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저작권법

【판례<건축저작물의 창작성 판단기준, 강릉테라로사 카페 사건>】《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되기 위한 요건과 그 판단기준(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1. 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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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건축저작물의 창작성 판단기준, 강릉테라로사 카페 사건>】《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되기 위한 요건과 그 판단기준(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카페 건물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판시사항】

 

[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한 ‘저작물’의 요건 중 ‘창작성’의 의미 /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2]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 /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3] 건축사인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건축을 의뢰받고, 을이 설계·시공한 카페 건축물의 디자인을 모방하여 갑의 카페 건축물을 설계·시공함으로써 을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을의 카페 건축물은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을의 카페 건축물의 창작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설계·시공한 카페 건축물과 을의 카페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2]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으로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한다.

 

[3] 건축사인 피고인이 갑으로부터 건축을 의뢰받고, 을이 설계·시공한 카페 건축물(이하 ‘을의 건축물’이라 한다)의 디자인을 모방하여 갑의 카페 건축물을 설계·시공함으로써 을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을의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을의 건축물의 창작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설계·시공한 카페 건축물과 을의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가 설계, 건축한 카페 건물에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피해자가 설계, 건축한 카페 건물과 피고인이 설계, 건축한 카페 건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이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참조).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설계, 건축한 A카페 건물(피해자 건축물)을 피고인이 모방하여 B카페 건물(피고인 건축물)을 설계, 건축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기소된 사건이다.


피해자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나아가 피해자 건축물과 피고인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이다.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하면서, 피해자 건축물에 건축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2. 건축저작물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호, 정희엽 P.608-636 참조]

 

가. 건축물의 저작물성

 

건축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토지상의 공작물에 표현되어 있는 저작물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건축저작물에 관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법 제4조에서 ‘저작물의 예시 등’이라는 제목 아래 저작물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그 종류 가운데 하나로 ‘건축저작물’을 명시하고 있고, 건축저작물의 구체적인 유형으로 ‘건축물’과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를 예시하고 있다(법 제4조 제1항 제5호)[저작권법 제4조(저작물의 예시 등) ① 이 법에서 말하는 저작물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5.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우리 저작권법상 ‘건축물’도 저작물로서의 일반적인 요건, 즉 ① 창작성이 인정되고, ② 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 건축물이 저작물로 보호되기 위한 요건(건축물의 창작성 판단 기준)

 

건축물에 관하여 저작물로서의 두 번째 요건(인간의 사상․감정을 ‘표현’한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결국 건축저작물 해당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건축물에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에서의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①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②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창조적 개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법리이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 등 다수).

 

그런데 주택, 건물, 교량, 도로 등의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창조적 개성’이라는 관점보다는 실용적, 기능적 요소를 염두에 두고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기능적 저작물), 건축물을 저작물로서 보호할 경우 오히려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 건축물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부여할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측면이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해 요구되는 창작성의 구체적인 의미와 정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 된다.

 

우리 대법원은, ‘건축물’에 관한 사례는 아니지만 ‘아파트 평면도’와 ‘아파트 단지 배치도’를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볼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례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 :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 설계도서와 같은 건축저작물이나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 참조). 그리고 어떤 아파트의 평면도나 아파트 단지의 배치도와 같은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구 저작권법은 그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기술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설령 동일한 아파트나 아파트 단지의 평면도나 배치도가 작성자에 따라 정확하게 동일하지 아니하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러한 기능적 저작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7도4848 판결 참조)[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결국 아파트 평면도와 배치도가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위 사건은, 실제로 건축을 위해 작성된 설계도면이 아니라, 출판을 위해 설계도면을 변용하여 별도로 작성한 아파트 평면도와 배치도가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이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파트 평면도’와 ‘아파트 단지 배치도’를 저작물로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설계도서’의 저작권 인정 기준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서 확인되는 대법원의 입장은,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규정한 설계도서 등과 같은 건축저작물에 대해서는 그것이 일종의 기능적 저작물임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다른 저작물보다 창조적 개성 유무를 엄격하게 심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라고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조항에 함께 규정된 ‘건축물’ 역시 설계도서와 마찬가지로 건축저작물의 하나이자 본질적으로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 창조적 개성 유무의 심사 역시 동일한 이유로 엄격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는 ‘건축물’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외관이 단순히 건물의 기능적․실용적 측면을 고려한 요소, 또는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건축될 수밖에 없는 요소로만 주로 이루어져 있다고 평가된다면(대표적인 예가 일반적인 주거용 주택이나 아파트일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창작성 인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반면 건축 과정에서 기능적․실용적 요소를 오히려 저해하면서까지 건축물 외관의 미적 요소를 고려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발견된다면 이는 창작성을 인정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 판례

