍ실용성만을 강조한 건물이 아니라 형태ㆍ색채ㆍ재료ㆍ조명 등에 있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지역적 특색이 표출될 수 있는 조형미를 갖춘 제주도 해안 소재의 오피스텔을 표현하였음을 이유로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한 원심 수긍),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227625 판결(실제로 존재하는 건축물인 광화문을 축소한 모형의 창작성 인정),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615974 판결(2차원의 형태로 되어 있는 설계도면을 3차원적인 조형물로 제작한 행위에 대해 복제권 침해 인정) 등이 있다.

 

 건축물 자체의 건축저작권 인정 여부에 관한 선례로서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5295 판결(버섯모양의 궁전형태 건축물에 대해 저작권 인정), 대법원 2020. 4. 29. 선고20199601 판결(카페 테라로사의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인정) 등이 있다.

 

. 저작물성에 대한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1심과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다가구주택 설계도서에서 기능적 요소를 넘어 창작성을 인정할 요소는 찾기 어렵다고 보아 위 설계도서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원고 설계도서 중 지붕의 형태는 가구별로 짧은 평면으로 시작하여 2면의 길이를 달리하는 경사각의 지붕에 콘크리트 슬래브가 있는 형태로서 동일한 경사각으로 이루어진 같은 형태의 지붕이 가구별로 이어져 물결치는 듯한 외관을 형성하는 것을 그 특징적인 요소로 하고 있고, 출입구의 구조는 3가구가 출입문 1개를 공유하고 출입문에 이어진 회랑을 따라 가구별 현관문이 나란히 설치된 형태로 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지붕 형태는 이 사건 다가구주택의 부지가 해당하는 블록형 단독주택용지에 적용되는 건설교통부 지침인 환경친화적인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조성요령과 지구단위계획의 범위 내에서 원고의 개성을 반영하여 독창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위와 같은 출입구 구조도 건물 1동의 출입문은 1개라는 제한을 1개의 출입문에 회랑 형식으로 이어진 구조로 창의적으로 반영시킨 결과라고 보이며, 이러한 지붕 형태 및 출입구 구조는 위 서천동 다가구주택 인근 지역의 다가구주택이나 다른 유럽형 타운하우스와도 차별된다.”는 등의 이유로 창작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같은 항 제8호에서 지도ㆍ도표ㆍ설계도ㆍ약도ㆍ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해당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능적 저작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라고 법리를 설시하고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바. 건축설계도서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7다261981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건축설계도서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이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참조).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같은 항 제8호에서 “지도ㆍ도표ㆍ설계도ㆍ약도ㆍ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해당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용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능적 저작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참조).

 

 원고(건축사)가 피고들을 상대로, 피고1(건설회사)이 피고2(건축사)로 하여금 원고 설계도서의 원본 캐드(CAD) 파일에 사소한 변형만을 가하여 피고 설계도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원고의 저작재산권(2차적저작물 작성권) 및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에서, 원고 설계도서 중 적어도 지붕 형태, 1층 출입문 및 회랑 형태의 구조는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명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기각한 사례이다.

 

판결은,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 등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에 대한 창작성 인정 기준에 관한 기존 판시를 일부 발전시킨 법리를 선언하였다.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에 대한 법리를 설시한 과거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창작성의 부정을 교시하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였다. 즉 과거 판례의 법리 중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주택의 설계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등의 표현은 그 자체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위 판결은 과거 법리의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창작성 인정의 판단 기준을 중립적인 관점에서 설시하였다.

 

위 판결의 법리에 따른다면 기능적 저작물의 경우에도 창작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과거보다는 높아졌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