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솔직해서 좋다는 말의 의미】《사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솔직함을 완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서 어느 정도의 예의범절과 매너, 자기통제를 기대한다. 문..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2. 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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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서 좋다는 말의 의미사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솔직함을 완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서 어느 정도의 예의범절과 매너, 자기통제를 기대한다. 문명화된 자기조절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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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는가.

당연히 그럴 것이다.

자기계발서에도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리더가 되는 방법을 담고 있고, 유튜브에서도 성공하려면 솔직하고 꾸밈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항상 너무 솔직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한비자(韓非子)는 군주(君主)를 설득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世難)에서 상대의 치부를 건드리면 결코 그를 설득할 수 없음을 역린지화(逆鱗之禍)’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란 원래 순한 동물이다. 길을 잘 들이면 사람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목 근처의 길이가 한 자나 되는 거꾸로 난 비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된다. 용은 이것을 건드리는 자를 반드시 죽여 버린다. 군주(君主)에게도 이런 역린이 있으니, 절대로 이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된다.”

 

비단 군주만이랴.

모든 사람은 역린(逆鱗)을 가지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라.” “대화를 자주 하라.” 이런 말은 인간관계를 다루는 책이라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말이다.

솔직한 표현과 많은 대화는 좋은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말은 부분적으로 옳다.

 

심지어 부부 관계에서도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밝히고 싶지 않은 약점이나 콤플렉스를 건드는 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말은 결코 해서는 안된다.

진실 여부와 관계 없이 누구든 아픈 상처를 건드리면 화가 난다.

아픈 상처를 찔러대는 자를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너무 솔직해서 상대방에게 너 양치질 했니? 입에서 썩은 시궁창 냄새가 나.”, “너의 자기 연민과 불평불만을 듣고 있노라면, 지옥에 있는 기분이야.”등의 말을 하거나, 친밀한 사이가 아님에도 자신의 은밀한 취향이나 비밀까지 공개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솔직함을 완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상대에게서 어느 정도의 예의범절과 매너, 자기통제를 기대한다.

문명화된 자기조절이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상황에서는 최소한 그렇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사람을 만나면, 무표정한 얼굴일지라도 요즘 좋은 일이 많나 봐. 목소리에 힘이 넘치고, 얼굴에 혈색이 도는 게 무척 건강하고 활력있어 보이네.”라는 멘트부터 날린다.

그럼 상대방은 웃어보이면서, 즐겁게 대화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너무 솔직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거짓말하라는 취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 중에서 자신의 본심으로 공공에 쏟아내는 사람이 있으면 말해보라.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분은 자신이 뱉은 말을 잘 지키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이지, 내면의 독백에 우리를 참여시키기 때문에 존경받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구성요소인 세포들이 가진 세포막의 기능은 해로운 침입자를 방어하고, 어떤 물질들을 투과시킬 것인지를 정확히 조절하는 것이다.

동물에게 피부가 있고, 식물에게 껍질이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솔직함은 심리적 영역에서의 경계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사람들은 비밀이 없고 마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는 사람들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며, 공격받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1930년대 초 대공황 때 미국을 이끌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에게 기자가 질문을 했다.

"나라가 불안할 때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히십니까?"

"휘파람을 즐겨 불지요."

기자는 다시 물었다.

"휘파람을 부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그러자 루스벨트는 대꾸했다.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휘파람을 불어 본적이 없어요."

 

실업률이 25%가 넘었던 대공황 와중에서 대통령이 왜 불안하고 두렵지 않겠는가.

국민이 불안해 할까봐 자신이 어려울 때마다 즐겨 불던 휘파람 소리마저 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를 2의 자아라고 불렀다.

단 하나의 진정한 자아만이 존재한다는 믿음에는 배치될지 몰라도, 이런 제2의 자아는 억지로 꾸며낸 부자연스런 태도가 아니라, 외부에 대해 프로답고 일관성있게 신뢰감을 주는 용기 있는 태도라 하겠다.

루스벨트는 국민들의 두려움과 불안신뢰로 바꾸는 데 성공하여 대공황을 극복하는 기적을 연출하였다.

 

솔직함과 진솔함은 인간관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적 덕목이다.

이를 결코 부정해서는 안된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거기에 어느 정도의 예의범절이나 매너를 입혀 인간관계를 더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도록 하고, 루스벨트가 보인 자기통제 등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 속담을 명심하자.

솔직한 진실만큼 마음에 거슬리는 것도 없다.”