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원시의 자연 아프리카여행(3)】《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 삶이 지나간 자리를 메꿀 추억이 내 통장에 들어 있는 돈보다 적다면, 견딜 수 없이 후회할 것 같다.》〔윤경 변호사 더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2. 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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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자연 아프리카여행(3)】《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 삶이 지나간 자리를 메꿀 추억이 내 통장에 들어 있는 돈보다 적다면, 견딜 수 없이 후회할 것 같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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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나가야 하리

- 류시화의 “여행자를 위한 서시중에서 -

 

여행을 할 때마다 또르가 마음에 걸린다.

짐을 꾸리는데, 눈치 9단 또르가 방해를 한다.

국내 여행이라면 풀빌라로 데리고 갈텐데, 아쉽고 안타깝다.

또로야, 미안해.

 

아프리카를 다녀온 분이 조언을 한다.

생선요리 등은 배탈이 나니 절대 먹지 말고, 택시운전사의 바가지요금에 말려들지 말고, 좋은 시계나 비싼 물건을 걸치면 강도를 당하게 되니 절대 귀중품을 가져가지 말고, 면세점에서 물건사면 공항의 부패공무원이 법령상 가져갈 수 없는 물품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압수조치하는 등 여러모로 조심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남아공 말고는 와이파이나 로밍이 되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동안 해외여행에서 항상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해외여행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여행을 한다.

누군가는 눈으로 여행을 한다.

미술관을 찾아 아름다운 그림 하나하나를 눈에 담는다든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든지.

 

또 다른 누군가는 입으로 여행을 한다.

터져 나오는 고기의 육즙을 탐닉하고, 싱싱한 해산물의 바다 내음을 즐기고, 이국적인 향신료를 쫓는 그런 여행을.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여행자인지를 묻는다면, 뭐라고 답변하기 힘들다.

호기심 많은 나는 그냥 여행이 좋을 뿐이다.

 

나는 다른 누군가처럼 대담하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미련 없이 떠나지 않는다.

그저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성격으로 태어나 일과 여행 사이의 간극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여행을 통해 대단한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아니다.

 

해외여행을 즐긴다고 하여 일상에서 도망가거나 완전히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여행을 통해 그저 단조롭고 반복적인 삶을 풍성하고 흥미롭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성향임에도 여전히 회사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다.

고급스럽고, 아름답고, 고상한 것을 추구하는 속물적인 성향도 강해 미니멀리스트를 외치며 가벼운 배낭 하나만 메고 훌쩍 떠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직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누리고 싶은 것도 많고, 버리지 못하는 것이 많은 속물적 맥시멀리스트이다.

 

여행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누군가 나에게 모든 걸 던지고 떠나라 한다면, 난 저항할 것이다.

내 삶을 지탱하는 원천이 오직 여행만은 아니기에, 내가 이룬 소담한 안식처의 포근함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버릴 이유는 없기에.

 

하지만 나는 또 떠날 것이다.

떠나는 그곳이 바꿀 내일의 나와 그곳에서 만날 낯선 풍경들, 그곳의 공기와 햇살, 바다가 궁금하기에.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음식이, 햇살이, 그 나른함이, 알 수 없는 매혹이, 호기심과 설렘 속에서 마주치는 그 모든 것이 그립기에.

내 삶이 지나간 자리를 메꿀 추억이 내 통장에 들어 있는 돈보다 적다면, 견딜 수 없이 후회할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또 돌아올 것이다.

돌아올 곳, '이타카(Ithaka)’가 존재한다는 행복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잘 돌아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온몸으로 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