 

대법원판례 가운데 ‘건축물 자체’의 건축저작권 인정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으로는 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도5295 판결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건은 음식점을 경영하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창작하여 건축한 버섯모양의 궁전형태 건축물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모방하여 그와 유사한 형태의 건축물을 완공함으로써 피해자의 건축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기소된 사안으로, 대법원은 버섯모양의 궁전형태 건축물에 관하여 건축저작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위 사건의 제1심은 건축물이 저작물로서 보호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설시하면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항소심은 실질 판시 없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도 구체적인 법리 설시 없이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참고로 위 사건의 제1심이 설시한 법리는 다음과 같다. “저작물의 무단 복제 여부는 어디까지나 저작물의 표현 형식에 해당하고 또 창작성이 있는 부분만을 대비하여 볼 때 상호 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인데, 피해자의 건축물과 피고인의 건축물 모형은 둥근 형태의 기둥에 지붕을 버섯모양으로 건축한 것으로 일반인이 양 건물을 볼 때 버섯모양으로 지은 것으로 쉽게 알 수 있어서(이러한 부분이 저작자의 독창성이 나타난 부분이다) 상호 간에 유사성이 있고, 피해자가 가사 만화영화 ‘스머프’의 장면에서 모방을 하였다 할지라도 이를 실제 건물의 형태로 창작해 낸 이상 이는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이 사건과 관련될 여지가 있는 대법원 선례들로는, 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29 판결(아파트 평면도 등의 저작권을 부정한 사례), ②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36384 판결(골프코스 설계도면의 건축저작물 또는 도형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을 인정하되 피고 설계도면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저작권 침해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③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7도16753 판결(오피스텔 신축 설계도면의 저작권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④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실제로 존재하는 건축물인 광화문을 축소한 ‘모형’의 창작성을 인정하고 피고들이 그에 의거하여 실질적으로 유사한 피고 숭례문 모형을 제조․판매함으로써 원고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⑤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6도15974 판결(도안으로만 존재하는 피해자의 작품을 입체 조형물로 만든 경우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례) 등이 있으나, 모두 ‘건축물 자체’의 건축저작권 인정 여부가 직접적으로 쟁점이 되었던 사안들은 아니다.

 

 하급심 판례

 

서울고등법원 2016. 12. 1. 선고 2015나2016239 판결(일명 ‘골프존 사건’)에서는, 통상적인 건축물은 아니지만 ‘골프코스’의 건축저작권이 인정된 바 있다.

위 사건의 피고는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 개발 및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골프장 운영 회사인 원고들의 골프장들을 항공 촬영한 다음, 그 사진 등을 토대로 3D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하여 골프장들의 골프코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입체적 이미지의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하여 스크린골프장 운영업체에 제공하였고, 이에 원고들이 골프코스에 대한 피고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였다.

위 사건에서는 골프코스에 대하여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위 골프코스들이 ‘건축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다만 법원은 원고들이 저작재산권자가 아니라고 보아, 결과적으로는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9. 6. 선고 2013가합23179 판결에서는 삼각텐트 모양을 연상시키는 펜션 건축물을 건축한 원고가, 유사한 펜션 건축물을 설계․건축한 피고들을 상대로 건축저작물에 관한 복제권과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침해를 주장하였다.

법원은 원고 건축물의 창작성 및 원고 건축물과 피고들 건축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저작권침해를 긍정하였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상징건축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2011. 3. 23. 선고 2010나47782 판결에서 피고(재단법인 문화엑스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상징건축물 등을 건립하기 위한 건축설계경기를 공고하였고, 원고(건축사사무소)는 신라 8층 석탑을 음각으로 형상화한 상징건축물을 제출하여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는데, 이후 피고가 원고의 상징건축물에 의거하여 그와 유사한 상징건축물을 제작함으로써 원고의 건축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법원은 원고 상징건축물에 관한 저작권의 성립과 그 침해를 인정하였다.

다만 위 사건에서 문제 된 상징건축물과 같은 경우는 애초부터 기능적 요소보다 미적 요소를 더욱 주된 고려요소로 삼아 건축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주거용 또는 상업용 건물에 비해서는 창작성을 인정하기가 기본적으로 더욱 용이하였을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9. 12. 선고 2006가단208142 판결은 일반주택이 아닌 특수한 디자인의 주택(일명 UV 하우스)에 대하여 저작권의 성립 가능성을 인정한 사례이다.

위 사건의 원고는 파주시의 UV 하우스를 설계․감리하였는데, 광고제작 회사인 피고 회사가 피고 ○○은행을 위해 제작한 TV 및 인터넷 동영상 광고에 UV 하우스의 일부가 노출되자, 이러한 광고행위가 원고의 건축저작물인 UV 하우스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UV 하우스가 고도의 미적 창작성을 갖춘 건축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법원은 “건축저작물의 전체적인 틀과 디자인을 감득할 수 없는 일부분을 영상으로 사용할 경우에까지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목적, 건축저작물을 보호하는 취지, 저작권법 제35조의 입법이유 등에 비추어 저작권자에게 과도한 보호를 주는 것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라는 이유를 들어 결론적으로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위 사건은 항소심에서 조정이 성립되어 종결되었다.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12. 선고 2006가합14405 판결은 설계도서가 아예 건축저작물이 아니라고 보았다.

위 사건에서는 ‘점포(회전초밥식당)의 설계도’ 및 그중 일부를 변경하거나 추가하여 장식한 ‘점포의 실내외 디자인’의 저작권 인정 여부가 문제 되었는데, 법원은 위 설계도는 도형저작물에, 점포의 실내외 디자인은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후(이를 건축저작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배척하였다), 이는 모두 기능적 저작물에 해당하고, 기능적 요소 이외의 부분에 창작성이 없다고 보아, 결국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01. 8. 14. 선고 2000나38178 판결은 ‘비행기 모양의 레스토랑’인 건축물을 건축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위 사건에서 원고는, “원고의 레스토랑은 절단 해체한 폐비행기 동체부분을 건축자재로 이용하여 재구성, 정리, 배열함으로써 실제 비행기와 같은 외관을 갖춘 건축물로서 창작성이 있는 건축저작물임에도, 피고가 동의 없이 원고 레스토랑과 유사한 건물을 축조하여 자신의 레스토랑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앞서 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23179 판결과 유사한 법리를 설시한 다음, 원고가 주장하는 원고 레스토랑 건물의 특징들은 폐비행기를 지상에 고정하여 건물을 건축하고 식당영업을 하기 위한 기능적 요소이고, 원고 레스토랑 건물이 이러한 기능적 요소를 넘어서 전체적인 외관에서 창작적인 디자인 요소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레스토랑의 건축저작권 성립을 부정하고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3. 저작권 침해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호, 정희엽 P.608-636 참조]

 

가. 요건

 

저작재산권의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자가 해당 저작물에 대하여 유효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저작물의 성립 요건으로서의 창작성), ②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依據)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며(의거성), ③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실질적 유사성).

이 중 위 ①의 요건, 즉 창작성에 관해서는 전항에서 이미 살펴보았다.

 

나.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적극)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한 객관적 요건으로,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창작적 표현형식’이므로(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양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도 그러한 창작적인 표현형식만을 대상으로 대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이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등 참조 :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은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 보아야 하고, 표현형식이 아닌 사상이나 감정 그 자체에 독창성․신규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

 

다. 의거성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자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에 ‘의거(依據)’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이 요구된다.

 

의거관계는 침해자가 저작물을 이용하였다고 자인하거나 이에 대한 증인의 증언 등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이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주로 ‘접근(access)’이나 ‘유사성(similarity)’과 같은 간접사실에 의하여 추정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될 수 있고,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추정될 수 있다.

 

그리고 ‘의거관계’와 ‘실질적 유사성’은 서로 별개의 판단으로서, 전자의 판단에는 후자와 달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요소가 유사한지도 함께 참작될 수 있다.

 

4. 대상판결의 검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호, 정희엽 P.608-636 참조]

피해자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과 같은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처럼 피해자 건축물이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에 해당된다.

 

피해자 건축물과 피고인 건축물에 나타난 창작적 표현형식을 중심으로 대비해 볼 때, 양 건축물 사이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거관계의 인정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타인의 건축물을 모방한 건축물을 설계, 건축한 사안에서 건축저작권의 침해를 인정함과 아울러,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구체적 요건과 판단 기준을 최초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